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111.이구아수에서-브라질 리오로 이동하면서...

나베가 2012. 11. 22. 12:50

 

새벽에 일어나서 악마의 목구멍을 한 번 더 보고 가자는....

어제 이구아수 폭포앞에서 가졌던 야심찬 계획은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오전 시간을 그냥 보내고 브라질로 가기위해 출발했다.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까지는 25시간이 넘게 걸리는 길고 긴 여정이다.

그러기에 우린 전 날에 합의를 보았었다.

보통때는 세미까마를 타고 다녔는데, 이번에 업그레이드 시켜서 최상위 등급의

까마를 타고 가기로....

버스비가 무려 17만원이나 한다.

 

<버스 높이만큼 길다란 세차도구가 한 바튀 비잉 돌고나면 세차 끝> 

 

어찌 생각하면 시간도 벌고...

조금 더 보태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들지만(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간 일행도 있긴 하다.)

나는 이 기인 버스이동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여행이란 자고로

'길'을 달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ㅎㅎ

 

 

 

아!!

25시간의 시간이 어떻게 펼쳐질까....

세상에서 가장 판타스틱한 음악 감상실....

 

그렇지??

20여 시간을 음악을 들으며 달릴 생각을 하니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그 외의 것은 들어설 자리 조차 없다.

 

의자는 가장 안락한 모습으로 뒤로 화악 재껴질 것이고(비행기의 비즈니스 좌석과 같음)

영화의 파노라마 처럼 펼쳐질 판타스틱한 풍광은 두 눈에 담기에도 벅찰것이고...

내 귓가에 울려 퍼질 음악은 또 나를 어느 순간...어디로 끌고 다닐것인 지....

 

 

그랬다. 정말로...

노래 가사에 휘둘려서 한없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기도 했고...

괜한 아픔과 그리움에 순간 순간 못견디게 만들기도 했고....

이 나이에 그런 감정에 빠져듦이....

마치 젊음을 되찾은거 같아서 벅차오르기도 했고....

 

 

그러다가 음반이 바뀌어 다른 음악이 울려 퍼져오면...

나는 또 다른 감정에 휘말려 들었다.

 

시야에 펼쳐지는 풍광과 함께 귓가에 울려 퍼지는 선율들이 뒤섞여

수많은 내재된 감정과 나의 살아온 삶의 모습들이....

완벽한 모습으로  재생되었다.

 

감동에 겨웠던....

아팠던...

너무나 행복했던...

 

이렇게 나는 뭔가... 나 자신도 몰랐던 내재된 아픔을 온전히 치유해 냈다.

그리고 비상할 듯 가벼워진 마음으로 또 꿈을 꾸는 거지~

훨~ 훨~

 

 

 

 

적어도 이 순간은 뭐든 지 꿈꿀 수 있었다.

머릿속에 떠 오르는 수많은 상념들은 그대로 시인으로 만들기도 했고....

멋지게 판타스틱한 풍광을 그려내는 멋진 화가로 만들기도 했다.

무엇이든 지....생각나는 대로 그 한 가운데 서서 주인공이 되었다.

그것은 정말 생애 있어서 가장 멋진 순간이었고 환상이었다.

 

 

 

 

 

 

 

카메라도 접어 두고....

그렇게 온전히 음악에 실려서 갔다.

 

어떻게 이런 상념들과 멋진 단어들이 마구 마구 샘솟을까....스스로 겨워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많이 적어놓은 메모가 핸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다.

내 아름다운 삶의 일부가 잊혀져 버린것 같은 안타까움에 며칠 동안을 공항상태로 보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게 또 정답이란 생각이 드는것이다.

여행이란....

그 자리에...

그 순간에...

그대로 다 놓고 오는 것....

 

 

 

 

 

 

 

 

 

 

 

 

 

 

R. Schumann (1810 - 1856)
Myrthen, Op. 25  no 3
der Nussbaum '호두나무'


Miah Persson, sop
Joseph Breinl,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