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91.파타고니아의 꽃/살아 움직이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

나베가 2012. 11. 2. 17:04

피츠로이 등반을 마치고 엘찰텐을 떠나며 주체할 수 없는 감동과 섭섭함에 먹먹했던 가슴은 이내 버스에서 꿈나라로 가며 사그라 들었다.

 

그래~

사그라 뜨려야지~

날마다 꽉 들어차는 그 벅찬 감동과 떠나야만 하는 안타까움을 그대로 가슴에 담아두면 어떻게 견디겠어~

차라리 용량이 부족해서 딱 하루치만 담을 수 있는 내 메모리 용량에 감사할 지경이다.

그렇지 않으면 폭발해 버릴테니까...

 

아~

그러나 저러나 내일 또 내 눈앞에 펼쳐질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어떤 모습일까....

더구나 우린 그 어마 어마한 빙하위를 걸을 거잖아~

날카롭기가 무시 무시한 아이젠을 신고...뚜벅 뚜벅 빙하위를 걸어 다닐거야~

우우우~~

 

호텔에 도착했다.

아니, 팬션...

오늘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팬션에 삼삼오오 묵기로 했다.

물론 도미토리 숙소를 쓰는 일행들도 많다.

우린 내일 점심 도시락으로 숙소에서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김밥을 주문했다.

김밥 1줄반과 물 500ml 한병에 우리나라 돈 만원정도....

아~ 우리나라에선 김밥 한 줄에 천원인데...ㅠㅠ

너무 비싸 잠시 망설였지만,'김밥'이란 소리에 그만 입안에 고이는 이 향수의 맛을 어찌할 수가 없어서 그냥 주문을 해 버렸다.

배낭여행자가 오늘과 내일 묵을 이 팬션에 쓴 돈도 거금인데 이렇게 비싼 점심 도시락까지 주문하다니...엉 엉 엉~~ㅠㅠ

 

그래도 내일 아침거리를 준비해야 했으므로 근처 슈퍼에 가서 시장을 보았다.

아!! 이번에는 감자,계란삶기...이런거 해먹지 말고, 파스타 해먹자~

파스타와 브로컬리,슬라이스 햄과 맛있는 치즈 듬뿍...케챱,그리고 향신료까지...

 

  

 

우린 서둘러 내일 아침거리를 만들었다.

파스타도 아예 삶아서 버터에 볶아놓고, 토마토 쏘스도 만들었다.그리곤 대충 짐을 꾸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내일도 하루 더 이곳에 묵어 배낭에 꾸릴 짐만 넣으면 되니, 여행자로서 이 보다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잠자리가 있을 수 없다.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 종일 등산도 한데다

4시간의 버스 이동....

온 몸이 솜사탕 처럼 녹아든다.

 

아~~

고요한게....좋네~

고운...

아주 이쁜 꿈나라로 갈것만 같아~~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주인장이 챙겨준 도시락을 챙겨들고, 약간의 돈을 숙소 주인장에게 환전한 뒤 출발을 했다.

 

안타깝게도 날씨가 흐리더니 이내 빗방울이 창가에 부딪힌다.

아!! 어떡해~

이제까지 그렇게 날씨가 좋았는데, 하필 오늘 비가 오다니....ㅠㅠ

그래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아!!

지구 최대의 비경을 담고 있는 바람의 땅이자 빙하의 땅 파타고니아...

그 신비의 땅의 보물...

살아 있는 빙하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

기대된다 기대 돼~

 

 

안타까움과 기대감에 벅찬 가슴을 안고 창밖 시선 고정....

헐~~ 무지개가 떴네~

그렇다면 슬 슬 날이 개어간다는 거 아닐까....그렇지??

 

 버스가 S자로 휘어진 길을 휙 휙 도는 순간...아주 머얼리.... 산 아래로 바다처럼 드넓은 하얀게 시야에 들어왔다.

아!! 페리토 모레노 빙하다.

다왔어~ 다 온거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빙하 여러번 봤잖아~ 뉴질랜드에서도, 노르웨이에서도, 캐나다에서도.....이상하네~

 

푸르디 푸른 파타고니아....

발길이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의 세계처럼 내게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었나봐.

그랬나봐~그랬어~

내 여행의 마지막 로망이라고... 꿈을 꾸었지만 그게 이렇게 현실이 될 줄 나 스스로도 몰랐었나봐.

  

 

버스에서 내려서도 아직 비는 내리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더 퍼붓는 듯 세차게 내렸다.

고어쟈켓만으로는 안될것 같아 우비를 꺼내 입고 정신없이 빙하를 향해 전망대로 돌진했다.

아!! 맞아 돌진!!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무아지경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장엄한 광경...

놀라움과 벅참....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투어회사를 이용하면 늘 그렇듯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그래~

어쩌면 그냥 한 곳에 서서 망연 자실하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될것을....

그래도 그 감동을 가슴에 다 담기 벅차거늘...

사람이 눈앞에 길이 보이면 또 궁금해서 안 가보고는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거의 빙하끝까지 내려갈 수 있는 전망대 길은 보기보다 훨씬 여러군데였고 그 길이도 상당히 길었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내려갈 수록 그 빙하의 크기가 얼마나 어마 어마 해지는 지...

그 색깔의 신비스러움이 얼마나 또 유혹하는 지....

어느사이 우비를 벗어도 될만큼 비도 잦아들었겠다...그저 빙하에 빠져들어 시간도 의식하지 못한 채 내려갔다.

 

이 길 끝까지....

저 길로 들어서 또 끝까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아~~ 일행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거다.

옷 색깔이 비슷해서 우리 일행이라고 착각했던 사람은 외국인...

 

 

 

그제서야 시계를 바라보니,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발길을 돌려 죽어라고 전망대 계단을 뛰어 올랐다.

이곳도 지대가 높은 건 지...내가 긴박감을 가지고 죽어라고 뛰어 오른 건 지...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었다.

사방으로 나 있는 전망대 길을 단지 출구라는 표지판만을 보고 뛰어 오르자니, 어느 길이 가장 버스 승차장으로 가는 빠른 길인 지

알 수가 없었다.

 

 

아!! 엉뚱하게 먼곳으로 가고 있는건 아닐까....??

올라도 올라도 끝나지 않는 길을 뛰어 오르면서 이제는 어떤 두려움 마저 엄습했다.

외국인들과 함께 타고 온 버스...제대로 승객들을 파악하고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였다.

아니, 전망대 투어만을 신청한 우리 일행이 자기네 버스를 놓쳐서 우리 버스를 타야한다고 했던 말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놈의 투어버스는 사람도 확인안하고 시간되면 그냥 출발??

아아악!!

 

 

가슴이 찢어질 듯한 통증으로 쓰러지기 직전...저만치 버스 승차장이 보였다.

아!! 그제서야 짧은 순간이었지만 공포심 마저 갖게 했던 두려움은 사라졌다.

버스에 올라서도 뛰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고,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

정신 차려야지~

뭐에 빠져들면 정신 못차리는 ....

시간도..방향 감각도 모두 없어져 버리는....

여행자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세계 자연유산인 아르헨티나 산타크루즈주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파타고니아 가장 남쪽에 위치한 빙하로 그 폭이 5km에 높이가 60-80m (물속에 잠겨있는 부분까지)이며

안데스 산속 칠레 국경까지 뻗어있는 빙하의 길이는 35km나 되는 어마 어마한 크기의 빙하다.

이곳 아르헨티나 빙하 국립공원에는 360여개나 되는 빙하가 있다는 사실도 놀랍기만 할뿐더러

그중에서도 모레노빙하는 가장 아름답고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빙하라는 것이다.

 

그려~

정신줄 놓고 빠져들만 해~

뭐...그리 자책할건 없어~

아니, 자책도 해야지~

정신줄 놨다간 국제 미아되는건 시간문제야~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호수로 떨어져 내리는 소리는 마치 천둥이 내려치듯 굉음을 낸다하여

이 소리를 듣기를 여행자들은 소망한다.

아!! 글쎄....난 작은 떨어짐은 보았지만, 굉음으로까지는....ㅠㅠ

다행인가??

저 빙하가 매일같이 계속 무너져 내리면 어떡해~

아니지, 이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지구 온난화와 상관없이 하루 최대 2m씩 ....

1년이면 700m 가량 앞쪽으로 밀려 나오면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살아 움직이는 빙하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고....

 

 

 

 

이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쿠르즈 선착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저 빙하옆을 유유히 지나가는 거지~

아~~

배타고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건만 뭘 그리 욕심을 내고 전망대 이 길, 저 길 끝까지 내려간거야~ㅠㅠ

하긴 그래도 그게 다 맛과 느낌이 다르지??

잘했어~

아!! 그래도 조심해야지. 진짜 심장마비로  순간 죽을 지도 모르겠어~

ㅋㅋ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 지르며 빙하 옆을 지나가는 일은 그야말로 스릴 만땅이었다.

위 전망대에서 보는 것과는 또 얼마나 다른 지...

그 푸르디 푸른...형언할 수 없는 색깔은 그야말로 그 안이 보석 상자 같았다고나 할까....

분명 마녀가 저 속에 들어있어 온갖 보석을 가지고 요술을 부리고 있는 걸거야~ㅎㅎ

 

아!!

정말 백색의 아름다움이란....

 

바람을 가르는 한기마저도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거대한 빙하가 떨어져 천둥이 치는 굉음을 들을 수 있을까....

그 짜릿한 스릴감을 예견하며 기대했지만, 우린 들을 수 없었다.

배는 호수를 건너 빙하 트래킹이 시작되는 선착장에 섰다.

 

오호~~

이제 빙하위를 걷는거야~??

 

늦어서 버스를 놓칠까...놀라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던 통증은 벌써 저만치 사라지고

빙하위를 걸어 오를 기대감에 또 온 맘이 설렌다.

 

 

 

 

 

Franz Liszt (1811 - 1886)
Oh! quand je dors (O komm in Traum) S. 282
오! 꿈에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