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90.피츠로이를 내려오며.. 매혹적인 색깔에 빠져들다.

나베가 2012. 11. 1. 10:51

피츠로이 주봉 바로 앞 데 로스 뜨레스 호수에서 내려오는 길은

45도 경사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때 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다름아닌 수많은 돌로 쌓여진 너덜길 이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미끄러져서 굴러 떨어질 수가 있기때문이다.

어쩌면 등산하다가 내리막에서 한 번 굴러 튕겨져 나가서 크게 다친 경험때문일 수도 있지만....


암튼 그보다는, 어쩌다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서 제 길이 아닌 곳으로 내려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더우기 피츠로이의 날씨가 늘 그렇듯이

찬란하게 빛나던 날씨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 하더니 한 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져

발길을 재촉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암튼...

조금은 힘든 하산길이었다는.....

 

 

항상 그렇듯이

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풍광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오르느라 제대로 아래로 펼쳐진 풍광을 보지 못해서 이기도 하지만

시차로 일어나는 햇볕의 강도에 따른 색깔의 변화는 느낌으로서가 아니라 

실지로도 많은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랬다.

오늘 피츠로이에서 내려오는 그 풍광이...

그 색깔의 찬란함이 눈부시게 빛났다는....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답고 이쁜 형형색깔은 처음 느껴본것 이었으니까...

더우기 햇볕에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는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말로만 들어도 그 상상이 기가 막히지 않아~~??

 

 

 

 

 

초반엔 오를때 가졌던 맘으로 커다란 호수가 있는 또 다른 길로 우회를 해서 하산을 할까....

매우 걸음을 빨리해서 걸었다.

하지만 우리 앞에 펼쳐진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운 색깔에 반해 우린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그려~

또 다른 길로 갈 필요가 뭐 있어~

지금 이렇게 이 길이 아름답고 찬란한데....

오를때 보고 느꼈던 것과 이렇게 또 다른데....

아주 천천히 보고 느끼고 여유롭게 쉬면서 가슴에 카메라에 다 담아가자~

 

 

 

 

사실 오를때는 이른 새벽에 출발해서 햇볕의 강도가 약하기도 했었지만, 나중에 해가 높이 솟아 올랐을때도

그 눈앞에 펼쳐진 색깔이 너무나 이뻐서, 그 색깔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썬그라스를 쓰지 않고 걸었었다.

그러다가 하산할때는 썬그라스까지 썼으니 얼마나 그 붉은 빛이 강렬했는 지....

온 마음에 불을 질러 활 활 타는 듯 했다고나 할까.....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본연의 모습...그 색깔이 너무나 또 안타까워서

썬그라스를 썼다 벗었다를 하며 우린 그 두가지 색깔과 느낌을 다 욕심내느라 바뻤다.ㅎㅎ

 

썬그라스를 벗었다 썼다 했을 정도라면 당연히 본연의 색깔이 훨씬 더  아름답고 찬란했지만....

불타는 강렬함 속을 걷는 일도 정말 짜릿하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한 무리의 트래커들이 우리 곁을 지나 피츠로이 앞 데 로스 뜨레스 호수를 향해 가고 있다.

모든 비박 장비를 넣고 매달은 커다란 배낭을 매고 가는 트래커들을 보면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모습이 너무 부럽고 그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로 보여서

저절로 시선이 가는 것이다.

당근 카메라에 담느라 멈춰섰다.

그 순간 커브를 돌던 그들이 나를 보고는 온갖 폼을 다 잡아주는 것이다.ㅋㅋ

구여운 녀석들....

멋있기만 한 줄 알았더니,아주 센스도 있고, 발랄하고 구엽구만~

아!! 젊음이 너무 이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숲은 정말 여심을 흔들어 놓는것 같아~

하얀 빙하와 바위에 바짝 달라붙어 자라고 있어 마치 붉은색 바위 산 처럼 보이는 피츠로이 산군하고...

그 아래로 울긋 불긋 들어가는 단풍나무하고...

노오란 갈대 밭....

바람....

수없이 좋다고 말해도..... 그랬어도 또 너무 좋아~~

 

 

 

 

갈림길에 들어섰다.

여유를 누리며 맘껏 즐기고 느끼고 가자고 맘 먹었어도 막상 갈림길의 표지판을 보니, 또 맘이 흔들린다.

우린 시간 계산을 해보았다.

 

아무래도 위험해.

길을 알면 모를까....

초행길에 괜히 길을 잘 못 들어섰다간 빠듯한 시간에.....

더우기 오늘 저녁 이곳을 떠나 엘 깔라파테로 가는데....

 

우린 다시 고쳐먹은 맘대로 여기를 맘껏 느끼면서 여유롭게 가자고 재 결정을 내렸다.

 

 

 

 

 

 

 

한 무리의 트래커들이 또 지나간다.

역시 무거운 커다란 배낭을 맨 모습을 보니, 이 곳 어디에서 비박을 할 모양이다.

아!!

정말 부럽다.

이렇게 아름다운 천국에서 야영을 한다는 것이....

 

하늘에선 다이아몬드 보다도 더 찬란한 빛을 발하며 별이 수없이 쏟아져 내릴것이고....

오직 깜깜한 밤...적막강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온갖 만물의 소리들은...

또 얼마나 심오한 진리 속으로...

끝없는 자아속으로 저들을 몰고 들어갈까...

어쩌면 저들은 그 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누구일까...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찾을 지도 모르지.

 

화려한 별장을 가진 자 보다도 저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체력과 용기를 가진 자가 가장 부럽다는....

 

내게도 기회가 주어질까??

저런 커다란 배낭을 매고 이곳 피츠로이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까....

그땐 오늘 처럼 하루 코스가 아닌 한 일주일 정도 묵으면서 이 산군을 다 걸을 수 있을까....

 

꿈을 꾸어본다.

꿈을 꾸는 동안 내 몸은 에너지를 생성해낼테니까....

삶이....

인생이...활기가 넘쳐날 테니까...

 

 

 

 

 

 

 

 

 

 

 

 

 

 

 

 

 

 

 

 

 

 

 

 

 

 

 

이제 거의 내리막으로 들어섰다.

오색 찬란했던 색깔은 저 만치 꿈처러 사라지고

이제 초록 숲길...고사목이 널부러진 길을 걷는다.

 

그때 또 우리 눈앞에 나타난 이정표....

아까 간 길 말고 우회해서 다른 길로 가볼까...??

또 다른 길 욕심이 났다.

마침 우리와 함께 걷고 있는 외국 트래커들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다.

다른 길로 가려는데...경치가...

더 말할것도 없이 카프리 호수쪽으로 가라고 한다.

ㅋㅋ

 

그려~

호수를 끼고 걷는게 좋지~

산 능선길도 아니고 숲 길이 뭐가 그리 경치가 좋겠어~

사색의 길로는 뭐....

에잇~ 그래도 역시 호수쪽이야~ ㅋㅋ

 

  

카프리 호수에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롭다.

우린 그곳에서 간식을 먹었다.

사실...도착하자 마자 곧바로 짐을 챙겨 밤버스를 타야 했으므로 우리에겐 사실 저녁이나 마찬가지였다.

 

숙소에 일찍 가서 저녁 해먹고 할거 없이 버스 출발 시간에 30분 정도 여유를 두고

까지끝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가자고 .....

말이 그렇지 이곳엘 언제 또 다시 오겠냐고...

1분이라도 더 이곳에 머물다 가자고.....

우린 야생띠....둘 다 자연인으로 태어난게 확실하다.ㅋㅋ

 

삶은 감자에 치즈를 얹어 먹으면 그 고소함과 담백함이 얼마나 맛있는 지...

아침식사때 만들어 온 샌드위치와 달콤한 고구마까지 먹으니 마치 디저트까지 먹은 듯 든든하다.

 

 

 

 

 

 적막할 정도의 고요한 카프리 호수에서

호젖한 저녁 만찬을 벌이고

우린 또 출발했다.

이젠 정말 내리막만 내려가면 피츠로이와는 안녕이다.

시간을 보니 아직.....ㅋㅋ

 

우린 이 커다란 나무 등걸에 기대서 한 숨 쉬고 가자고...

배낭에 두 다리를 얹어놓고 커다란 나무등걸 사이로 몸을 기대니, 온 몸이 노곤 노곤....

두 눈이 저절로 감긴다.

이 사르르 녹아드는 느낌....

좋군!!

한 숨 자고 가는거야~~

ㅋㅋ

 

헐~

아주 깊이 잠들면 어떡하지??

오호~

걱정할 거 없잖아~

내겐 트리플 A형인 이풀이 있잖아~

절대 늦어서 허둥대는 그런 일은 없을거야~

 

아!!

나의 환상적인 파트너...

 

 

 

 

 

시간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이젠 진짜 끝이구나~

힘들것도 없었지만, 힘든 산행을 했다는 노곤함 보다는 섭섭함이 온 몸에 가득 찬다.

 

새벽에 올라섰던 바위에 올라서니, 새벽...반짝이던 그 동화속 불빛대신 비현실적인 듯한....

마치 한 장의 그림 동화같은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라, 그냥 동화책 속의 에니메이션 그림같아 보인다.

색깔도 그렇고....

너무나 거대한 두개의 바위산도 그렇고....

그 밑으로 너무나 쬐끄만...마치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집들이 그렇다.

넘 귀여워~

ㅋㅋ

 

피츠로이 등산로 입구 표지판...

기념 촬영 한 컷 찍고 가야지~

ㅎㅎ

 

발걸음을 빨리 해 숙소에 도착했다.

벌써 버스는 숙소앞에 와 있었고,

일행들은 하나 둘 짐 가방을 들고 나와 차에 마악 싣고 있었다.

우리도 얼른 우리 호텔로 가서 

보관했던 짐가방을 챙겨들고 나와 버스에 싣고 차에 올랐다.

잠시 뒤면 버스는 출발할 것이다.

 

아!!

피츠로이....

감동의 여운에 가슴이 순간 먹먹해져 온다.

아쉬워할 거 없어.

내일은 또 생애 처음으로 빙하 트래킹을 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