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89.세계5대미봉-피츠로이를 눈앞에.../데 로스 뜨레스 호수-2

나베가 2012. 11. 1. 06:37

호수 앞 바위위에서 호수로 내려오니, 그 얼마 안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기온 차가 얼마나 심한 지...

세찬 바람으로 인한 체감온도는 적어도 10도 이상 나는 듯 했다.

윈드 스토퍼 쟈켓만 입었다가 그 위에 두꺼운 쟈켓까지 덧입고,

털 모자 위에 쟈켓 모자까지 꽉 조여매고 썼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람이 얼마나 센 지 순식간에 털 모자가 날아가 벌릴것만 같다.

   

 

우리는 날아갈까...조심하며 호수 가까이까지 갔다.

이제는 진짜 눈 앞...몇 십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에 거대한 피츠로이가 딱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하얀 구름은 여전히 방패막을 친 채로 피츠로이를 더 신비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선명한 피츠로이의 주봉을 온전히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피츠로이는 어떤 모습일까....

저 날카로운 바위들은 어떤 색깔로 또 빛을 발할까....

잠시 또 다른 피츠로이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지만,

사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모습만으로도 가슴에 다 담기에도 벅차다.

 

 

 

 

금방이라도 휩쓸려 갈 듯 온 몸을 감싸고 도는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지금 저 거대한 빙하앞에 서 있다는 느낌을 실감케 한다.

 

 

 

아!!

갑자기 돌풍이 불어 닥쳤다.

호숫 가 가까이 있던 난 순식간에 휘말려 호수로 쓸려 들어가 버릴것만 같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붙잡고 엎드려 있었다.

공포감이 한 순간 온 몸에 소름을 돋게 만든 순간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와아~~

 

 

한 줄기 돌풍은 그렇게 나를 놀래키고 사라졌다.

 

와아~~

돌풍이 이런 거구나~ 나 정도의 사람은 순식간에 몸둥이를 주체못하고 휩쓸리겠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해 본 일이었다.

 

여전히 바람은 세차고 얼굴에 와 닿는 찬 바람은 시려웠다.

감히 저 에메랄드 빛 빙하에 손을 담궈본다는 것은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잔잔하기만 할것 같은 저 이쁘기 그지없는 에메랄드 빛 호수가 거센 바람에 출렁 출렁 하얀 파도를 일으킨다.

 

 

사라질 듯 사라질 듯....

하얀 구름모자를 쓴 할아버지는 그렇게 우리랑 장난을 치고는 결국은 꿈쩍도 않았다.

우린 그 자리를 떠서 호숫가를 걸어 다른 데로 갔다.

 

 

 

 

놀랍게도 그곳 높은 바위 아래로 까마득하게 또 다른 빙하 호수가 있었다.

이곳 바람은 거대한 바위산 골짜기로 몰아서 불어닥친때문인 지 그 세기가 더욱 세찼다.

감히 한 가운데로 나서기 조차 겁나 겨우 커다란 바위를 방패삼아 그 곁에 있을 뿐....

 

 

 

 

 

 

그래도 또 슬금 슬금 호수를 바라보고 싶은 욕심에 바위 위를 기듯이 가까이 다가본다.

감히 설 생각은 할 수가 없다.

 

 

 

 

사진 한 컷 찍겠다고.....

또 겁없는 짓을 한다.

바위 위에 선것이다.

와아~~

바람이...

날아갈까 두 다리를 쫘악 벌리고 힘을 다해 버텨본다.

꽁꽁 동여맨 쟈켓 모자가 날아가려고 들썩거려 그 기운에 나까지 또 휩쓸릴까... 손으로 부여잡고 겨우 겨우 셔터를 누른다.

내가 겨우 버틴 시간....

셔터 누르는 속도 1초...준비 20초...합이 21초....ㅋㅋ

 

 

 

 

 

 

짜릿하고 스릴감 넘치는 피츠로이의 바람의 세기를 맘껏 느껴보고....

우린 데 로스 뜨레스 호수를 떠났다.

그 모습이 너무 매혹적이라 걷다가 뒤 돌아보기를 수없이....

 

 

 

 

홀로 걷는 이도 멋있고....

연인이 함께 있는 이도 멋있다.

 

이들을 카메라에 담는 나도....

멋있겠지??

ㅋㅋ

 

 


 
Denis Quinn(Asha) - Return to Your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