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92.파타고니아의 꽃/페리토 모레노 빙하 위를 걷다-1

나베가 2012. 11. 2. 18:24

선착장에서 내려 우린 준비해 온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김밥이야~ㅎㅎ

맛있었다.

팬션 주인장이 싼 김밥이 정말 맛있어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그리웠던 우리 음식의 맛...그 맛이 좋았던 게다.

비싸긴 해도 김밥을 주문하길 잘한것 같아~~

남들 먹는데, 그 냄새 솔솔 풍겨오는데...주문 안했으면 정말 먹고 싶을 뻔 했어~ㅋㅋ

 

선착장 한 켠엔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데크가 있었다.

배낭의 짐을 데크에 놓고, 옷 든든히 껴입고, 장갑끼고 ...(반드시 껴야한다고..미처 준비 안해온 사람을 위해 면장갑이 준비되어 있었다.)

카메라만 목에 맨채 트래킹에 나섰다.

 

 

 

 

지척이 빙하인데,

그래도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곳까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했다.

 

기인 숲 터널....ㅎㅎ

그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빙하에, 코 앞에서 실컷 보았는데도 마치 그리운 사람과 헤어진 양 ..

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제 육지와 연결된 빙하에 도착했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 신어보는 무쇠로 만든 아이젠....

아니, 사실 구경도 처음이야~ㅋㅋ

시즌엔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지, 한 켠엔 최신 모델인 양 좀 멋진 아이젠이 메달려 있었고, 우리가 신은 사진속 아이젠은 창고에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진 처럼 의자에 올라 앉아 있으면 우리 발에 맞는 아이젠을 골라서 가이드들이 아주 친절하게 신겨준다.

그 기분이 묘한 긴장감을 주며 아주 짱이라는....ㅋㅋ

 

 

 

 

 

아이젠을 신고 내려오니, 그 무게감이 얼마나 큰 지...

내가 사람이 아닌 로보트가 된것 같았다는....

아니, 정말 로보캅이 맞았다니까....ㅋㅋ

 

철커덕 철커덕....

마치 영화속 로보트들이 걷는 것 마냥 그렇게 걸어지더란 거지~

 

 

우리는 간단한 워킹을 배웠다.

반드시 선두 가이드를 따라 일렬로 서서 자기들이 걸은 길을 그대로 똑같이 밟고 걸어야 하며,

줄을 이탈하면 절대로 안되고....

내리막을 걸을땐 양 무릎을 굽혀서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고

발에 힘을 주어 탁 탁 못을 박듯이 아이젠을 빙하위 얼음덩이에 박으면서 걸어야 한다는 것...

 

 

거대한 얼음덩이 위에서 단박에 로보트가 되어버리게 만드는 무거운 무쇠로 만든 아이젠을 신고

뚜벅 뚜벅 걷자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우리 팀 가이드 2명 포함해서 12명이 트래킹하는데, 가이드 3명이서 선두, 중간, 후미에 서서 우리를 케어해주고,

특히 내리막에선 일일이 손을 잡아주니, 점점 용기가 생겨나며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는 거다.

ㅋㅋ

 

 

 

빙하 위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트레바스는 우리를 움찔하게 만들며 한편으론 스릴감을 주는 일종의 이벤트?? 현장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옛날 우리네 우물 만큼이나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트레바스는 바로 그 대상.

사실 양 옆에서 가이드가 손을 잡아주어 안전한데도, 모두들 겁이 나서 제대로 안을 내려다 볼 수 없다는 거지~ㅠㅠ

벌 벌 떨면서 가까이 가지도...내려다 보지도 못하는 우리를 보고는 가이드들은

재밌는 지 웃기까지 한다.

이힝~ 무서워~~

자칫 미끄러지면 흔적도 없이 저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것만 같아~

 

아!!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환상의 푸른빛이 매혹적이긴 하나 무서워서 대충 보고

그 깊은 속까지는 내려다 볼 생각은 대부분 아무도 못한것 같다.

 

 

 

 

사진 속 처럼 평탄한 오르막을 걸어 오를땐 아이젠이 얼음에 탁 탁 꽂혀지며 쉽게 걸어 올라가지는게....

그 스릴감이 얼마나 큰 지....

이제 슬슬 공포심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환희감 마저 온 몸을 감싸고 든다

왜 아니겠는가!!

햇빛에 눈부시게 빛나는...바라보기만도 벅차고 두렵기만 했던...하얀 빙하 위를 걷는데....

저 판타스틱한 풍광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데....

 

 

 

 

 

 

우와~

벌써 이만큼이나 오른거야??

 

트래킹 시작점인 선착장이 까마득히 아래로 보인다.

잠깐 멈춰서서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판타스틱하다.

 

우리가 잠깐 멈춰서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두 가이드가 저만치에 가 있는거다.

우와~!!

 그 둘이 하얀 빙하 위에 서 있는 풍광이 그대로 작품이다.

와아~~작가가 좋은 소재를 맞이한 양, 탄성을 지르며 연속 샷 날린다. 

 

 

 

 

 

 

 

 

 

 

 

이쯤에서 단체 사진도 한 컷 날려주고....

 

 

 

 

아~~

나 자신감 생겼어~

내리막인데도 의기양양 힘차게 걸어내려오고 있잖아~ㅋㅋ

 

 

온 갖 폼을 잡으며 사진도 찍어보고...

ㅋㅋ..완전 신났어~

 

 

헐!!

이때 나의 시선을 온전히 잡아멘것....

우리의 가이드가 홀로 저 깊은 빙하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우와~대박!!

이건 진짜 완전 작품이야~

아!! 쟤들 왜케 멋진거야~

혹시 일부러 모델 되어주고 있는 거 아니야??

오오~~ 진짜 그런거 같애~

지네도 이렇게 홀로 이 빙하위를 걷고 있으면 완전 멋지다는걸....판타스틱 하다는 걸....

작품이 되고 있다는 걸....아는것 같아~

암튼...대박!!

 

 

빙하속으로 걸어 오르고 있는 우리의 가이드때문에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모호한 감정과

인간의 한없는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게 하는....

한 장면의 영화속 이야기를 내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

그냥 눈으로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답고 찬란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아니라,

가슴을 파고드는 .....

인간의 무한한 내면세계의 아름다움 속으로 한없이 빠져 들어가게 했다는 것....

 

아!!

너무나 매혹적이야~

 

 

 

 

 

 

 

 

 

 

 

 




 

March With Me By Vangelis/Montserrat Caba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