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몽블랑 트래킹 16일(2012.7)

26.TMB/트리앙으로....

나베가 2012. 9. 21. 04:58

 

 

 

 

 

 

 

 '포르클라 고개 (Col de la Forclaz, 1526m)'로 내려간다.

'고산 박쥐나물(Adenostyles alpina)' 이 군락을 이루어 온통 산이 보라색이다.

아무래도 단체사진 한 컷 찍고 가야할것 같다.

 

 

 

 

 어??

이 산길에 왠 문이 있을까~

일단 신기하니 사진 한 컷 찍어야 해. ㅎㅎ

 

알고보니, 이 산을 온통 메우고 있는 방목하고 있는 소들이 목장 밖 멀리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문을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걸은 길은 목장을 가로지른 것이었고, 이 문은 목장의 문이었던 것....ㅎㅎ

 

목장을 가로지르며 시커먼 무시 무시한 소들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는게 참 신기하지~

 

하긴 여긴 천국이잖아~

천국에 무서운게 어디있겠어~

 

 

 

 

 

'포르클라 고개 (Col de la Forclaz, 1526m)'를 지나니  저 아래로 장난감같은 마을-트리앙이 보인다.

아이고~ 넘 귀여워~

손으로 난짝 들어서 이리 저리 옮겨놓아도 될것만 같아~

 

 

한참을 걸어 내려오니, 이제사 소꿉장난이 아닌 진짜 마을 처럼 보인다.

그야말로 푸른 초원위에 지어진 그림같은 집들이다.

 

 

드디어 트리앙에 도착했다.

 

 

 

기념사진 한 컷 찍고갈까??

ㅋㅋ

 

 

 

예쁜 건물앞에 멈춰섰다.

뜻밖에도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란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도미토리 숙소가 아닌 2인 1실 호텔이다.ㅋ~

스위스에 들어와서 계속 도미토리 숙소만 이용했던 것이 좀 미안했는 지, 오늘 원래 배정된 숙소가 아닌 파트리샤가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로 준비한 숙소란다.

 

와우!!

그렇다면 기념촬영 한 컷 할까?? ㅋㅋ

 

아니~ 근데 저 쪽 우리 일행들 포즈가 심상찮아~

누가 일렬로 간격까지 딱 맞추어 세워놓았나??ㅋㅋ

아무래도 와인 광고 버스인것 같은데...버스를 완전히 덮고있는 광고그림과 어울려 너무 재밌다.

폼잡고 사진 찍으려다 되려 일행들 한 컷 잡는다.

 

 

 

 

 

방에 들어와 얼른 짐을 풀어 새벽 호수에 빠져 채 말리지 못한 젖은 옷가지들을 널었다.

그리고 얼른 씻고 식사 시간에 맞추어서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에는 외국인 트래커들로 가득했다.

헐~ 우리가 앉을 자리가 여의치 않아 두리번 거리자 밖의 테라스에 마련된 자리로 안내를 한다.

와우!!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기막힌 풍광이......

이 마을의 핵심인 성당을 비롯해 가장 멋진 풍광이 고스란히 창을 통해 우리 식탁에 드리워졌다.

 

 

 

 

아!!

감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눈으로도...

맛으로도...

이탈리아인 주방장을 둔 듯....ㅋㅋ

 

 

 

 

 

 매일 매일 맛있는 식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쌀이 본능적으로 그리웠을까....

그릇에 한가득 담겨온 밥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지는 거다.

소고기 스튜에 섞어서 치즈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와 먹으니 입안이 살살 녹는다. ㅋ~~

와인 맛도 환상....

이러다가 집에 돌아가서도 매일 저녁 식사때 마다 와인 찾는 거 아닐까??

ㅋㅋ 

 

그때 갑자기 안쪽 식당이 소란스럽다.

누군가 생일을 맞은 모양이다.

노래 부르고....난리가 났다.

그런데 왜 우리까지 기분이 업되는 걸까~~ㅎㅎ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으로 식사를 마치고

우린 방에 들어갈 것도 없이 그대로 산책을 나갔다.

마을을 휘감고 있는 알프스 ...

그 꼭대기 먼 발치서 트리앙 빙하가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린 두런 두런 얘기꽃을 피우며 길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가장 먼저 발길 닿은 곳이 성당....

성당 문은 저녁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려 있었다.

시골의 작은 마을 성당답게 내부는 소박했다.

그래도 제대 양옆으로 스테인드 글라스도 있다.ㅎㅎ

잠깐 기도를 드린 뒤 곧바로 나와 또 걸었다.

 

  

 

 

 

이곳도 역시 스위스 전통가옥 샬레가 곳곳에 눈에 띤다.

여전히 색색의 덧창은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이뻤고.

꽃으로 예쁘게 단장해 놓은 집들 사이를 걷는 일은

더없이 기분좋은 일이었다.

하루 종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대도시를 가도 그렇지만

이곳은 시골 마을이라 더더욱 늦은 저녁시간인 지금은

인기척 조차 없다.

그런데 그게 또 그렇게 기분이 좋은 것이다.

 

고요...

적막...

쓸쓸함...

빔....

내 마음도 이 마을 처럼 터엉 비어가는 듯한 느낌...

한없는 가벼움...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쌀쌀할 정도로 차다.

그래도 우린 끝모를 줄 모르고 걸었다.

그냥...

이젠 별 말도 없이....

 

어느샌지 마을의 집들 창으로 불빛이 하나 둘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푸른 빛의 향연이 펼쳐지겠지~

점점 푸른색의 강도가 짙게 드리워 밤으로 가는 그 어슴푸레한 분위기는 또 얼마나 매혹적인가~

 

어둠이 꽤 깊어졌다.

제법 시간이 흐른듯 하다.

 

"우리 어디까지 갈거예요??"

"저어기~ 다리까지요~"

"헐~ 너무 멀어요~추워요~

그만 돌아가요~~ㅠㅠ"

 

 

아무래도 새벽에 호수에 빠진것이 여파가 있나보다.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든다.

 

어둠이 순식간에 깊어진 듯....

발길을 돌려 돌아오는 길은

깜깜할 정도였다.

 

그래도 뭐가 아쉬운 지....

잠시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 본다.

 

불빛이....

하늘과 맞닿은 알프스 꼭대기의 트리앙 빙하가....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밤 풍광이 아름답다.

 

커피 마시고 싶다!!

 

 


Vincent / dana w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