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몽블랑 트래킹 16일(2012.7)

25.TMB/샹뻬호수의 새벽.. 트리앙으로....

나베가 2012. 9. 20. 21:20

기척에 깼다.

다름아닌 초저녁 잠이 많아 늘상 이른 새벽에 깨는 나의 파트너 때문에...ㅎㅎ

이풀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나에게 급히 손짓한다.

새벽 호수의 풍광이 기막히니 빨리 나오라고...

오홋~~

그 소리에 나 또한 벌써부터 흥분되 허둥지둥 패딩조끼를 걸친 채 카메라 들고 나섰다.

 

 

아!!

다행히 아직 호수는 잠든 채 깨지 않고 있었다.

어젯밤 밤 늦도록 펼친 불꽃놀이에 호수가 얼마나 지쳤으면.....ㅎㅎ

아주 아주 깊은 수면에 빠진 듯....

너무도 잔잔해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시려왔다.

 

높디 높은 하늘을 그대로 담은 호수는 그 깊이를 알아 차릴 수 없어

오랜 동안 쳐다보고 있자니 마치 끝모를 블랙홀에 빠져들어 가는듯 했다.

아~~

 

 

 

조금뒤면 호수속으로 빠질것 같은 운해의 띠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감탄하는 내게 이풀은 한 마디 더 거들었다.

아까는 완전히 운해의 띠가 호수를 비이잉 휘감았었어~

아~~ 그래??

아주 아주 머어얼리서 부터 새벽동이 트려하면 벌써 별빛이 하나 둘 사라지듯.....

운해의 띠도 동이 터 오를 수록 기운을 잃고 있었던 게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워 신음소리가 터지고

반면 그 매혹적인 광경을 보지 못한 안타까움에 또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호수속으로 빨려들어가듯 그 자리에 앉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

너무 호수에 빠져들었었나??

호숫가 너무 가까이까지 들어가다가 그만 밤사이에 내린 비로 돌과 나무들이 젖어있어 미끄러져 버린 것이다.

 

아아악!!

어찌할 사이도 없이 나는 그만 호수속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가장자리는 그리 깊지않아서 호숫가로 나오긴 했지만 완전히 머리까지 물에 빠져버려 생쥐가 되어버렸다.

패딩조끼는 주머니에까지 물이 가득차서 붕붕 부풀어 올랐다.

쭉쭉 물을 짜내다 생각하니 그제사 모든게 들어있는 허리쌕이 떠오른다.

아~~

얼른 지퍼를 열었더니 벌써 물이 흥건~~

다행히 그 안 지퍼에 넣었던 지갑과 여권은 괜찮았다.

정신없이 쌕 속의 것들을 다 빼서 물기를 닦아내고 숙소로 급히 들어갔다.

우리 둘만 쓰는 방도 아니고 모두 함께 쓰는 도미토리인데....

화장실로 가는 복도의 콘센트에서 시끄럽지만 계속 헤어드라이기로 배터리부터 말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3~40분을 머리부터 몸, 쌕속의 물건들, 옷을 대충 말리고 나니 벌써 출발 시간이 가까워 왔다.

 

 

 

 

아~~ 어떻해!

공연히 나때문에 이풀 조차 아침을 굶게 되었다.

정신없이 짐을 꾸려 밖에 내놓고 배낭을 매고 출발 선에 서서 인증샷 날렸다.

 

ㅋㅋ

물에 빠져놓고 뭐 좋다고 V자까지 그었다.

 

<지도사진 출처/신내과 의원갤러리>

 

오늘은 '브와벵 산장(Rifuge Bovine, 1987m)'을 넘어서 '트리앙(Trient)'으로 가는 일정인데,
산장 까지 오르막이 조금 힘들지만, 어제와 같이 여유로운 날이다.

산장 뒷편으로 접어드니 이렇게나 아름답게 야생화가 밭을 이루고 있다.

멋진 출발이다.

 

 

 

오늘도 울창한 숲으로 들어섰다.

길섶으론 세찬 물줄기가 흐르고...

쭉 쭉 솟아 오른 멋진 나무들로 빼곡한 숲을 걷는 시작이

절로 탄성을 내게 한다. 

아~~

오늘은 제대로 산림욕을 할것만 같아~~

 

 

헐~

저어기~~저렇게 큰 십자가를....

집들을 올망 졸망 아주 자그만한 것들로 아기자기 하게 꾸며놓은 스위스 사람들이 오직 십자가만은 저렇듯 크게 세워 놓았다.

무엇을 두려워 한 것일까....

아님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신을 경배하는 마음??

두가지 다 일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움 앞에는 항상 치명적인 위험이 있는 것처럼.....

 

주변의 산은 빙하로 덮여있고, 겨울엔 눈 폭탄, 여름엔 물 폭탄의

자연 재앙을  감수해 냈어야 할 테니까....

 

 

 

아!! 한참 커피가 고플 즈음...

전망이 기가막힌 찻집이 나타났다. 

 

 

정말 스위스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듯 동화속 소녀들 처럼 살아갈까....

이렇듯 자그마하고, 섬세하고, 마치 초등생이 꾸며놓은 듯 집 안팍 구석 구석을 꾸며놓다니...ㅎㅎ

이쁘고 멋짐을 떠나서 그 아름다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오늘도 비교적 여유로운 일정이라

이 찻집에서 한 참을 머물며 여유를 즐겼다.

나는 아침을 굶었으므로 빵을 시켜서 커피와 함께 먹었다.

맛있는 커피에 빵까지 먹으니 좀 기운이 난다. ㅎㅎ

 

그때 비가 책을 한권을 들고왔다.

다름아닌 이곳을 들렀다 간 어느 트래커가 발간해 찻집 주인장에게 보내준 한글로 된 책이었다.

오오~

비는 그 책을 얼른 가지고 와 우리들 앞에서 열심히 읽었다.

와우~

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한글을 잘 읽었다.

아니, 아직 뜻을 확실히 잘 몰라서 그렇지 한글을 줄줄 읽었다.

이선생님은 혼자서 터득한 비의 한글 실력과 노력에 감동을 받아 옆에서 칭찬을 마구 퍼부우며 비에게 용기를 주었다.

 

 

 

글쎄 저 책을 보내준 작가가 함께 보내준 걸까....

한국인 트래커가 그리 많이 찾지않는 이곳을 생각할때 태극기가 걸려있는 걸 보니, 이 집과 여간 돈독한 친분을 맺었던게 아닌가 싶다.

암튼 이국 멀리와서 커다란 태극기가 걸려있는 걸 보니 감동백배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냥 스쳐 지나갈 수는 없지~

주인장 불러세워 모두 함께 단체 사진 찍었다. ㅋㅋ

 

 

이제 또 출발이다.

난 커피 중독이 확실해~

에스프레소 더블 한 잔에 이렇게 기운이 샘솟을 수가....

새벽 호수에 퐁당 빠져 온 몸에 한기가 으슬 으슬 돋았던 찌푸둥함도 깨끗이 날라갔다.ㅋㅋ

다시 시야에 나타난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은 이런 나의 기운을 더욱 업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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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곳은 소의 천국이네~

오늘 우리가 걸은 길이 '소의 길' 이라더니.....ㅋㅋ

저 언덕배기를 가득 메운 검은 소들은 얼마나 건강할까....

저 아름답고 힘찬 알프스의 정기를 그대로 받으며 푸르른 초목의 야생화들을 따먹고 살고 있으니....

검은 소 등에서 나는 빛이 유난히 반짝이는 듯 하다.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 올랐다.

이제 거의 끝에 올라선 것일까.....

기가 막힌 시원한 정경이 발길을 붙들어 맨다. 

 

기막힌 날씨....

파아란 하늘의 하얀 새털 구름까지....

 기가 막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랐음에도 일행들 표정이,,,,

힘듦보다는 모두 감동의 도가니에 빠진 표정들이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어찌 숨길 수 있으랴~~

 

 

 

 

 

 

 

 

 

 

 

아!! 좋다~

알프스를 함께 걷는 연인들....

 

 

 

연인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나 또한 솟아오른 그리움을 구름에 실은 채....

또 꿈길의 알프스를 걷는다.

 

그 끝에 나타난 브와벵  산장(Rifuge Bovine, 1987m)

 

우리가 뒤쳐진 것이야??

 

산장엔 벌써 점심을 먹는 트래커들로 가득했다.

왠지 모를 젊음의 혈기가 가득한 것이 또 다른 에너지가 느껴진다.

오우~우리도 오늘은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가 보네~ㅎ

 

모네의 그림-풀밭위의 식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경치가 아주 멋지고, 무엇보다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커다란 매리트가 있다. ㅋㅋ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 우린 양말까지 다 벗고 일광욕까지 즐겼다. ㅋㅋ

맥주의 취기가 오른걸까??

아님 경치에 취한걸까??

모두 히히낙낙이다. ㅋㅋ

 

 

 

 

 

 

 

이제 휴식 끝....

비의 명령이 떨어졌다.

뷰랴 뷰랴 양말 신고 등산화 챙겨신고....선 크림도 다시 덧 바르고....

점심 먹고 남은 거 챙겨넣고,,,수통에 물 채우고...화장실 다녀오고...

한 바탕 전쟁을 치루듯 순식간에 준비 완료....

또 출발이다.

 

 

Andrea Berg - Die Gef hle haben Schweigepflicht (비밀의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