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테 데 라 트롱쉐에서의 휴식도 이제 뒤로 하고 다시 하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마치 썬텐을 하듯 웃옷까지 벗어재끼고 엎어져서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던 트래커들도
이제 하나 둘 짐을 챙겨 떠난다.
알프스 산군을 배경으로 떠나는 그 모습이 또 한폭의 그림이다.
알프스에선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거 같다.
트래커들에 시선을 두고 따라가 본다.
거대한 산군아래 실처럼 나 있는 구불 구불한 길과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되어 판타스틱하다.
해영씬 아직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것 같다.
저 아래로 까마득히 내려가고 있는 트래커들과 거대한 알프스의 마력에 완전 빠져들은것 같다.
살금 살금 다가가 멋진 포즈 한 컷 잡아준다.
살금 살금 다가가 멋진 친구의 모습도 담고...
해영씨....다시 한 컷 잡아준다.
이탈리아에서 바라 본 몽블랑 산군....그랑조라스....
누가 이 장엄하고도 매혹적인 광경앞에서 빠져들 지 않을 수 있으랴~
무아지경으로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 그랑조라스와 하나되어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 장면을 잡아내는 일...또한 흥분되는 일이다.
멋진 사진.....
아!! 아무래도 안되겠어~
나두 한 컷 찍어 달래야지~
아까 그랑조라스 앞에서 만났던 잘생긴 청년들이 올라왔다.
후훗~
이번에도 너희들은 선택된 거야~
우리는 마치 잘 아는 사이 처럼 반갑게 조우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녀석들....멋지군!!
이젠 우리도 내려가야지~
와우!!
'테테 데 라 트롱쉐' 에서 내려가는 길이 이렇게 환상적이었어?
위에서 내려다 본 풍광과는 또 다른 매혹적인 천상의 화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저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아!! 어떻게 여기를 후딱 지나쳐 걸을 수가 있겠어~
헐~
저게 뭐야??
모두들 뭔가를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알고보니,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에델바이스...'
아!! 이게 에델바이스 였구나~
천상의 꽃 ...에델바이스.....
영화속 한 장면이....꿈결처럼 올라와 현실과 오버랩되고 있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떼어놓는다.
아니지~ 빨랑가자!
상상속에서만 그려왔던 천상의 화원이....
앞으로도 끝없이 펼쳐질 그 길이 궁금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와아!!
또 탄성을 내 뱉게 만드는 광경이 펼쳐졌다.
가운데 그랑조라스가 훤히 뵈는 발론 데 말라트라 ( Vallone de Malatra) 계곡 .....
마치 특수렌즈로 찍은 듯 착각을 하게 만드는 멋진 계곡 풍광이 믿을 수 없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발론 데 말라트라 ( Vallone de Malatra) 계곡
카메라에 담느라 한 참을 쳐져 또 급히 내려가니....
그럼 그렇지~
어떻게 여길 또 후딱 지나갈 수 있겠어~
모두들.....
마치 활강이라도 해야할것만 같은 '발론 데 말라트라 계곡'의 시원스런 풍광에 빠져있었다.
아!!
또 천국의 길이야~~~
매혹적인 천상의 화원을 지나니 울창한 숲 너머 깊은 계곡 한 가운데 마을이 보인다.
오오~ 저기가 오늘 우리가 묵을 라바쉐(LAVACHEY)구나~
완전 그림인걸~
마을 입구에 다다르니....
잘생긴 흑소들이 커다란 방울을 쩔렁 쩔렁 흔들며 어슬렁 거리고 있다.
알프스 숲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가 마치 커다란 종소리 같이 우아하여 얼마나 좋던 지....
느닷없이 말러의 교향곡이 떠오르며 감정을 증폭시켰다.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말러가 이 우아하고 평화로운 소리를 놓칠리가 없다고 .....
오늘의 숙소인 라바쉐 호텔에 도착했다.
날카로운 알프스 봉우리가 훤히 올려다 뵈는 ....그 앞 파아란 잔디밭 위에 가득 놓여있는 파라솔과 안락의자가 눈길을 잡는다.
호텔앞에 앉아서 따사로운 햇살을 쬐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도 정겹고....
오늘은 3인실에서 정숙언니랑 함께 쓴다.
기인 일정에 피곤했는 지...정숙언니와 이풀은 방에 들어가자 마자
침대에 쓰러졌다.
공동 욕실을 쓰는 관계로 먼저 재빨리 씻고 세탁하고 나와 나도 저녁시간까지 잠시 침대에 누웠다.
달콤함이 온 몸에 퍼져든다.
아!! 이 기분 좋음....
오로지 두 발로 걸었던....
온 마음과 눈엔 아름다움이외엔 그 어떤 사심도 들어올 수 없었던 하루가
꿈결처럼 허공에 메아리 친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니, 나무 벽 빼곡히 장식되어 있는 사진들이 이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거 같아 푸근한 맘이 더 든다.
오늘의 요리-묽은 리조토, 그리고 라비올리로 만든 파스타,야채 고기 스튜,감자그라탕과 얄팍하게 슬라이스 해서 구운 돼지안심...
그리고 디저트로 체리파이.....
역시 ....
집사는 영국인, 애인은 프랑스인,요리사는 이탈리아인이라는 말이 확실히 맞아~~
ㅋㅋ
저녁을 먹고나서 해영씨와 산책을 했다.
역시 나와 해영씬 에너자이저.....ㅋㅋ
TMB 시작후 하루도 빠짐없이 트래킹의 2부를 가졌으니....친구 이풀 말이 맞다.
"넌 힘이 넘쳐나냐~~" ㅋㅋ
헐~
그런데 에너자이저가 또 있었군~
저만치서 역시 하루도 빠짐없이 TMB2부를 즐기고 있는 이선생님 내외가 벌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세찬 계곡을 따라 머얼리 몽블랑 산군을 바라보며 걷자니 거리 감각이 없어져 버린다.
미약하게나마 백야현상이 있는건 지, 썸머타임 때문인 지...아직도 푸르스름한 초저녁 기운까지 가득하니, 우린 이런 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끝없이 걸었다.
헐~~
이대로 생각없이 저 하얀 설산의 봉우리를 따라 가다간 꾸르마예르까지 갈것 같았다. 거대한 알프스 산군은 그렇게 지척에서 뵈지만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발길을 서둘러 돌렸다.
벌써 시간이 얼마나 많이 흘러버렸는 지...
돌아오는 길은 어둠으로 이내 침식되어 버렸다.
짙은 프러시안 블루로 가득한 분위기....
아무도 없는 알프스의 깊은 계곡에 단 둘이 걷고 있자니, 정말 그 적막감이란....
분위기에 휩쓸려 말없이 빠른 걸음을 걸었다.
계곡물 소리가 더욱 세차게 귓전을 때린다.
아!!
이런 느낌이라니....
오직 태초의 자연만이 있고....
터엉 빈 듯한....
아니, 뭔가 말할 수는 없는 에너지가 내 안 가득히 차고 들어오는 듯한....
너무 늦어 아주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갔지만 이풀이 내 기척에 깼다.
아이구~
미안한 맘에 내일부터는 저녁먹고 일찌감치 들어와 자리라 맘 먹어본다.
정말 알프스의 정령이 나를 유혹하는건 지....
내힘이 넘쳐나는 건지....
아님 젊은 혈기의 해영씨 기운이 넘쳐나는건 지....
아무래도 모두 다 인것 같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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