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파트너 이풀은 밤 문화엔 전혀 관심이 없어서
9시만 되면 꿈나라에 가 있는 친구다.
반대로 나는 야행성....
한때 작업하느라 늘상 밤을 새기가 일상이 된 탓도 있고, 예술의 전당에 다니느라 밤 12시 반에 귀가하는게 또한 일상이기도 했고....아니 무엇보다 블로그를 하면서 업데이트 하느라 밤새기가 일상이 되어 버린 탓이 제일 크다.
오죽하면 우리 딸이 하는 말이 내가 잠을 하도 안자서 도둑이 들어오려고 기회를 노리다가 지쳐서 포기했을 거라고....ㅋㅋ
암튼....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산악마을인 꾸르마예르의 밤거리를 걷고 싶었는데, 든든한 가이드 해영씨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꽃으로 가득한 거리....
역사가 그대로 묻어있는 듯한 나즈막한 건물들....
눈을 어디에 두어도 볼거리 천지인 쇼핑센타가 즐비한 골목....
걷다가 쉬고 싶으면 어디든 들어가 앉고 싶은 노천 레스토랑과 까페들...
골목의 쇼윈도우에 온통 맘과 시선을 다 빼앗기다가 잠시 고개를 들으면
골목 사이로 보이는 하얀 설산....
그리고 여행자들의 들뜲으로 가득한 열기...
이 보다 낭만적인 도시가 있을까....
쇼핑센타는 많은 곳이 문을 닫았고, 그 늦은 시간에도 아직 연곳도 있었다.
그래도 유럽은 어디나 밤새도록 쇼윈도우 불을 켜놓기 때문에 쇼윈도우 구경만 해도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다.
스키어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도시답게
이 작은 도시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매장들이 즐비해 구경거리를 한층 더 해 주기도 했다.
눈으로만 즐기기에도 너무나 비싼 명품들....아르마니, 에뜨로,프라다,페라가모....등등 ㅋㅋ
암튼 우린 스포츠 매장에 더 관심이 많았으므로 열려있는 곳은 다 들어가 물건들을 탐닉했다. ㅋㅋ
아무래도 본고장이다 보니, 유명 명품 아웃도어 물건 값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저렴해 유혹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다.
그래도 일단 패스....ㅋㅋ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골목을 걸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가니, 마침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광장 한 가운데 무대에서 댄스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는 거였다.
굉장히 많은 팀들이 나와서 경연을 펼치는데, 얼마나 멋지고 대단한 공연인 지 관광객들의 열기까지 합해져 정말 대단했다.
아~~ 어쩌면 저렇게도 춤을 잘 출 수 있을까....
감탄과 함께 저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싶은거다.
혹시 밥 먹고 춤만 추다가 혼나지는 않았을 지....ㅋㅋ
그래도 누군가가 뭔가에 미쳐서 빠져들었음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멋지고, 신나는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거잖아~ 생각도 든다.
그래~
그래서 세상이 재밌고 살맛이 나는 거야~
다 개성이 다르고 뭔가에 미쳐서 빠져듦이 다 다르고
도저히 내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삶들이 있어서 세상은 존재하고 발전하는 거....
차라리 내가 젊었을때 보다
더 신나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젊음, 용기,패기, 에너지....
너무나 이쁘다는 느낌....ㅎㅎ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TMB내내 2부 일정을 소화하느라 늦게 잤지만....ㅋㅋ
나 역시 잠이 많지 않으므로
여행중에는 일찍 잘 일어난다. ㅋㅋ
오늘은 모든게 그저 여유롭기만 하다.
하루쯤 이렇게 쉬는 날이 있다는게 이렇게 여유를 줄 줄 몰랐다.
침대에서 한 참을 뒤척이며 뭉개다가 천천히 준비를 했다. 준비래봤자 짐을 챙길 일이 없으니 그저 씻는게 다다.
아침식사를 하러 어제 저녁 그 레스토랑으로
갔다. 콘티넨탈식 뷔페로 가지런히 셑팅이 되어있다.
유럽 여행을 하고 돌아가면 한 동안 그리워지는게 맛있는 빵과 치즈, 그리고 커피다.
그것만 있으면 O.K
아침을 먹고는 맘이 또 급해진다.
강건너 오래된 이탈리아 전통 가옥들이 즐비한 동네도 가야하고....
어젯밤 늦도록 헤메며 탐닉했던 쇼핑센타를
본격적으로 지름신 대동해 탐방하려하니...
ㅋㅋ
아~
그리고 점심땐 또 뭘 먹을까~
맛있는 거 먹어야징~
밤하고는 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꾸르마예르의 골목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온통 꽃으로 장식된 너무나 예쁜 주택들..
눈을 사로잡는 앙증맞은 간판들...
발자욱을 뗄때마다
카메라 셔터 누르느라 정신없다.
오늘이 주일인데.....
혹시나 싶어서 성당으로 발걸음을 급히 움직였다.
오오~
미사가 마악 시작한 직후였다.
우린 해영씨를 빼고는 모두 천주교 신자였으므로 (사실 이풀은 앞으로 천주교 신자가 되기로 한...예비신자 ) 미사에 참례했다.
성당의 규모는 작은 도시답게 자그마했지만, 그래서 이제까지 봐왔던 엄청난 규모의 대성당보다 마음이 차분해 지는게
진짜 미사참례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말은 알아듣지 못해도 전 세계가 공통으로 같은 예식으로 집전되므로 분심들지 않고 미사예식에 흡수되었다.
아니,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가슴을 메워왔다.
매 여행때 마다 신비롭게도 주일날 도시에 머무르게 되고, 우연한 발걸음에도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는게....
얄팍한 나의 신심에 하느님의 큰 사랑과 하느님의 안타까움이 느껴져서 감동과 함께 죄스런 맘이 일었다.
무엇보다도 오늘....이풀이 정말 천주교 신자가 되기로 굳게 맘먹은 날이기도 해서 그 감동은 더 컸다.
사실, 이풀은 아직 영세도 받지않았으면서 오늘 고백소에서 성사도 보고, 성체도 간절히 모시고 싶다고 해서 모셨다.
사실 천주교 신자라 할 지라도 죄를 지었으면 성체를 모실 수가 없는데....ㅎㅎ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다 아시니까, 이풀을 오늘 이곳으로 인도하신 분도 그분이시니까....
사실 그랬다.
미사에 참례하자고 성당을 찾아 이끈 사람이 바로 이풀이었다.
세계적 관광명소의 주일답게 거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쇼핑센타를 누비며 쇼핑을 즐겼다.
우선 해영씨의 쇼핑을 도와주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선물할 핸드백 ...
우리가 하나씩 골라서 '이게 이쁘다, 저게 이쁘다...'하면서 들어보고,메어보고 하면
그중에서 해영씨가 고르면 되었다. ㅋㅋ
그리고 나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부추겨 주기까지 하면 기분이 모두 좋아지는 거다.
그렇게 우린 모두 서로 서로 도와주고 도움받으며 작은 쇼핑들을 즐겼다.
이제 배가 고프다.
뭘 먹을까....또 고민에 빠졌다.
"그래~
우리 저기 가서 피자 먹자.
그래도 이탈리아에 왔는데, 정통 피짜를 먹고가야 하지 않겠어?"
테라스에 앉아서 피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니 기가 턱 하고 막힌다.
슈퍼 프리미엄급 라지 사이즈는 족히 될 피자들을 한 판씩 차지하고 먹고 있었던 것...
물론 아주 얄팍한 화덕구이 피자이긴 하다만....
어찌되었든 맛있어 보이는게 갑자기 허기가 더 찾아든다.
우린 2층 난간에 마련된 자리에 안내받아 앉았다.
메뉴판을 받아든 순간...몇 페이지나 되는 메뉴들이....으아아 악~~
일단 파스타는 통과...
피자들 중에 아는 단어들을 찾아 주사위를 던진다.
일단 담백한 마르가리따 피자 한 판...
그리고 또 하나는 종업원에게 추천을 받아 2판을 주문했다.
맥주와 함께....
거대한 피자 2판이 반으로 갈라서 4인분으로 해서 우리앞에 놓였다.
핫소스는 아니고 매운 고추조림같은것과 함께 먹었는데, 그게 얼마나 구미를 당겨주는 지...정말 맛있게 그 큰 피자를 싸악 먹어 치웠다.
더욱 기분이 띵호와~가 된것은 오늘 점심은 해영씨가 쐈다는 거....
쇼핑도 도와주고, 사진도 매번 찍어주고....
그런 등등의 이유로....
오호 ~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 선물까지 고르는 맘씨가 여간 이쁘지 않았는데...
그뿐만이 아니라 이 누님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줄 줄 알고....
모든게 맘에 드는구먼~
ㅋㅋ
저녁때 가이드 비에게 얘기를 하니, 우리가 먹은 TUNNEL 피자집이 이곳에서 아주 유명한 집이란다.
ㅋ~~
점심을 먹고 우린 각자 헤어졌다.
정숙언니는 혼자서 걸으며 남은 쇼핑을 즐기고 싶다고 하고...
해영씬 어제 케이블카 타고 내려오면서 봐 두었던 트래킹 코스를 걷겠다고 하고...
나와 이풀은 강 건너 이탈리아 전통가옥이 있는 동네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우린 길을 따라 걸었다.
햇빛이 얼마나 따가운 지, 아침에 호텔을 나설때 약간 흐린날씨에 들고 나왔던 우산을 양산으로 펴 들고 걸었다.
가는 길목에 공동묘지가 있어 들어갔다.
묘지를 돌아보는데 사진들이 대부분 알피니스트들이 많아 보인다.
아~
이들이 자기 평생을 다 바쳐 알프스에 올랐고, 결국은 알프스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구나~
주변을 둘러보니, 코앞에서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고 있다.
그래~
이들은 죽어서도 행복할 거야~
죽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알프스를 바라보면서 그 에너지를 그대로 받고 있을테니까....
태양이 유난히 더 찬란하게 느껴졌다.
자기 생을 한곳에 몽땅 바친 숭고한 이들의 삶도.....
강을 건너 전통마을에 이르는 곳은 산 언덕배기로 올라야 했다.
신발도 슬리퍼에 뜨거운 햇살은 내리비치고....
오전 내내 쇼핑한다고 거리를 누비며 에너지를 다 쓰고 다녔더니만
오히려 트래킹을 할 때보다 더 온 몸이 지쳐온다.
에구구~
우린 아까 올라오면서 보았던 꼬마 관광열차를 타기로 하고 기다렸다.
ㅎㅎ
정말로 잠시 기다리니 빨간 꼬마열차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우린 달려가서 잡아탔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 겨우 빈자리를 찾아 앉을 정도였다.
타는것은 무엇이든 지 좋아하는 나 인지라 또 신이 났다. ㅋㅋ
정말이지 꼬마 열차가 아니면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인형의 나라 골목들을 구비 구비 달리며 전통가옥을 구경시켜 주고는 갑자기 열차는 섰다.
말을 알아 들을 수 없는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두리번 거리고 있다가 그들과 함께 내렸다.
아니, 우리 힘들어서 이거 타고 강 건너 중심거리로 갈려고 탄건데.....??
여기서 왜 다들 내리는 거야~??@#$
사람들을 따라 언덕으로 올랐다.
ㅋ~~
거기엔 사슴들이 있었다.
바로 사슴을 구경하기 위해 내린 것....
먹이도 주고...좋아들 하더만 우린 재미없어서 내려와서 아무도 없는 꼬마열차 조종석에 타면서
사진찍기 놀이를 했다. ㅋㅋ
꼬마 열차는 강 건너 중심 거리로 다시 돌아와서 한 바퀴 돌고는 광장앞에서 섰다.
종착역....ㅋㅋ
우리는 더위에 지쳐서 아이스 크림도 사먹고, 콜라도 사먹고 하면서 계속 거리를 더 활보했다.
스포츠 매장에 들러 좀 더 쇼핑을 한 다음에 분위기 좋은 까페로 들어섰다.
"아이고~~이젠 좀 쉬자"
"뭐?? 오늘 하루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으라구??
트래킹 할때보다 훨씬 더 힘들어~
에고 에고~~"
ㅋㅋ
저녁이 되니 그렇게 뜨겁던 날씨가 갑자기 싸늘해진다.
낮에는 훌훌 다 벗어버리고....
밤에는 패딩조끼 정도 입어줘야 할 정도로 일교차가 심하다.
에스프레소 더블 샷을 시켰다.
아!! 역시 이맛이야~~
한 순간에 온 몸을 내리눌렀던 피곤함이 싸악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커피 중독이 확실히 맞는거 같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다.
그래서 유럽의 레스토랑이나 까페는 실내보다 실외자리가 더 비싸다.ㅎㅎ
사진 찍기 놀이.....ㅋㅋ
정숙언니가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처음 TMB를 시작할때의 고통을 생각하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ㅎㅎ
시간에 맞추어 모두 식당에 모였다.
오늘도 다같이 와인으로 건배!!
오늘은 그 어느때 보다도 이야기 꽃으로 화재 만발이다.
모두 각자 시간을 보낸 하루였으므로....
왜들 이렇게 행복해 보일까??
뭐했지??
쇼핑 많이 많이 했나??
푸하하~~
오늘의 요리는 리조토와 고기 요리..
오늘도 이탈리아 요리사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주 맛있고 훌륭한 요리...
그런데 어제 요리 가지수가 많아서
오늘도 그럴 줄 알고
고기를 조금 가져다 먹었더니...
그것으로 끝이다.
ㅠㅠ
감자요리가 맛있어서
더 달라고 해서 더 먹었지만...
암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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