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알프스의 정경은 끝없이 펼쳐졌다.
험준한 바윗길을 오르고 내렸던 것은 벌써 까마득히 잊은 듯....
우린 다시 알프스의 본연의 모습에 열광했다.
그럼 그렇지~
이처럼 아름다운 천상의 화원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지.
먼저 내려간 비가 벌써 신발까지 벗고 스카프를 깔고 그 위에 벌렁 누워있는 것이었다.
아!! 꽃이 가득 프린팅된 저 노오란 스카프....
바닥에 깔고 누우니 그림이 따로 없네~
나도 당장 한국에 가면 몇개 마련해야겠어~
아!!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저렇게 깔고 누울데가 있을까??
우리도 다 누웠다.
누워서 보는 하얀 설산과 파아란 하늘은 또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옆으로 누우면 눈에 가득 들어오는 야생화....
정말이지 어느곳에 시선을 두든 탄성이 그칠 수가 없게 한다.
그저 행복에 겨울 뿐....
갑자기 비가 손짓을 하며 마악 부른다.
무슨일이 있나 헐레벌떡 달려갔더니만
야생화 하나를 가르치며
'바닐라' 라고 향기를 맡아보라고 한다.
아!!
고급스러운 기막힌 바닐라 향....
그것은 우리가 늘상 접하는 싸구려 인공 바닐라 향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향기를 품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꺽고 싶어 손이 갔다.
비가 깜짝 놀라며 꺽지말라고 손을 잡는다.
아!!
그렇구나~
여기 알프스에선 그 어떤 것도 욕심내서도...
소유하려해도 안되는 거였어.
여행자이기에 우린 또 일어나서 걷기 시작했다.
하얀 야생화가 또 유혹하며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앞서 가고있는 우리를 이 선생님께서 마악 부르신다.
뒤돌아 보니,높은 언덕배기에 올라서서 빨랑 오라고 손짓하신다.
안 오면 오늘 알프스의 10%는 놓치는 풍광이라고...
정말 감성도 풍부하신 이선생님이시다.
우린 발걸음을 돌려 이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올라갔다.
헐!!
정말이지 그곳엔 초록 벌판에서 유난히 고고한 자태의 품위를 보여주는 하얀 야생화가 파도처럼 하늘거리고 있었다.
목화솜 처럼 생긴 하얀 야생화가 바람결에 파도치듯 하늘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석처럼 매혹적이었다.
아~~ 그래~
누구라도 이 복받치듯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을 어찌 불러 세우지 않겠어~
그 안타까움은....정말이지 보고 있어도 보고싶다는 연인들의 마음과 똑 같은 심정일게야~
한 바탕 카메라에 담고 가느라 우린 일행들을 쫓아 또 정신없이 달려내려가듯 걸었다.
아!!
그러나 또 이를 어쩌랴~
이 아름다운 광경에서 어찌 또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까...
아!!
드디어 문제가 발생했다.
오늘의 일정이...그야말로 너무나 판타스틱하고 어메이징... 스펙타클 ...드라마틱해서 우리의 발걸음을 너무 자주 붙잡힌게 화근이 되었다.
오후 4시만 지나면 갑자기 일기가 싸악 변하며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소나기가 쏟아지는 이곳 특유의 날씨때문에 언제나 4시 전후에 도착하게 걷는데....
그만 그 시간을 오버한 것이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이 치기 시작하는 거였다.
갑자기 가이드 비가 길을 이탈해서 그냥 직선으로 산아래도 내리 달리는 거다.
우리도 뒤따라서 스틱으로 패인 곳을 잘 피해가며 껑충 껑충 토끼가 뜀뛰듯 날아 내려갔다.
와우~~
혹시라도 무릎과 발목을 다칠까 이제껏 조심 조심 하산길을 걸었던 것과는 369도 다르게 거의 날듯이 뛰어 내려왔으니...
그 쾌감이.....ㅋㅋ
아~ 정말 오늘의 여정은 끝까지 드라마틱하군!
기막히게 아름다운 알프스의 전형적인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우리가 묵을 '발레 드 글래시어스' 인가 보다.
치즈가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니만,역시 소가 보인다.
이곳에서 금방 짜낸 젖으로 신선한 치즈를 만들어 내는것 같다.
다행히 마을에 내려올때까지 비는 몇방울 떨어지는 정도로만 흘렸다.
미처 파트리샤랑 연락도 채 못한 채 달려 내려왔는 지 아직 파트리샤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
그러고 보니, 오늘 이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곳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나 보다.
20분정도 기다렸나??
저 만치 구불 구불한 길을 차 한대가 열심히 달려오고 있다.
분명 파트리샤일거야~ㅋ
그랬다.
우린 그 어느때 보다도 반가움에 서로 껴안으며 요란스럽게 인사를 했다.
왜 아니겠는가~
아침이면 우리의 점심 도시락을 챙겨주고 등산로 입구까지 태워다 주고, 오후 트래킹을 마치고 내려오면 여지없이 파트리샤가 우릴 반갑게 맞이하며
숙소까지 데려다 줬는데, 그저께 아침에 헤어지고 이틀만에 정숙언니와 함께 만나니 그 재회가 요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ㅎㅎ
우리의 숙소는 저 구불 구불한 길을 1시간쯤 걸어내려가야 있단다.
거길 다시 걸어내려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Oh!! No~~
ㅋㅋ
우린 오늘 너무 익사이팅한 여정을 걸었어요~
파트리샤와 정숙언니는 모처럼 저 멋진 길을 걷고 싶었나 보다.
결국 파트리샤와 정숙언니는 걸어서 숙소에 오기로 하고, 우리는 비가 운전을 하고 숙소로 내려갔다.
언제나 그렇듯....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가장 고픈건 한 잔의 맥주였다.
이젠 양도 늘어서 파트리샤를 제외한 우린 모두 500cc 큰 사이즈 맥주를 시켰다.
아!! 그 시원하고 구수한 맥주맛이란.....
이젠 어디가서 절대 술 못마신단 소리 하지 말아야지~
이거 뭐...술을 못마시는게 아니라 이젠 아예 술꾼이 되어버린 듯하다는.....ㅋㅋ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모떼산장은 외국인들과 수십명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
담요 두장이 가지런히 접혀있는 숙소 내부는 자못 군대 막간 같았다고 해야하나?? 심하게 말하면....포로 수용소??
ㅋㅋ
숙소 내부에는 전등도 없었다.
그래도 다른 건물에 있는 샤워장과 화장실 시설은 아주 훌륭했다.
일단 샤워부스가 많았으니까....
옆방에는 짐을 쌓아둘 수 있는 방이 따로 있어서 우린 그곳에 트렁크를 놓고,
숙소에는 배낭만 가지고 발밑에 깔은 채 누웠다.
주변을 살펴봐도 콘센트가 없었다.
아!! 오늘 사진을 넘 많이 찍어서 배터리 충전을 해야하는데....ㅠㅠ
혹시나 식당에 있을까...두리번거리며 찾아봤더니, 다행히 콘센트가 있었다.
연결 콘센트까지 이어서 핸드폰과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시켜놓고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자리를 잡았다.
나무로 지어진 전형적인 알프스의 산장이라고나 할까....
천정과 벽면 가득 꾸며놓은 장식물들이 목조주택과 여행자들이 주는 느낌과
어쩌면 그리도 잘 어울리는 지...
소박한 나무식탁과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서빙되는 저녁식사를 했다.
치즈와 함께 먹는 스프는 이곳에서도 맛이 일품이라 2번을 퍼다 먹었더니
벌써 배가 부른느낌....
아??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아코디언 연주를 시작하는 거다.
식당안은 금새 경쾌한 음악으로 가득해졌다.
트래커들은 들뜬 마음으로 모두 상기된 표정...
그때 우리의 가이드 비와 파트리샤가 두손을 번쩍 들고 흔들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당근....우리도 모두 함께했다.
이런 발랄한 우리의 모습에 외국인들도 합세했다. 그런데 우리 뒷 테이블에 앉은 일본이들은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우릴 부러운 듯 쳐다본다.
오오~
그때 우리의 비와 파트리샤가 가운데로 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어서 우리의 대장 이선생님과 그의 아내 지향씨까지....
와우~~지향씨, 청순 가련한 여인인줄만 알았더니, 저런 대담성의 멋진 여성이었어??
대박!!
덕분에 오늘 저녁식사는 그야말로 축제장분위기였다.
아!! 이렇게 즐겁고 멋진 밤이 또 있을 줄이야~~
한 바탕 축제를 벌이고 우린 잠자리를 찾아 들었다.
딱 내 몸 하나만 집어 넣을 수 있는 공간...
전등도 없는 그 작은 공간에서의 잠도 꿈꾸듯 행복하기만 했다.
이제서야 진정 알프스의 깊은 심연을 찾아 든 기분이랄까....
알프스를 걷는 진정한 트래커다운 느낌이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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