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고개(Tete Nord des Fours) 정상에서 감동의 기쁨을 나누며 단체사진을 찍은 뒤
우린 하산하기 시작했다.
산행이 늘 그렇듯...
오를땐 힘듦을 이겨내고 올라야 된다는 긴박감으로 하나도 보이지 않던 풍광이
내려오면서 생소함으로 다가와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매력이기도 하다.
어쩌면 당연한 건데,
오를때 보이지 않았다는게 매번 신기함으로 느껴진다. ㅎㅎ
저 만치 보이는 거대한 바위산이....
얼마나 압권인 지....
그 밑을 걸어가고 있는 깨알만한 등산객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쯤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알프스의 풍광에 젖어 봐야지~
헐~ 저들은 뭐야~
나처럼 잠시 서서가 아니라 아예 누워 알프스를 마음껏 가슴에,눈에, 피부에 담고 있잖아~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운게 '여유'였다.
외국인들은 어디서나 누워 책을 읽었다.
산에서도...바다에서도...사막에서도...심지어는 아예 나가지도 않고 종일 호스텔에 머물면서도...
우린 초를 다투며 여행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고 정신이 없을때 그들은 어디서나 여유로왔다.
여유....
그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걸까....
물론 경제적인 여유에서도 오겠지만 오랜 시간 길들여진 정신적인 삶의 여유에서 오는건 아닐까....
부러움에 그들을 카메라에 잡는다.
좀더 가까이....
하산 길이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험준한 바위를 타고 다시 산을 넘는다,
아!! 저 바위 꼭대기에도 사람들이....
그대로 멋진 피사체가 되어준다.
해영씨와 가이드 비가 까마득하게 저 멀리 내려가고 있다.
광활함....
터엉 빔...
쓸쓸함...
순간 이 모든 감정이 뒤엉켜 다가온다.
알프스와는 왠지 모를 상반된 감정이 ...그냥 좋다!!
한 무리의 외국인 트래커들이 우리와는 반대로의 여정을 걷고 있다.
심한 오르막을 오르느라 힘들어 보였다.
오늘의 여정은 거꾸로 가나 바로가나 힘든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알프스의 또다른 모습을 본다는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일렬로 나란히 줄지어서 알프스의 거대함앞에 실처럼 가느다란 길을 걷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적어도 이 순간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였다.
진정 알프스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 주었다.
다시 또 오르막 끝에 올라섰다.
눈앞에 펼쳐진 하얀 몽블랑 산군의 위용이 가슴을 또 뭉클하게 한다.
망연자실 하여 발걸음을 멈추고 서 있는 친구의 모습이 그대로 작품이다.
가장 알프스 다운 모습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얀 거대한 설산....
그리고 그 앞으로 두눈으로 보기 전엔 도저히 상상히 안갔던 야생화의 향연....
거대함앞에 선 아주 가장 작은 모습의 인간...
그 모습이 왠지 너무 좋다.
순리인거 같아 왠지 편안해 보여서 좋고....
더없이 여유로와 보여서 좋다.
저 순간... 아무 욕심도 없이...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모습 그대로인 거 같아 좋다.
비가 우리에게 제안을 했었다.
그냥 계속 걸어갈 것인가~ 아님 다시 오르막을 올라 호수를 보고 갈 것인가~
자기가 무척 좋아하는 곳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우린 당연히 다시 오르막을 선택했다.
한국인의 투지와 의지가 어디로 가겠는가~
그렇게 한국인의 투지로 선택해서 오른 곳.....
그곳엔 호수가 있었다.
그렇게 큰 호수는 아니었지만 주변과 어우러진 풍광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이제 다시 내려간다.
헐~
그런데 저게 뭐야~
그렇게 숨죽이며 찾아 헤멨던 고산염소-아이벡스가 아니던가~
그랬다.
거대한 산사태에 올 봄에 있었단다.
그때 순식간에 터져 내린 산사태에 휩쓸려
죽게된 아이벡스인 것이었다.
주변을 다시 보니
산사태의 위력이 어땠을 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내리막 길로 접어들었다.
언제 그렇게 험준한 바윗길을 걸었냐 싶게 이젠 또 알프스의 평화롭고 꿈같이 아름다운 풍광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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