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떼 산장은 수십명이 함께 쓰는 숙소였으므로 자연스럽게 일찍 눈이 떠졌다.
아니, 식당에 배터리를 충전시켜놓은 채 잠을 잤으므로 혹시 잃어버리지나 않을까..불안함 때문이었을게다.
치안이 불안한 남미 배낭여행의 후유증이다.
다행히 배터리는 충전이 다 된 상태로 얌전히 있었다. 나는 나머지 배터리도 조금이라도 충전하기 위해 배터리를 바꿔끼워 놓고 준비를 서둘렀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발하기 직전에 준비운동을 했다.
다름아닌 일본 여행객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준비체조에 합류한것.... ㅎㅎ
아!!
그런데 왠지 날씨가 꾸물거린다.
아무래도 비가 올것만 같다.
새벽에 나오니 밤새 비가 내렸는 지 숙소앞이 물로 흥건했지만,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어 비가 오지 않을거라고 예견했건만....
출발 직전에 다시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이내 한 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단 배낭커버만 씌운 채 출발 인증샷 한 방 날리고 출발했다.
여늬때 처럼 차로 등산로 입구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바로 모떼산장 앞이 등산로 입구였으므로...
시작하자 마자 오르막이었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 벌써 아득해진 숙소를 내려다 보던 그 순간.....
아아악!!
카메라 배터리와 충전지를 식당에 놓고온것이 생각났다.
정말 미친듯이 달려 내려갔다. 그나마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생각해 낸것을 감사하며...
배터리와 충전지를 챙기고는 다시 일행들을 뒤쫓아 달려 올라가자니 발걸음이 무거워 떼어지질 않는다.
휴우~~~
빗줄기가 강해졌다.
아무래도 오늘은 종일토록 비가 올 모양새다.
우비를 꺼내입고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기막히도록 날씨가 좋았거늘....
그려~
그동안도 우리가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서 비가 내려준것만도 얼마나 고마운 일이여~
그것만도 넘 고맙지~
출발 전 다른 사람들 여행기를 뒤적여 볼때도 지금 시즌에 비가 자주 내렸던 기억이 그제사 떠 올랐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비오는 날 트래킹이 나쁘지 않았다.
안개에 휩쌓인 알프스 산자락의 몽환적 분위기가 여간 매혹적이지 않다.
계곡 사이에선 마치 연기가 피어오르듯 안개가 피어오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생화의 아름다움은 발아래 계속 펼쳐졌다.
그 안개속을 걷는 기분이....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고나 할까....
제법 비가 내려서 카레라를 꺼내 사진 찍을 엄두는 못내고,,,걍 주변 풍광에 빠져 걷다보니....
벌써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국경-세뉴 고개(Col de la Seigne.2520m )에 도착했다.
에구구~ 저게 뭐야~
저 쬐끄만 비석이 국경을 표시하는 거....다야??
그 옆에 작은 돌을 주어다 일렬로 선을 그어놓은 건....트래커들이 한 것??
ㅋㅋ
국경을 넘어가는 시츄에이션을 취해봐~
한 컷 잡아줄께~ ㅋㅋ
철조망으로 뒤엉켜진 채 60년을 철통수비로 냉전의 상태를 겪고있는 우리의 국경을 생각하니, 이 앙증맞을 정도의 쬐끄만 국경표시가
기가 턱 막힐 지경이었다.
세상에 더없이 부럽기도 하고...
이제 이탈리아를 걷는다.
프랑스는 왠지 모든게 그들의 언어처럼 동글 동글 부드러운 듯 한데, 이탈리아로 넘어오니 산새의 위용이 날카롭게 느껴진다.
아래 사진의 바위산의 쌍봉은 '피라미드 켈켈레( tes Piramides Calcalres,2726m/2696m)....
비가 많이 잦아들었다.
이제 우비를 벗고, 고어쟈켓만 입고 걸어도 될 정도다.
덥지도 않고...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운해들때문에 더욱 매혹적인 산들과 드넓은 초원...
길섶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야생화까지....
정말 너무 좋다라는 감정이 온 몸을 감싸고 돈다.
와아~~비오는 날 트래킹이 또 이렇게 운치가 있을 줄이야~
해발고도가 높아서 산허리 사이에는 아직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초록색 사이 사이로 보이는 하얀 눈이 또 그렇게 아름답다.
저렇듯 눈이 녹지 않을 정도의 차가운 날씨에서도 파아랗게 싹을 틔워 알프스를 푸르고 야생화 천국으로 만들고 있음이 신비롭기만 하다.
하긴,,,겨울에 피는 꽃도 있긴 하지만....
빨간색의 커플룩을 입은 젊은이가 유난히 멋스럽다.
배낭커버는 상반된 색을 선택한 센스 .....
알프스를 더욱 아름다운 알프스로 만드는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초록의 들판과 하얀 설산에서 빨강색 처럼 매혹적인 색이 있을까....
거대한 빙하가 또 보인다.
알프스 중심부는 몽땅 빙하가 산허리를 메우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오늘은 운해의 띠가 봉우리를 감싸고 있어 얼마나 멋진 풍광을 자아내고 있는 지.....
발걸음이 쉬이 떼어지질 않는다.
빙하가 녹아 폭포를 만들며 흘러내리고 있다.
저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며 흐르는 물이 저 아래로 내려가면 에메랄드 빛의 보석같은 호수를 만들어 내고 있는거지?
어느새 비가 완전히 그쳤다.
우리가 점심을 먹을 줄 알고....ㅋㅋ
오늘도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고 있는 그림같은 풍광앞에서의 점심식사다.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모네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고....
그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행복감은 알프스의 거대한 에너지를 우리 몸속에 그대로 흡수시키고 있는 것만 같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오늘의 코스는 몽블랑 남면의 판타스틱한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그러나 그쪽으로 갈 수가 없는 것이 벼락과 천둥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아예 접근이 불가했다.
조금은 섭한 마음도 있었으나 이제껏 내내 몽블랑 산군의 하얀 설산을 맘껏 보고 가슴에 담으며 걸었으므로 이내 섭한 마음은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우회해서 편안한 길로 들어선 코스 또한 한 폭의 그림이었기때문에....
옆으로는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는 설산과 험준한 바위산이 위용을 맘껏 드러내고,
그 아래로는 빙하가 흘러내려 이뤄낸 에메랄드 빛 물줄기가 매혹적으로 흐르고...
산과 들...우리 일행들 모습까지 그대로 담은 호수가 환상적이고...
어디를 가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꽃은 눈을 행복하게 했다.
<Combal 호수>
우린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서 어느 길로 갈것인가...선택을 해야 했으므로...
가던 길로 계속 가면 빙하를 아주 가까이서 보면서 갈 수 있고,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면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린 거수를 해서 다수결로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거수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먼저 해영씨가 빙하는 계속 보면서 걸었으니, 다른 오르막길을 선택하자고 했기때문에 모두 그 의견에 따랐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그러나 힘듦도 잠깐....
눈앞에 펼쳐지는 하얀 당귀꽃의 향연은 빙하를 사이 사이 품고 있는 날카로운 바위산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의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세상에나~~
'알프스- 몽블랑 트래킹 16일(2012.7)'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TMB/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꾸르마예르에서..... (0) | 2012.08.30 |
---|---|
14.TMB/환상의 꾸르마이어 몽블랑-그랑조라스-쉐크레이 고개-꾸르마예르 (0) | 2012.08.30 |
12.TMB/낭 보랑-푸르고개....발레 드 글래시어스(4) (0) | 2012.08.29 |
11.TMB/낭 보랑-푸르고개....발레 드 글래시어스(3) (0) | 2012.08.28 |
10.TMB/낭 보랑-푸르고개-....발레 드 글래시어스(2) (0) | 2012.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