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사진 출처/신내과 의원 갤러리>
어제 트래킹을 마치고 마악 숙소에 도착해 씻고 있는데,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소나기가 세차게 내려
혹시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상준비를 방수가 되는 바지에 아주 얇아서 젖었다가도 금새 마르는 셔츠, 그리고 고어텍 모자로 갖추어 놨더니....
햇살이 찬란하다.
맛있는 아침 식사와 커피를 2잔이나 마시고 오늘도 기분 좋은 출발이다.
여전히 파트리샤는 우리의 점심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해 왔고, 등산로 입구까지 태워다 주었다.
오늘의 일정은
레우슈(Les Houches)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벨뷔(Bellevue-1800m)로 올라가서, 트래킹을 하며 레 꽁따민느(Les Contamines-1165m) 에 도착하는 코스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오늘도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힘차게 파이팅을 하며
인증 컷 들어갔다.
그나마 오늘도 해발 1801m의 벨뷔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서
컨디션이 계속 안좋은 정숙언니를 위해선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그래도 하루가 지났으니, 고산증은 시간이 흐르면 몸이 적응을 해서
낳아지니 그러기를 기대해 보는거다.
하지만 어제 점심도 굶고, 저녁도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만큼 먹었고, 아침까지도
아주 조금만 드셨으니 기운이 나시려나....그게 또 걱정이 되는 거다.
어쨋든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의 경치에 오늘도 빠져 그 이외의 다른 모든것들은 생각할 수도 없길 바래본다.
조금 걸으니 기차역이 나온다.
헐~~
이 높은 산중에 기차가 지나가다니.....
제법 많은 등산객들이 열차를 타기위해 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이가 우리와 같은 코스로 트래킹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어. ㅎㅎ
하긴, 북한산에도 등산로가 백개가 훨씬 넘는다는데,
알프스의 이 대자연에는 얼마나 많은 등산로가 있을까나~~
어쨋거나 저 열차도 한번 쯤은 타고 싶다.
도착하는 날 메르 데 글래스 빙하로 가기위해 산악열차를 타고 달렸었지만, 왠지 이 열차는 훨씬 더 험한 곳을 향해 기인 여정을 달려갈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ㅎㅎ
기차역을 지나 조금 더 가니 히말라야 다리가 나왔다.
밑으로는 빙하가 녹은 물이 거칠게 흐르고 있었고,
그 위로 흔들거리는 소위' 흔들다리'가 놓여져 있는 것이다.
그리 길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은데....
근데 왜 히말라야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비한테 물어볼걸 그랬나~
하긴 뭐~ 물어봤어도 듣고 금방 잊어 먹었을거야~ㅋㅋ이게 히말라야 다리고, 저 빙하가 무슨 빙하고, 저 봉우리가 무슨 봉우리인 지....
들으며 발음까지 따라한다고 열심히 되뇌었지만
사실 나는 그런거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냥 ...
두 눈으로 바라보고...
귀로 들으며....
온 몸으로 느끼면 충분했다.
그 이상 머릿속에 아무것도 담아두고 싶지 않았다.
아니, 들어올 자리도 없었다.
아!! 다시 야생화가 만발한 꽃길이 펼쳐졌다.
끝없이 오르막을 걸어도 펼쳐지는 야생화 천국.....
가다가 뒤돌아 보면 까마득히 저 아래까지 펼쳐져 있는 야생화 밭에 탄성이 저절로 터졌다.
우린 수없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다가 드디어 비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사진 찍느라 자주 쉬면 시간이 없어요~빨리 빨리~"
푸하하~~
우리가 호텔에서 처음 비를 만났을때 비가 한 말이 생각이 나서 우린 크게 웃었다.
"한국 사람들 너무 빨리 빨리 걸어요. "
이젠 비가 그 말을 우리에게 하는거다.
'빨리 빨리.....'
황홀함의 극치....
거대한 비오나세이 (Bionnassay) 빙하가 눈앞에 펼쳐지고 그 앞으론 천국의 정원처럼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그 누구도 이 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린 비오나세이 빙하 앞에서 배낭을 풀어재치고 즐거운 시간을 한참 가졌다.
야생화 밭을 한 없이 걸어들어도 갔고.
그 앞에 누워도 보고....
뜀까지 뛰면서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그러나 역광......ㅋㅋ
하얀 설산 계곡을 가득 메우고 흐르는 거대한 새하얀 빙하는 햇빛을 받아 더욱 눈부셨다.
그 아름다움이 그야말로 황홀했건만....
아무 생각도 못하고 그저 함박웃음을 웃어재끼며 사진을 찍었더니, 빛때문에 하나도 사진이 안나왔다는....ㅠㅠ
그래도 상관없었다.
앞으로 남은 일정내내 이렇듯 환상의 풍광은 분명 계속 될 테니까...
한 참을 걸었다.
이제 그 오르막의 끝.....
눈 앞에 펼쳐진 풍광에 입을 다물 지 못했다.
까마득한 저 아래 거대한 능선 사이로 기막힌 마을이 보이는 거다.
배낭을 벗어 던지고 우린 또 사진 찍기 놀이 들어갔다.
엎어지고, 눕고,온갖 폼을 다 잡으며....
언덕 내리막에 몸을 바짝 붙이고 사진을 찍던 우리에게 '위험하다고' 소리치던 비...
그녀가 모두 그렇게 하고 단체사진을 찍자는 거다. ㅋㅋ
비도 우리에게 분명 전염이 된게 확실하다. ㅋㅋ
(사실 굉장히 가파라서 자칫 쭈욱 미끄러 질 수도 있는 곳이라 힘들게 메달려서 찍은 사진인데,,,,사진엔 하나도 가파름이 느껴지질 않는다. ㅠㅠ)
엄청난 내리막길의 시작이다.
그것도 스위치 백으로 되어있어서 끝없이 걸어야 했다.
그러나 이토록 매혹적인 길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걸을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으로 이렇게 매혹적인 길을 혼자서 걷는다는 것이 안타까워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남편이 너무나 간절히 그리웠다.
이 아름다운 곳에 우리 그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함박만한 웃음이 귀에 걸린 채 도인 처럼 앉아 있을 그이를 상상하니
그렇게 안타까운 것이다.
카메라에 잘 안잡혔지만 까마득한 저 높은 곳에서 부터 저 아래까지 어마 어마한 온갖 종류의 야생화와 노란 꽃의 향연이었다.
천국 이라는 단어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머릿속이 점점 터엉~ 비워지기 시작했다.
위 능선에서 보았던 까마득한 아래의 마을...
이곳에서 우린 오늘 점심을 먹었다.
특히 오늘 파트리샤가 준비해준 점심은 그 고급스러움과 맛이 최고였는데, 산장 레스토랑에서 먹으니 맥주에 커피까지 먹을 수 있어 금상첨화다.
트래킹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것 같은데, 어느길로 여기까지 온것인 지, 산장엔 점심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식사후 수통에 물을 채우기 위해 저 많은 인파속을 뚫고 지나갔는데, 이 곳 식당의 메뉴가 여간 맛갈스럽고 고급스러워 보이는게 아니다.
우리의 훌륭한 식단에 배가 잔뜩 부른데도 먹고싶다는 충동이....ㅎㅎ
여전히 오늘도 빙하가 흘러내리고, 매혹적인 야생화 천국에서의 점심 시간을 보내고 우린 또 걷기 시작했다.
굽이 굽이 가파른 오르막인 깔딱 고갯길.....
뒤늦게 수통에 물을 채우느라 먼저 떠난 일행들을 뒤쫓아 뛰다시피 걸어 오르막을 오르니 숨이 차다.
그래도 기막힌 풍광앞에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셔터 누르고 또 뛰어오르고, 셔터 누르고 또 뛰어오르고....
그러나 언제 조리개를 만졌었는 지, 조리개를 잘 못 마추고 걍 찍어서 오늘 사진은 다 망쳤다.
특히 점심 시간 이후 사진은 하나도 없다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뷰파인더가 없어서 햇볕이 강하면 액정이 하나도 안 보여서 감으로 그냥 찍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조리개가 잘 못 되어 있었던 것.....
ㅠㅠ
가파른 내리막을 걸어
레 꽁따민느에 도착했다.
무릎에 약간 이상징후가
나타나는 듯 약간 불편해진다.
더우기 산을 다 내려와 마을길을 따라 내려오는 아스팔트 길이 얼마나 길은 지, 다 내려와서 무릎이 불편해 진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내일도 계속 걸어야 하니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가파른 내리막을 걸을땐 그 길에서도 지그재그로 걷는것이 좋다.
나는 조금만 가파라도 지그재그로 걸어 내려갔다.
마을은 또 얼마나 이쁜 지.
목조주택 처럼 자연과 하나처럼 잘 어울리는 집도 없을거야. 거기다가 온통 꽃으로 장식해 놓았으니 그냥 알프스의 커다란 꽃과 같다.
오늘도 정숙언니는 거의 탈진상태에서 트래킹을 했다.
얼마나 강하신 지 내색을 안해서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 못가시겠다고 그냥 누워 버리셨다.
왜 안 그렇겠는가~
비단 고산증이 아니더라도 젊은이도 이틀을 아무것도 못 먹고 8시간을 고산을 걸으면 그냥 쓰러진다.
오늘 점심때도 음식 근처에도 못 오셨었었다. 고산증으로 두통에 토해서....
아무래도 더 이상 트래킹을 강행했다가는 큰일이 날것만 같다.
가이드와 상의를 해야할 것만 같다고 이선생님과 얘기를 하면서 내려왔는데,
언니가 먼저 쉬어야겠다고 한다.
가이드에게 얘기를 해서 언니가 산장에서 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내일은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언니는 어쩔 수 없이 이틀을 쉬어야 했다.
어쩌면 더 잘된 일 인지도 모른다.
더우기 내일은 모든 TMB일정중 가장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내일 산장에서 쓸 상비품과 옷, 모레 입을 옷까지 다 지고 트래킹을 해야하기때문에 배낭자체도 평소보다 3배는 무겁다.
산장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음악듣고 책보며 이틀쯤 쉬는 일도 어쩌면 평생에 해보고 싶었던 꿈같은 좋은 시간이 될 듯 싶다.
이틀 정도 쉬면 완전히 체력도 회복될것이고, 고산에도 적응이 될 것이다.
우리는 레 꽁따민느 시내에서 1시간 가량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정숙언니는 그 참에 약국에 들러 약을 사고,
등산 장비가 미흡해서 스틱을 한 조 샀다.
그리고 우리들도 스포츠 용품매장을 돌며 필요한 것들을 사는 재미를 누렸다.
긴바지만 가져온 정숙언니와 지향씨는 짧은 바지를 사고...
나도 평소 갖고 싶었던 레키 티타늄-speed rock 스틱 한 조를 샀다.
스틱이 멀쩡한데 또 한 조를 사니, 비가 한 마디 한다.
"쇼핑 좋아해요?"
ㅋㅋ
들켜 버렸네~~
파트리샤의 차를 타고 숙소로 왔다.
알프스 자락의 산장이 그 어디가 이쁘지 않을까....목조주택에 꽃으로 장식된 오늘의 숙소 역시 이쁘다.
2층에 올라 발코니에 나가니 저 만치 푸르른 산하고 그 가운데 앙증맞게 자리한 이쁜 집들이 여지없는 알프스의 풍광이다.
오늘은
정숙언니와 셋이서 한 방을 쓴다.
언니는 들어오자 마자 침대에 쓰러졌다.
우리는 깨우지 않고 조용히 씻고 빨래를 한 다음 식당으로 내려갔다.
어제처럼 세련미가 넘치는 식당은 아니었지만 전형적인 시골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오옷~~
그런데 비가 딸을 데리고 나타났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다.
인증 샷~ ㅎㅎ
아아!!
그리고 서빙되기 시작한 음식...
12일동안 TMB를 하면서 가장 맛있었던 식사였다.
저녁을 먹은 후 이선생님과 해영씨하고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리고 2% 부족해 맥주 한 잔, 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방으로 올라갔다.
어느새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빨리 자야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또 사진찍기 놀이...
이틀을 거의 굶은 정숙언니의 얼굴이 헬쓱하다.
그래도 발코니에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았다.
오늘밤 우린 언니와 만나지 못한다.
그래도 언닌 좋은 시간 보낼거야~~
산장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서재겸 거실에 가니 창을 통해 멋진 알프스 산군이 보인다.
망원렌즈 가져와 쓸일이 없는데 한 번 잡아봐야지~ 하는 심정으로 한 컷....ㅎㅎ
어제 저녁도 못드시고 쓰러져 주무시더니, 아침엔 컨디션이 좀 낳아보이신다.
오늘, 내일 쉰다고 생각하니 맘이 편하신가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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