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드디어 날이 밝았다.
오늘부터 대망의 12일동안의 몽블랑 트래킹이 시작되는 거다.
맘이 설렌다.
만석인 비행기에 오랜 시간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스트레칭을 너무 강하게 해서인 지,
아님 망원렌즈까지 들어있는 카메라를 배낭에 넣은 채 인천공항과 두바이 공항에서 5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민소매 차림에 메고 공항을 누비고 다녀서 인 지, 갑자기 샤모니에서 부터 등이 결려서 숨을 쉴때마다 통증이 와서 무척 걱정을 했건만....
소염 진통제 연고를 바르고, 파스를 붙이고, 소염 진통제까지 먹고자서 인 지 컨디션이 아주 좋다.
정말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호텔 본관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일행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한국인은 보이지 않고,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보인다.
예쁜 호텔답게 아메리칸 뷔페차림의 식단도 아주 훌륭했다.
친환경 농산물 마크가 테이블에 얹혀져 있는 음식들....
커피도 테이블에서 서빙을 받을 수도 있고, 입맛에 맞게 에스프레소를 커피 원산지 별로 내려 마실 수도 있다.
물 조차 탄산수부터 에비앙까지....
아주 고급스럽고 정갈하다.
컨디션도 아침식사도 기분좋은 출발이다.
약속시간에 캐리어를 내어놓고 가이드를 만났다.
간결하게 준비되어 있는 점심 도시락과 중간 중간 간식으로 먹을 말린과일과 견과류를 각자 먹을만큼 담도록 비닐이 준비되어 있었다.
개별 포장에는 개별식사와 전체가 함께 나누어 먹을 먹거리들이 분산되어 담겨있었다.
한개씩 골라 배낭에 넣은 다음 드뎌 출발....
어제 걸은 샤모니 시내를 가로질러 성 미셸교회앞에 섰다.
알고보니, 우리의 가이드 '비'가 그 옆에 있는 '산의 집(Maison de la Montagne) 1층에 있는 가이드 조합에 들린것이다.
잠깐 동료가 나와 우리와 반가운 조우를 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 허락을 받고 성당안으로 들어가 기도를 하고 나왔다.
출발 전 이렇게 기도를 할 수 있다니....예상에 없던 시간에 맘이 한층 더 놓인다.
오늘 첫 산행은 플랑프라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000m 까지 오른 다음 시작된다.
시작 인증샷 한 컷 찍어야지~ㅎㅎ
우리 일행은 6명.
좌로 첫번째-우리 팀 막내인 해영씨는 백두대간과 9정맥을 완주하고 지금은 4대강을 달리고 있는 배테랑 등반가...
두번째 여인-정숙언니는 61세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홀로 몽블랑 트래킹에 나선 여장부이자 한국요리 쉐프이면서 여행후 바리스타로 봉사를 하실 멋장이 빠리지엔느...
세번째 여인- 나의 파트너 이풀은 차마고도 여행때 처음 만나 44일간 남미 여행을 함께 한 멋지고 대단한 트리플 A형인 완벽한 여인.
마운트 쿡과 밀포드사운드 트래킹에 키나발루산,메리설산,후루하이,피츠로이. .. 등 고산에도 거뜬한 등반가.
네번째 여인인 지향씨는 유일하게 남편과 함께 온 복많은 여인-모든 짐은 그 옆의 남편 배낭으로 쏘옥~ 가장 사뿐한 배낭을 메고 남편의 완벽한 보호아래
더없이 행복한 여정을 걸은-역시 남편따라 수많은 곳을 다닌 트래커.
마지막 다섯번째 이선생님(가이드가 그렇게 부르는 바람에...)은 우리의 리더로서 그리고 가이드 비의 통역자로 우리의 여정을 쉽고 즐겁해 해준 수훈자.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무시무시한 고난도 트래킹인 '존 뮤어 트레일'을 다녀오신 분.
'존 뮤어 트레일'은 5일마다 먹거리를 공급받을 수 있고, 5일 동안 먹거리와 잠자리...모든것을 다 스스로 배낭에 매고 미국 요세미티 계곡에서 미국 최고봉인 휘트니 봉에 이르는358km 산길을 걷는 고난도의 트래킹이다.
오늘의 이동코스는
플랑프라즈에서 케이블카 타고 브레방(Brevent)으로 이동.
이곳 정상에서 몽블랑 산군의 멋진 경관을 감상한 후
Bel Lachat와 Merlet지역으로 하산 후
레 우슈 (Les Houches) 로 이동, 숙박한다.
오르막 525m ,내리막 1100m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 오르니 눈앞에 기막힌 풍경이 펼쳐진다.
믿을 수 없는 몽블랑의 봉우리가 거대한 알프스 줄기의 한 가운데에 둥그렇게 자리하며 눈앞에 훤히 보여지는 것이다.
더우기 그 앞에선 페러 글라이딩을 하려고 한 참 준비중에 있었다.
시작부터 한 폭의 그림이다.
이제부터 진짜 트래킹 시작이다.
우린 다시 인증 샷을 날렸다.
스틱을 머리위로 올리며 힘찬 출발을 다짐한다.
해발 2000m에서 시작하는 트래킹은 그야말로 시야에 펼쳐지는 것 모두가 그저 걸음을 자꾸 묶어 버리게 만드는 비경의 연속이었다.
스위치 백으로 나 있는 길을 걷노라면 자연스럽게 시야에 잡히는 풍광...
바로 아래에서 부터 일렬로 줄지어 올라오는 또 다른 트래커들...
그 모습이 또한 알프스와 어우러져 그대로 작품을 만들어 낸다.
눈앞에 터억 나타나 있는 몽블랑 산군....
거대하게 흘러내린 빙하...
망연자실 서서 바라볼밖에...
딱히 내가 서서 사진의 주인공이 될 필요도 없었다.
홀로 지나가는 이....
앉아서 잠시 쉬고 있는 이...
모든이가 그저 아름다움이고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해발 2000m가 넘는 곳이라 군데 군데 아직 눈이 그대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햇살과 오르막에서의 힘듦에 열이나서 추운 줄 모르겠다.
민소매 차림으로도 거뜬하다.
헐~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시작부터 뒤쳐져서 올라오기 힘들어 하시더니, 정숙 언니가 그만 주저앉아 버린것이다.
두통과 구토, 경련.....
고산증이 온것이다.
최근 올레길 투어만 하셨지 높은 산행을 안하신게 문제였다.
보통은 해발 3000m에서 나타나는 고산증이 해발 2000m에서 나타난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지친 몸에 케이블카를 타고 갑자기 해발고도 2000m로 올라 시작한 산행이 화근이 된것이다.
약을 먹고 주무르고....응급처치를 했지만 다 토해내 버리니 약효가 남아있을 리 없다.
겨우 몸을 추스리고 다시 산행은 시작되었다.
모두 걱정은 했지만 그 모든 고통과 견디어 내야함은 고스란히 언니의 몫이었다.
좀 평탄한 길이었으면 좋으련만,
계속 오르막에 험준한 길의 연속이다.
시야에 펼쳐진 험준하고도 거대한
바위산의 파노라마는
하얀 설산과는 또 다른 비경을 펼쳐보였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린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한켠으론 정숙언니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모두 마음이 무거웠다.
거대한 바위산의 연속이더니
아닌게 아니라 암벽등반가들이 보인다.
그 모습이 트래커들과는 달리
또 얼마나 멋진 지....
다큐를 보면서
수없이 남편과 함께 얘기했었다.
'세상은 도전하는 용기있는 자들의 것'이라고....
이 순간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었다.
거친 하늘 위로 수없이 많은 패러 글라이딩이
떠 다니고 있다.
그 또한 망연자실하고 바라본다.
두려움 보다는
저거 타고 이 광활한 알프스 산군 위를 훨훨 날며
바라보고 싶어졌다.
그 자연의 위대함....
에너지...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어서...
거대한 몽블랑 산군....
얼마나 높고 거대한 지...
끊임없이 오전 내내 걸었어도 몽블랑은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좌로는 눈이 부실정도로 하얗고 푸르른 몽블랑 산군하고
우로는 거친 바위산의 웅장함을 끼고 걸으며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었다.
비가 자리를 펴고 앉는다.
바로 점심 시간이다.
몽블랑 봉우리가 훤히 보이는 기막힌 자리에서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다.
와아~~
각자 담아온 도시락을 주섬 주섬 펼쳤다.
양념이 된 밥과 몇 종류의 치즈와 얇게 슬라이스 되어있는 햄과 잡곡 호밀빵,
멜론, 키위,후식으로 초콜릿과 비스킷....
슬라이스 햄에 밥을 얹어서 돌돌 말아 먹는것이라고 비가 시범을 보여준다.
오오~~
음식맛은 그야말로 모든게 꿀맛이었다.
알프스를 걸으며 간식 조차 먹는것도 잊은 채 걸으며 땀을 흘리고,
더우기 이 비경앞에서의 음식이 꿀맛이 아니라면
그건 사람이 아니겠지~ㅎㅎ
생애 내 지상최고의 점심이
와이나픽추에서 마추픽추를 내려다 보며 먹은 도시락이었다가...
볼리비아 우유니 투어중 '라구나 차르코타'에서 먹은 점심식사로 바뀌었는데.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몽블랑을 바라보면서 먹은 오늘의 점심식사가 지상 최고의 점심식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우린 또 걷기 시작했다.
거칠음 사이 사이로 기막히게 이쁘게 노오란 들꽃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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