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일....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 출발일이 되었다.
그래도 밤 늦은 비행기라 하루를 벌은 듯한 느낌...맘이 여유롭다.
허구헌날 집을 비우는 마눌과 엄마를
뭐가 이쁘다고 온 식구가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준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내가 시간을 딱 맞추어 간다고....가장 늦어 일행들은 벌써 수속을 밟기위해 티켓팅 줄에 서 있었다.
아직은 약속 시간이 남았는데, 단 6명 밖에 안되는 우리 일행들은 부지런도 하다.
식구들과 커피 한 잔을 하려고 했었는데, 도착하자 마자 티켓부스로 달려 들어가게되니 조금은 미안한 맘이 든다.
"아빠랑 커피 한 잔 하며 좋은 시간 보내고 가~"
미안한 맘에 달리 할 말이 없어 가서 한 껏 남편을 껴안고는 헤어졌다.
이번 TMB에 참가하는 일행은 단 6명.
워낙에 인원 수가 적다보니 여행사에서 공항 미팅도 없이 우리끼리 만나 수속밟고 탑승했다.
밤 11시 55분 출발 두바이행 에미레이트 항공....
늦은 시간이라 공항은 쓸쓸할 정도로 조용했다.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여는 면세점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몇개 구입한 뒤 일찌감치 게이트로 가서 기다렸다.
설레임과 왠지 모를 두려움같은게 뾰죽이 솟아 올랐다.
글쎄~~
여행에 대한 들뜲보다는 큰 일을 앞두고 정결례식을 치루는 듯한 엄숙함이라할까....ㅎㅎ
산행을 하기 전 날엔 늘 두려움이 생기곤 한다.
그런데 국내산행도 아니고, 해외 원정산행이니 그럴만도 하다.
더우기 12일동안 매일 걷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스스로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아름다운 풍광앞에만 서면 모든 고통을 잊고 마치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해 내듯 힘이 생겨나는 나를 믿는것이다.
그래~
분명 그럴거야~
세상에서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곳일지도 몰라.아름다운 풍광만 보면 이구동성 알프스 같다고 하잖아~
밤기운에 젖어 말없이 앉아있어도 시간은 잘도 흘러 금새 비행기에 탑승했다.
우리가 탄 에미레이트 항공은 아주 큰 비행기로 좌석도 넓고, 사이 사이 공간도 아주 넓어 중간에 나와서 스트레칭도 하면서 쉬기가 아주 좋았다.
이어폰 성능도 아주 좋고....
수면양말과 치약, 칫솔도 주고....
기내식도 맛있고 정갈했다.
함박만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 번진다.
"와우~ 에미레이트 항공 아주 좋은 걸~~ㅋㅋ"
새벽 1시나 된 밤 늦은 시간에 기내식으로 저녁(?)을 먹고 곧바로 취침모드 들어갔다.
잠 잘 시간도 지난데다가 배까지 부르니 저절로 깊은 수면으로 빠져들었다.
덕분에 지루함 모르고 10시간을 날아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두바이와는 시간차 5시간...
짐은 스위스 제네바까지 직접가니 우리만 환승하면 되었다.
제네바행으로 갈아타기 위해 4시간여의 공백시간이 있었지만, 24 시간 불야성으로 일을 하고 있는 두바이 공항에서 4시간은 면세점을 한 바퀴 돌고나니 지난다. 환승출구로 나오면서 길다란 안락 의자를 차지하고 편히 잠자고 있는 승객들을 부러워했건만 의자에 앉을 새도 없었다는...ㅎㅎ
제네바행 비행기에선 음악을 들었다.
두바이에서도 이미 오전 시간이었고, 우리 몸이 기억하는 시간도 한 낮이니 더이상 잠이 올리가 없다.
3시간이 훌쩍 넘는 오페라-라 트라비아타를 한 편 듣고 나니 기인 비행시간에 온 몸이 찌푸둥해진다. 일행보고 다리 쭈욱 뻗고 편히 누우라고 얘기하고 난 비행기의 빈 공간에 가서 스트레칭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제 거의 내릴 시간이 되는 지...또 기내식을 주느라 소란스럽다.
두바이까지 10시간. 빈 시간 4시간 반, 제네바까지 6시간...20시간이란 힘든 여정이었는데 그리 힘들지 않다.아프리카와 남미로의 기인 여행에 어느새 익숙해졌는 지... 강적이 되어 버렸다. ㅎㅎ
제네바 공항에 도착했다.
내리기 직전 비행기 창으로 내려다뵈는 아름다운 풍광이 역시 스위스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터진다.
온 세상이 초록이었다.
아름다운 푸른 초원.....
그리고 설산.....
<중동 여인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일렬로 서 있다.
검은 희잡을 두루고 온 몸을 검은 옷으로 둘러 두 눈만 빠꼼히 내 보였던 중동 여인의 이미지는
이미 없다.아마 종족에 따라서 의상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암튼 많은 중동여인들이 희잡을 벗어버리고
있다는....>
짐을 찾아 제네바 공항을 빠져나오니 '신발끈' 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피킷을 들고 한 청년이 서 있다.
우리를 프랑스 샤모니까지 데려다 줄 택시 기사다.
우리는 마치 절친한 사이인 양 서로가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샤모니까지는 택시로 1시간 반 가량 걸린다.
국경을 넘어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넘어가지만 마치 한 나라를 달리는 양 아무런 수속없이 그냥 다닌다.
정말 편리하기 짝이 없다.
공항에서도 입국카드같은 것도 전혀 쓰는것이 없었다.
샤모니로 달리는 도로는 쾌적하기 이를데 없었다.
아니, 눈에 보이는 것....
피부에 닿는 감촉...
그 어떤 것도 신선하고 청명하지 않은것이 없었다.
와아!!
어느새 프랑스 샤모니인가 부다.
길섶 바로 옆에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고
하얀 설산이 햇볕에 눈이 부실정도로 빛났다.
벌써부터 탄성이 절로 쏟아져 나왔다.
그것이 몽블랑과의 첫 만남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는데, 담날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야 샤모니에서 보이는 우람한 설산이 바로 몽블랑 이란걸 알았다.
주변 풍광에 사로잡혀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마치 샤모니에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 듯하다.
온통 집을 꽃으로 장식한 너무나 예쁜 목조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나 이쁘다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 서는 것이다.
헐~~
이게 우리가 묵을 호텔이라고??
남미 배낭여행을 하면서 백패커스들이 사용하는 호스텔에 익숙해진 난 그만 너무나 이쁜 호텔에 묵게 되었다는 것에 여기가 유럽이라는 것도 잊은 채 소녀처럼 맘이 들떠졌다.ㅋㅋ
호텔 바우처를 들고 체크 인을 하고 우린 숙소를 배정 받았다.
트윈, 더블 상관없이 똑같은 방이었는데, 소파겸용 싱글침대로도 쓸 수 있는 침대가 두개 있는 작은 거실이 있고, 더블 베드가 있는 침실이 따로 있는 아담한 방이었다.
테라스에 나서니 코끝을 자극하는 싱그런 냄새가 가득 들어온다.
아!! 벌써부터 행복함이 가슴을 가득 메워온다.
씻을것도 없이 우린 곧바로 시내투어를 하기 위해 나섰다.
가이드와의 6시 미팅시간까지는 그래도 시간의 여유가 꽤 있었다.
호텔 바로 뒤로 설산이 우뚝 솟아있다.
주변은 온통 꽃이고....
아름다운 풍광에 알프스로 걸어 들어가기도 전부터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온다.
호텔앞에서 단체사진 한 컷 날리고 우린 발길 닿는대로 길을 걸었다.
마치 신이 우리를 인도하듯.....
좌로 꺽었으면 보지 못했을
메르 데 글래스 빙하(Mer de Glase)
화려한 거리를 뒤로하고 우린 조촐한 곳으로 발길을 걸었다. 그곳엔 샤모니 역이 있었고, 육교를 오르니 메르 데 글래스 빙하로 가는 열차가 다니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여정이었다.
무조건 가자고...모든 볼것은 그 즉시 다 봐야한다고...
우린 즉시 티켓팅을 하고 메르 데 글래스 빙하로 가는 앙증맞은 빨간 열차를 탔다.
시작은 얌전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열차가 떠나자 마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에 메달렸다.얼마나 가파르게 오르막을 오르는 지,순식간에 샤모니가 까마득히 아래로 보인다.
쭉 쭉 뻣은 낙엽송이 가파른 언덕에 잘도 버티고 있고, 그 사이로 야생화가 기막히게 빛을 발하고 있다.
카메라에 담아보겠다고 연신 셔터를 누르며 탄성이다.
잠깐씩 터진 나무사이로 저 멀리 알프스 산자락이 보인다.
우뚝 솟은 거대함 사이로 실처럼 가느다한 선이 지그재그로 나있는 것이 시야에 잡힌다.
헐~ 저 길을 따라 우리가 걷는다 이거쥐~
그 높이를 보니 그렇게 머언 시야에서도 까마득히 높기만 하다.
기가 약간 죽는 모드....
메르 데 글래스 (Mer de Glace) 빙하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 온 사람들이 이제는 돌아가기 위해 역사는 가득했고. 아직도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로 빙하는 북적거렸다.
역사를 빠져나와 내 시야에 나타난 메르 데 글래스 빙하....
알프스의 거대한 산 사이로 S자로 휘돌아 쳐 있는 빙하는 보기에도 힘차게 흘러내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흙과 뒤섞여 있는 건지, 멀리서 보기엔 저것이 몇 만년이 된 얼음덩어리라고 믿겨지지 않았지만,
살아 꿈틀대는 듯한 거대한 힘이 온 몸으로 전해져 와 흥분됨으로 빙하앞에 나시 차림으로 서 있어도 싸늘함 마저 느끼지 못했다.
거대한 프랑스의 몽블랑에 있는 빙하...메르 데 글래스 (Mer de Glace)
메르 데 글래스 (Mer de Glace)는 알프스에서 2번째로 긴 빙하로
프랑스 샤모니 가까이에 있는 몽블랑 산의 북쪽 지대에서 5.6㎞를 뻗어 있다. 몽블랑 산의 타퀼 대산괴 아래쪽에서 제앙 빙하와 레쇼 빙하가 만나서 생긴 이 빙하는 샤모니 골짜기에 있는 레틴 안쪽으로 0.8㎞ 내려와 있다. 빙하의 옆면과 가운데를 따라서 뚜렷이 발달한 빙퇴석이 보이며 초승달 모양의 흐름 자국은 가운데가 더 빠르게 움직임을 보여준다. 샤모니와 몽탕베르 사이에 철도가 놓여져서 연결이 쉽게 된 후로는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우리도 저 멋진 테라스형 까페에 앉아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으련만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는 걸로 대신했다.
사실, 저 아래 빙하옆까지 내려가 보고 싶었으나 6시에 가이드와의 미팅이 있는 지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사실 모두 흥분하여 잠깐 그 사실 조차 잊고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려 허겁지겁 열차를 타고 내려왔으나 6시가 조금 지난 시각.....
우리의 총 대장이신 이 선생님께서 초를 다투고 달려가셔서 그나마 먼저 가이드를 만났다는...
우리의 여정을 책임져 줄 가이드는 프랑스인으로 '비'라는 우리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말도 뛰엄 뛰엄 곧 잘해서 얼마나 마음이 편했는 지....
영어단어와 한글을 뒤섞여 써도 다 통한...
산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수첩을 배낭에 끼어넣고 다니면서 새로운 단어를 우리가 쓰면 곧 물어보고 수첩에 적곤 했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으면 이렇게 여행자들로 부터 배운 한국어 실력이....
한글로 된 책도 술술 읽고, 쓸 줄도 안다.
빨리 말하면 못알아 듣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는 많이 알고 알아들어 산행이 얼마나 즐거웠는 지....비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는 재미도 솔솔했다는....ㅎㅎ
스쿠터를 타고 우리 앞에 나타난 47세의 주부. 첫 인상만큼이나 재밌고 활달하고 발랄한 여인...자신의 일에 상당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비와의 반가운 조우를 뒤로 하고 우린 저녁도 먹을 겸 샤모니 시내로 나갔다.
역시 샤모니는 활기로 가득했다.
인디 밴드가 한 식당앞에서 신나게 공연을 펼치고 있다.
관객도 많지 않은데 그들 스스로가 더 신나서 연주를 하는것 같다. 하긴, 이 거리를 걸으며 지나치는 사람들이 잠깐씩이긴 하지만 다 관객일테니....
샤모니몽블랑(Chamonix-Mont-Blanc), 혹은 간단히 샤모니(Chamonix)는 몽블랑 산 기슭에 자리한 프랑스 오트사부아 주의 코뮌으로 인구는 9,830 명(1999년)이다. 몽블랑 트래킹의 시작지점으로도 유명하지만,프랑스의 겨울스포츠 리조트로 알려졌으며, 특히 스키장으로 유명하다.
1924년 동계 올림픽과 1960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가 이 곳에서 열렸다니 그 까마득한 시절의 일제 핍박시대의 우리나라를 생각하니 기가 막혀왔다.
하계 올림픽에는 우리나라 선수 손기정이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온 사실은 알겠는데, 과연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했을까??
1924년... 도대체 스포츠라는 단어 조차 생소했을 그 시절에 동계 올림픽이라니....
인터넷 사전을 검색해보니, 동계 올림픽 최초의 시작도시가 바로 샤모니였다.
상점에 전시되어 있는 카드의 그림처럼..
당시엔 진짜 드레스 입고 멋진 모자쓰고 귀족의 여인들이 스키를 탔을까 싶다.
하인들이 모든 짐을 짊어진 채, 그 귀족들은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겨울 스포츠를 즐긴 것일까.....
너무 웃기기도 하고, 근사하기도 하고...
그저 동화속 옛날이야기로 밖엔 상상이 안된다.
ㅎㅎ
영화에서 조차 유럽의 귀족의 자녀들이 테니스 치는 장면은 봐 왔지만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장면은 본 기억이 없어서....
그 옛날 이야기가 넘 재밌고 근사하기도 하여
하나쯤 기념품으로 사오고 싶었다만....ㅋㅋ
샤모니를 가로지르는 아르브강.
빙하로 부터 흘러내린 물이 힘차게 강을 이루어 흐르고 있었다.보기만 해도 시원스럽고 도시를 더욱 운치있게 만든다.
역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가게앞을 메우고 있는 낭만적 야외 레스토랑이다.
색깔도 프랑스답게 테마가 있듯 각양각색이다
보라색. 노랑색, 그린, 파란색....
식당에서 번지는 구수한 냄새와 맛있게 보이는 요리들이 뱃속을 배고픔으로 요동치게 만들었다.
우린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까 주사위를 계속 던지면 거리를 걸었다.
"이 집에서 먹을까?? 사람이 가장 많은것 같아~"
"아니, 저 집에서 먹을까?? 가장 뷰가 좋은것 같아~"
"아니, 저 집이 음식이 맛있는 것 같아~"
이렇게 우린 계속해서 주사위만 던지며 샤모니의 매혹적인 거리 풍광에 푸욱 빠져들었다.
이러는 사이 우리의 식욕은 서서히 사그라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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