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시간이 흘러갔는 지, 하루종일 몽블랑을 조망하며 비경에 빠져 느낌도 없이 하산길에 들어섰다.
오늘의 하산길은 1100m나 되니 만만하지가 않다.
스위치백으로 되어있기는 하나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오지않도록 간절히 바랄뿐이다.
얼마를 걸어 내려왔을까....
이제 거의 내리막 막바지에 다달은게 아닌가 싶다.
길섶 절벽을 타고 한 줄기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수통에 물도 없던 차에 물 먼저 받아 마시고
한 통 가득 챙겼다.
그리고
우리는 짐을 던져놓고 신발을 벗은 채
그 물줄기에 발을 담갔다.
그 시원함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온 몸을 타고 찬 기운이 올라
마치 전신 샤워를 한 듯한 시원함이 피곤함을
봄눈 녹 듯 녹여냈다.
시야를 둘러보니, 들꽃은 이곳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한 동안 피곤을 풀어내고
우린 주섬 주섬 짐을 챙겨 또 막바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인 것이
그렇게 토하고 죽어나던 정숙언니가 하산 길은
아주 잘 내려왔다는 거다.
이젠 시야에서 몽블랑의 하얀 산군이 사라졌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듯한
하얀 거미줄같이 생긴것이 나무를 휘감고 있는
특이한 나무숲길로 들어섰다.
쭉쭉 솟아오른 나무는 오랜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 했다.
왠지 영험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고나 할까.....
나는 나무의 기를 받는다고 한 참을 나무를 껴안고 있었다.
비는 잠시 서서 우리의 직업을 물어보았다.
그렇게 해서 우린 자연스레 서로의 직업에 대해 알게되었다.
아!! 드디어 오늘의 산행은 끝이났다.
오전 8시반에 시작되어 거의 4시에 끝났으니 7시간반 산행...사실 정숙언니 때문에 빨리 갈 수가 없었던 이유도 크다. 그러나 우린 사진도 맘껏 찍을 수 있었고 여유로와서 좋았다.
숲을 빠져나가니 도로에서 TMB의 또다른 파트너-파트리샤가 차를 대기하고 있다.
파트리샤는 어찌나 정이 많은 지, 함박웃음으로 우리를 일일이 반겨준다.
파트리샤도 가이드...
그러나 이번엔 차량으로 우릴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해주고, 우리의 점심 도시락을 맛있게 준비해주고
또 우리의 트렁크 짐을 다음 산장까지 이동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파트리샤가 나타나면 우리는 늘 반갑고 기쁜것이다.
출발시 맛난 도시락 챙겨주고, 그녀를 만나는 시간은 그날의 트래킹이 끝난 감동 시점이기 때문....
산장에 도착했다.
세상에~
산장에서도 몽블랑이 훤히 보이는 거다.
동화책속에서 보았던...
그림같은 동네의 예쁜집이 아닐 수 없다.
산장은 제법 규모가 크고 입구에는 등급을 표시하는 별이 달린 산장이었다.
로비에 들어서니 안락한 실내장식이 눈을 호사시켜 준다.
좋다라는 느낌의 연속이다.
우리는 파트리샤가 챙겨주는 키를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실내는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아담했다.
침대 두개가 나란히 붙여있고 샤워부스에 화장실까지 있는 방이었지만
너무 작아서 두 사람의 짐을 풀어놓을 자리 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야말로 짐가방 하나인 커플 방....ㅎㅎ
그래도 상관없다.
나무 창이 이쁘고, 창으로 들어오는 풍광과 바람이 더없이 싱그러웠다.
무엇보다도 여름인데도 모기등 벌레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
뷰랴 뷰랴 씻고, 빨래하고, 내일 짐을 또 꾸렸다.
44일 동안 남미 배낭여행을 다니며 숙달된 또 다른 일상이 되어버린 짐싸기...
올라올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바람에
몰랐는데, 식당으로 내려가면서 보니,
2층에 기막힌 거실이 있는 것이다.
커다란 창으론 몽블랑 산군이 훤히 들어오고
그 앞엔 반쯤 누울 수 있는 안락의자까지 놓여있다.
그 외에도 사방에 소파가 더없이 안락하고 멋스럽게 놓여있고, 피아노와 책장...
크고 길다란 회의용 테이블도 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안락함과 편안함, 여유로움이
온 몸에 녹아든다.
시간에 맞추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역시 2층의 거실만큼이나 멋스럽게 셑팅되어 있는 식탁이 눈길을 끈다.
우리는 정해진 식사외에 맥주를 주문했다.
여행중에는 현지 술을 먹는게 최고다.
아프리카에서 그 도시의 지명이나 유명한 산, 강,기타 등등 관련된것의 이름이
모두 술이름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몽블랑 맥주가 있었다.
우린 당연히 모두 몽블랑 맥주로.....ㅎㅎ
적어도 이 순간만은 몽블랑 맥주가 역시 최고!!
ㅋㅋ
산장에 별이 달리 달려있겠어??
별달린 산장답게 음식의 정성스러움과 정갈함이
감탄과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와아~
음식 맛은 또 얼마나 맛이 있는 지....
샤모니에 내려 첫날 저녁식사로
당장 한식당을 찾아 갔던 이선생님 입에서
'너무나 맛있다' 는 말이 연신 터져 나왔으니
서양식을 좋아하는 우리야 말로 맛과 분위기에 희희낙낙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정숙언니가 여전히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계신다는 거다.
오늘 점심도 드시기는 커녕 저만치 멀찌감치 피해서 있었거늘...
그래도 더 힘든 내색 안하시고 무사히 하산하시고 이렇게 내려오신걸 보면 대단한 정신력이신거 같다.
거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
정숙언니가 조용히 가지고 내려오신 밑반찬을 꺼내신다.
'맛 좀 보겠냐고..'
일일이 한 번 먹을 분량으로 진공 포장을 해 가지고 오신 손수 만드신 정갈한 밑반찬은 오늘 가이드 비의 질문에 대답한 한국요리사가 확실했다.
아직은 한국요리가 전혀 고프지 않을 시점인데도 놀라우리 만큼 맛있었다.
우리가 너무나 맛있게 먹어서 일까....
언니도 손도 못대던 음식을 조금은 밑반찬과 함께 드셨다.
다행이다.
디저트로 나온 딸기 파이를 끝으로 TMB의 화려하고 근사한 첫번째 저녁은 끝이났다.
커피가 살짝 고팠으나 모두들 내일을 위해 일찍 올라가서 숙면에 취할 분위기였다.
그래도 바로 방으로 올라가기가 섭하여 잠깐 밖으로 나갔는데, 이선생님 부부도 그러했는 지 밖으로 나오셨다.
안락의자에 앉아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패딩 조끼를 입었음에도 밤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아!! 이런 분위기라면 밤을 새고 앉아있어도 좋으련만...
내일의 일정을 위해 이젠 잠을 청하러 올라가야 했다.
하루 종일 걸었는데....침대에 누우면 곧바로 꿈나라로 가겠지.....ㅎㅎ
여행중에는 거의 4시간만 자면 눈이 떠지는 것 같다.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밖이 궁금하여 카메라 들고 밖으로 나 있는 계단을 통해 층마다 있는 테라스로 나갔다.
눈 앞에 떡 버티고 있는 듯 웅장한 산군은 가슴에 또 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혹시 산장에서 찍을 거리가 있을까 해서 300mm 망원렌즈를 가지고 갔지만 산이 하도 가까이 있어 당길 거리도 없었다.
몇 컷 찍어보고 그대로 한 참을 서 있었다.
그 신선한 알프스의 새벽 기운이 너무나 좋았다.
그 산 밑의 옹기 종기 모여있는 마을은 그야말로 그대로 또 동화속 나라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식사 시간까지는 여유가 꽤 있었다.
새벽녘 테라스에서 감동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방에 들어가 준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냈다.
산장 창가에 가득 피어있는 장미 꽃이 예쁘다.
이럴땐 사진찍기 놀이가 또 최고다.ㅎㅎ
아메리칸 뷔페로 차려진 아침식사는
여전히 어제 저녁 만큼 맛있고 정갈했다.
특히 커피가 너무나 맛있어서
어제 저녁 먹고싶었던 맘까지 더해서
종류별로 2잔이나 마셨다.ㅎㅎ
오늘도 날씨 쾌청이다.
모든게 기분 좋은 출발이다.
정숙언니가 여전히 컨디션이 안 좋아보여 걱정스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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