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처럼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틀었다.
모짜르트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2악장의 감미로운 선율이
아침을 가득 메운다.
행복함에 모두들 젖어들어
'너무 좋다고..'
한 마디씩 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남미 치곤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아침 식사를 했다.
역시 호스텔과 호텔은 다르다 싶다.
빵도 커피도 아주 맛있다.
오늘 해발고지 5800m 의 안데스에 올라가니, 고산증 예방차 코카차를 타 갈까 요구했더니,
3Bs의 돈을 내야 한단다.
객지에 나오면 여행자는 또 1Bs에도 목숨을 건다.
그냥 뜨거운 물은 공짜라고 하니, 여기 맛있는 진한 커피에 물을 넣어
연한 커피를 만들어 보온병에 가득 담아 방으로 올라왔다.
두꺼운 패딩도 배낭에 챙겨넣고 고산약 특효약인 비아그라도 한 알 먹어둔다.
그리고...투어에 합류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오늘 라파스 일정....
투어회사를 이용하기로 해서 정확히 9시에 차량은 호텔 앞에 와 있었다.
일단 젊은 처자들은 투어를 안하고 개인적으로 다니기로 했고, 신청자만이 승합차에 올랐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무리요 광장(Plaza Mrillo)....
샌프란시스코 광장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로 라파스 중심 광장으로 볼리비아 독립전쟁에서 활약한 무릴요 장군의 동상이 있다.
흰 벽의 대통령 궁과 대성당(placio de legislative) 등이 광장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아주 자그마하지만 깨끗하고 이쁜 광장이다.
광장의 계단에 올라서니 대성당과 건물 사이로 어젯밤 골목길 사이로 반짝이던 불빛의 주인공...
산꼭대기까지 숨 쉴틈 조차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빨간 지붕의 빈민촌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구상 세계 어디에도 없을 그 먼발치의 풍광이 내겐 광장의 대성당이나 대통령 궁보다 더 볼거리였다.
대통령 궁 앞이라 그런 지 역시 경찰관이 보인다.
이곳은 광장도 작지만 왠지 치안이 좋을 듯 싶어 맘이 놓인다.
혼자 다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무리요 광장을 나와 라파스 시내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페이카 코타 언덕(Paraque laikakota) 으로 올랐다.
차가 언덕 길을 오르면서 보이는 전망이 벌써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
와아~~
세상에 뭔 이런 도시가 다 있어~~
도시가 마치 원형 경기장을 이루고 있듯 가운데 내가 서 있는 이곳을 중심으로 두고 비잉 둘러쳐져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중심 주변으로 비잉 둘러친 높다란 스텐드엔 환호하는 군중들로 꽉 들어 차 있는것 같은 ...
붉은 지붕들이 별처럼 박혀있다는....
두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바라보아도 지구상에 이런 도시가 있다는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
라파스는 3650m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행정상의 수도로서 헌법상의 수도는 수크레다.
인구중 절반 이상이 인디오로 남미에서 가장 많은 인디오 도시가 또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다.
도시 맨 위쪽에 어도비 (햇볕에 말린 벽돌) 집, 그 아래 식민지 풍 저택. 맨 아래의 고층 빌딩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로 올라갈 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맨 위쪽에만 40만 정도의 빈곤층이 사는 판자촌 엘알토가 탄생....
도시 맨 위의 설산 알리마니 산과 알티 플라노의 하늘이 4000m 공기 속에 펼쳐져 있다.
잠시 야경을 상상해 본다.
별빛이 이 처럼 아름다울까...
하지만 순간 슬픔도 함께 일었다.
저 높은 꼭대기까지 어떻게 올라갈까....
가난한 이들의 노곤함이 온 몸에 퍼저드는 느낌....
그들의 슬픔과 한이 불빛에 녹아들어 다른 한편으로 더 없는 아름다움을 발산해 주고 있는 아픔..
자신의 몸을 태워 빛을 밝혀주고 있는 촛불처럼....
우리에겐 너무나 아름답지만...저 꼭대기에 살고 있는 가난한 이들에겐 너무나 고통스럽고 아픈 현실이란 거...
노오랗게 핀 들꽃은 슬프도록 아름답다.
저 멀리로 도시를 둘러치고 있는 설산 알리나니 산이 이따가 오를 해발 5800 m의 안데스 전망대일까?
그리고 그 앞 펼쳐진 바위산 알티 플라노 끝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여길 떠나 바로 찾아 갈 달의 계곡??
누가 달아 주었지??
누군가가 언덕 한 가운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을 한 개 따서 내 귓가에 꽂아주었다.
나이드신 어르신은 아니었고....
에구~ 내가 나이 값도 못하고 철없이 좋아하기만 했나부다.
머리에 꽃을 다 따서 꽂아 주다니...ㅋㅋ
페이카 코타 언덕을 내려와 달의 계곡으로 가는 중이다.
차창으로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옆을 보니 축구경기장이다.
한참 경기중....
역시 남미는 축구를 좋아하는 열정의 나라....
그들의 환호하는 열기가 잠시 스치면서도 느껴진다.
도심 골목길 건물 앞으로 늘어선 전선 줄이
또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낡은 건물의 벽앞에 있는 전선의 뒤 엉켜진 모습이
지저분하다기 보다는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질감이 느껴지는 유화 작품같이 보인다.
ㅎㅎ
그러고 보니 네팔 카투만두에서도 이런 모습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
그때도 정신없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었는데....
이렇게 미끈한 빌딩이 있는 도시의 풍경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고단함 삶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는
위 사진속 낡은 건물들이 느낌이 좋아~
왠지 시간 여행을 떠나온거 같잖아~
작품 소재로도 좋고...
오랜 역사가 만들어 낸 색감과 질감, 느낌은
그대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거든~
그래서 유네스코가 그 옛 건물들을 보존하는 것이기도 하지~
문화 유산으로....
같은 남미...바로 이웃인데도 페루 원주민들과 볼리비아 원주민들은 상당히 그 느낌이 다르다.
이들의 전통 의상인 저 독특한 모자가
장사를 하고 있는 저런 일상복에도 잘 어울린다는게...그들의 전통의상이기 때문이겠지??
그들의 옷이라고 생각하며 봐라봐서 일 수도 있고...
귀여워~~ㅎㅎ
샌프란시스코 광장인가~ 바로크 양식의 교회 건물이 있다고 했는데,,,
사진속 건물이 교회인것 같긴한데 말야~ 그 옆건물은 박물관이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물관에도 들어가보고, 예술 박물관에도 들어가 보면 좋으련만...
반년도 안되는....아니, 두달도 채 안되는 시간에 남미 전체를 일주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모든거에 다 욕심을 낼 수는 없다.
패스... 패스...ㅋㅋ
시장통을 지난다.
어이구~~ 복잡하기 이를데 없다.
아까 깔끔한 빌딩이 가득했던 곳과는
사뭇 비교되는 광경이다.
이곳이 진정 볼리비아 서민들의 대부분의 삶의 터전일 터다
그래서 더없이 복잡하고
지저분해 보여도 내려서 저 속을 걸어보고 싶은 거다.
이들이 무슨 옷을 입고, 무슨 색깔, 무슨 문향을 좋아하는 지, 무엇이 주 생산품이고 무엇이 주식인 지....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도 오래전에 이와 똑같은 시장 풍경이었을 지도 모르는....
그래서 삶의 역사를 찾는 길인 거 같아서
좋다.
다시 갈 수 없는 과거의 현재에 있는...
Kim Kashkashian viola. Robert Levin piano.
'남미 일주 44일 배낭( 2012.3~201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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