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며 너무 늦장을 부려 그만 일행들이 저만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물론 외길이었지만, 분명 로지가 얼마 안남았다고 했었는데....혹시나 아까 지나친 로지가 아닌가...자꾸 의구심이 들어서 발걸음을 멈추길 몇번이나 했다.
'아니야~ 아까 지나친 로지엔 분명 우리 일행들이 없었어~'
확신을 가지고 계속 걸었다.
금방이라고 했던 우리가 오늘 묵을 로지는 거기서 한참을 더 걸어서야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대장님이 바위에 걸터 앉아 나와 플로라를 기다리고 계셨다.
우린 죄송한 마음을 아뢰었더니, 펄쩍 뛰시면서...
'무슨 소리냐고~ 맘껏 즐기면서 호흡하면서 걷는거라구~' 되려 말씀하시는 거였다.
아!! 멋장이 대장님!!
오늘 우리가 묵을 로지는
제법 큰.. 역시 안나푸르나의 하얀 설산이 우뚝 보이는 조망이 멋진 곳이었다.
섬세한 돌길하며 꽃을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로지의 풍광 또한 이뻤다.
벌써 내 짐은 2층에 있는 내 방에 드리워져 있었다.
헐~ 어쩜~
내 방은 그야말로 영화제목 처럼이나 멋진...
한 쪽 벽 전체가 창이고, 복도쪽, 바깥쪽도 창인...그야말로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전망좋은 방이었다.
ㅋㅋ
내가 추워서 얼어죽던 말던 전망 좋은 방을 택하고 싶어할 거란걸 알아차리고 이 방을 내게 준것 같았다.ㅋㅋ
아!! 방도 예쁘기도 해라~
하얀 시트가 깔려있고 꽃무늬 커튼이 드리워져있고, 이쁜 자수가 놓아진 하얀 베게까지....
나는 그냥 내려져있는 커튼을 나비모양으로 묶었다.
오옷~ 한결 더 이쁜걸~ ㅋㅋ
분위기도 좋은데.....커피도 있고, 위스키에 와인까지 있으니
오늘 밤 까페로 변신해볼까나~~??
마담이 좀 젊고 이뻐야 되는 디....
ㅋㅋ
짐을 풀고, 얼른 씻은뒤 식당으로 모였다.
거의 찬물로 씻었기때문에 온 몸에 한기가 돌았다.
그런데 식당에 가니 따듯한 온기로 가득하다~
헐~ 이상하네~분명 난방이 없는데....??
잠시 어리둥절해 있는 나를 보고 일행들이 '이리로 와서 얼른 앉으라고' 손짓한다.
오옷~ 이게 뭐야~~
따듯함이 순식간에 온 몸을 감쌌다.
바닥까지 쳐진 두툼한 식탁보 속에 바로 그 비밀이 있었던 것....
식탁 밑 한 가운데는 작은 가스난로(?) 아니, 가스 레인지 같은것이 놓여있었다.
그 열기가 바닥까지 쳐진 두터운 식탁보에 감싸여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아 그 안이 너무나도 따듯했던 것이다.
와아~~사람이 무릎과 다리가 따듯하니, 온 몸을 파고 들었던 추위가 단순에 싸악 가신다.
아니,그 따듯함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모여앉아 우린 오늘도 여전히 또 럼콕을 마시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음악은 온갖 도구를 동원해 더 멋진 스피커의 음향을 만들어 냈고...
낮에 트래킹을 하다가 만난 아주 이쁘고 상큼 발랄한 몽골 아가씨까지 합세해 더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ㅋㅋ
아놔~~ 역시 남자들의 로망은 나이에 상관없이 20대에 머물러 전혀 변할 줄 모른다더니....
그 말이 여지없이 여기서도 딱 맞아들구만~ㅠㅠ
이 멋지고도 이쁘고 발랄한 몽골 아가씨의 출연으로 우리의 술자리는 어제의 그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ㅋㅋ
급기야....사건이 터졌다.
분위기에 무르익어서 일까...
아님 스스로들 인정한 날라리(?)의 고단수의 작업 들어간 걸까...ㅋ~~
이 작가님이 탁자에 놓여있던 냅킨에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녀에게 주기 위한 것이었다.
모....작업용이라고나 할까?? 그랬겠지??
그러나 여기 함께있는 이 여자들이 누구이던가! 그 작품을 낼름 그녀에게 빼앗길 우리들이 아니지~
결국 이 작가님은 차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우리 모두에게 선물을 주었다.
후훗~
상황이 여기에서 종료되면 안되겠지??
정작가님이 또 계시잖아?? ㅋ~
이렇게 이쁜 몽골아가씨 덕분에 우린 두 작가님에게 작은 스케치였지만 싸인까지 들어간 작품을 2개씩 선물받는 횡재를 누리게 되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멋진 밤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여자들은 날라리에게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거 같아~~ㅋㅋ
더없이 낭만적이잖아~
뭐??
날라리의 조건이 있다구??
첫째, 바이크를 탈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반드시 음악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절대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원두 커피를 맛있게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넷째, 수지침을 놓을 줄 알아야 힘들고 지치고 아픈...연약한 여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기타 등등...ㅋㅋ
그렇다면 여기 모인 모든 남자들은 대장님을 비롯해서 몽땅 날라리??
헐!!
그렇다면 멋진 남자들이 아니라 모두 작업남...날라리의 작전에 넘어갔뎐 겨??
허어걱!!
그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저녁 준비가 다 되었다.
당연히 오늘의 주인공- 몽골 아가씨도 우리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 이게 바로 여행인거구나~
이렇게 만나 그 자리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다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웃고 즐거워 할 수 있는것....
수십년을 함께 지내도 소통이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에서 어떻게 한 순간 이토록 소통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그건 이 순간, 히말라야를 걸으며 자연을 그대로 물들여 내가 자연인이 되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아무 격의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것....
어쩌면 비단 이 아름다운 몽골의 아가씨와의 만남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 ...그랬기에 그저 환하게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 점 티끌도 없이 순수한 어린아이 모습 그대로들....
저녁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술 한잔을 더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숙소 뒷편으로 안나푸르나의 하얀 설산이 우뚝 솟아있는 것이 그 위용이 더 당당해 보인다.
카메라로 몇컷 잡은 뒤...다시 식당으로 들어갔다.
분위기는 여전히 너무나 좋아서....
아무래도 오늘 밤 내 방에 마련하려 했던 까페는 문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닫아야 할것 같다. ㅋㅋ
역시 젊고 이쁜 아가씨와 나이 먹은 이 아줌씨와는 시작부터 비교가 될 수 없었던 게야~ㅠㅠ
오늘 밤은 어제보다도 더 늦게까지 식당에서 럼콕을 마셨다.
분위기도 무르익고...나는 내가 가지고 간 기내용 작은 위스키까지 몽땅 들고나가 마시고는 느지감치 방으로 올라왔다.
아!! 난방이 없으니 방에는 한기가 싸악 돈다.
까만 하늘에는 마치 우주 쇼를 펼치 듯 별이 총총 쏟아져 내렸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이곳 히말라야 란드 룩에서만 펼쳐지는 매혹적인 우주 쇼를 한 동안 바라보다가
전등불을 켜는 대신 분위기 잡고 켜려고 가져온 향 초에 불을 붙였다.ㅎ~
음악을 크게 틀고...
그리고 커피를 한 잔 내렸다.
커피 향이 이내 작은 방을 가득 메워준다.
아!! 진짜 좋은데~
퍼펙트 해!!
전망 좋은 방에서의 아침을 맞는 일은 정말 행복했다.
여전히 주방에서 끓여서 직접 방까지 배달해 주는 일명 모닝 콜....모닝 tea 는 환상이다.
영화속 한 장면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이와같은 대접을 받는 다면....
아! 죽어도 여한이 없을거 같아~ㅋㅋ
잠시 영화속의 사랑스런 주인공이 되는 착각에 빠져본다.
에고~~ 정신 차려야징~
푸헐헐~~
여전히 맛있게 차려진 아침 식탁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올라와 여유시간을 가졌다.
정해진 출발 시간이 딱히 있는것도 아니어서 모든게 그저 여유롭기만 했다.
여전히 방안엔 음악이 울려 퍼졌다.
늘 아침을 먹고 음악을 틀고, 커피를 마시는 일이 공기처럼 접하는 일상이었지만,
이곳 히말라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그 일상은 전혀 새로운 세상...에서 맞는 일탈 그 자체였다.
맑은 공기와 가난함이 천국인...
평화롭기 그지없는....
소박함이야말로
벅참 그 자체였다.
정 작가님이 내 방에 잠깐 들리셨다.
나는 커피를 내려 대접했다.
작은 방엔 금방 커피 향으로 가득해졌고,소소한 이야기는 솔솔 피어났다.
이래서 내가 여행을 떠날때 커피를 꼭 챙겨가는 이유다.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방안 가득해지는 커피 향때문에...
그리고 커피를 마신다는 건 소소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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