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매력적이고 기분좋게 할 수가 있을까....
경치가 좋으니 몇시간 걷는것은 걸었다는 느낌조차 갖지못하는 것 같다.
목적지가 눈앞에 나타났을때 쾌감과 안도감이 이는 대신 이번 처럼 평생에 아쉬웠던 적은 아마 처음 이었을 것이다.
벌써...
오늘의 목적지 포타나에 왔다니.....
와우~ 뭐야~이 간판은....ㅋㅋ
WEL-COME TO HEAVENS GATE
GUEST HOUSE....
내말이 맞구먼~
나...신선되는거 싫은 디 아무래도 히말라야 트래킹 마치고 나면 신선이 되어 있을거 가텨~
아니, 천사가 되는 건가~
아니지 아냐~ 천국에서 여유자작 놀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겨~~??
에이구~ 몰러~
암튼....낼부턴 이승은 확실히 아니라는거잖여~
이 문을 통과했으니...
여기까지 오는 길도 판타스틱했어~ㅎㅎ
우리가 묵을 방은 계단으로 올라가서 이층에 있었다.
맘에 드는 방을 골라잡으라고 해서....
얼어죽든 말든 전면이 유리창이 달린 방을 얼른 잡았다.
사실...
가장 전망좋은 방은 이교수님과 정교수님방.....
킬리만자로에 갔을때 나라에서 운영하는 로지가 우리네 휴양림 같은 분위기라서 이곳도 그럴줄 알았다.
그러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는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형태...
허름하지만 나름 분위기가 있어서 너무나 근사하다.
아니...이렇게 매혹적인 대 자연이 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인간의 손이 덜 갈수록 자연의 에너지는 더 강한 몸짓으로 내게 다가올 터였다.
짐을 방에 들여놓고 옷을 두툼하게 껴입고 밖을 구경했다.
산을 오를땐 덥다고 느꼈는데, 금새 몸에 한기가 쏴아하고 몰려드는 것이다.
히말라야를 오를땐 가벼운 옷차림이어야 한다.
그리고 배낭엔 산을 오르면서 먹을 행동간식과 쉴때 걸쳐입을 따듯한 옷가지들을 넣고 오른다.
체감온도의 변화가 아주 심하기 때문에 겨울 산이나 큰 산을 탈때는 체온 조절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하나의 로지이기 보다는 작은 마을이라고 하는게 더 맞는 표현이다.
우리들은 각자 흐터져서 구경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아니...포토그래퍼는 사진을 찍고..
작가들은 그림을 그리고...
주방장은 열심히 저녁짓고...
ㅎㅎ
우린 주방에 내려가서 저녁 먹기 전 럼콕을 한 잔씩 했다.
아!!
어느사이 이 작가님은 또 나와서 스케치 하고 있네~
대단한 열정....
아니, 이건 열정이 아니라 그냥 본능적으로 그리는것 같아~
누가 불렀다고??
그래~ 히말라야를 찾아온게 아니라
히말라야가 불렀잖아~
절대 가만놔두지 않는거쥐~
해는 금새 넘어갔고
푸르른 저녁빛이 동네를 감싸고 돌았다.
기온은 뚝뚝 떨어져 어느사이 체감온도는 영하로 내려간듯 하다.
거위털 쟈켓을 입었는데도 한기가 뼈속까지 스멀 스멀 파고들었다.
'아!! 드디어 히말라야에 온 실감이 나는군~'
싸늘하게 피부에 와 닿는 이 느낌이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면 이해가 될까??
진짜 히말라야에 있는 느낌이 들잖아~
ㅋㅋ
우리의 주방장은 이제까지는 주방보조로 있다가
이번에 드디어 주방장으로 승급했단다.
그들은 식사를 하는데 준비시간이 좀 오래걸리긴 했어도 음식 솜씨가 상당히 좋아서 어찌나 맛있게 저녁을 먹었는 지....
또 정성스러움이 느껴져서 기분까지 얼마나 좋은 지...
대장님께서 한국에서 기본적인 재료와 밑반찬을 준비를 해가지고 가시기때문에 무늬만 한국음식이 아니라
진짜 한국음식 맛을 제법 잘 내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엔 누릉지를 끊여서 주었다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피...
그리고...
간단히 기분좋게 술 한잔.....
.
다시 방으로 올라가 드디어 나의 가장 든든한 동반자....
지리산 겨울 종주와 히말라야 등정을 위해서 준비한...
우모복과 오버트라우저를 입고 나왔다.
그야말로 귀여운 곰돌이 푸우가 된것이다.
햐~~
이 우모복 진짜 짱이었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왔는데...
정말 주먹만한 별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난 혼자 밖으로 나와 쏟아지는 별빛아래 누워 음악을 들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우모복과 오버트라우저때문.
밖에는 싱글 침대 크기만한 탁자들이 놓여있었는데.
그 위에 누워 하늘을 보니 마치 우주 쇼을 보고 있는 듯.... 정말 판타스틱했다.
더우기 그때 귓전에 울려퍼지는 음악...
적어도 그 순간엔 세상에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퍼펙트한걸~~
히말라야에서 맞는 별은...
이집트 사막캠프때 봤던 별과
지난 아프리카 여행때 마사이 마라 사파리 캠프에서 봤던 별과는
또 다른 느낌의 별의 잔치 였다.
하늘과 한결 더 가까이 있다는 느낌....
싸늘한 추위때문에 별이 더욱 또렷하다는 것
아니...내 피부에 와 닿는 한기가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희열과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는 쾌감....
그렇지~ 당연한 걸 가지고....
여기가 어디여~~히말라야잖아...히말라야....
마차푸차레가 눈앞에 훤히 보이고 있잖아~~
우린 내일도 걸을 것이고...
또 그 담날도 걸을 것이고...
또 그 담날도 걸을 것이고....
잠깐씩 일행들도 나와서 한번씩 누워보고는 곧장 들어들 갔다.
너무나 추웠기때문....ㅋㅋ
얼마나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혹꼼짝도 않는 내가 혹시나 그대로 잠들었을까봐 일행들이 한번씩 흔들어 보곤 방으로 올라갔다.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어제도 종일 카투만두 시내를 걸었고,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움직였고 많이 걸었으므로 피곤할 터였다.
나도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방으로 올라갔다.
방이라고 해봤자 훨씬 따듯한건 아니었다.
난방이 전혀 되지않고, 벽도 나무...벽과 벽 사이는 그야말로 합판 한 장....
정말 뒤척이는 소리까지 다 들려서 여간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지 않았다.
전기 사정도 좋아서 밤새 전기가 들어왔다
하지만 칸막이 사이로 불빛이 새어나갈까봐 헤드랜턴을 켜서 바닥에 놓았다.
커피를 한 잔 내렸다.
꼭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라 커피 향이 방안 가득 퍼지는 것이 좋아서다.
나는 내 개인 침낭을 가져갔는데, 한겨울용이 아니라서...우모복에 털모자 쓰고, 오버트라우저까지 입은 채로 침낭속으로 들어갔다.
우모복만 입고 밖에 누웠어도 안 추웠었는데, 침낭속으로까지 들어가니 아늑함 마저 들어서 좋다.
ㅎㅎ
잠이 올것 같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칠흙같이 깜깜하고 조용하니
스르르 잠이 온다.
자야지!!
따듯하고 아늑하다~
생전 자다가 깨는 적이 없는데,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화장실도 가고 싶었다.
이상하네~~ 추웠나??
자다가 화장실 가고싶어서 깨보긴 또 처음....
귀찮아서 참을까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세상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어제 구름에 가려져 마차푸차레가 1/3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었는데..아니...그보다는 구름과 뒤엉켜서 설산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거대한 설산이 그야말로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눈앞에 터억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신부의 하얀 웨딩드레스라고 할까...
가장 순수한 하얀색....
아니야~ 너무나 맑고 깨끗해서 수정산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
칠흙같이 까만 밤하늘이 아니라 진한 프러시안 블루빛을 배경으로 너무 하얳서 투명한 느낌마저 드는 수정같이 맑은 설산....
숨이 막혔다.
난 화장실 가는것도 잊고 석상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아!! 그렇지...
난 얼른 방으로 들어가 커피를 내렸다.
그리고 이어폰을 꽂았다.
브루크너....
그래~ 부르크너 9번을 듣는거야~
이 엄청남 앞에선 브루크너 9번이 딱이야~
엄청난 위엄과 위용과 꿈틀대는 지구의 움직임이 느껴져 오는 것만 같았다.
아~~ 그 기인 브루크너 1악장이 끝나고 2악장이 시작되었다.
좀 춥기도 하고..이젠 들어가야하는데...이놈의 브루크너까지 합세해 날 그곳에 잡아두었다.
2악장 끝나면 들어가야지~
헐~ 3악장은 나를 더욱 꼼짝 못하게 잡아두었다.
그렇게 난 그 새벽 3시에 나와서 꼼짝도 않고 브루크너와 함께 마차푸차레 앞에서 1시간이 넘도록 서 있었다.
문득 카메라에 찍힐까...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다.
삼각대도 없이 난간에 올려놓고 조리개를 최대한 닫고 오랜 시간을 끌며 찍어보았다.
화면에 잡히지도 않던 설산이 오오~~ 암튼 아래 사진 만큼이라도 잡히는 거다.
하늘의 반짝이는 별빛도 찍혔다. ㅎㅎ
만분의 일도 담아내지 못했지만....이 사진만으로도 그날 그 시간....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의 모습이 어땠는 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선여하게 내 뇌리에서 떠오를 테니까....
살금 살금 걸어들어와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옆방에서도 인기척이 인다.
나때문에 깼나??
그래도 미안한 맘보다는 그 방에서는 창으로 이 엄청난 광경이 훤히 보일테니까....차라리 잘 된거야~
완전히 깨서 이 광경에 맘껏 취해보기를 .....
아!!
내가 저 방을 뺏을걸 그랬어~ ㅋㅋ
누워서 따듯한 침낭속에서 이 광경을 볼 생각을 하니
진짜....와아~~ 하고 감탄사가 연발 터지는 거다.
아침에 이작가님한테 물어보니 그렇잖아도
다 봤다고....
암튼...
나는 히말라야 정령에게 감사했다.
분명 나를 깨운건 히말라야 정령이었을 테니까...
새벽에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뒤늦게 푸욱 잠이 들어서 정작 내방 창으로 훤히 들어오는 일출을 제대로 못봤다는 거다.
아니...밖에 나가서 보긴 봤지~
카메라레 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내 방에서 누워서 편히 즐길 수 있었는데...
왜 그생각을 못했는 지....
새벽....마차푸차레의 충격과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해서 정작 내 방 창문은 볼 생각조차 못했을 거야~
아침에 나가니, 일행들이 훤히 모습을 드러낸 마차푸차레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아직은 기온이 낮아 히말라야 주변엔 구름 한 점 없었지만 새벽 3시의 그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하얀 색은 불투명한 하얀 색이었고
하늘빛은 너무 밝았다.
어둠속에서 오묘한 빛을 발하며 나타난 진한 프러시안 불루빛....
너무 맑아서 투명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하얀 설산이....
그 느낌이 완전히 너무나 달라서
마치 한 여름밤..꿈을 꾸고 난듯한 느낌....
오로지 내게만 1시간 동안만 나타나 주었던....
히말라야 정령같았던.....
이곳이 천국의 문이라더니 진짜 맞는 말인거 같아~~
날씨가 얼마나 추운 지 하얗게 내린 서리의 두께가 적어도 2~3mm 는 되 보인다.
해가 나자 또 언제 그렇게 추웠냐싶게 지붕위에 내린 서리가 녹아서 처마엔 장맛비 처럼 물줄기가 쏟아져내렸다.
찬물로 세수를 하자니 얼굴이 얼어붙는 것 같다.ㅠㅠ
아침 식사를 하고 잠깐 동안 이교수님과 정교수님 방으로 올라갔다.
전망이 정말 죽여준다.
아놔~~ 이곳에서 하루 더 잔다면 격투를 벌여서라도 이 방을 내가 차지하는 건데.....ㅋㅋ
하긴 그럼 곤란해지겠지?
이 방은 위험해~
잠을 못잘거 아냐~ 그러면 다음 산행이 위험해 지잖아~
에공 안되겠군. 내가 이 방을 쓰는건 너무 위험한 선택이야~~
ㅋㅋ
출발하기 전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배경으로 모두들 한 컷씩
담았다.
ㅋㅋ
잠깐....
깔 맞추기...
장갑끼고...
스틱 들고 찍어야징~
헐~ 벌써 찍어버린거야??
다시 다시...
왠지 좀 쑥스러운걸~~ㅋㅋ
스틱까지 들고 너무 폼잡았나??
에잇~
아직 표정도 안 잡고 뭐라 뭐라 얘기하는 중인데
또 벌써 찍어버렸네~~
ㅋㅋ
브루크너 교향곡 9번
1. Feierlich, Misterioso (장중하고 신비롭게)
2. Scherzo. (스케르초) Bewegt, lebhaft (가볍고 쾌활하게) - Trio. Schnell (빠르게)
3. Adagio. (아다지오) Langsam, feierlich (느리고 장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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