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는 달리 열차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덜했는 지 푸욱 잠들어 늦잠을 잤다.
차창밖으로 환하게 아프리카의 전형적인 풍광이 시야에 펼쳐졌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멍청히 아무 생각없이 창밖에 시선고정...그냥 앉아 있었다.
그것도 좋았다.
배터리 충전을 못해서 걱정했는데, 그냥 이대로도 좋다.
창밖에 시선고정....한참을 넋놓고 있다가
다시 음악을 들었다.
일기도 쓰고....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른 풍광이다.
평원의 무한연속....
잔잔한 나무 숲의 무한 연속....
............
모두들 일어났다.
아침 식사 주문도 받아가고...
이제 정리해야지~
식사가 오기 전 토마토와 파인애플과 한라봉으로 전채요리(?)를 먹었다. ㅋㅋ
국경지나면 차창밖으로 장사꾼들이 없다고 했는데 아직은 있다.
헐~ 스콘을 판다.
1000콰차(200원)에 2개...
맛을 보니 갓구워와서 따끈 따끈 고소한 것이 일품이다. 저만치 가는 스콘녀를 불러서 2개를 더 샀다.의진씨...이 맛을 보고는 너무 맛있다고..1개에 1000원을 해도 사겠다고...이제껏 먹은것중 최고의 스콘이라고...흥분하며 더 산다고 2등칸까지 갔지만 벌써 다 팔고 갔는지...스콘녀를 찾지 못하고 허탈하게 돌아왔다.ㅠㅠ
잠시후 아침식사가 배달되었다.
오늘도 Full Breakfast....계란,쏘시지를 넣고
즉석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커피와 먹는다.
지평선까지 쫘악 펼쳐진 풍광이 가슴을 뻥 뚫어준다.
잔잔한 나무 숲과 누우런 수풀림...
기차의 덜컹거림....
요란한...그러나 규칙적인 기차소리는 차라리 속도감과 쾌감을 준다.
지루함 보다는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중 하나라고 수없이 얘기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타자라 기차여행에 반해버린 난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칭창열차'에 대해
떠벌리기 시작한다.
보름동안이나 걸린다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꽤 괜찮을 거 같다고...
꼭 타보고 싶다고...
차이콥스키 음악을 들으면 눈물을 흘릴것 같다고.....
나는 벌써 상상속에 잠긴다.
러시아 음악가들의 엄청난 스케일의 음악을 상상하며....
하얀 눈만을 보다가 지치면....
그때는 진정 내 자신 내면속으로 들어가 모든 욕정과 욕망,욕심을 버리고 진정 자유로운 자가 되지않을까..
그러니까....
처음엔 경치에 탄복하고...그리곤 책 보다가....음악 듣다가....그리곤 자아찾기....뭐 그런 순서....ㅋㅋ
아니,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삶의 참지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ㅋㅋ
지금...이 아프리카의 저 자연의 광활함과 자유, 하느님의 창조물, 하느님의 능력....
이 모든것을 가슴에 담기도...아니, 눈에 담기도 벅찬데, 다른 곳을 꿈꾸고 있는것좀 봐~
인간이 얼마나 욕망의 늪에서 허덕이며 살고 있는 지....ㅠㅠ
기차가 섰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1등석 기차칸으로 달려온다.
이중 3분의 2는 신발도 신지않은 맨발이다.
이제껏 보아온 이이들과는 또 다르다.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미야씨 말이 케냐, 탄자니아보다 잠비아가 훨씬 못산다고 한다.
"아!! 어떡해~ 다 줘버려서 이젠 더이상 줄것도 없는데...."
성여씨는 가져온 반짝이 구두를 그중 큰 여자아이를 불러서 주었다.
봉지속 신발을 한번 보더니 얼굴에 환한 미소를 품은 채 가슴에 꼬옥 껴안고 있다.
성여씨는 왜 안신냐고...좋아하지 않는것 같다고....안타까워 한다.
그게 아니라고..
아끼고 있는거라고....
가슴에 꼬옥 껴안고 얼굴에 가득한 저 미소를 보라고.....
정말 우리를 향해서 던지는 미소가 너무나 밝다.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우린 우리가 먹으려고 샀던 토마토 한 봉지를 다 나누어 주었다.
작은 꼬마들에게도 주려고 안깐힘을 쓰면서...
옆칸에서도 더 이상 줄것이 없어서 안타까웠는 지 쓰레기 봉지에 돈을 넣어서 던진다.
그 속의 돈을 눈치 챈 잽싼 아이가 얼른 주어 감추고는 그곳을 의기양양 떠난다.
더 줄게 뭐 없을까...
급기야 내가 쓰고 있는 볼펜 2자루중 한자루를 줄까...꺼냈다.그러나 아직 여행의 반이 남았는데....ㅠㅠ 나는 다시 집어 넣을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눈치 챈 아이들이 떠나는 기차를 죽어라고 따라오며 pen을 외쳐댄다.
아~~어떡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는 볼펜을 있는 힘껏 그들을 향해 던졌다.
"미리 얘기좀 해주지~ 잠비아가 훨씬 어렵다는 걸....
괜히 잘 사는 잔지바르에서 학생들에게 볼펜을 다 나누어 줬잖아~ㅠㅠ"
그 모습은 한동안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어제는 아이들이 기차로 달려오는게 먹거리때문이 아니라 '외로움'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 이들을 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사치'스런 나의 생각이었는 지 깨닫는다.
급기야 성여씨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다.
특히나 맨발의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는 지, 신발을 살곳이 있느냐고....묻는다.
상호씨도 '자원봉사' 나가겠다고...맘먹을것도 같겠다고 한다.
한동안 아픈 마음에 멍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관광자원이 없는 서 아프리카는 상상을 뛰어넘는....TV에서 본 모습들이 그대로 현실이라고 했다. 모든게 너무나 열악한..
눈물어린 아름다운(화장도 안하고 머리도 못감은 초췌한 모습이지만) 성여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의진씨...한마디 한다.
가슴 아파함이 그대로 사진에 묻어난다고....
그 사진을 보고 성여씨는 빨리 지우라고 또 난리를 핀다.
그 아옹다옹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아름답다.
젊음도....
착함도..
사랑스런 모습도......
미야씨는 그 사이에 사탕수수를 6덩이를 사가지고 나타났다.
2덩이는 오면서 나눠주고....ㅋㅋ
그 모습...마치 개선장군같아 기념촬영 한컷!! ㅋㅋ
그리고 열심히 깍는다.
"헐~ 쉬워보였는데.....이게 예삿 일이 아니네~"
그러면서...끙끙거리며 깍아서 우리에게 준다.ㅎㅎ
"쉬워보이긴~ 겉으로 보기에도 저 단단한걸 어떻게 깍아서 먹누~싶은걸~"ㅋㅋ
참~ 감기때문에 컨디션도 안좋고 여러번의 아프리카 여행에 지칠만도 한데 매순간 저렇게 신나하며 우리에게 먹거리를 사다가 대령한다~ ㅋㅋ
정말 타고난 길잡이....아니 여행가다.
이 끝없는 평원..오지속에도 사람들이 살아
기차가 지나가면 그 자리에 서서 여지없이 손을 흔들어 댄다.
성여씬 얼굴을 완전히 창밖으로 화~악 내밀고는 양손을 마구 흔들어 준다.
그들에 대한 애틋함 때문이다.
배고픔과 외로움...그리고 사람에 대한 그리움..
모두 각자의 침대로 올라갔다.
성여씨는 졸고...
상호씨는 책보고...
난 음악을 들으며 일기를 썼다.
pop을 틀었다가 '제시노먼'의 아리아로 바꿨다.
우주의 광활함에 pop은 너무 근시안적이고 폐쇄적인 느낌이 들어 답답하다.
역시 교향곡과 판타스틱한 목소리, 어쿠스틱이 어울리는 듯....ㅋㅋ
제시노먼의 풍부한 성량이 저 끝...
지평선까지 퍼져나가는 같아 가슴이
타~악~ 트이는것 같다.
너무 멋지다!!
지금의 삶...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삶...
폐쇄된 작은 공간에서 해주는 밥 먹고, 자고, 시야에 들어오는 대로 보고,
얼굴과 이빨만 닦고, 옷도 입던 옷 그대로 삼일째 갈아 입지도 않고....
그런데 불편함보다는 슬슬 편해져 온다고 할까?? ㅋㅋ
인간은 유일하게 학습되어지는 동물이라고....
6일만 같은 환경에 있으면 완벽하게 적응된다고 하더니만....ㅋㅋ
그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아무 불편함없이 단순하게 살 수 있는 지..
삶에 필요한 것이 얼마나 단순하고 소소한 것인 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어젯밤 한 곳은 통과했고, 지금...
그렇다면....혹시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며 나오지 않을까??
숲이 무성한 것이 국립공원 삘이 난다~ ㅋㅋ
와아!! 저기 얕으막한 바위산이 보이네~
좀처럼 산은 보기 힘들었는데....더우기 바위산이 시야에 들어오니 정신없이 셔터 누른다. ㅎㅎ
친구들이 찾아왔다.
지루해 죽으려고 한다.
나는 너무나 좋은데....젊은이들에겐 이 끝없는 평야의 질주가 지겨운가 보다.
아니, 폐쇄된 공간이 지겨운거겠지?
이 수동적인 삶이...
나이가 들면 외향적인것 보다는 내면적으로 움직이는게 훨씬 좋은데....ㅎㅎ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진리....자연의 섭리이겠지~ ㅎㅎ
반대편 창으로 호수가 보인다.
처음인것 같다. 호수 보이는게....
바람도 쐘겸 젊은이들끼리 있게
복도로 나와 음악을 들으며
경치 삼매경에 빠져본다.
그저 좋을뿐이다.
이렇게 태우는걸 뭐라고 하지??
아프리카 대평원의 수풀을 이렇게 다 태우고 있었다.
군데 군데....
아마 매일 이렇게 태워서 어마 어마한 대 평원을 다 태워주는거... ??#$@%
이렇게 해줘야 병충해도 막고, 거름도 되주고, 나무들이 잘 자라는게 아닌가 생각든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게....이 건조한 건기에
이렇게 불을 질렀는데도 바닥의 수풀림만 타고 나무는 타지 않는다는 거다.
작은 담배불씨로도 산불이 나서 거대한 산림을 다 태워버리는데 말이쥐~
어떤 원리일까...
이곳 나무는 다른가??
수분이 아주 아주 많아서 잘 타지 않는다던가...
암튼....신기 신기....
다 타고 나면 이렇듯 바닥은 까맣고,
나무들은 밑만 그을린 채 멀쩡하다.
계절이 바뀌면 엄청난 영양으로 더욱 푸르게 잘 자라겠지?
이렇듯...
누군가가 ...아님...뭔가가 잘 자라고 잘 되려면
이 처럼 누군가는 완전한 희생을 한다는 거다.
희생, 고통, 힘듦, 어려움....이 없는 좋은 결과는 없는 것이다.
모두가 다 아는 너무나 단순한 진리이지만....
그 진리를 진정 받아들이고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은것 같아~
나부터도....
점심으로 성여씨가 이제껏 이 타자라 열차에서 먹기로 아껴두며 무거운 배낭짐에 한몫했던 라면으로 화려한 만찬을 벌였다.
오랜 기간 하는 배낭 여행객에게 있어 라면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한비야 말대로 보약이다.
더우기 아프리카 음식에는 국물요리가 없어서 더더욱....
국물까지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싹쓸어 마시는 건 당연.... ㅋㅋ
아!! 한비야 말이 맞다.
속이 게운하고 얼큰해진것이 기운이 불끈 불끈 솟는 것 같다.
잠비아에 들어오니 거대한 농경지가 눈에 많이 띤다. 잠비아는 그야말로 거대한 곡창지대...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
저렇게 비옥하고 거대한 농경지가 많은데
잠비아가 그렇게 못산다는게 받아들이기 힘들다.그러나 저 거대한 수없이 많은 곡창지가 다 거대 다국적 기업들거라고 하니....
이들의 가난이 그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 뿐이다.
그리고 빈곤의 가장 큰 이유는 하루에 몇푼 안되는 임금을 주고 일을 시키고 있는 노동력착취...
에디오피아의 커피 생산지에서의 아이들 하루 임금이 달랑 1$란다.
그 비싼 커피값을 생각한다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현대문명의 한 가운데서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는 나로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하는....
이들의 발전을 위해 자본을 대주고 일자리를 주기위해 기업이 들어가고...
하지만 선진국들의 노동력 착취와 자원 착취가 오히려 빈곤국가를 만들고, 어쩌면 그들끼리 그들의 방식대로 살게 내버려 두었다면 이처럼 빈곤의 굴레를 뒤짚어 쓴 채 살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
가난하지만 그들만의 풍요속에서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지는 않을거라는....
참으로 아이러니다.
우리의 발전의 뒷 모습이....이들의 노동력 착취에 한몫을 할애했던건 아니었을까....
또다른 새로운 형태의 침략은 아닐까....
이토록 아름다운 대 자연속에서 물이 부족해서 살기가 힘들다는 것도....
다국적 거대 기업들이 다퉈가며 이들의 물을 퍼가기 때문이라는 걸 TV에서 봤을때 너무나 충격이었고 가슴이 아팠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가슴 아픔도 이 순간 뿐....
현대문명의 이기심에 익숙한 나는 또 예전의 모습, 삶의 습관 그대로 살아가겠지~ㅠㅠ
더 욕심내지 않으면 그것도 다행이라고....
MKUSHI 다.
제법 사는 동네인 지, 선교사가 들어온 동네인 지, 자가용에 위성 안테나까지 있는 집이 군데 군데 보인다.
아니면 근처에 다국적 기업 주재원들이 사는가?? 선교사들은 대부분 열악한 생활을 이들과 함께 하고있다는걸 감안해 보면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다.
아이들도 대다수는 신발을 신고 있고, 심지어 자전거도 타고 다닌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리에게로 왔다.
그들의 눈망울만 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뭔가 줘야하는데...그런데 이젠 정말 줄게 없다.
그런데 이 싸디 싼 (이곳에서 60개가 넘게 달린 바나나를 350원에 샀으니 아주 싸고 흔해서 많이 먹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바나나를 줄까..했더니 마구 손을 뻗히는걸 보니....)바나나에 눈길을 준다.
그래서 우린 어제 산 바나나를 단 한송이만 남겨두고 모조리 따서 다 나누어 주었다.
토마토도 다 주고, 사탕수수도 주고,
암튼 줄 수 있는건 모조리 다 주었다.
출발도 2시간이나 늦게하고 음베야에서 4시간15분이나 정차해 있었는데도 거의 정시에 도착을 한다고 방송을 한다.아니~ 우리가 잘때 죽어라고 달렸나??
우린 환호를 질렀다.
일순간에 화색이 밝게 살아난 일행들은 액티비티를 무엇을 할까.... 궁리를 한다.
벌써부터 빅폴에서 번지점프와 래프팅 할 생각에 설렘으로 희희낙낙....
오오~~ 부럽군!!
6시쯤 도착할 거라 생각하고 여유를 부리며 여전히 창밖으로 펼쳐지는 경치 삼매경에 빠져있었는데, 제법 커다란 역사가 시야에 들어오는 거다.
헐~~ 뭐얏?? 내리라고??
음포시(MPOSHI)라고??
"아악~ 어떡해~ 짐도 안꾸려놨는데~"
우리방에서 놀던 친구들도 2등칸으로 튀어가고, 우리 방에서 수다떨던 미야씨도 허겁지겁 튕겨가듯 갔다.
그냥 마구 쑤셔넣었다. 그리고 신발끈도 묶을새도 없이 카메라도 배낭에 넣을새도 없이 걍 목에 걸고 내렸다.
와아~ 음포시구나~
네게 오느라고 우리가 무려 2박3일을 기차를 타고 왔단다~
우린 여기서 또 버스를 타고 3시간 달려 루사카로 간다.
아!!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우린 오늘 중으로 이곳에 도착하지 못하는 줄 알았다.
루사카의 숙소엔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고
리빙스톤으로 가는 줄 알았었다.
제발 들려서 샤워만 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그러나 잠도 푸욱 잘 수 있을것 같다.
ㅋㅋ
대박이닷!!
(Spiritual) Amazing Grace (놀라운 은총) / Jessye N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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