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_교향곡 제8번 F장조 Op. 93 BEETHOVEN Symphony No. 8 in F Major Op. 93 “다른 곳에서는 도무지 그 예를 찾아볼 수도 없고 비견할 만한 작품조차 없는 가장 예술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하늘에서 이미 완성된 형태로 곧장 예술가의 마음속으로 떨어져 내려온 곡이다.” 이것은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말이다. 여기서 ‘작품’은 베토벤 교향곡 8번을 말한다. 베를리오즈가 이 작품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향곡 8번은 홀수 교향곡 등 다른 유명 베토벤 교향곡들에 가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완성도로 볼 때는 최고를 다툴 정도다. 이 곡은 가히 ‘고전음악 총정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말할 수 있는데,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비롯한 모든 음악의 종합편이라고 할 수 있다. 교향곡 8번의 3악장은 고풍스런 옛 형식의 미뉴에트로 진행되며, 2악장은 하이든의 알레그레토와 비슷하다. 고전주의시대의 바람 부는 언덕에 서서 낭만주의시대를 바라본 혁명가 베토벤은 개혁의 와중에도 온고지신을 통한 발전을 도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이 작품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베토벤 연구가들은 이 작품을 사랑하고 ‘수집가를 위한 보석’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들은 이 작품이 베토벤이 자기 이전의 고전주의 형식에 대해 쓴 논문이라고도 말한다. 옛 음악을 새롭게 해석해 표현한 이 곡은 그 짜임새가 빼어나다. 교향곡 8번은 1812년 여름 베토벤이 테플리츠 온천장에 머물고 있을 때 작곡됐다. 이 곡을 쓸 무렵 베토벤의 컨디션은 최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곡에서 정신적인 균형감이 잘 잡혀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것에도 머물지 않고 맑고 상쾌한 기분이 가득 들어차 있는 베토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교향곡 악보의 표지에는 ‘교향곡, 린츠에서 1812년 10월’이라고 적혀있다. 베토벤은 자유로운 기분이 될 때 흔히 ‘단추를 풀고’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 곡은 바로 그러한 상태에서 씌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1813년 4월 20일 루돌프 대공의 저택에서 비공개로 초연이 이루어졌고, 1814년 2월 27일 빈 레두엔잘에서 베토벤의 지휘로 공개 초연이 이루어졌다. 작품의 악보는 1817년 출판되었다. 교향곡 7번의 규모에 비해서 8번은 소규모이다. 밝고 명랑하다는 점에서 7번과 비슷하지만 힘이나 열기, 심각함은 찾아볼 수 없다. 교향곡 7번과 8번의 관계는 교향곡 3번과 4번의 관계와 어쩐지 유사하다. 아무튼 교향곡 8번은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 가운데 가장 경쾌한 곡이며 작품에서 풍기는 풍부하고 여유 있는 유머는 아주 세련된 종류의 것이다. 형식은 극단적으로 압축돼 있어 장황한 부분이 없다. 통상적인 의미의 빠른 악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1악장 연주: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
베토벤은 소나타 형식으로 맑게 울리는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에 콘 브리오와 경쾌하고 명랑한 종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사이에 교향곡의 일반적인 관습을 무시하고 독특한 알레그레토 스케르찬도와 템포 디 미뉴에트를 삽입했다. 전곡이 섬세하고도 조용하면서도 명랑한 분위기로 짜여 있으면서도 결코 가벼워지는 법이 없다. 그 바탕에는 베토벤 특유의 진지한 면모가 잔잔히 깔려 있다. 그럼 교향곡 8번의 특징을 살펴보자. 우선 대개 교향곡에서 배치하는 느린 2악장을 스케르초로 처리한 점이다. 대부분의 교향곡들이 느리고 서정적이며, 노래하는 듯한 악장을 둘째 악장에 배치하게 마련인데, 이곡에서는 단순하고 일정한 리듬과 기계조작으로 움직이는 오르골(뮤직박스)처럼, 반복되는 천진스러운 리듬형태를 가지고 있는 스케르초를 사용하고 있다.
2악장연주: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
이 곡의 2악장은 요한 네포무크 멜첼이 발명한 메트로놈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제기됐는데, 확실치는 않다. 베토벤은 멜첼에게 어느 파티장에서 메트로놈(당시에는 ‘크로노미터’라고 불렸다) 소리의 특성을 살린, ‘타타타 카논’(타타타 사랑하는 멜첼 씨 안녕, 안녕히 가십시오. 시대의 마법사, 위대한 메트로놈...이란 가사가 붙어있다)이란 곡을 작곡해 주었다. 교향곡 8번의 2악장은 이 ‘타타타 카논’을 사용한 것이란 설이 있지만 작곡 연도와 날짜가 맞지 않는다든지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3악장 연주: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
4악장 연주: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 레너드 번스타인
다음으로 대부분 3악장에 배치하던 스케르초를 2악장에 사용하고, 3악장에는 사용하지 않던 미뉴에트를 배치한 점이다. 베토벤 교향곡 중에서, 1번에 미뉴에트를 사용하고, 그 후로는 스케르초로 대체해서 사용하다가, 이 교향곡에서 다시 미뉴에트를 사용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1번 교향곡에 나타나는 미뉴에트가 내용적으로 보면, 스케르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이 8번 교향곡에 사용한 미뉴에트는 고전주의시대 교향곡에서 찾아볼 수 있는 완전한 형태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미뉴에트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베토벤 교향곡 8번은 ‘과거’라는 정원을 아름답게 잘 가꾼 베토벤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명곡이며, 오늘날 다시 한 번 들어보아야 할 의미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BEETHOVEN, Symphony No. 5 in C minor 만약 외계인이 방문해 모든 클래식 음악 가운데 단 한 곡만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곡을 선택하겠는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택할 것이다. 아홉 곡의 베토벤 교향곡 가운데, 아마도 세상의 모든 곡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졌으면서 저마다의 뇌리에 굵고 뚜렷하게 아로새겨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교향곡 구조인 4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악장 하나하나가 애매한 구석이 전혀 없고 역동성과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하는 악기들의 운용이 돋보인다. 베토벤의 모토인 ‘암흑에서 광명으로’ ‘투쟁으로부터 승리로’ 나아가는 고난과 극복의 모습이 먹구름 낀 날씨와 화창한 날 청명한 대기처럼 뚜렷하다. 한편, 비평가들은 ‘운명’ 교향곡의 특징을 ‘불규칙성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베토벤이 당시 곡을 구성하기 위해서 으레 지켜지던 모티브의 구성이라든지 리듬의 진전, 악장의 구성 규칙을 넘어서서 그로부터 벗어나 뛰어난 곡을 썼기 때문이다. 프레이즈나 리듬의 구성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바뀌기도 하고 끝악장에서 발휘되는 놀라운 힘도 큰 의미에서 리듬의 불규칙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베토벤은 “더 아름다운 것을 위해서 파괴하지 못할 규칙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고전주의를 넘어서 낭만주의로 다가선 베토벤의 혁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슬로건이 되었다. 교향곡 4번이 5번보다 먼저 완성되기는 했지만 교향곡 4번 작곡이 착수되기 전부터 교향곡 5번의 스케치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시기는 늦어도 교향곡 3번 ‘에로이카’를 완성한 후인 1804년 4월경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1808년 완성됐다. 1805년부터 1808년은 베토벤 창작 중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여러 편의 걸작이 작곡된 반면, 귓병이 악화돼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도 힘들어졌다. 반면 작곡가로서 베토벤의 명성은 확고해지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이루었다. 창작에 대한 의욕도 강하게 일어났다. 교향곡 4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1807년경 요제피네와의 사랑도 끝이 났다. 베토벤이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격렬한 투쟁과 승리를 노래한 곡을 쓰기에 충분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이 곡의 부제인 ‘운명’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 제목은 제자 쉰틀러가 1악장 도입부 네 음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베토벤이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답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첫머리 동기를 ‘운명의 동기’라고 부르게 됐다. 한때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운명’이라 부르는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통용된다고 부정적으로 얘기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독일어 해설서에도 ‘Schicksalsymphonie(운명교향곡)'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요즘은 영미권 음반이나 프로그램에도 ’Destiny'라고 표기돼 있는 경우가 많으니, ‘운명’은 세계인의 보편적인 명칭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작품의 초연은 1808년 12월 22일 빈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이루어졌다. 이 때 교향곡 6번 ‘전원’도 함께 초연되었는데(당시 교향곡 5번과 6번은 번호가 바뀌어 있었으나 출판할 때 현재의 번호로 자리잡았다), 미사 Op.86, 피아노 협주곡 4번, 합창 환상곡 Op.80도 함께 연주되었다고 한다. 요즘으로 쳐도 마라톤 음악회다. 너무 많은 곡을 한꺼번에 연주했고 예정됐던 출연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초연은 실패로 기록됐다. 초연 당시 베토벤은 이 곡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고 악보가 인쇄된 뒤에도 여기저기 수정이 가해지고 추가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리허설을 할 때에도 그 수정작업이 끈질기게 계속되었으므로 초판본은 쓸모없이 되었고 1809년 3월에야 수정본이 나왔다. 후원자였던 로프코비츠 후작과 라주모프스키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연주: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토스카니니
1악장 도입부 ‘자자자 잔!’ 하는 강렬한 ‘운명의 동기’는 전 작품을 통해 일관되는 통일성을 갖게 한다. 마치 모든 것을 생성시키는 근본과도 같은 의미심장함을 품고 있다. 베토벤 이전에도 이것과 유사한 동기가 수난곡이나 오라토리오, 오페라에서 이따금 등장했었다. 베토벤 이후에는 슈베르트의 가곡, 바그너나 베르디의 오페라, 브람스 교향곡 1번이나 가곡 등에도 이런 종류의 동기가 사용됐다. 그러나 ‘운명’에서 베토벤만큼 효과적으로 이 동기를 쓴 경우는 드물다. 베토벤은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 동기를 시험했다. 피아노 소나타 ‘열정’ 1악장, 교향곡 3번, 피아노 협주곡 4번, 바이올린 협주곡 등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2악장은 조용하고 명상에 잠긴 듯한 선율이 느긋하게 세 번의 변주를 거쳐 코다에 이른다. 3악장은 이제 자리를 잡은 스케르초이다. 이 악장에서 시시각각 임박해오는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주제는 두 개 있는데 빠른 템포의 춤추는 듯한 리듬이 즐겁기보다는 비통하게 절규하는 듯한 역설로 다가선다. 자체적으로 맺힘과 풀림을 반복해가며 4악장으로 끊김 없이 넘어간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편성된 악기의 종류가 훨씬 많아져 폭넓은 음색과 음량을 내준다. 교향곡 사상 최초로 피콜로, 콘트라 바순, 세 개의 트롬본 등이 보강되어 당당한 울림을 선보인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진군하는 대군처럼, 이 기념비적인 교향곡의 최후를 장식한다. 베를리오즈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두고 “베토벤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내적인 사상이며, 그의 남모를 고뇌이기도 하고, 억압된 분노이자 실의 속 몽상과 환영이며 그의 환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크나큰 영향과 뛰어넘을 수 없는 좌절을 함께 준 인류 불멸의 역작,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BEETHOVEN, Symphony No. 5 in C minor 만약 외계인이 방문해 모든 클래식 음악 가운데 단 한 곡만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곡을 선택하겠는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택할 것이다. 아홉 곡의 베토벤 교향곡 가운데, 아마도 세상의 모든 곡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졌으면서 저마다의 뇌리에 굵고 뚜렷하게 아로새겨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교향곡 구조인 4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악장 하나하나가 애매한 구석이 전혀 없고 역동성과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하는 악기들의 운용이 돋보인다. 베토벤의 모토인 ‘암흑에서 광명으로’ ‘투쟁으로부터 승리로’ 나아가는 고난과 극복의 모습이 먹구름 낀 날씨와 화창한 날 청명한 대기처럼 뚜렷하다. 한편, 비평가들은 ‘운명’ 교향곡의 특징을 ‘불규칙성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베토벤이 당시 곡을 구성하기 위해서 으레 지켜지던 모티브의 구성이라든지 리듬의 진전, 악장의 구성 규칙을 넘어서서 그로부터 벗어나 뛰어난 곡을 썼기 때문이다. 프레이즈나 리듬의 구성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바뀌기도 하고 끝악장에서 발휘되는 놀라운 힘도 큰 의미에서 리듬의 불규칙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베토벤은 “더 아름다운 것을 위해서 파괴하지 못할 규칙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고전주의를 넘어서 낭만주의로 다가선 베토벤의 혁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슬로건이 되었다. 교향곡 4번이 5번보다 먼저 완성되기는 했지만 교향곡 4번 작곡이 착수되기 전부터 교향곡 5번의 스케치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시기는 늦어도 교향곡 3번 ‘에로이카’를 완성한 후인 1804년 4월경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1808년 완성됐다. 1805년부터 1808년은 베토벤 창작 중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여러 편의 걸작이 작곡된 반면, 귓병이 악화돼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도 힘들어졌다. 반면 작곡가로서 베토벤의 명성은 확고해지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이루었다. 창작에 대한 의욕도 강하게 일어났다. 교향곡 4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1807년경 요제피네와의 사랑도 끝이 났다. 베토벤이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격렬한 투쟁과 승리를 노래한 곡을 쓰기에 충분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이 곡의 부제인 ‘운명’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 제목은 제자 쉰틀러가 1악장 도입부 네 음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베토벤이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답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첫머리 동기를 ‘운명의 동기’라고 부르게 됐다. 한때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운명’이라 부르는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통용된다고 부정적으로 얘기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독일어 해설서에도 ‘Schicksalsymphonie(운명교향곡)'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요즘은 영미권 음반이나 프로그램에도 ’Destiny'라고 표기돼 있는 경우가 많으니, ‘운명’은 세계인의 보편적인 명칭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작품의 초연은 1808년 12월 22일 빈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이루어졌다. 이 때 교향곡 6번 ‘전원’도 함께 초연되었는데(당시 교향곡 5번과 6번은 번호가 바뀌어 있었으나 출판할 때 현재의 번호로 자리잡았다), 미사 Op.86, 피아노 협주곡 4번, 합창 환상곡 Op.80도 함께 연주되었다고 한다. 요즘으로 쳐도 마라톤 음악회다. 너무 많은 곡을 한꺼번에 연주했고 예정됐던 출연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초연은 실패로 기록됐다. 초연 당시 베토벤은 이 곡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고 악보가 인쇄된 뒤에도 여기저기 수정이 가해지고 추가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리허설을 할 때에도 그 수정작업이 끈질기게 계속되었으므로 초판본은 쓸모없이 되었고 1809년 3월에야 수정본이 나왔다. 후원자였던 로프코비츠 후작과 라주모프스키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연주: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토스카니니
1악장 도입부 ‘자자자 잔!’ 하는 강렬한 ‘운명의 동기’는 전 작품을 통해 일관되는 통일성을 갖게 한다. 마치 모든 것을 생성시키는 근본과도 같은 의미심장함을 품고 있다. 베토벤 이전에도 이것과 유사한 동기가 수난곡이나 오라토리오, 오페라에서 이따금 등장했었다. 베토벤 이후에는 슈베르트의 가곡, 바그너나 베르디의 오페라, 브람스 교향곡 1번이나 가곡 등에도 이런 종류의 동기가 사용됐다. 그러나 ‘운명’에서 베토벤만큼 효과적으로 이 동기를 쓴 경우는 드물다. 베토벤은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 동기를 시험했다. 피아노 소나타 ‘열정’ 1악장, 교향곡 3번, 피아노 협주곡 4번, 바이올린 협주곡 등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2악장은 조용하고 명상에 잠긴 듯한 선율이 느긋하게 세 번의 변주를 거쳐 코다에 이른다. 3악장은 이제 자리를 잡은 스케르초이다. 이 악장에서 시시각각 임박해오는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주제는 두 개 있는데 빠른 템포의 춤추는 듯한 리듬이 즐겁기보다는 비통하게 절규하는 듯한 역설로 다가선다. 자체적으로 맺힘과 풀림을 반복해가며 4악장으로 끊김 없이 넘어간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편성된 악기의 종류가 훨씬 많아져 폭넓은 음색과 음량을 내준다. 교향곡 사상 최초로 피콜로, 콘트라 바순, 세 개의 트롬본 등이 보강되어 당당한 울림을 선보인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진군하는 대군처럼, 이 기념비적인 교향곡의 최후를 장식한다. 베를리오즈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두고 “베토벤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내적인 사상이며, 그의 남모를 고뇌이기도 하고, 억압된 분노이자 실의 속 몽상과 환영이며 그의 환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크나큰 영향과 뛰어넘을 수 없는 좌절을 함께 준 인류 불멸의 역작,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다.
공연후기....
다니엘 바렌보임이 내한을 한단다.
역사적인 오케스트라....세상에서 가장 지독히도 갈등의 극을 달리고 있는 중동과 이스라엘의 음악가들로
구성하여 그가 직접 창단한 디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그것도 한 공연도 아니고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들고....
와아~~
감탄사가 절로 날 수 밖에 없었다.
티켓부스가 열리자 마자 단박에 전곡 연주 티켓을 예매했다.
년초에 이곳 저곳 패키지 예매, 조기 예매를 하느라 그렇잖아도 지출이 커 몸이 휘청거릴 지경인데...
이 공연까지 합해져 정말 거금이 나갔다.
이렇게 예매를 해놓고 공연날까지 언제 기다리나....조바심 마저 나지만 나이탓인 지 그게 또 금방 코앞에 와 있기도 한다는...
암튼 8월에 접어 들어선 바렌보임을 만날 설레임으로 월초를 보낸것 같다.
베토벤 교향곡에 빠져살면서....ㅎㅎ
어찌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 공연은 너무나 특별하고도 기억에 오래 남을 공연이었다.
무대에 아름다운 젊은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드디어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들어선다.
바로 코앞인데도 망원경을 들이민다.
아~ 세월의 흔적....
음반 쟈켓이나 영상물에서 기억된 모습보다는 더 많이 늙어 보였다.
하긴...나이가 몇인데.....70세란 나이를 생각해 보면 정정하기 그지없는 당당한 모습이다.
지휘대에 오른 바렌보임....
렌즈에 잡힌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거구...한 마리의 사자같이 보였다.
그가 눈을 똥그랗게 뜨며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자 1번은 시작되었다.
새삼스럽게 음반과 너무나도 다른 소리에 잠시 놀랐다.
아~~ 너무나도 잘 정제된 순도 높은 깔끔한 소리....
감동하는 사이 바렌보임의 화악 내뱉는 거친 호흡 소리에 또한번 놀랐다.
오오~~
바렌보임은 이후로도 줄곳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부분에선 무대위 온 공기를 들이마시듯 빨아들인 뒤
화악 내뱉으며 격정에 쌓인 지휘를 했다.
연주자들에게도 운동 선수들 못지않게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 지, 가까이서 연주를 들어보면 알 수 있는데,
지휘자가 이렇듯 격정적으로 호흡 조절을 해가며 지휘하는 모습은 정말 처음 본다.
망원경을 그에게 고정시키고 보고 있자니, 거친 호흡까지 더해져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거장들을 보면 모든 소리가 온몸을 통해서 표출되어 나온다.
지휘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음악과 완전 일치가 되어 있다고 할까....
시대를 거슬러 올라 작곡가와 완전 일치가 되어 있는 모습....
그를 보면 모든 소리가 딱 그의 움직임 만큼 들리고, 그의 표정과 손끝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음이 이해되는...
특히 바렌보임은 눈과 호흡으로 연주자들을 제압하며 지휘를 했다.
문득.....소리를 듣고 있는게 아니라 소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니....
너무도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모든 감정은 소리가 콘트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바렌보임을 보면서는 신기하게도 소리가 들리는것이 아니라
정말 소리가 보이고 있는것만 같았다.
바렌보임에게서 망원경을 떼지 않은 채 그리고 그의 온몸에서 딱 그의 움직임만큼 음악이 흘러 나와서 였을까??
그의 온몸에선 땀이 물방울 튀듯이 뚝뚝 떨어졌다.
드디어 1번연주가 끝났다.
사방에서 '브라보' 의 외침이 울려 퍼지며 마치 전공연이 끝난것 처럼 객석은 열광했다.
곧이어 8번이 연주되었다.
짧고 담백했던 1번 연주에 비해 8번은 오케스트라 편성도 4관편성으로 거의 두배 가까이 단원이 늘었다.
와아~
거대한 헤일 처럼 소리는 무대를 떠나 공연장을 압도해 왔다.
거대함에 온몸이 꿈틀거려오는 느낌까지.....
특히 내가 좋아하는 2악장....
음의 성찬이 베풀어 지고 있는 듯....온갖 소리들이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꿈틀댔다.
집에서 그렇게 많이 들었건만....아!! 이런 소리였다니....
소리의 향연만큼이나 바렌보임의 표정, 지휘모습도 판타스틱했다.
3악장....4악장....
지휘자는 온몸으로 긴장감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한없이 풀어지기도 하면서 너무나도 섬세하게 어느 소리 하나
스쳐지나지 않고 콕 콕 찝어 가면서 지휘를 했다.
질풍노도 처럼 달리는 4악장은 탄성을 지를 만큼 멋졌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마치 연주 끝나서 이제 집으로 가야할것만 같은 분위기....ㅎㅎ
진짜 5번을 듣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너무나 많을텐데....
인터미션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box석 젤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앉았다.
마침 한좌석이 비었길래....ㅎㅎ
물론 지금의 자리도 바렌보임의 지휘를 보며 관람하기엔 더없이 좋은 자리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조금은 낳은 소리와 집중력...연주자들의 표정을 2부에선 보고싶기도 해서....
5번 운명교향곡이 무대를 제압하며 시작되었다.
항상 들을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곡 처럼 시작이 익사이팅한 곡이 있을까 싶다.
너무나 많이 들어서 십상할 만도 한데....그래도 실황에 오면 언제나 이 도입부에 압도당하고 만다.
그리고 내가 역시 너무나 좋아하는 2악장....
이것 저것 유명한 곡만 실어서 나오는 음반의 폐혜.
학창시절...그렇게 베토벤 교향곡도 유명한것만 그것도 1악장만 듣던 시절....
사촌이 2악장을 너무나 좋아한다고 해서 처음으로 1악장을 넘어 2악장을 들었던 기억이 뜬금없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참~ 놀랍지??
음악의 힘이란....자유 자재로 나를 타임머신에 태우고 여기 저기 마악 다닌다는것...
ㅎㅎ
꿈꾸듯 잠시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2악장을 감상을 하다 3악장에 휘말렸다.
헐~ 3악장이 저랬어??
정말 바렌보임이 만들어 내는 3악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벅참이었다.
더이상 여린...섬세한 음을 낼수 없을 만큼 작아지다가 또 무대가 떠내려갈것 같은 웅장함을 만들어 내는...
극과 극의 완벽한 대비를 만들어 내며 사람을 빨려들게 만들었다.
적어도 오늘 만큼은 내가 젤 좋아하는 2악장 보다도 3악장에 완전 매료당했다.
연주가 끝나자 이젠 정말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객석은 열광했다.
거장의 지휘모습...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아니, 눈꼽만큼도 거짓이 없는 딱 그만큼 소리를, 감정과 느낌을 만들어 낸다는것이다.
그 순간 느낀다.
음악이야말로 진실이라고....
조금도 숨기거나 거짓이 있을 수 없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 갈등...
이 둘의 관계와 비극을 모르는 이 없건만, 이렇게 아름다운 청년들을 모아 이렇듯 아름다운 평화의 하모니를
연주해 내고 있다니....아니,이렇게 아름다운 하모니가 가능한데....
이 하모니가 계기가 되서 더이상 세상에 비극이 존재하지 않기를 꿈꿔본다.
훌륭한 지휘자, 음악가를 떠나 훌륭한 인간 바렌보임은 진정 거장이다.
앞으로 4일동안 내내 이 훌륭한 거장이 만들어 내는 거장 베토벤의 음악속에 빠져들 생각에 흥분이 쉬이 가라앉을것 같지않다.
그려~~ 이번 연주회는 아주 특별한 경우잖여~
당연히 꽃다발 줘야해~ ㅋㅋ
정말이지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그래서 기획사측에서 특별히 꽃다발을 준비한것 같다.
어여뿐 아가씨한테 꽃다발을 건네받은 바렌보임은 이내 꽃을 한송이 한송이 꺼내어서 여자 단원들에게 건네주었다.
이 거장의 자상하고도 아름다운 또다른 모습을 보는 순간이었다.
활짝 웃는 모습으로 꽃을 건네주고 건네받는...
그야말로 객석뿐만이 아니라
무대의 연주자들 조차도 행복감에 한껏 휩쌓였던 순간이기도 했다.
정말 웃는 모습처럼 세상에서 아름다운것이 있을까~~
그래서 더 행복했고
더 감동스러웠던....
공연이 끝나고 우리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로비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쉽게 감동을 가라앉힐 수 없었으니까....
로비엔 거대한 브로마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곳은 포토존이 되어 심한 경쟁이 붙어 있었다는....
도저히 우리 차례까지는 돌아올것 같지 않아 우리는 데스크 옆 작은 브로마이드 앞에서 사진을 한컷씩 찍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