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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우곡성지../계곡에서 벌인 만찬....개구장이가 되다

나베가 2010. 7. 23. 17:01

계곡에서 벌인 만찬....개구장이가 되다

 

 

 

원래 계획은 미사후 곧바로 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젯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예상보다 바베큐 파티가 일찍 끝나서 음식들이 많이 남은관계로 점심까지 먹고 가기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더구나 오늘의 깜짝 만찬이 있다니.......오옷 뭘까??

허어걱!! 돼지고기 보쌈이란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의 4대호텔 주방장 경험자들의 특별 요리라나~~

ㅋㅋ

 

 

어젯밤 먹던 신선한 야채와 산행을 하면서 또는 산책을 하면서 즉석으로 채취해 온 산나물까지 가세....

환상적으로 삶아온 돼지고기 삼결살 수육은 잡냄새 하나 없이 고소한게 최고의 호텔 주방장 경험자들의 요리다웠다.

더구나 하늘이 함께해 따가웠던 햇살도 잠시 죽여주고, 개울의 시원한 물소리까지....

아니지~ 아예 계곡에 발을 담그고 먹는 보쌈의 만찬은 이번 여행의 최고의 백미(?)였다.

 

 

 

그순간....아~~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났다.

몇년 전 계획에도 없던...절친한 분이 간다는 말을 듣고는 걍 우리도 무작정 떠났던 강원도 화천여행.....

아무말도 없이 출발해서 몇시간 뒤...그분께 전화해서 우리도 지금 화천이라고....ㅋㅋㅋ

 

그렇게 서프라이즈게임을 벌인 여행....

넉살좋게 그분들 모임에 끼어서 바베큐 파티로 만찬도 벌이고,화천 개울가에서 탠트치고 밤새 별과 달과 물을 벗삼아 지새웠다.

그리고 담날 ...오늘처럼 햇살에 모래알이 부서지도록 따갑던 날....

급기야 커다란 낚시용 파라솔을 고운 모래가 하얗게 깔린 강 가운데로  가지고 가서 폈다.

낚시의자도 펴고, 비취용 의자도 펴고....

 

 와아!! 강 한가운데서 비취용 의자에 앉아 산허리를 바라다 보는 그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만큼 환상적이었다.

너무좋아 흥분한 나머지 나의 몸은 슬슬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마리의 아름다운 인어가 된 그 자태~~ 푸하하핫<<<<<

 

 

 

우린 갑자기 몇년 전 핸드폰 광고로 대 히트를 쳤던 '짜장면 시키신 분~' 광고를 생각해 냈다.

'그런 거 정말 해 보고 싶었다고...'

그래서 우린 114로 중국집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정말로 짜장면과 탕수육,고량주.....등을 시켰다.

 

헐~~ 정말 왔다!!

우린 발만 담근게 아니라 온몸을 물에 담근 채 비취의자에 상차림을 해놓고 세상에서 가장 환상적인

짜장면을 먹었다.

 

 

삶의 매력중 하나가 바로 느닷없이 일어난 일들.....

이렇듯 계획되지 않았던 뜻밖의 일들은 그게 아무리 작더라도

 

엄청난 기쁨과 큰 추억이란 선물이 된다는 것...

 

 

 

어디에서 이렇듯 끊임없이 술이 나오는 걸까....

예수님께서 밤새 이 계곡물을 맛난 술로 변화시켜 빈병에 꼭.꼭 담아놓고 가신걸까....

 

 

 

아무래도 그런것 같아~

신비하고 오묘한 술....

그렇게 먹어도 어느 누구 하나 취하는 사람도 없고,그저 동심으로만 돌아가게 만들어 놓았으니....

한병 비울때 마다 5년씩은 젊어진 것 같다니....

으음...그렇담 몇살인거야??

허어걱!!

그럼 한잔밖에 못마신 난??

그럼 내가 제일 어른??

 

 

 

 

 

 

 

 

 

 

성모 산우회를 위하여!

우곡 성지를 위하여!

우리들 자신을 위하여!

오늘처럼 매일 행복하길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아!! 그 위하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얼마나 좋은가!

 

 

 

 

 

 

 

 

이제 먹을만큼 먹었는 지...하나 둘..슬슬 개울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짐승같은 직감...

뭔가 조짐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크!! 그럴 줄 알았다.

드디어 물벼락...

 

 

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소리 들린다.

복수하려다 더 큰 물벼락이 오가고....

급기야는 완전 물에 빠진 생쥐....

 

그래도 모두의 얼굴엔 함박만한 웃음이 걸려있다.

 

 

 

 

천사의 모습.....

그래~ 모두 천사였어.

 

 

 

이젠 1박2일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진짜 집으로 가는거다.

 

 

 

 

시작부터 노래경연대회가 펼쳐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식구 모두가 순번대로 다 부르라고??

안 부를거면 벌금 5만원??

 

아놔~

사실 내겐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음주가무에 젬병인 난 합세하기는 커녕 그 자리에 앉아있는것만도 곤혹스럽다.

더우기 술 한잔도 못하는 나에게 똘망 똘망 맨정신에  노래까지 하라고??

 

오옷~~ 주님!!

이 어린양을 가엾이 여겨주소서!!

 

 

 

그런데...차안의 기운이 묘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도 엑스터시에 오른 양 후렴귀가 드높아 지고, 노래하고 들어오는 이는 마치 월드컵에서 골하나 넣은 사람처럼 의기양양 하이파이브로 환영받는다.

 

아니...이젠 모두 팔을 드높이 치켜들고 흔들어 대며 초 고음, 아니, 거대음의 합창으로 몰아간다.

이게 왠일인가~~

갑자기 가슴이 울.컥. 해진다.

 

이들의 내면에 이제까지 토해내지 못한 그 무엇이 저토록 쌓여 있었던걸까!

내일 아침 일상에서의 반듯한 저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지금의 저 광분한 모습에 아니러니하게도

저들의 삶의 무게가 느껴져 와서 가슴이 아려왔다.

 

 

 

얼마전 남해 '다랭이 마을'에 갔었다.

입구에 들어섰는데 어느집의 커다란 문패에

 

'마.음 .편.한.집'

이라고 씌어져 있었다.

 

그래~ 적어도 오늘 이 순간만이라도 마음을 다짐해 본다.

남편에게 적어도 집이 '마.음.편.한.집'이 되게 해 주겠노라고...

 

<2010.7.23. 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