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10년)

서울시향 익스플로러시리즈3/5.20.목/예당

나베가 2010. 5. 21. 19:16

 

 

공연후기....

 

지난 주 무박으로 지리산 산행을 다녀온 후 연속된 공연-스프링 실내악공연과 오페라 세미라미데를 보고 난 뒤라 피곤해서 사실 이 공연을 포기할까 ...잠깐 생각했었다.

그러나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한 궁금증에서 헤어나기 힘들었고,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으로 유럽투어를 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을까 생각하니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잠깐의 여유시간에 부랴 부랴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벌써 연주자들이 무대를 꽉 메우고 지휘자가 나오기 직전이었다.

 

그때 안내방송이 있었다.

오늘 실황을 세계시장에 낼 음반 작업에 들어가니 악장간 박수삼가는 물론 기침을 참아 달라는....

기침을 참아달라는 멘트가 나오자 갑자기 객석과 심지어 연주자들까지 웃음이 터져나와 잠시 웃음바다가 되는 헤프닝이 있었다.

하긴, 하는 사람도 괴롭겠지만 이 기침소리가 공연관람에 얼마나 성가신 지...그리고 얼마나 공연중에 심하게 기침을 해대면 이런 안내방송까지 하나 하는....여러가지 뉘앙스를 내포하기 있었기에 터진 웃음일게다.

어쨋든 오늘 공연에 거는 기대감은 이제 극점까지 올라간 상태다.

음반작업까지 들어간다니 해외 투어의 최종 리허설??

 

드디어  정명훈이 지휘대에 서고 제목부터도 어마 어마한 첫곡 <메시앙의 잊혀진 제물>로 역사적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교향악적 명상' 이라는 부재가 붙어있는 이 곡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메시앙의 신앙심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한 신앙고백같은...

 

1부, 십자가를 표현한 첫곡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하듯 움울하고도  무겁게 쫘악 깔리며 슬픔의 극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2부,죄악은  타악기가 쾅쾅 울려대며 금관악기를 비롯 일제히 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정신없이 연주하며 그야말로 오로지 자기 악기소리만을 드높이 내느라 정신없어 보인....아닌게 아니라 인간의 끝없는 경쟁심에서 오는 숨막힘과  죄악으로 뭉쳐져 있는 현실 딱 들어맞는 그런 현장에 있는 것만 같았다.  끊임없는 죄악으로의 몰락을 무덤에 비유했다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간담을 다 서늘케 했다.

그리고 순간 멈춤....아!! 그 적막감이 주는 짜릿함!!

3부, 성체...몰락해 가는 인간을 구원하고자 당신 스스로 인간이 되어 수난하시고 돌아가시고...그리고도 매 순간 우리에게 먹힘을 당하시는....그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해 낸....

비올라의 반주위에 제1바이올린만이 연주한 이 기인 반복된 선율은 사람을 점점 더 깊은 심연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했다.

더없이 고혹적이었고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리고 너무나 고독했다.

그렇게 한없이 잡아 끌어당기더니 한순간에 휘익~하고 바람소리만을 남긴 채 끝내 버렸다.

정말 아찔한 피날레였다.

 

이제 기대감에 가득찬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될 차례....

무대가 시끌법적 소란스럽다.

보통은 바이올린 협연이라면 현과 목관악기만 남고는 다들 퇴장하는 분위기인데, 이 곡은  반대로 온갖 타악기와 금관...그리고 한참 더 많이 보강된 오케스트라 단원이 무대를 더 들어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메웠다.

처음보는 악기(자메이카 스틸 드럼)와 큰북, 팀파니, 여러대의 마림바, 실로폰, 쳄발로, 첼레스타,심벌즈......등이 무대에 가득한 것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아니.....빵빵한 금관악기를 비롯 저 많은 악기 편성도 그려려니와 저 수많은 타악기 소리들을 어떻게 감당한다는 걸까......

 

그러나 그것은 이제껏 내가 경험했던 바이올린 협주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가진 기우였다.

뭐랄까.....

익숙한 선율의 흐름이 아니라 공명상태에서 퍼지는 소리빛깔....

큰북,마림바, 자메이카 스틸 드럼이 만들어 내는 공명속을 바이올린은 이제껏 처음듣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마음껏 떠다녔다.

그래~ 분명히 음악회에 와서 앉아있는데,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 색체감 가득한 화면이 떠다녔어~

 

자메이카 스틸 드럼이 만들어 내는 공명감이 큰북과 함께 더욱 깊은 공명으로 끌고 내려갔고 그 커진 공간을

오케스트라의 온갖 소리 빛깔들이 채워나갔다.

때론 감정이 격해지면서 소리의 틀은 격앙 되어졌고 그 사이 사이를 마림바는 더욱 영롱하게 흩어졌다.

 

이 형언할 수 없이 풍성한 빛깔을 캔버스에 물감으로 칠하지 않고 어떻게 악보로 만들어냈는 지 ....

선율을 따라 흘러가는 것도 아닌데,,,, 이 무수한 소리 빛깔을 어떻게 외워서 연주를 하는 지....

작곡자 진은숙도 연주자 비비아네 하그너도 모두  신기하게만 보였다.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빛깔 속에서 고혹하게 연주되는 바이올린 소리는 너무나 고독하게 들렸다.

마치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것만 같은....

1악장에서의 비비아네 하그너 카덴짜 연주는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놀라운 테크닉을 보여주었다.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기겁할 만큼 놀라운 테크닉과 예술성'을 가진 연주자라고 평한것이 허풍이 아니었다.

 

감탄과 놀라움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2악장을 맞았다. 

바이올린 독주, 하프, 마림바가 내는 소리는 그야말로 숨을 멎게 했다.

절제미의 극치!!

한음씩  한음씩 떠올라 만들어진 그 가운데 공간을 또 바이올린은 쓸쓸히 떠 다닌다.

라벨을 들으면 모네 그림이 늘 무대를 가득 메우곤 했었는데, 오늘....감히 라벨의 색체감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너무나 풍성한 색체감이 나를 압도해왔다.

 

피치카토로 시작된 3악장은 그야말로 경이로움이었다.

수없이 피치카토의 선율을 들어왔지만.어찌 저런 소리가 만들어지고 오케스트라에서 내는 소리들과 저토록 잘 어울릴까...

그 소리의 향연이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의 소리빛깔들까지 만들어 냈음에 경탄했다.

 

4악장에서는 특히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에서 나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빛깔에 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찾아든 적막감.....

나는 순간이동을 해 뉴질랜드의 와이모토 동굴에서의 짜릿함 속에 빠져들었다.

은하수 처럼 총총 박혀있는 '루미노사'라는 그 반딧불 벌레는 빛과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정말 숨도 쉬면 안된다고...

가이드의 엄포가 있었다.

얕으막한 동굴속 바로 머리위 은하수 처럼 깔려있는 그 루미노사의 반짝임 속을 배를 타고 탐험하는 것도 장관이었지만,

나는 그때의 그 침묵에 소름이 돋았었다.

존재하는 건 오직 반짝이는 불빛과 동굴천정에서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동굴이 만들어낸 공명속에 음파를 일으키며 내는 물방울 소리는 매혹적이었다.

나는 루미노사가 내는 반짝임의 감동보다 그 수분동안의 침묵에 전율했다 .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이대로 ....제발 아무도 숨소리도 내지말기를.....

 

오늘....

진은숙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들으면서 나는 동굴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그런 소리들을 그냥 무대에서 경험했다.

그건 짜릿함의 극치였고 감동을 넘어 경이로움이었다.

이 엄청난 곡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정명훈 지휘자와 서울 시향...

놀라운 테크닉과 번뜩이는 영감을 가진 연주자 -비비아네 하그너

그리고

천재적 영감을 가진 작곡가 진은숙에게 경의를 표한다.

 

2부.... 라벨의 어미거위와 라발스...

너무 기대했던 곡이었고 또 오늘 연주도 훌륭했지만

사실 나는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해 더이상의 감동이 내안에 들어올 여지는 없었다.

 

오늘 공연이 실황음반으로 발매된다니 더욱 뜻깊은 공연이 아닐 수 없다.  대성공을 이루기를...

그리고 유럽투어 공연에서도 대성공을 거둬 내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 초청되기를...

서울시향...파이팅!!

 

 

 

 

 

 

 

 

 

Ballet pour Orchestre 'Ma mère l'oye

(II)', Op.62

 

라벨 / 발레모음곡 '마 메르 루아(어미거위)'

Joseph Maurice Ravel 1875∼1937


2곡: Danse du rouet et scène (물레방아의 춤과정경)

1곡: Prélude (전주곡)

2곡: Danse du rouet et scène (물레방아의 춤과정경)

3곡: Pavane de la belle au bois dormant (잠자는 숲의요정의 파반느)

4곡: Entretiens de la belle et de la bête (숲의요정과 야수의 대화)

5곡: Petit poucet (난장이)

6곡: Laideronnette, impératrice des pagodes (파고다의여왕 레드로네트)

7곡: Apothéose. Le jardin féerique (요정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