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서유럽 (2003.12~2004.1)

2.런던../하이드 공원

나베가 2010. 2. 8. 17:57

2003. 12. 31. 수요일.

PM. 6: 45

런던 유로스타 탑승장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두통때문에 거의 반을 초죽음이 되어 자면서 왔더니 잠도 오지않고  시차때문에도 꼬박 뜬눈으로 밤을 샜다.

저녁땐 늦게 도착한 룸메이트를 기다리느라 그랬고, 이후엔 그 일행 꼬마들의 궁금증때문에 들락거려서 잠을 잘 수 없었고, 밤엔 불을 켤 수 없어 어거지로 자려하니 되려 지난번 동유럽 여행 첫날밤처럼 잠이 더더욱 안왔다. 참다 못해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몸을 담그고 1시간여를 책을 읽으니 그것도 꽤나 괜찮은것 같았다. 근데 갑자기 현기증이 느껴져 왔다. 생각해보니, 거의  30여시간을 물도 못 마신 채 계속 토해내기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다 욕조안에서 땀까지 흘렸으니....

조금 걱정이 되긴했지만 그만 욕조에서 나와 조용히 화장을 했다.

  

방으로 나오니, 나의 이 소리없는(?)기척 때문인 지 룸메이트도  일어났다.

아직 이른 새벽 5시.

시간을 확인한 룸메이트는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38세 처녀, 영어강사의 사랑이야기는 하루밤밖에 지내지 않은 내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페인에서 유학하고 있는  키 164cm, 80kg, 의 '눈사람'이라는 애인 이야기를 .....까르르 숨이 넘어갈 듯 웃어재끼며...

 

룸메아가씬 내게 불현듯 물었다.

"언닌 어떤 남자가 가장 좋아요?"

너무나 오랫만에 들어보는이 낯설기 조차한 질문에 무슨 대답을 할 수가 있겠는가.....

"글쎄~ 너무 갑작스러워서..."

"저는 귀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가장 좋아요.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는 너무나 똑똑하고 유머가 있어 내 귀를 한없이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예요.

우린 매일....때론 하루에도 서너번씩이나 메일을 주고 받았어요.

전화요금이 엄청나오긴 했지만....ㅋㅋ  주고 받은 메일이 300여통이나 돼요" 까르르르....

 

"와~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와요? 대단하네요. 너무나 부럽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평생을 통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보석같은 행복한 시간을 가졌네요.

그래요. 귀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정말 가장 멋진 사람인것 같네요.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큰 행복이야~"

 

만나자 마자 자신의 속내음을 훌훌 털어내놓는 모습이 한편으론 좀 당황스럽기까지 했지만, 어쩌면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하고 금방 생각이 바뀌었다.

내 주변사람에게 속내음을 터 놓는다는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그것에 수많은 꼬리가 붙어서 내게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런 선입견없이 서로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얻기 어려운 기회인가....

 

필리핀을 1년동안 싵샅이 베낭 여행했고, 스페인을 비롯한 지중해 연안 여행을 한달 동안 했다는 여행 매니아의 2시간여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 열정에 탄성이 지어졌다.

반면, 밤새 들락거리며 개구장이 티를 함뿍낸 그 딸린 식구들때문에 앞으로의 14일 여정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최악의 컨디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런던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유로스타에 탔다.

뭔가 다를것 같았는데, 전혀 속도감도 못느끼겠고, 더우기 밤이고 국경을 넘는 외곽이라서 인지 보이는것도 아무것도 없는거 같다.

간간히 불빛만이 보일뿐이다.

저녁으로 준 김밥이 너무나 맛있다는 생각뿐이다.

아직은 컨디션이 안좋아서 아주 조심스럽게 먹었지만.....

 

 

아침식사는 첫날이라서 인지 괜찮은 호텔답게 아메리칸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거의 이틀동안 속이 불편했었던 터라 조심해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다 토해냈다.

걱정스러웠지만 다행스럽게도 8시 출발이던 스케쥴이 착오로 인해서 9시에 출발하게 되어 소파에 앉아서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일행이 깨우는 바람에 좀 머쓱하긴 했지만.....

 

짐을 싣고 버스에 타니,  유창한 솜씨의 런던투어를 맡은 현지 가이드때문인 지, 거리의 이색적인 풍경때문인지 순식간에 정신이  맑아져 왔다.

이름은 '백원종'  

키도 작고, 외모는 별로이지만 서유럽의 가이드들이 대부분 베테랑이듯이 풍부한 지식에 유머까지 겸비한 아주 유쾌한 가이드 솜씨를 보여주었다.날씨까지 런던에서는 보기드문 화창한 날씨였으므로 후들거리는 나의 몸은 차라리 생기가 돋기 시작했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신사의 나라' '비(안개)의 나라'로 대표한다고 한다.

하느님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남녀의 사랑'과 '영국의 비'라고...

연중 200일이 비가 온단다.

이런 우중충한 날씨때문에 야채나 과일이 전혀 재배되지 않고 전량 수입을 하며, 넓은 들판은 초목지로 가축을 키우며, 그 가축으로 인한  섬유사업과 도자기 (본차이나)업이 발달하게 되었다고.

 

호텔을 나서니, 나즈막한 건물들이 예쁘장한 모습으로 즐비하다.

잎을 떨구어낸 아름들이 고목들과 함께 안개가 잔뜩낀 날씨와 어우러져서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영국은 평야지대로 아파트는 거의 없고 대부분 주택들도 100년이 다 넘은 것들이란다.

상가와 주택가가 완벽하게 구분되어 진단다.

 

 

어제 우리가 묵은 호텔은 비교적 좋은 호텔로 하루 숙박료가 20만원이 넘는 호텔이라고...

1회용품이 없는 것은 영국은 소모품이 무척 비싸기 때문이란다.

담배도 소모품이므로 우리돈으로 만원이나 한다니....

 

대부분 유럽이 그렇지만, 특히 영국은 전통을 무척 중시하기 때문에 변화가 거의 없단다.

일례로 40년전, 신혼여행을 왔던 곳을 아내를 잃은 노인이 추억을 되새기며 다시 찾아왔는데, 그곳이 그대로 있었다 하니까...

 

건물이 한줄로 주욱 붙어서 나열되어 있다.

난방과 통일성을 주기 위해서다.

유리창이 건물규모에 비해서 작은것도 그 이유중 하나이고, 내부구조도 방, 부엌, 거실...등등이 모두 구분되어 문으로 닫혀있는...어쩌면 영국인들이 패쇄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은것도 주택구조에서 오는거 같다고.

 

현관장식이 하나같이 흰기둥 2개씩으로 1m정도 나와서 장식되어 있는 3층정도의 건물이 주욱 나열되어 있었다.

구도시 아파트로 1800년대 빅토리아 시대때 지어진 것으로 자주 보수를 한다고 한다.

색깔이 비교적 밝은 것은 전성기시대에 지어졌기 때문이란다.

 

 

'하이드 공원'에 도착했다.

몇백년씩 된 아름드리 나무가 겨울에도 푸르른 잔디와 함께 장관이다.

규모는 80만평이고 영국에서 3번째로 큰 공원이다.

헨리 8세가 사냥도 했었던 곳이라니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만 하지 않은가..

 

 

 

 

 

빅토리아여왕 남편인 '알버트 기념탑'이 있는데, 순금동상이 안치되어 있다.

오스트리아 귀족이었던 알버트공는 영국 문화예술분야에 매우 힘쓴 사람으로 만국 박람회를 처음 개최한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가장 금술이 좋았던 부부로 13년을 살면서 자녀가 무려 9명이나 되었다고...

 

 

 

 

 

이곳은 그야말로 '로얄 동네'로 '임페리얼 칼리지-영국 최고의 공대, 로얄 칼리지 아트- 영국 최고의 예술대학, ...등이 있는 가장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많다면 거대하게까지 느껴지는 숲길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는것으로 만족하고.  버스에 올랐다.

 

 

Richard Strauss
Allerseelen  "위령의 날 Op.10 no.8
Leontyne Price, Sopr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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