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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의 건반 악기, 쳄발로>

나베가 2008. 11. 28. 03:59

<바로크 시대의 건반 악기, 쳄발로>

청취자 신현정 님은, 방송을 들어 보면 하프시코드와
쳄발로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두 악기가 같은 악기인지,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 주셨구요.


조민경 님은 바로크 음악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느낌이
하프시코드 때문이 아닐까 하시면서
바로크 음악에서 하프시코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먼저 신현정 님의 질문에 대답을 드리자면,
하프시코드와 쳄발로는 같은 악기를 뜻하는 말이구요.
하프시코드는 영어, 쳄발로는 이탈리아 어 이름입니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클라브생, 독일어로는
키엘플뤼겔(Kielfluegel)이나 클라비침벨’(Klavizimbel) 등
나라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하프시코드는
유럽 전체에서 골고루 사용되었던 대표적인 건반 악기였죠.
흔히 하프시코드를 피아노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지만,
두 악기의 소리 내는 원리는 전혀 다른데요.

피아노는 해머가 건반을 내리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지만,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하프시코드는 기타처럼 손가락으로 현을 뜯는
‘살터리’(psaltery)라는 현악기의 발전된 형태로,
살터리에 건반을 붙이고 건반마다 현을 잡아뜯는 장치를
연결한 것이 바로 하프시코드인데요.
건반을 누르면, 플렉트럼이라고 하는 장치가 현을 뜯으면서
하프시코드만의 독특한 음색이 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1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바로크와 초기 고전 시대까지 널리 사용되었던 하프시코드는
바소 콘티누오 양식으로 작곡된 바로크 음악에서
화성을 채우는 역할을 맡았는데요.
독주곡은 물론이고, 바이올린이나 첼로로 연주하는 소나타의
반주 악기로도 사용되었고,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같은
관현악곡에도 빼놓을 수 없는 악기로 사용되었습니다.
니콜라스 아르농쿠르는 ‘하프시코드는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영혼이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바로크 시대의 하프시코드는
쓰임새가 다양하고 또 중요한 악기였는데요.



바로크 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악기였던 하프시코드는
대체로 건반이 두 단으로 이루어져 있고,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보는 즐거움도 함께 지닌 악기였는데요.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피아노에 비해 음량이 작았을 뿐 아니라,
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하지만 하프시코드는 특유의 섬세하고 예민한 음색으로
트릴과 장식음을 맛깔스럽게 연출했는데,
바로크 음악의 독특한 매력은 바로 이런 소리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죠.

피아노가 등장하기 전, 유럽에서는 하프시코드 외에도,
이와 유사한 여러 종류의 악기들이 있었는데요.
영국에서는 하프시코드와 유사하지만, 크기가 더 작은
소형 건반 악기인 버지널이나 스피넷 같은 악기가
상류층 여성들을 중심으로 유행했구요.

후기 바로크 시대에는 클라비코드라는 이름의
건반 악기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는데,
하프시코드와 피아노의 중간쯤 되는 악기입니다.
클라비코드는 건반을 누르면 반대쪽에 있는 쐐기가
연결되어 있는 현을 밑에서 위로 때려서 소리를 내는 악기로,
때려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피아노의 조상으로 볼 수 있는데요.
클라비코드는 음량이 매우 작아서, 주로 가정용으로 사용되었고
연주용으로 쓰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는데,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피아노가 등장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