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악기에 대해서>
바로크 음악이나 혹은 그 이전의 음악을 들을 때,
원전 연주나 원전 악기, 또는 고악기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죠.
청취자 김남원 님께서 ‘원전 악기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현대 악기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하시면서 글 올려주셨어요.
원전 연주란, 작품이 작곡된 그 시대의 방식과 관습을
재현하는 연주 방식을 뜻하는 말로,
정격 연주나 시대 연주도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김남원 님께서 궁금해 하신 원전 악기는
바로 이 원전 연주에 사용하는 옛날 악기를 뜻하는 말로,
고악기 또는 시대 악기라고도 부르죠.
현대적으로 변형된 형태가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또는
바로크 시대에 사용된 악기 그대로를 사용하거나,
또는 최대한 그 모습을 복원한 악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바흐의 ‘인벤션’이나 ‘푸가’를 피아노가 아닌
쳄발로로 연주하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을
바로크 시대에 만들어진 바로크 첼로로 연주하는 것이
바로 원전 연주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날처럼 악기 제작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만들어진
옛날 악기들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현악기의 경우, 요즘에는 장력이 세고 단단한 강철현을 쓰지만
비올이나 류트 같은 옛날 현악기에는
동물의 창자로 만든 거트 현을 사용했구요.
현을 긋는 활도, 지금은 일직선으로 된 활을 사용하지만,
고악기의 활은 둥글게 휘어진 모양이었습니다.
거트 현은 강철 현처럼 팽팽하지도 않고,
휘어진 활이 현을 내리 긋는 힘도 세지 않아서,
현대 악기보다 음색이 한결 부드러운데요.
반면에 쉽게 느슨해지고 변질될 위험이 큰데다
한 음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약점도 함께 가지고 있죠.
또 바로크 첼로나 비올의 경우, 현대 첼로처럼
바닥에 악기를 고정시키는 엔드 핀이 없어서,
무릎에 끼워서 연주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랐는데요.
원전 연주의 움직임은 20세기 초반,
옛날 음악의 해석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몇몇 음악가들에 의해 시작되었는데요.
오래된 악기를 손에 쥐고, 낡은 악보와 문서를 뒤적이면서
원전 연주를 부활시켰던 1세대 음악가들은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안너 빌스마, 프란츠 브뤼헨, 톤 쿠프만 등으로,
지금은 모두 고음악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인물들이었습니다.
현대 악기와는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원전 악기의 음색에
사람들이 점차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원전 연주가 음악계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오늘날에도 원전 연주의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옛날 악기를 고집하느냐
현대 악기를 사용한 절충된 해석을 받아들이느냐를 놓고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이 분분합니다.
고악기를 사용한 원전 연주의 권위자인 니콜라스 아르농쿠르는
‘바로크 음악은 말한다’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가가 무엇을 위해 이 악기 또는 저 악기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는데요.
결국 어떤 악기를 사용하느냐보다는,
음악가가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충실한 해석을 선보이는 것이
좋은 연주의 비결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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