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국내여행

2008년 여름휴가/정동진 해수욕장,용평 리조트....

나베가 2008. 8. 23. 10:04

 

정선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멋진 정선의 풍경을 한눈 아래 내려다 볼 기대에 부풀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당황스러움과 함께 허탈함이 가득 밀려들었지만, 미련을 버리고 너무도 멋지다는 42번 도로를 타고 백봉준령을 넘어 동해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강원도 하면....역시 동해 바다를 봐야 ...ㅎㅎ

 

험준하기로 유명하여 전에도 한번 이 길로 동해를 넘어갈까 하다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도로가 잘 뚫려져 있어서 큰 부담감 없이 멋진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아니, 내가 운전을 안하니 이 안개속 운전이 얼마나 시야가 나빠서 운전하기에 위험한 지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ㅎㅎ

암튼 나는 이 멋진 길에서 차동차 썬루프를 열고 얼굴을 밖으로 내밀고 구름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맘껏 즐기고 달렸다는....ㅋㅋ

아악~~~~

그러나 우리차 앞에 달렸던 Volvo트럭에서 내뿜는 매연을 뒤집어 써서

자동차에 맺힌 빗물로 닦아내려니 이리 저리 밀리며 닦아지지 않고 되려 검둥개가 되어,,,,ㅠㅠ

 

 

 

환상적인 몽환적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바다가 보였다.

우리는 정동진으로 올라가 예전에 갔던 깊은 계곡... 숨겨져 있는 심곡으로 갔다.

그렇게도 깊은곳에 포옥 파묻혀 있던 자그마하고 아늑했던 포구가 바다 앞을 콘크리트 둑으로 떡하니 막아 답답하기 그지없는

포구로 변해있었다.

우리 남편이 너무나 좋아했던 분위기였는데....상실감이 큰 모양이다.

허탈한 마음으로 정동진으로 다시 발길을 돌려 얕으막한 산 꼭대기에 큰 배의 형태로 된 리조트식 호텔로 올라가 보았다.

동해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때문인 지, 입장료를 별도로 내고 들어가야 했다.

전망은 기가 막히게 좋아서 오늘 밤 이곳에서 머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최고의 성수기 요금을 내야해서

다음에 비수기 요금을 내고 한번쯤 와서 묵어보자고...ㅎㅎ  

전망좋은데서 식사나 하려 했었는데, 또 회를 팔지 않는다고 하니...

맘을 바꾸어 그곳에서 내려와 깨끗하고 전망좋은 횟집에서 회를 먹었다.

비가 오락 가락해서 해변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해수욕을 하지 않는 우리들 입장에선

조금은 쓸쓸하고 촉촉한 해변 풍경이 더없이 좋았다.

특모듬회와 맛있는 매운탕으로 배도 잔뜩 부르겠다, 술도 한잔 했겠다...

우린 해변가로 내려가 바닷 바람을 쐬며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어 우린 오늘 숙소인 용평 리조트로 발길을 돌렸다.

잠깐사이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또 멈췄던 비가 다시 주룩 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차창으로 드리워지는 환상의 풍경은 어제 오늘 종일토록 계속 이어졌다.

다행히 남편도 너무 멋지다고...너무 좋다고...계속 연발하니

운전을 못하는 나로선 위험하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하고 그저 철없이 탄성만 내 지른다. ㅋㅋ

 

 

 용평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온 탓으로  깜깜해진 뒤 였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빌라식 콘도미니움으로 시설은 새로 지은 호텔식 콘도미니움 보다 낡았을지 모르나

나는 훨씬 분위기가 좋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테라스도 너무나 넓고, 앞으로 보이는 전망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실내 장식의 베이지색 소파와 같은 세트의 식탁, 스탠드, 밝은 미색 마루바닥...모두 너무나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더위를 유난히 타는 두 남자들...

에어컨 시설이 없는것 같다고 걱정하며 프론트에 전화를 했더니...

'조금만 참으시라고....이불 덮고 주무실거라고...'했다나??

아닌게 아니라 우린 추워서 밤에 이불을 덮고 잤다. ㅋㅋ

 

 

 항상 이맘때면 용평리조트에선 <대관령 국제 음악제>가 개최되고 있다.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최고의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해서 20일간 공연과 마스터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이날도 연휴날이라서

특별히 거장시리즈 연주회가 개최되고 있었다.

 

페스티발이 개최될 때마다 너무나도 가고 싶었던 공연이었는데, 작년엔 정말 운이 좋게도

모임이 이곳 용평 리조트로 정해졌고, 더욱 운이 좋게도 매진되어 구할수 없었던 티켓을

이벤트에 당첨이 되고 덤으로 현경씨에게서 2장을 더 얻어 우리팀 여 회원들 4명이서 연주회를 관람하는...꿈같은 시간을 가졌다.

축제를 즐기는 세종 솔로이스츠와 정명화의 연주는 기존 극장에서 열리는 음악회하고는 그느낌이 너무나 다른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갑작스럽게 짜여진 휴가였으므로

우린 티켓도 구하지 못했고 이미 시간도 늦은 상태였지만... 

비가 촉촉이 뿌리는 드넓은 야외극장에서 우산을 납작히 쓰고  맥주를 마시며 슈베르트의 '송어'를 듣는 그 기분은

살갗에 찬바람이 살랑이며 닿는 그 느낌만큼이나 신선하고 낭만적인.....

공연장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멋진 추억이 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호텔 까페에 들려 잠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여유를 즐겼다.

사실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그러나 커피는 나만 마시고 싶었었나부다~

모두들 팥빙수, 아이스크림을 먹었으니까....ㅎㅎ

 

언니의 애교는 정말 알아준다~ㅎㅎ

슈퍼에 들려 우린 내일 아침 해 먹을 찌게거리등 장을 봐 가지고 들어왔다.

비에 젖은 촉촉한 풍경이 가로등 불에 반사되어 더없이 아름다운....

그 길을 걷는것 만으로도 행복에 겨웁다.

 

 

방에 들어와 언니와 나는 베란다에 식탁 의자를 내어 놓고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둠 속에 보이는 리조트의 아득한 이미지와 반짝이는 불빛....

간간히 뿌리는 가로등불 밑으로 보이는 가녀린 빗줄기...

살갗에 닿는 기분좋은 살랑이는 바람결....

 

어느것 하나 거슬림없이 더없이 평온하고 아름다운 밤이었다.

언니와 난 밤을 잊은 채 그렇게 그 분위기 속에 빠져들어 시간을 잊었다.

 

거의 4시쯤에 잠이 들었나 부다.

부시시 뜬 눈으로  환한 리조트의 풍경이 들어왔다.

헉!!

안개에 휩쌓인 꿈같은 리조트의 아침....

 동 트는 전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 그만 잠이 들어 놓쳐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허겁지겁 베란다로 나가 보았다.

이미 동은 훤히 터 오른 뒤였지만,청명함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돼지고기 김치찌게로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고, 과일까지 먹고 곤돌라를 탔다.

역시 산에 오면 정상에 올라 그 확트인 대 자연의 기를 마시고 가야지!!

트래킹은 못 하더라도 곤돌라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ㅋㅋ

산마다 그 느낌이 다 다르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에 미쳐버리는것 같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다 보는 대 자연의 느낌이

어제 정선 하이원 호텔에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오늘은 비도 뿌려 곤돌라 벽에 방울 방울 맺혀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곤돌라 바로 아래로 보이는 들꽃들의 앙증스러움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정상에 오르니 비가 와서 모든게 그저 구름에 휩쌓여 다른 세상에 와 있는것만 같다.

탁 트인 전망은 볼 수 없었지만 나름 운치를 더해주어 꽃길을 걸으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

언니네와 우리....

포즈가 어쩌면 이렇게도 다를까...

언니네는 타이타닉 포즈도 취하고...정말 신이났다.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울남편...꿔다놓은 보리자루같다.ㅠㅠ<수없이 삭제..클릭 클릭!!>

 

 

 

 

  

어느 순간 보니,오빠는 언제나 언니 핸드백을 들고 다녔다.

이런.....

저 나이에..어쩜 저렇게도 연인처럼 살 수 있을까...

 

아주 오래 전...

그러고 보니 정말 20년이 다 되어가는 그런 기인 시간이네~

우리가 성당 구역장으로 처음 만나 부인들만 설악산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 보내는 마나님...

공항까지 우리를 에스코트 해준것은 두말할것도 없고, 기막힌 구구절절 사연이 담긴 편지에 용돈까지...

우리는 곁에서 그 편지를 보고 다 쓰러졌다.

두고 두고 남편들...들볶인건 너무나 당연한 일. ㅋㅋ 

 

암튼...

그렇게 기인 세월동안 언니네는 늙지않고 새록 새록 사랑이 매일같이 샘솟는... 옹달샘에 사는것만 같다.

나....잠시 우울모드....ㅠㅠ 

정상에 올랐으니 또 그냥 내려갈 수 없다 .

커피 마니아인 난 점심을 굶더라도 커피는 꼬옥 마셔야~~ㅎㅎ

이런 날씨에 마시는 커피맛은 정말 끝내준다!

그리고 꼭 묻는 말....

'리필 되나염?"

물론 두잔이나 마셨당~

스위스 필라투스, 하이디산 정상에서 마신 커피맛까지 회상하며....ㅎㅎ

  

 

이제 다음 행선지는.....

원래는 언니네는 오늘까지만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가고, 우리만 계속 여행하려 했는데,

차에 타고 가면서 꼬셨다. 오늘까지 함께하고 낼 새벽에 가시라고....ㅎㅎ 

당근 ...넘어가셨당~ㅍㅍ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中 4악장 (일명 '송어')

                          <이날 야외극장에서 들은 대관령 음악축제 레파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