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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여름휴가/정선-고씨동굴

나베가 2008. 8. 21. 09:45

 이번 휴가도 어쩌다 보니 베네딕다 언니네랑 또 함께 떠나게 되었다.

행선지도 사실은 언니네가 먼저 정한 것이었고, 우린 늘상 이곳을 좋아해 자주 다녔기에 안내는 우리에게 맡기라고 

큰소리를 빵빵치면서 떠났다.

 

밤사이에 큰 비가 천둥 번개를 동반하면서 내렸다.

여늬사람 같으면 휴가 전날 내리는....그것도  우리가 떠나는 휴가 내내 거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다면........

그러나 나는 정선, 영월권을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라고....되려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어느곳 보다도 녹음이 짙은 깊은 계곡이기에

계곡마다  흘러넘칠 물줄기를...

산마다 굽이 굽이 품고 있을 신선이라도 금새 나올것 같은 구름들을....

무엇보다 싱싱한 초록들의 향연을 느끼기엔 비오는 날 드라이브가 환상이기에...

 

아주 오래 전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에

신문 전면에 크게 실린  '환상의 장마철 드라이브' 기사를 보고는 가방메고 학교가려던 아이들을 차에 싣고 이곳...가리왕산 휴양림으로 여행을 떠난적이  있었다.

그때의 이 느닷없는 여행을 나는 이제까지의 여행중 최고의 여행으로 늘 꼽을 정도로 잊을 수 없는 환상적 추억을 가지고 있기에

이번에도 그때의 추억과 함께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단 비오는 날 여행에 대한 매력을 나만이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남편, 애들도 모두 그때를 늘 떠올리곤 하니까....

 

새벽 6시에 출발하려던 시간을 미치듯이 내리는 비때문에 9시로 늦추고 떠났다.

사실 비때문은 아니었고, 나는 전날 여행지를 검색하느라 시간을 잊고 컴터를 뒤졌고,

울 남편은 늦은 귀가로 늦잠을 잔 이유도 있었다.

아니..비 오는 날 여행에 익숙지 않은 베네딕다 언니네 전화를 받은 이유가 가장 컸다. ㅎㅎ

 

휴가가 한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도로엔 차가 많았다..

때문에 우린 언니네 보다 한참을 늦게 휴계소에 도착을 했다.

 

진부 톨게이트에서 빠져 우린 깊은 계곡속에 있는 맛있는 송어를 점심으로 먹자고 굽이 굽이 길을 달렸다.

인터넷 검색창에서도 말한 환상적 드라이브 코스....

59번 도로 -수향계곡부터 백석폭포까지.....

신선들이 파티라도 열고 있듯 구름이 꽉 들어찬 깊은 계곡과 도로밑까지 꽉 차 흐르는 계곡물은 더없이 장관이었다.

그러나 착각을 해 우리가 생각한 그 송어집은 나오지 않는것이었다.ㅠㅠ

 

 

 그래도 이런곳을 이렇게 타임을 맞추어 보기는 정말 어려운 거라고....그야말로 환상적이지 않았냐고...

자체 위로를 하며 송어집 찾기는 포기를 하고

정선의 고씨동굴을 찾아갔다.

이미 점심을 먹을 시간은 한참을 지나 있었다.

그래서 일까....

사실 여늬때같으면 배고픔을 느낄새도 없이 꿈결처럼 펼쳐진 풍경에 빠질테지만,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언니네가 신경이 쓰여서

.......

큰소리를 빵빵 치고 떠났는데, 시작부터 여엉 아니올씨다여서.....ㅎㅎ

 

고씨동굴로 들어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 깊은 계곡이었다.

동굴인진데 왜 안그렇겠는가~

우린 사실 경치보다는 밥 먹을 곳을 찾는데 더 급급했다고 할까?? ㅋㅋ

 

산에서는 누가 뭐래도 산채정식이 최고다.

우린 산채정식과 동동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고 고씨동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갑작스럽게 내리치는 폭우는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오고 가도 할수 없는....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의 다리가 적어도 그 순간은 우리나라 최장의 다리처럼 느껴졌다.

우리 부부는 바람에 날아갈까...꽉 껴안고 쓸리다시피 다리를 건넜다.

 

<고씨동굴 탐사를 끝내고 나와서 찍은 다리전경>

 

동굴앞에 다다르니 우리말고도 이 엄청난 빗속을 뚫고 들어온 사람들이 몇 있었다. ㅎ

그리고 반갑게도 문화재 관광청에서 나온 가이드도 있어 우린 고씨동굴에 얽힌 사연을 듣고 탐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가이드가 다른 동굴에 비해 자연 그대로인 동굴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라고 말한 이유를 동굴에 들어가고서야 눈치챘다.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서늘한 느낌이 엄습하는 것이 민소매 옷을 입은 나는 여기 탐사하고 나오면 얼어죽는 것이 아닐까....싶었다.

가파르고 비좁으며 낮으막해 마치 훈련을 받듯 기어서 들어가야 하는 동굴은

그야말로 배가 나온 울 남편과 베네딕도 오빠에게는 죽음의 곡예였다.

관광이 아니라 탐험이라는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동굴탐사에 들어선것 같아 그 쾌감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ㅋㅋ

 

 

 

 

 

 

아래 사진속의 탐사가 가장 이동굴에서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이 비좁은 사이를 빠져나오자면 왠만큼 배가 나오고 뚱뚱한 사람은 걸려 넘어져 나오지 못할듯^^

다행히 울 남편과 오빠는 이곳을 통과할 수 있었다. ㅋㅋ

 

 

 

 

 

 

 동굴안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바위틈들 사이로 폭포가 몇개가 있었고, 까마득한 아래로 힘찬 물줄기가 뻗어나갈 만큼 큰 계곡도 있었다. 이곳은 선녀가 목욕을 했다는 뜻인가?? 욕선대로 맑디 맑은 물이 고여있었다.

 

 

 

 한참을 들어가니 비교적 넓은 광장이 나왔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라고....벤치도 놓여있고...

이곳을 마다할 리가 없는 울 서방님...

그 자리서 꼼짝않고 우리보고 갔다가 오라고 한다. ㅋㅋ

어쩐지 너무 잘 걷는다 했다고....한마디씩 하면서 우린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동굴 탐사에 들어갔다.

 그곳부터는 두갈래 길이 있었는데, 한곳은 완전 기어서 들어가야 하는 굴이었다.

헉!!

그곳 입구를 보고는 모두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는 다른 한 길을 선택했다.

그곳은 거의 동굴 끝으로 50여미터 밖에는 안되는 곳이었지만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초록의 신선함때문이었는 지....

계곡사이에 숨어있는 산신령들의 기를 받아서 였는 지....

나는 전혀 힘들지 않고 훨훨 날아 갔다온 기분이었는데, 울 남편과 오빠, 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 했다.

ㅎㅎ 그래도 나이는 못 속이는 가 부다~

 

 

 

 

 동굴 탐사를 끝내고 나오니,언제 비가 왔었냐는 식으로 청명함이 우리를 반겼다.

와아~~

나도 모르게 그냥 터져 나오는 탄성은 마치 얼마전에 갔다온 놀웨이의 한 자락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언니와 나는 이 아름다움 속에 마치 선녀라도 된듯 이곳 저곳 날뛰며 사진을 찍었다.ㅋㅋ

 

 

 

 

 

 

 

 

 

 

  

Patricia Kaas - Mon Mec A M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