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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에서 휴가를...2008.8.8~9

나베가 2008. 8. 21. 00:27

 베네딕다 언니네가 화천에 간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주말을 맞아 어디론가 바람을 쐐러 나가려던 차에 언니네한테 전화를 걸었다.

 

"우리도 지금 화천으로 가려고 짐싸고 있습니다~ " ㅋㅋ

 

갑작스런 이 여행길이 왜 그리 재미가 있는 지.....우린 킥킥대며 나름 여행 책자에서 행선지를  골라 출발을 했다.

가면서 연락을 하니, 언니네가 들어선 길은 꽉 막혀서 시속 20킬로로 가고 있다고...

우린 다른 길을 선택해서 갔다.

가면서 보니 우리가 선택했던 행선지가 언니네랑 만나기로 한 곳이랑은 너무나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었고, 다행인 지 불행인 지 팬션엔 방도 없었기에 미련을 버리고 언니네가 간다는 그곳으로 갔다.

우리는 언니네보다 훨씬 나중에 출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속 장소에 훨씬 일찍 도착을 해서 기다렸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다른 일로 만났었음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뒤를 쫓아와 언니네랑 함께 한다는 것이 왜그리 재밌고 반가운지....

 

언니네랑 저녁때 술 한잔 하고 각자 헤어지려고 했었는데, 언니네 집안 식구들이 극구 함께하자고 하시는 바람에 졸지에 우린 언니네 집안 식구들과 합류해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시골집... 밖에서 맛있게 구워주시는 바베큐에 시원한 맥주 한잔은 여름날 더 이상 바랄게 없을 최고의 만찬이었다.

한참 이야기 꽃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에 갑작스런 소나기가 내리부었다.

모두들 정신없이 방으로 튀어 들어왔는데, 불야청청 그 와중에서도 파라솔 밑에서 꿎꿎하게 버티고 있는 분이 둘 있었으니....

울 서방님하고 베네딕도 오빠였다.

분명히 울 서방님이 버티고 있었기에 오빠도 못 들어오고 있었을 것이었다.

암튼....

소나기는 순식간에 지나쳤고, 우린 다시 밖으로 나가 저녁 시간을 보냈다.

 

밤이 깊어지고 다른 식구들은 하나 둘 방으로 들어가고, 우린 집앞 냇가로 나갔다.

먼 발치에서 보기에 그저 얕으막한 내 이겠거니 했는데, 가까이 가 후레쉬를 비춰보니

산천어 축제가 열린다는 그 냇가의 맑음이 수정처럼 빛났다.

어느새 돋아났는 지 하늘엔 초롱 초롱 별빛들이 장관이었고, 한소큼 더위를 몰고간 소나기때문에 살갗에 닿는 시원함도 더없이 좋았다.

우린 급기야 차에 늘 싣고 다니는 텐트를 펼치기에 이르렀고, 낚시 의자도 꺼내고 어항까지.....

남편따라  베네딕도 오빠는 마치 초등생이 자연학습 현장에 나온 것처럼 들떠서 피래미 잡기에 신나라 하고 계셨다.

냇가에 돌을 쌓고 어항을 놓은 뒤 의자에 앉아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 꽃을 피우다 가 보면 피래미들이 어항속에 들어가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신기해 보이셨는 지...

냇가 가에 모래 웅덩이를 손으로 파고 잡아온 피래미들을 그 속에 넣고는 얼마나 좋아하시는 지...

우린 모두 초등학교 5학년... 반을 나누며 동갑이라고 킥킥댔다.

 

24시 편의점에서 사온 풍성한 야식거리까지....

그렇게 밤은 시간을 잊은 채 흘러갔다.

 

새벽 녘에 잠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눈이 떠졌다.

벌써 형님들은 아침준비를 다 마쳐가고 있었다.

딱히 뭘해야 할 지도 몰라 나는 상차림만을 도운 채 설겆이나 해야겠다고 맘먹었다.

시골밥상으로 차려먹은 아침상은 별 반찬이 없이도 된장찌게 하나만으로도 맛있었다.

설겆이를 마치고 또 냇가에 쳐있는 텐트로 과일과 커피를 끓여 들고 나갔다.

아직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이고 있었다.

 

우린 근처 성당으로 미사를 보러 갔다왔다.

신부님의 구수한 음성이 어찌나 맘속 깊이 말씀을 새겨 넣으시는 지...

그리고 타지에서 온 신자들을 하나같이 가려내시어 인사까지....

아무래도 지역이 군부대 지역이다 보니 아들 면회 온 가족들이 꽤 있었다.

갑자기 아들에 대한 보고픔이 산처럼 밀려 들어왔다.

지금 이 순간 아들 녀석도 먹을거리를 찾아 성당에 가 앉아 있을 거라는....ㅎㅎ

 

 신자도 얼마 안 되는데다 시골이라서 헌금이라고 해봤자 너무나 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에선 시원한 차와 맛있게 삶은 강원도 옥수수를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따듯한 시골정서와 마음씀이 그 어떤 미사에서 받는 충만함보다도 더 큰....감동을 받아안고 다시 냇가로 갔다.

냇가 한 가운데까지 걸어 들어가니, 중간까지 펼쳐져 있는 모래사장 느낌이 얼마나 좋은 지...

그 소리에 남편은 문득 생각이 났는 지, 파라솔을 물가 한 가운데에 꽂아 세우고, 낚시 의자까지 펼치니 더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내 한 가운데서 발을 담그고 반쯤 뒤로 재껴진 의자에 눕듯이 앉아 있노라니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마치 딴 세상같이 보였다.

 

 급기야 베네딕도 오빠와 남편은 물속에 텀벙 몸을 담그었다.ㅋㅋ

에고~ 시원하겠다~

부러버라~~

 

 

 

 어항도 놓고...견지 낚시도 하면서 피래미 잡기 재미에 흠뻑 빠진 남편과 우리 딸...

 푸하핫<<<

급기야 나도 옷을 다 입은 채로 물속에 텀벙 들어갔다.

 

"한마리의 인어같지 않아??"

 

이 말에 모두들 폭소하며

인어가 아니라 '잉어'라고...

그 비웃음까지 즐거워서 모두들 배꼽이 빠져라고 폭소를 .....

 

햇살에 데워진 따듯한 물은 온몸의 열을 적당히 식혀주며 더없이 시원하고 감미롭게 해주었다.

그래~ 감미로왔어!!

마치 아름다운 선율이 귓가를 간지럽히며 감미로움에 빠뜨리듯이 그렇게 내 온 몸을 감미로움 속으로

잔잔한 물살은 그렇게 빠뜨렸지! ㅎㅎ

너무나 좋아서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그저 나는 어린 아이가 되어 있었다.

 

 언니는 식구들이랑 계곡으로 갔고,우린 이곳에 남아 오빠랑 점심으로 중국 음식을 시켜먹었다.

언젠가 광고에서 대 히트를 쳤던.....

"자장면 시키신 분~~~~"

이런거 한번 해보고 싶으셨다고 오빠는 한술 더 뜨며 즐거워 하셨다.

정말이지 물속 한 가운데서 자장면,탕수육을 시켜 먹는 그 기분은 너무 웃겨서 입이 귓가에까지 벌어진....

정말 환상 그 자체였다.

 

애들이 어렸을 적에나 물놀이를 해 보았지, 얼마나 오랫만에 물놀이를 해본건 지....

물 한 가운데에 푸욱 빠져 있노라니, 그냥 차를 타고 스쳐 지나거나 먼 발치에서 경치를 즐기며 차를 마시는 것과는

정말 다른 기분이었다.

그 뙤약볕 아래서 이렇게 시원하고 특별한 감정과 소박한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단지...

내 한 가운데 파라솔을 놓고 그 아래 물속에 몸을 푸욱 담그었을 뿐인데.....ㅎㅎ

 

정말 물이 얼마나 깨끗한 지....

바다도 아니고 냇가에....

이처럼 맑고 깨끗한 모래 사장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

전혀 생각지 않고 찾았던 뜻밖의 장소...뜻밖의 행동이...

최고의 물놀이 장소중 하나로 기억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