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무용

피나 바우쉬 무용단 Pina Bausch Tanztheater Wuppertal Nefés(네페스:숨)

나베가 2008. 3. 11. 03:12
  피나 바우쉬 무용단 Pina Bausch Tanztheater Wuppertal Nefés(네페스:숨)
 
피나 바우쉬가 선보이는 새로운 도시 시리즈,
이번엔 터키(Turkey)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Pina Bausch)가 터키의 이스탄불을 소재로 한 새로운 ‘도시 시리즈’ 작품 를 가지고 다시 한국을 찾는다. ‘도시 시리즈’란 피나 바우쉬가 특정 국가나 그 국가의 도시를 테마로 하여 제작한 일련의 작품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소재로 한 를 시작으로 , 을 거쳐 최근작 에 이르기까지 총14개의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낯선 곳에서 마주친 이국적인 풍광,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으로부터 받은 감흥은 일흔이 가까운 나이의 피나 바우쉬로 하여금 쉼 없이 창작 활동에 매진하며 간간이 무대에도 설 수 있도록 해주는 활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스탄불로 향하는 마법의 양탄자 – The New York Times

터키어로 ‘숨(Breath)’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네페스>는 피나 바우쉬가 2002년 여름 무용단과 함께 3주 동안 터키에 체류하며 받았던 영감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그 동안 외부세계가 가지고 있던 터키에 대한 이미지가 정치적인 갈등이나 종교적인 긴장감 등으로 점철되어 있었다면, <네페스>는 이들이 몸소 부딪히며 겪은 터키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문화와 그 곳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친밀하고 편안한 인상들을 반영하고 있다. 2003년 독일 부퍼탈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그 전까지 발표했던 피나 바우쉬의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후 까다로운 무용 관객이 모여있는 파리와 세계 공연 예술의 중심지 뉴욕 등지에서도 공연되며 호평을 얻었다.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되는 ‘물의 도시’ 이스탄불
유려하고도 감각적으로 펼쳐지는 춤의 향연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쳐 있는 도시 이스탄불.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역사와 문화의 도시는 피나 바우쉬의 오랜 예술적 동반자, 피터 팝스트(Peter Pabst)가 디자인한 절제된 무대 위에서 다양한 ‘물’의 이미지로 변주된다.검은 여백으로 채워졌던 단조로운 무대는 어느새 물이 차올라 호수가 되고, 이 물은 다시 이슬비로 내렸다가 갑자기 폭우가 되어 몰아치고, 마침내는 광대한 파도의 장관으로 투영된다. 열기가 피어나는 터키식 목욕탕에 수건을 두르고 나란히 누운 남자들, 대기 중으로 터져 사라지는 비누방울, 리드미컬하게 물결치는 여자들의 탐스러운 머리카락, 드레스 자락으로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온화한 바람, 도로를 가득 메우고 질주하는 자동차의 행렬… 마치 흥미로운 기념품들이 가득 담긴 여행 스크랩북을 펼친 것처럼 <네페스>는 신비로운 나라 터키와 ‘물의 도시’ 이스탄불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기억들과 함께 복잡하고 분주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로 하여금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그 동안 피나 바우쉬 작품 속의 대사와 행위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앙상블을 비롯해 솔로와 듀엣으로 다채로운 춤의 향연이 펼쳐지는 <네페스>는 특별히 더 새롭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혼탁한 이 시대에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 같다. - TIME


피나 바우쉬는 <네페스>를 통해 그녀가 경험했던 아름다움을 되돌려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그녀는 지금까지의 것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을 창조해냈다. – 평론가 패트리샤 보카도로





 

 

 

 

 

  • 피나 바우쉬를 사랑한 거장들
  • 세계의 문화예술을 이끌어가고 있는 거장들. 그들의 영혼을 자극하고 영감으로 채워주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고, 이들의 인생을 바꿔놓은 진정한 거장이 있다. 바로 피나 바우쉬. 그녀는 왜 그토록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거장들이 그녀에 대해 얘기한다.

    스페인의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Pedro Almodovar : 1951~)


    2003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그녀에게 (Talk to her :2002)>는 피나 바우쉬의 작품 <카페 뮐러>가 삽입된 장면으로 시작해서 <마주르카 포고>의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의 전작 <내 어머니의 모든 것 (Todo Sobre Mi Madre : 2000)>을 보면 주인공 마누엘라의 아들 방에 피나 바우쉬의 <카페 뮐러> 공연 포스터가 붙여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그 때 당시만 해도 그것이 독일 출신의 위대한 무용가에게 바치는 경의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후 <그녀에게>의 시나리오 집필을 막 완성한 그는 다시 그 포스터 속의 피나 바우쉬를 보게 되면서 영화에 대한 큰 영감을 받게 된다.

    "포스터 속에서 얇은 슬립을 입고 눈을 감고 손과 팔을 뻗은 채 탁자와 의자 같은 장애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피나 바우쉬의 모습. 그 모습은 내 이야기 속의 남자 주인공이 살아가고 있는 불확실성의 상태를 대변해주고 있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두 여인. 그녀들은 명백히 무력할 지 모르지만 마치 일어나서 반짝 눈을 뜨고 끊임없이 조잘거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위안을 주고, 긴장과 열정, 질투, 욕망 그리고 각성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들입니다. 그러다 또 <마주르카 포고>를 보게 되었고 그 안에 넘치는 생동감과 낙천주의에 흠뻑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작품에 흐르는 목가적인 분위기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지독히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저로 하여금 순수한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 제가 특별히 부탁했을지라도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을 얻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나 바우쉬는 이 영화에서 제가 열고 들어가서 닫고 나오는 가장 훌륭한 문이 되어 주었습니다."


    수퍼 스타 발레리나, 실비 길렘 (Sylvie Guillem : 1965~)


    "피나 바우쉬와 함께 일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녀와 함께 일하게 되면
    그녀를 숭배하는 신도가 되어버릴 거에요."







    20세기를 대표하는 패션 사진 작가
    헬무트 뉴튼 (Helmut Newton : 1920~2004)


    에로틱한 누드와 패션 사진으로 20세기 사진사에 불후의 발자취를 남긴 독일 출신의 사진 작가 헬무트 뉴튼. 그는 패션사진가로서의 활동영역을 철저히 수단화하며 독특한 문화 코드를 내재한 또 다른 사진의 세계를 개척함으로써 패션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여성의 누드, 그것도 옷 안에 감춰진 아름다운 육체에 집착했던 뉴튼에게 ‘패션은 열어 젖혀야 할 무대의 커튼’과 같은 것이었고, 패션의 이면에 가려진 에로티시즘은 꿈과 욕망, 상상과 현실이 빚어낸 또 하나의 변주곡이었다. 이러한 뉴튼의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피나 바우쉬 역시 매우 흥미로운 모습이다.


    Crocodile eating ballerina, photo by Helmut Newton

    그가 1983년 부퍼탈 극장의 <처녀성의 전설 (The Legend of Virginity)> 공연에서 촬영한 장면은 악어에게 상반신을 먹히는 피나 바우쉬의 하반신 누드 사진이다. 이 사진은 2004년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의 패션 누드 사진전에서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벨기에 현대무용단(Les Ballets C de la B)의 안무가
    알랭 플라텔 (Alain Platel : 1959~)



    오늘날 벨기에를 세계 현대 무용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역들 중 하나인 안무가 알랭 플라텔. 그는 무용에 대한 관심을 싹 틔워 주고 자신의 열정에 불을 지핀 사람은 바로 피나 바우쉬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의 무용가들이 단지 아름다운 몸을 이용해 스텝을 구성하는 것이 안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면 피나 바우쉬가 개척한 방법은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무용수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들을 개성있게 활용하는 피나 바우쉬에게 저는 커다란 충격과 전율을 느꼈습니다."


    영화 <길 (La Strada)>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Federico Fellini : 1920 ~ 1993)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을 남긴 작가주의 감독인 페데리코 펠리니 역시 피나 바우쉬의 매력에 빠진 거장 중의 하나다. 펠리니는 1983년 발표한 작품 <돛단배 (E la nave va/And the ship goes on)>에서 피나 바우쉬를 직접 캐스팅해 출연시키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피나 바우쉬는 눈 먼 공작 부인 역을 맡아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는데, 앞은 볼 수 없지만 식견을 갖추고 있던 이 캐릭터는 마치 암흑과도 같은 무(無)의 상태에서 무용수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형태와 방향을 더듬어 찾아나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녀 자신을 닮아 있었다. 펠리니는 또한 사진가 마텐 아빌레(Maarten Vanden Abeele)가 피나 바우쉬의 작품 사진을 책으로 출판할 당시 직접 사진집의 서문을 맡아 써주기도 하였다.


    라틴 음악의 대부
    까에타노 벨로조 (Caetano Veloso : 1942~)


    '브라질의 음유시인’, ‘라틴 음악의 대부’로 불리우는 위대한 뮤지션 카에타노 벨로조는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1997년에 콘서트를 가졌던 바 있다. 이 콘서트 실황을 녹음한 앨범 「Omaggio a Federico e Giulietta」는 1999년 음반으로 발표된 후 세계 언론의 격찬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월드 뮤직 필청 음반’으로 꼽히고 있는 명반 중의 명반이다. 이 음반의 17번 트랙에는 ‘Dama Das Camelias’란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벨로소는 콘서트에서 이 노래를 특별히 피나 바우쉬를 위해 부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곡은 1982년에 초연된 피나 바우쉬의 작품 <카네이션>에서 다른 버전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피나 바우쉬는 <아쿠아>를 비롯한 몇몇 작품에서 벨로조의 음악을 삽입하기도 했다.

    "펠리니와 마찬가지로 저는 피나 바우쉬와도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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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나 바우쉬의 디자이너 피터 팝스트의 무대 이야기

  •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내한할 때마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장관을 만들어내는 인상적인 무대이다. 2000년 <카네이션 (Nelken)> 때에는 LG아트센터의 무대가 수천 송이의 카네이션이 심어져 있는 꽃밭으로 변했고, 2003년 <마주르카 포고 (Masurca Fogo)> 때에는 하얀 상자 안에 거대한 바위산을 담아냈으며, 2005년 한국을 주제로 한 <러프 컷 (Rough Cut)>에서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산야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서울 동대문 쇼핑몰의 영상을 담아냈다. 이렇게 작품마다 흙과 물, 잔디와 꽃, 동물과 같이 자연과 일상에서 가져온 배경과 소품, 영상들로 획기적인 무대를 구성해 선보이는 사람은 바로 무대 디자이너 피터 팝스트이다. 1982년 작품 <카네이션>을 시작으로 피나 바우쉬의 예술적 동료로서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그녀가 발표하는 거의 모든 작품의 무대 디자인을 맡아온 팝스트가 피나 바우쉬와의 작업에 대해 얘기한다.

    팝스트 이전에 무대 디자인을 맡았던 이는 바우쉬의 반려자이기도 했던 무대 디자이너 롤프 보르칙(Rolf Borzik)이었다. 그러나 그는 바우쉬가 세계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할 즈음인 1980년 병으로 타계하고 말았다. 인생과 예술의 동반자를 잃은 피나 바우쉬의 충격과 슬픔은 매우 컸다. 그녀는 이를 떨쳐내기 위해 작품에 매달렸고, 몇 년 전 연출가 피터 차덱(Peter Zadek)과 함께 찾아와 무용단의 리허설을 구경했던 팝스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팝스트는 당시 프리랜서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무용단과의 작업 경험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바우쉬는 그가 작업한 작품들에서 묻어 나오는 드라마틱한 면모를 좋아했고,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바우쉬와 팝스트의 첫 작품 <1980>이었다.


    “피나 바우쉬와의 작업은 마치 깊은 물 속을 헤엄치는 것과 같습니다.“

    팝스트의 표현처럼 그가 바우쉬와 함께 발표했던 모든 작품들은 복잡하고도 난해한 협동 작업의 산물이다. 그가 함께 작업했던 연극/오페라 연출가나 안무가들은 악보나 대본이 미리 완성되어 있거나 테마가 정해진 상태에서 리허설을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바우쉬는 리허설 초기에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어떤 아이디어조차도 절대로 말해주는 법이 없다. 대신 그녀는 무용수들에게 감정이나 인간관계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 질문을 쏟아낸다. 그에 대한 답은 무용수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데 때로는 말로, 때로는 움직임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바우쉬는 무용수들이 보여준 반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때로는 반복해볼 것을 요청하기도 하며, 그것을 간추리고 극적으로 강화해 작품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리허설이 진행되면서 팝스트는 디자인을 위해 스케치를 하고 모형을 제작한다. 그 중 많은 부분이 바우쉬에 의해 거부되기도 하고 또 토론를 거쳐 변경되기도 한다. 이렇게 두 달 이상 계속되는 리허설 기간을 거쳐 작품은 특정한 모양새를 갖추어나가기 시작한다. 그 즈음이 되면 팝스트는 누가 무엇을 제안했었는지도 기억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고 고백한다. 작품 <팔레르모 팔레르모 (Palermo Palermo)>의 경우 리허설 기간 동안 부퍼탈에 있는 옛 영화 극장의 벽이 계속해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았던 바우쉬와 팝스트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그 광경에 매료되어 버렸고 이는 곧 작품에 도입되었다. <팔레르모…>에서 무대 전면에 쌓여져 있다가 공연 시작과 함께 큰 소리를 내며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벽돌벽은 놀라움과 강렬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수천 송이의 꽃으로 무대 전면을 덮었던 작품 <카네이션>도 역시 바우쉬와 네덜란드의 튤립밭에 대해 사적인 얘기를 나누다가 착안했던 것이라고 팝스트는 말한다.


    ① Nelken (카네이션 : 1982) photo by Ulli Weiss
    ② Palermo Palermo (팔레르모 팔레르모 : 1989) photo by Francesco Carbone
    ③ Der Fensterputzer (유리 청소부 : 1997) photo by 우종덕
    ④ Wisenland (초지 : 2000) photo by Matthias Zoelle

    팝스트는 피나 바우쉬와 함께 작업하면서 ‘현실의 조건(a condition of reality)’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피나 바우쉬의 안무가 일상적인 움직임(ordinary gesture)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그녀의 작품을 위한 디자인도 굳건한 현실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이 세상처럼 혼란스럽고 어수선해질 지라도 말이다. 바우쉬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현실의 환상(illusion of reality)’이라고 팝스트는 강조한다. 그녀의 작품 속에 나오는 무언가가 비록 가짜라 할 지라도 그것은 현실적으로 보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마치 <카네이션>의 무대를 위해 사용되었던 조화가 진짜 카네이션으로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피나 바우쉬의 작품에 있어서의 리얼리즘(realism)을 강조하면서도 팝스트는 작품이 문자 그대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말을 참고한다면 <팔레르모>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벽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상징한다고 해석하거나 <네페스>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성들을 학대 받는 대다수의 터키 여성의 처지와 직접적으로 연관 지으면서 감상하는 실수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아우르는 디자이너로서 팝스트의 철학은 더 멋진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관객들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무대 위의 공연자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팝스트는 단순히 멋지기만 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 매혹적이고, 이해가능하며,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그 결과물이 아름다운 무대나 인상적인 무대 컨셉으로 인상지워 지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총체적인 훌륭한 공연물로서 관객들의 기억에 남기를 바라고 있다.



    ⑤ Agua (아쿠아 : 2001) photo by 우종덕
    ⑥ Tenchi (천지 : 2004) photo by Ursula Kaufmann
    ⑦ Rough Cut (러프 컷 : 2005) photo by Ursula Kaufmann
    ⑧ Bamboo Blues (뱀부 블루스 : 2007) photo by Ursula Kauf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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