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와 그의 동시대 작곡가들’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바흐는 하나의 끝이다. 그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그에게로 흘러들어간다”고 정리하였습니다. 이는 보편적, 초개성적, 시대 순응적 예술가였던 바흐의 면모를 정확히 포착한 언명입니다. 이렇듯 바흐는 앞선 시대 음악에서 많은 것을 취했고, 동시대의 작곡가들로부터도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은 바흐 작품과 동시대인들, 또는 전시대인들의 작품을 장르별로 마주 세워 놓음으로써 바흐 음악의 특성을 명확히 드러내도록 하였습니다.
우리의 바흐 페스티벌은 또한 당대연주 페스티벌이기도 합니다. 현대는 어느 면에서 역사주의 시대입니다. 누구나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옛 음악을 듣고 즐기되, 되도록이면 시대적 양식감과 분위기를 되살려 듣고자 합니다. 이제 이것이 큰 흐름이 되었습니다. 본 페스티벌에 초청된 연주가들은 당대연주가들이고, 각 분야에서 최정상의 거장들입니다. 이들은 역사적 도구와 수단으로 옛음악에 생기를 불어넣어 이 시대의 우리들을 설득하고 감동시킵니다.
우리는 이 바흐 페스티벌이 우리 옛음악 운동의 구심점이 되고, 나아가 문화 인프라로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소의 모든 역량을 집중코자하오니 음악애호가 여러분들께서도 크게 호응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나이젤 노스 류트 독주회 1
10월 18일 (목) 오후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
류트 음악을 알기 전에 옛음악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자.
나이젤 노스의 류트 소리는 비눗방울과도 같다. 투명하고 찬란하다. 성부의 맥이 또렷이 드러나고, 프레이즈는 명료하다.
류트는 서양 악기 중 내밀한 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다. 청명하되 어쩐지 우수어린 음색으로 중세 이래 음악가들을 매혹시켰던 이 악기가 황금기를 지나 서서히 잦아들 무렵, 바흐는 아름다운 류트곡을 몇 곡 썼다. 엄격한 형식 속에서 그지없이 화려한 오리지널 모음곡(BWV 996, 998)과 원곡을 능가하는 편곡(BWV 995)등, 모두가 류트라는 악기의 매력을 한껏 살려내고 있다.
이 곡들을 연주하면서 나이젤 노스는 창의적 연주가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영국 태생의 나이젤 노스는 지난 30여년간 류트 음악의 대명사 같은 존재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다. 대담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에 학문적 탐구자세를 갖춘 이상적 연주가이다. 양 대륙의 대표적 옛음악 교육기관인 인디애나 음대와 헤이그 왕립음악원의 교수를 겸하고 있는 이 시대의 대표적 류트니스트이다.
나이젤 노스 (Nigel North, Lutenist)
1977년 런던 위그모어 홀에서 바흐 음악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흔들림 없는 최정상의 류트니스트로 활약해오고 있다. 1988년에는 로마네스카 앙상블을 결성하였으며, 하모니아 문디의 음반들로 그라모폰 상과 에디슨 상을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류트의 콘티누오 주법>(Continuo Playing on the Lute)이 있다. 독일 베를린 음대를 거쳐, 현재 인디애나 음대와 헤이그 왕립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Nigel North Lute Recital I
10월 18일 (목) 오후 7시 30분 세종체임버홀
Program
J. S. BACH (1685-1750)
Suite in G minor BWV 995
Prelude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Boure 1 & 2
Gigue
Prelude, Fugue and Allegro BWV 998
INTERMISSION
Suite in E minor BWV 996
Prelude
Allemande
Courante
Sarabande
Boure
Gigue
Sonata in G minor (after Violin Sonata No. 1 BWV 1001)
Adagio
Fuga (Allegro)
Siciliana
Presto
공연후기...
뜻밖에도 어느날 갑자기 <바흐 페스티발>이 티켓링크 창에 떴다.
출연진, 프로그램....모두 주옥같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미 다른공연들로 꽉차버린 10월의 일정표를 어쩔거나~~
어떤것은 취소를 하고, 어떤것은 다른 날로 옮기고, 어떤것은 하루에 두탕을 뛰며 무리를 하고....
그렇게 해서 오늘 첫 일정으로 <류트연주의 나이젤 로스>를 가게 된것이다.
공연을 가기전에 집에 있는 바흐음반을 뒤적이니, 지난번 풍월당 4주년 세일행사때 사다 날라놓은 덕에 다 있었다.
레슨을 하며 종일 듣는데 얼마나 아름다운 지....
정말이지 바흐음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게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같은게 있는것 같다.
세종체임버홀 그의 머리맡에서 류트로 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콩딱거려왔다.
체임버홀 공연은 언제나 7시 반에 시작을 해서 집에서 가깝지만 그래도 서둘러서 출발을 했다.
어제도 분당까지 갔다오느라 너무 늦어서 몸이 피곤했지만....생전 처음으로 류트공연을 실연으로 들을 생각에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
작은 공연장인데....빈자리는 항상 안타까움을 일으킨다.
드디어 검정색과 진회색 와이셔츠에 조끼를 입은 소탈한 모습의 그가 나타났다.
한참을 조용히 다시 조율을 하더니 앙증맞은 류트악기의 연주를 시작했다.
아~~너무나 아름다운 소리....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소리가 작았다.
클래식 기타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소리가 작아서 마이크를 쓰고 연주를 한다고 했던 지난 풍월당에서의 강의가 생각났다.
오늘은 공연장이 작으니 마이크는 쓰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객석은 더욱 더 집중력을 요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빨려들어갔다.
첫곡 Suite BWV 995 의 여섯곡이 끝나고 씨익 웃으며 답례하는 모습이 ...류트의 순수함에 비견되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다음곡 프렐류드 BWV 998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2부에선 더 작은 류트악기를 가지고 나와서 연주를 했다.
소리가 좀더 영롱했던가??
역시 Suite BWV 996번을 듣고, 다시 원래의 악기로 Sonata BWV 1001번을 들었다.
소나타의 마지막 4악장의 현란한 연주를 끝으로 본공연은 끝이 났지만, 꿈결같은 앵콜곡을 한곡 더 들을수 있었다.
고악기들은 예민해서 조율을 매곡 시작때마다 다시 한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세월이 흘러 내가 세상에 없어도 저 악기는 계속 남아
수많은 후대의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해주겠지....하는 삶의 무상함이 나를 에워싸기도 했다.
새벽아침 아무도 없는 고요함속에서의 영롱한 이슬방울 같은 순수함.....
그 속에서 깨끗하게 정화되어 나온듯한 느낌이랄까......
그 느낌을 좀더 간직하고 싶어 한참을 앉아있다 나서니, 내가 끝이었다.
로비에 내려오니, 뜻밖에도 팬싸인회가 벌써 펼쳐지고 있었다.
거의 꼴지로 줄을 서서 팜플릿과 류트 반주로 노래를 부른 CD에 사인을 받았다.
모두들 얘기도 주고받고 사진도 찍고, 한사람이 여러곳에 싸인을 받는 바람에 그렇게 길지 않은 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그의 팬들은 집에 있는 CD쟈켓을 모두 가져와서 사인을 받느라 거의 흥분에 무아지경에 빠진것처럼 보였다.
'아~~ 저렇게 열성팬들이 있었구나~ 나만 몰랐던 사람이었나부네~' ㅎㅎ
그들처럼 나도 나이젤 로스와 사진을 한방 찍고 싶음도 있었지만....이제는 내가 나이가 너무 먹었나부다. ㅎㅎ
앞으로 있은 <피에르 앙따이-쳄발로> 연주도 너무나 기대가 되고,
<존 버트-오르간>연주, 타펠무지크의 연주...모두 너무나 기대된다.
엠마 커크비의 연주를 못듣는게 못내 아쉽다.
제 3회, 4회....바흐 페스티발이 계속 이어지니 다음에 기회가 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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