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6년)

상트페테스부르크 오케스트라 내한공연/블라디미르 펠츠만 협연/2006.11.8/

나베가 2006. 11. 15. 11:21
 

 

 

 

 공연후기....

 

누군가가 그랬다. 공연을 가기전에 미리 공부를 하고 가면 훨씬 감동이 오래간다고~

문득 그 생각이 나서 하루종일 차이코프스키 피협 1번(사이먼 래틀&키신)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틀어놓고 지냈다.

그래서 그럴까...

그 어느때 보다도 이 공연이 설렘을 줬다.

아니, 며칠 전부터 사실 7,8일 양일 공연이 모두 욕심이 나서 혼란스러움 조차 일었었다.

지난 상암 운동장에 울려퍼졌던 빈필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의 여운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리고 그리그의 그 영롱한 피아노 선율이 자꾸 가슴속에서 메아리 쳐와서....

하지만 머리를 흔들어 떨구어 내고, 어젠 음반으로만 들으며 욕심을 누구려 뜨렸다.

 

드디어 오늘....

유난히 지하철이 오래 걸려서 이 황금같은 시간에 무려 5분이나 더 걸려 다리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 달렸다.

홀안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땀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무대를 보니, 자리 배치가 예사롭지 않았다.

여늬 오케스트라와는 다르게 콘트라베이스가 무대 왼쪽 제1바이올린 뒤에 배치되었고, 가운데 첼로,그 뒤에 목관악기, 그 뒤로 피아노와 하프2대, 마림바, 팀파니, 올겐같이 생겼는데 실로폰 같은 영롱한 소리가 나는 악기, 그리고 오른쪽으로 큰북이 있었고, 금관악기 파트,현악 비올라와 제2 바이올린 파트가 있었다.

그리고 '예브게니 오네긴'중 '폴로네이즈' 후 연주될 피협1번을 위해 미리 피아노까지 배치해 놓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다른 연주회때 보다 상당히 무대앞 거의 끝까지 배치를 해 놓고 있었다.

아마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을 연주하기 위한 배치가 아닐까 싶었다.

불과 얼마전 BBC오케스트라 연주때 와는 상당히 다른 무대 배치였다.

 

이렇듯 꽉찬 무대에 드디어 연주자들이 입장을 했고,이어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등장을 했다.

순식간에.... 예당은 웅장함의 소용돌이 휘말려 들어간듯 했다.

내 자리가 무대 왼쪽 바로 위 3층 BOX 이라서 였는 지...유난히 베이스 음색이 무겁게 깔리며 웅장함을 더 주었는 지도 모르겠지만....차이콥스키의 그 거대한 스케일이 정말 음반으로 듣던것 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다고 말할까....

 

차이콥스키 피협 1번....

어쩌면 내가 클래식을 처음 접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을 지도 모를...그리고 수십번을 들었을....

펠츠만의 힘있는 타건은 그 오케스트라의 거대함을 일순간에 잠재우고 홀연히 나타나 춤을 추듯 연주되었다.와아~~

나는 펠츠만에 빠져있다가 1악장 휘날레를 장식하며 팔을 쭉 뻗어내는 그의 포즈에 하마터면 박수를 칠뻔했다. 

뭐랄까....그의 내면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러시아의 강렬하고 광할한...그러면서도 세계 최고 러시아 발레를 보듯  아름다움과 섬세함이 마치 자석에 끌려 가듯 나를 잡아 끌어갔다고 할까....

사이 사이 플릇과 클라리넷, 오보에등의 목관연주가 펠츠만의 연주에 감미로움을 더해 주었다.

이제 3악장...그의 손은 미친듯이 피아노를 누볐고, 그의 몸은 번쩍 번쩍 쳐들렸다.

아마 관객 모두가 그의 열정적 연주에 다 빠져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휘날레...번쩍 일어나면서 온몸으로 ...그리고 그의 두팔은 공중에 날갯짓을 하며 펼쳐졌다.

와아~~

펠츠만은 지휘자와 서로 관객의 환호를 양보하면서 답례를 했다.

아~앵콜 듣기를 간절히 ....소리쳤지만 펠츠만의 앵콜연주는 없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거장 므라빈스키가 초연때 본 연주시간 45분 보다도 긴 1시간이 넘게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쇼스타코비치의 운명교향곡 이라고도 한다는 이곡!

그 기대감 때문인 지....15분의 인터미션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제 1부때 비어있던 악기들의 자리에도 드디어 전 단원이 나와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그 거대한 혁명의 연주는 시작되었다.

 

 

그 웅장함과 거대함이......

생전 가보지도 않은 시베리아의 냄새와 색깔과 느낌이 마치 가본 양 나를 엄습했다.

하얀 설원의 광할함과 쓸쓸함이....그리고 어두움과 추위가...

뭐라 설명하지 않아도  조만간에 뭔가가 일어날것만 같은 혁명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왔다.

 

드디어...혁명은 시작된듯 하다.

행진곡이 경쾌하고 희망에 찬듯하다.

커다란 심벌즈를 힘차게 연주하고 우뚝 서 있는 연주자의 모습이 마치 역기를 불끈 들어올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역도선수같아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 힘참이....

튜바의 거대한 울림까지....

난 여태껏 그렇게 거대한 금관악기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는것만 같다.

 

이제 혁명의 팡파레는 울렸고, 그 혁명의 배는 물밑에서 거대하게 움직여 가는듯... 

2악장의 맑고 경쾌한 아름다움이 바이올린 독주와 하프연주, 이어지는 플릇 독주까지....

아니, 현의 피치카토의 울림, 마림바의 영롱함까지....

얼마나 멋진지... 매혹적이기 까지 했다.

 

3악장에선 더욱 고요하고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는 모르지만 그냥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아득한 느낌이랄까....

인간 내면에 깊이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서정성이 잔잔하게 마음을 적셔오는 듯 했다.

유난히 많이 연주되었던 마림바 소리는 너무나 영롱하면서도 힘차서 유심히 보게 되는데, 어떤때는 치고 손으로 그 울림을 조절하듯이 반대쪽 손으로 소리를 막아 내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제 거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온 악기가 총동원되어 연주되었다.

그 웅장함이 얼마나 거대한 지....마치 큰 해일을 몰고 오는것만 같았다.

특히 마지막에... 힘찬 타악기- 마림바, 팀파니, 큰북...의 연주는 금방이라도 홀을 뚫을 것만 같았다.

팀파니를 그렇게 힘차게 연주한 곡이 있었을까....

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지휘자는 지휘봉을 쓰지 않고 맨손으로 지휘를 했는데, 손가락을 가즈런히 붙이고서 정말 조용히 지휘를 했는데, 가끔씩은 손가락을 마치 잠자리 날갯짓을 하듯 펼쳐대기도 했다 

게르키예프도 손가락을 마치 피아노치듯 유난히 많이 썼었는데, 유리...는 그와는 다른...그래, 잠자리 날개짓이 딱 맞아~ ^^

이 거대하고 방대한 곡을 지휘하면서 어쩜 저렇게 꽂꽂하다 싶을 정도로 정적으로 지휘를 할까 싶었는데, 앵콜곡을 연주할땐 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거대하게 파도를 일으키는 사람처럼 온 몸으로 또 지휘를 했다. 때론 검투사 같기도 했고....

 

특히 두번째 앵콜곡-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쥴리엣'중 '티볼트의 죽음' 을 지휘할때. .. 

우우~~그 쩌렁 쩌렁함이, ...소름이 돋으며 전기가 찌르르 통하는 것만 같았다.

지난번 아시아 필하모닉 (정명훈 지휘)때도 이곡을 앵콜곡으로 연주했었던 것 같다.

그때도 모두 기립박수로 흥분의 도가니 였지만....오오~~오늘은 그 이상이었다.

물론 첫번째 앵콜곡 '에드워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중 '님로드' 를 연주할때도

정말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었다.

그 느낌...이 다 빨려 들어가고 고요해질 때까지 객석에서도 박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와아~~

쇼스타코비치에 이어서 이 두 앵콜곡으로  관객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연주자들이 무대를 빠져 나갈때까지도 소리치며 열광했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랬구나! 나의 건강비결이....수십분간의 이 외침과 박수였다는 걸!

 

대단한 쇼스타코비치!

대단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리 테미르카노프!

 

홍보지 전단에 그렇게 표현했던데.....전설의 그들이라고!!!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中 9번 님로드
Edward Elgar 1857~1934
9th var. Nimrod - Adagio [첫번째 앵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