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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Augustin Dumay)가 드디어 2006년10월, 첫 내한 독주회 무대를 LG아트센터에서 연다.
가장 세련되고 우아한 스타일의 바이올린 연주로 대변되는 벨기에-프랑코 악파의 ‘진정한 후계자’(스트라드紙)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실제로 이자이, 뒤부아를 잇는 벨기에-프랑코 악파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르투르 그뤼미오에게 사사하였으며, 그에 앞서 전설적인 러시안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슈타인로부터 힘차고 견실한 연주 스타일을 익힌 바 있어 벨기에-프랑코 악파의 정제된 연주에 역동성을 추가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1979년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초청으로 파리에서 열린 한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하여 일약 스타덤에 올라 베를린필을 비롯한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빠르게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또한 뒤메이는 실내악에도 헌신하여 현존 최고의 여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마리아 후앙 피레즈와의 듀오로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등 주옥 같은 명반을 녹음하기도 하였다.
이번 첫 내한 독주회에서 뒤메이는 독주자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모차르트,그리그, 베토벤 소나타 등의 레퍼토리를 피아니스트 미치 코야마(Michie Koyama)의 반주로 들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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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후기...]
며칠사이에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간거 같다. '아~못 봤으면 어쩔뻔 했어!'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좋았던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줄기만 남은 채, 그 풍성했던 나뭇잎들의 후들거림의 느낌들은 다 떨구어져 버린 듯...텅빈....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를 가지고도 몇날 며칠을 깔깔대며 얘기했던... 아니, 영화 한편을 보고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그 줄거리와 느낌들을 그대로 전달해 직접 본거보다 더 리얼하다고 했던... 한때 젊은 시절이 막연하게 스쳐 지나간다. 정말 모든건 다 때가 있는거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사람이 좀 진중해져야 할것 같은 그런 면에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ㅎㅎㅎ 또 억지부림이다~
암튼 '지성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 '이렇게 꿈결같은 바이올린 소리가 또 있을까....' 등등 그의 대한 강한 유혹의 말들과 세계를 호령하는 지휘자들과의 협연무대, 수많은 그의 음반작업과 그랑프리, 그라모폰,그래미 상을 수상한 그의 음반들... 그리고 이번 내한 연주의 레파토리가 꼭 보고 싶은 연주회의 하나로 나를 강하게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정이 생겨서 정말 이 연주회를 못보게 된것이다. 어짜피 연초 패키지 예매를 한것이라 취소도 되지 않아 그냥 버텨보기로 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그래야 겠지??? 남편이 해외 파견 근무 나갔다가 6개월 만에 귀국한 담 날에 낚시를 갔으니.... 섭한마음도 쬐금은 있었지만...내심 고맙기도 한....아니, 공연후 벅찬마음을 가다듬으며 일숙언니에게 '아! 이 공연 못봤으면 어쩔뻔 했어~'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으니깐 정말 너무나 다행스런 일이라고 하는게 맞는 말이다.
ㅎㅎㅎ 회사 낚시회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가는 낚시라고... 그래서 꼭 가야될 낚시처럼 .... 하지만 미안한맘을 가득 풍기고 있는 남편에게 이 공연이 있음을 알면 되려 또 섭한마음을 가질까봐 시침이를 뚝 떼고 보내놓곤 나도 좀 일찍 서둘러서 일숙언니를 만났다. 스타벅스 커피숍에서의 1시간 동안의 수다.... 그 어느때 보다도 커피향만으로도 흠뻑 취할 수 있는 계절...이 가을에 바닐라 향이 첨가된 따뜻하고 진한 스타벅스 커피에 치즈케�과 구수한 베이글 토스트 한조각과 함께한 뒤메이를 비롯한 그동안의 연주얘기로 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일찍 조기 예매를 한 덕분에 1층이고 언니는 2층이라 인터미션 시간에 만나기도 약속을 하고, 홀안으로 들어갔다. 무대 바닥이 검은 색이라서 그런 지 유난히 어둡게 느껴지는 LG아트센터... 잠시 적막이 흐르고... 생각보다 너무나 커서 (앞자리여서 그랬나?? 유독 작은 일본인 피아니스트랑 함께 나와서 그랬나~~) 거인처럼 느껴진 그가 하얀 머릿결을 휫날리며 성큼 성큼 무대로 나왔다. 마치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야수처럼 나온 팜플릿 사진을 보다가 직접 그의 훨칠한 모습을 보니 그저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기만 한 인상이다. 그런 그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쬐끄만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 정말 그 악기가 너무 작게 느껴져서 도대체 무슨 소리가 날까...의구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연주가 시작되자, 그런 의구심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저렇게 큰 체구에서 어쩌면 저렇게도 섬세한 소리를 낼수 있을까 싶었다. 더우기 피아니스트와의 호흡은 정말 숨을 멎게 할 만큼 감미롭고 나를 숨도 못쉬게 만들었다. 아니...정말 그렇게 오랜동안 연주회를 다녔지만, 이처럼 숨소리 하나 안나고 공연 분위기에 푸욱 빠질 수 있었던 일은 드물었던 거 같다. 연주 한악장이 끝나면 의례 못다한 기침들을 해대느라 공연장이 일순간에 기침홍수를 이루는데...그 소리조차도 잠잠했으니까...
글쎄,,,그저 지나치면서 들었을까...자주 듣지 않아 조금은 생소했던 두번째 곡-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특히나 내겐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터미션 시간에 만난 언니도 흥분하면서... 정말 너무나 좋다고...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주가 언닌 너무나 좋다고...언니의 그 표정- 되려 안타까워 죽겠다는 듯한 ...ㅎㅎㅎ
이제 2부... 언제나 들어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가는 곡.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 이곡을 들을때 마다 베토벤의 그 어떤 곡 보다도 나는 베토벤의 애절함을 강하게 느낀다. 그를 그린 영화 '불멸의 연인'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 제목에서 풍겨나듯 가슴에 묻어둔 그 깊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그 불멸의 연인에게로 달려갈 때....그때 이 크로이처가 그의 뛰는 심장만큼이나 빠르게 공간을 메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호텔에서 기다리던 그녀는 영화가 항상 그렇듯 ...마지막 그 순간에 서로 엇갈려 호텔을 떠나고 마는....오옷!! 통재라 애재라!!! 나는 베토벤을 떠올릴 때마다 그 간절함이 베어나와 아프다. 그가 귀가 안들리는 그 고통보다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주옥같은 곡들을 남겨준 불굴의 의지보다고... 그의 가슴깊이 묻어둔...그 사랑의 아픔... 너무나 쉽게 다가갔다 떠나버리는 대부분 사람들의 사랑이.. 그에겐 표현조차 하지 못했던... 그만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을땐 애닳음과 애끓음이 함께 느껴진다.
그런 베토벤의 크로이처... 일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쿨에서 3등상을 타고,쇼팽 콩쿠르에서 4등상을 탄 실력있는 피아니스트 '미치에 코야마'와 뒤메이의 연주는 더 말할 나위 없는 환상의 하모니였다. 입을 꽉 다물고 입꼬리는 귀에 닿을 듯 활짝 웃던 피아니스트 미치에 코야마의 앳되고 순수한 이미지를 그의 연주와 함께 잊지 못할거 같다. 눈을 감고 마치 자신도 그 감정속에 휘말린 듯 연주하다가도 폭풍처럼 강하게 휘몰아 치는 연주를 할때는 전율이 잃게도 만들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너무도 깔끔한... 그러면서도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다운...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씨의 말처럼, 이토록 꿈결같은 바이올린 소리가 있을까...싶었다.
2006.10.19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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