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6년)

오귀스탱 뒤메이 바이올린 리사이틀/2006.10.14/LG아트

나베가 2006. 10. 14. 15:40
 
오귀스탱 뒤메이
바이올린 리사이틀
2006년10월14일(토)
Augustin Dumay
Violin Recital


지성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
2006

 

“최고의 세련미에 걸맞는 뒤메이의 우아한 해석” – BBC 뮤직 매거진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Augustin Dumay)가 드디어 2006년10월, 첫 내한 독주회 무대를 LG아트센터에서 연다.

가장 세련되고 우아한 스타일의 바이올린 연주로 대변되는 벨기에-프랑코 악파의 ‘진정한 후계자’(스트라드紙)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실제로 이자이, 뒤부아를 잇는 벨기에-프랑코 악파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아르투르 그뤼미오에게 사사하였으며, 그에 앞서 전설적인 러시안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슈타인로부터 힘차고 견실한 연주 스타일을 익힌 바 있어 벨기에-프랑코 악파의 정제된 연주에 역동성을 추가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1979년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초청으로 파리에서 열린 한 갈라 콘서트에서 연주하여 일약 스타덤에 올라 베를린필을 비롯한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빠르게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또한 뒤메이는 실내악에도 헌신하여 현존 최고의 여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마리아 후앙 피레즈와의 듀오로 베토벤, 모차르트, 드뷔시,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등 주옥 같은 명반을 녹음하기도 하였다.

이번 첫 내한 독주회에서 뒤메이는 독주자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모차르트,그리그, 베토벤 소나타 등의 레퍼토리를 피아니스트 미치 코야마(Michie Koyama)의 반주로 들려줄 예정이다.

오귀스탱 뒤메이
바이올린 리사이틀
2006년10월14일(토)
Augustin Dumay
Violin Recital


지성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 Augustin Dumay

이자이, 뒤부아, 그뤼미오를 잇는 벨기에 악파의 후계자로 일컬어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의 국제적인 명성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때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파리에서 갈라 콘서트를 열 때 요요 마와 함께 뒤메이를 초청하였다. 뒤메이는 즉시 베를린 필과 콜린 데이비스와 함께 바르톡 2번 협주곡 협연을 초청받았으며, 이 연주로 뒤메이는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이후 뒤메이의 국제적인 명성은 높아져 베를린 필, 뉴 재팬 필하모닉, 로얄 콘서트헤보우,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심포니, 런던 심포니,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LA 필, 바르샤바 필하모닉, 말러 체임버 등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연주하고 있다. 또한 그는 콜린 데이비스경, 세이지 오자와, 샤를르 뒤트와, 쿠르트 잔더링, 볼프강 자발리쉬, 마르크 민코프스키, 쿠르트 마주어, 프란스 브루겐 등 최고의 지휘자들과 협연하고 있다.

뒤메이는 암스테르담 콘체르트헤보우, 브뤼셀 보자르 팰리스, 런던 퀸 엘리자베스홀, 위그모어홀, 바비칸센터, 이태리 라 스칼라, 베를린 필하모니에, 제네바 빅토리아홀, 샹젤리제 극장, 도쿄 선토리홀, 타이페이 국립 콘서트홀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리사이틀을 열었으며, 몽퇴르, 바스, 베를린, 루체른, 모나코, 엑상 프로방스, 라이프찌히, 몽펠리에, 라비니아, 뉴욕의 모스틀리 모차르트, Nante’s Les Folles 및 암스테르담 로베코 시리즈 등의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고 있다.

2006-07 시즌, 뒤메이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쿄토 심포니, 암스테르담 신포니에타, 리오 데 자네이로의 페트로바스 프로 무지카, 베를린 심포니, 로잔 체임버, 울스터 오케스트라, 챠이나 필하모닉과의 협연 일정이 있으며, 광저우 심포니와 월드 투어를 할 예정이다. 또한 부카레스트의 에네스쿠 페스티벌과 브뤼셀의 보자르 팰리스에서의 리사이틀도 예정되어 있다.

2003년12월, 뒤메이는 벨기에의 왈로니 로열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가 되어 유럽에서 지휘와 솔리스트를 겸하며 연주하고 있다. 그는 또한 2002년에서 2005년까지 멘톤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페스티벌을 프랑스 리비에라 지역의 가장 인기있는 음악행사로 그 위상을 끌어올렸다.

도이치 그라모폰과 EMI에서 발매했던 뒤메이의 음반은 많은 음반상을 수상했는데, 그랑프리 디스크, 그라모폰상, 그래미상을 받은 바 있다. 가장 최근 발매된 음반으로는 마리아 후앙 피레즈와 녹음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및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직접 지휘하며 협연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있다.

 

프로그램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K.481
Mozart Sonata in E flat major K.481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Op.8
Grieg Violin Sonata No.1 in F Major, O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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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 Op.47
Beethoven Violin Sonata No.9, "Kreutzer" Op.47
입장권 R 60,000원 / S 50,000원 / A 30,000원

 

[공연후기...]

 

 

며칠사이에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간거 같다.

'아~못 봤으면 어쩔뻔 했어!'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좋았던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줄기만 남은 채, 그 풍성했던 나뭇잎들의 후들거림의 느낌들은

다 떨구어져 버린 듯...텅빈....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를 가지고도 몇날 며칠을 깔깔대며 얘기했던...

아니, 영화 한편을 보고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그 줄거리와 느낌들을

그대로 전달해 직접 본거보다 더 리얼하다고 했던...

한때 젊은 시절이 막연하게 스쳐 지나간다.

정말 모든건 다 때가 있는거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사람이 좀 진중해져야 할것 같은 그런 면에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ㅎㅎㅎ

또 억지부림이다~

 

암튼

'지성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

'이렇게 꿈결같은 바이올린 소리가 또 있을까....' 등등

그의 대한 강한 유혹의 말들과 세계를 호령하는 지휘자들과의 협연무대,

수많은 그의 음반작업과 그랑프리, 그라모폰,그래미 상을 수상한 그의 음반들...

그리고 이번 내한 연주의 레파토리가 꼭 보고 싶은 연주회의 하나로 나를 강하게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정이 생겨서 정말 이 연주회를 못보게 된것이다.

어짜피 연초 패키지 예매를 한것이라 취소도 되지 않아 그냥 버텨보기로 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그래야 겠지???

남편이 해외 파견 근무 나갔다가 6개월 만에 귀국한 담 날에 낚시를 갔으니....

섭한마음도 쬐금은 있었지만...내심 고맙기도 한....아니, 공연후 벅찬마음을 가다듬으며

일숙언니에게 '아! 이 공연 못봤으면 어쩔뻔 했어~' 하면서 호들갑을 떨었으니깐

정말 너무나 다행스런 일이라고 하는게 맞는 말이다.

 

ㅎㅎㅎ

회사 낚시회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가는 낚시라고...

그래서 꼭 가야될 낚시처럼 ....

하지만 미안한맘을 가득 풍기고 있는 남편에게 이 공연이 있음을 알면 되려 또 섭한마음을 

가질까봐 시침이를 뚝 떼고 보내놓곤 나도 좀 일찍 서둘러서 일숙언니를 만났다.

스타벅스 커피숍에서의 1시간 동안의 수다....

그 어느때 보다도 커피향만으로도 흠뻑 취할 수 있는 계절...이 가을에

바닐라 향이 첨가된 따뜻하고 진한 스타벅스 커피에 치즈케�과 구수한

베이글 토스트 한조각과 함께한 뒤메이를 비롯한 그동안의 연주얘기로 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일찍 조기 예매를 한 덕분에 1층이고 언니는 2층이라

인터미션 시간에 만나기도 약속을 하고, 홀안으로 들어갔다.

무대 바닥이 검은 색이라서 그런 지 유난히 어둡게 느껴지는 LG아트센터...

잠시 적막이 흐르고...

생각보다 너무나 커서 (앞자리여서 그랬나?? 유독 작은 일본인 피아니스트랑 함께 나와서 그랬나~~)

거인처럼 느껴진 그가 하얀 머릿결을 휫날리며 성큼 성큼 무대로 나왔다.

마치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야수처럼 나온 팜플릿 사진을 보다가 직접 그의 훨칠한 모습을 보니

그저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기만 한 인상이다.

그런 그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쬐끄만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

정말 그 악기가 너무 작게 느껴져서 도대체 무슨 소리가 날까...의구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연주가 시작되자, 그런 의구심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저렇게 큰 체구에서 어쩌면 저렇게도 섬세한 소리를 낼수 있을까 싶었다.

더우기 피아니스트와의 호흡은 정말 숨을 멎게 할 만큼 감미롭고 나를 숨도 못쉬게

만들었다.

아니...정말 그렇게 오랜동안 연주회를 다녔지만, 이처럼 숨소리 하나 안나고

공연 분위기에 푸욱 빠질 수 있었던 일은 드물었던 거 같다.

연주 한악장이 끝나면 의례 못다한 기침들을 해대느라 공연장이 일순간에 기침홍수를

이루는데...그 소리조차도 잠잠했으니까... 

 

글쎄,,,그저 지나치면서 들었을까...자주 듣지 않아 조금은 생소했던 두번째 곡-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특히나 내겐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터미션 시간에 만난 언니도 흥분하면서...

정말 너무나 좋다고...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연주가 언닌 너무나 좋다고...언니의 그 표정-

되려 안타까워 죽겠다는 듯한 ...ㅎㅎㅎ

 

이제 2부...

언제나 들어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가는 곡.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

이곡을 들을때 마다 베토벤의 그 어떤 곡 보다도 나는 베토벤의 애절함을 강하게 느낀다.

그를 그린 영화 '불멸의 연인'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 제목에서 풍겨나듯 가슴에 묻어둔 그 깊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그 불멸의 연인에게로 달려갈 때....그때 이 크로이처가 그의 뛰는 심장만큼이나 빠르게

공간을 메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호텔에서 기다리던 그녀는 영화가 항상 그렇듯 ...마지막 그 순간에 서로 엇갈려

호텔을 떠나고 마는....오옷!! 통재라 애재라!!!

나는 베토벤을 떠올릴 때마다 그 간절함이 베어나와  아프다.

그가 귀가 안들리는 그 고통보다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주옥같은 곡들을 남겨준 불굴의 의지보다고...

그의 가슴깊이 묻어둔...그 사랑의 아픔...

너무나 쉽게 다가갔다 떠나버리는 대부분 사람들의 사랑이..

그에겐 표현조차 하지 못했던... 그만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을땐 애닳음과 애끓음이 함께 느껴진다.

 

그런 베토벤의 크로이처...

일본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쿨에서 3등상을 타고,쇼팽 콩쿠르에서 4등상을 탄

실력있는 피아니스트 '미치에 코야마'와 뒤메이의 연주는 더 말할 나위 없는

환상의 하모니였다.  

입을 꽉 다물고 입꼬리는 귀에 닿을 듯 활짝 웃던 피아니스트 미치에 코야마의 

앳되고 순수한 이미지를 그의 연주와 함께 잊지 못할거 같다.

눈을 감고 마치 자신도 그 감정속에 휘말린 듯 연주하다가도

폭풍처럼 강하게 휘몰아 치는

연주를 할때는 전율이 잃게도 만들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너무도 깔끔한...

그러면서도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다운...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씨의 말처럼,

이토록 꿈결같은 바이올린 소리가 있을까...싶었다.

 

2006.10.19 아침에... 

 

오귀스탱 뒤메이
바이올린 리사이틀
2006년10월14일(토)
Augustin Dumay
Violin Recital


지성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

 

 

 

 

 

 

 

자유로운 음악인,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들어보기 - 기돈 크레머 연주

 

Gidon Kremer

1. ADAGIO SOSTENUTO - PRESTO

2. ANDANTE CON VARIAZIONI

3. Finale. Presto

 

 




필자가 뒤메이의 음반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법과 같이 매혹적이고 몽환적인 그의 바이올린 소리에 갑자기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고 그가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그 독특한 체험은 아직도 머릿속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그에 대한 특별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때 들었던 음반에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녹음되어 있었다. 모든 오디션과 콩쿠르와 입시의 지정곡으로 바이올리니스트를 평생 괴롭히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악보 자체는 쉬운 듯이 보여도 결코 제대로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곡이다. 게다가 너무 유명하고 흔해서 도대체 이 곡을 참신하게 연주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뒤메이의 손을 거치자 이 쉽지 않은 명곡은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롭고 독창적인 음악으로 탈바꿈했다. 노래하는 듯한 프레이징과 독특한 레가토, 우아한 선율선. 그의 연주는 참 독특했다.


뒤메이의 모차르트를 듣자마자 그때까지 필자의 머리 속에 확고부동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모차르트 바이올린 음악의 1인자 = 아르투르 그뤼미오’라는 공식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뒤메이의 모차르트는 그뤼미오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뤼미오의 온화하고 순수한 음색에다 꿈결같은 레가토와 섬세한 다이내믹 표현이 덧붙여져 더욱 호소력 있다. 흠 없이 순결하고 맑은 톤을 자랑하는 그뤼미오의 모차르트가 너무 완벽하다 못해 비인간적이라면, 그 순결함에 달콤함과 역동성을 첨가한 뒤메이의 모차르트는 좀 더 인간적이다. 그러나 뒤메이의 인간적인 연주는 여전히 모차르트의 그 때묻지 않은 천국의 순수함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름조차 낯선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모차르트 바이올린 음악 해석에 있어서 그뤼미오에 비견되는 모차르트 연주를 하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은 필자는 황급히 뒤메이의 뒷조사에 들어갔다. 그에 관한 평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영국의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지에 실린 ‘이자이, 그뤼미오로 이어지는 벨기에 바이올린 악파의 계승자’라는 뒤메이에 대한 평가를 읽고 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의 우아하고 세련된 연주 스타일은 역시 그뤼미오로 대표되는 벨기에 바이올린 악파의 전통 속에 뿌리 박고 있었던 것이다.

바이올린 악파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연주 스타일을 구사했던 벨기에 악파는 종종 프랑스 악파와 같은 유파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프랑스 악파의 우아하고 세련된 요소와 이탈리아 악파의 기술적 장점을 융합시켜 나름대로 독자적인 낭만 양식을 확립한 악파다. 베리오로 시작해서 비외탕으로 이어지는 벨기에 악파의 계보는 20세기 들어와서는 이자이에 의해 더욱 발전하게 되고 그뤼미오에 이르러 우아함의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그 바톤을 이어 받은 뒤메이는 그 특유의 나른한 음색과 다이내믹한 표현력으로 벨기에 악파의 전통을 더욱 찬란하게 빛내고 있다.


그러나 온 지구촌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 가는 글로벌 시대에 바이올린 연주 스타일의 악파를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뒤메이가 브뤼셀에서 그뤼미오와 함께 5년간 바이올린을 배우며 벨기에 악파의 계보를 이어갔다고는 하지만, 그는 벨기에가 아닌 프랑스 태생이고 러시아 악파의 거장 나단 밀스타인의 제자이기도 하다. 혈통으로 따지자면 뒤메이는 벨기에 악파의 적자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인이 하나가 되어 가는 이 시대에 굳이 혈통의 순수성을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뒤메이 자신도 국적이나 악파에 의해 자신의 연주 스타일이 한정되는 것을 은근히 꺼리는 듯하다. 그는 <객석>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주자들은 이미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각종 스타일의 연주에 관한 정보에 노출되어 있었고, 적잖이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따라서 어느 나라 사람인가 또는 어디에서 교육 받았는가 하는 혈연, 지연적인 조건은 별 의미가 없어졌고 절대로 남과 같지 않은 독자적인 해석을 해보려는 노력이 높이 평가 받는 추세입니다. 프랑스인이 프랑스적인 연주자로, 독일인이 독일적인 연주자로 인정 받는 일이 한 세기 전의 흘러간 옛 노래를 지루하게 반복해 듣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뒤메이는 어느 악파나 스타일에 한정되기를 거부한다. 그만큼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리라. 그 때문일까. 만일 뒤메이의 모차르트 연주만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가 연주하는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듣고 그 낯설음에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가볍고 부드럽던 그의 음색이 갑자기 열정으로 폭발하거나 격정에 휩싸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의 연주 스타일을 어떤 형용사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는 연주와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작품의 성격에 따라 연주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자유로운 음악인이므로.

뒤메이가 연주한 라벨의 ‘치간느’를 들어보자. 모차르트 협주곡을 그렇게 나긋나긋하게 연주하던 바로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프랑크와 그리그 소나타의 그 섬세한 표정 변화는 또 어떤가? 곱고 예쁘기만 한 음악이 아니다. 거기엔 듣는 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러나 그 카리스마는 결코 듣는 이를 제압하지 않고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기에 진정 매혹적이다.


그가 이토록 푸근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아마도 그의 풍부한 실내악 연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음악 만들기를 즐긴다. <객석>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실내악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실내악을 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파트너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피레스와의 듀오는 가장 행복한 기억입니다.'

음악가에게 있어서 마음이 통하는 음악의 동반자를 만나는 일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이다.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음악 속에 담아 영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정말 특별한 행운이다. 그런 의미에서 뒤메이와 피레스는 행운을 잡은 사람들이다. 뒤메이는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아오 피레스와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대표적인 바이올린 소나타를 녹음했다. 모차르트와 브람스, 그리그, 프랑크, 드뷔시 등 바이올린 소나타의 주요 레퍼토리들은 거의 모두 그녀와 함께 녹음했는데, 그들의 따뜻하고 정교한 앙상블은 정말 일품이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도반이 아니라면 이토록 조화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뒤메이의 또 다른 음악 동료로 첼리스트 지안 왕이 있다. 지안 왕은 내한 연주를 통해 그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피아니시모와 세련된 음악성으로 국내 음악팬들을 매료시킨 바 있는데, 특별히 그의 첼로 소리는 뒤메이의 바이올린 음색과 아주 잘 어울린다. 뒤메이와 피레스, 그리고 지안 왕이 함께 연주한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음반을 들어보면 마치 한 가족처럼 느껴지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동질적인 음색과 이를 감싸는 피아노의 연주가 아름답게 조화되고 있음에 감탄하게 된다.

우아하고 격조 높은 음악성의 소유자 오귀스탱 뒤메이. 그러나 그는 작품에 따라 색깔을 달리 할 줄 아는 자유로운 음악인이기에, 또한 실내악을 통해 음악의 기쁨을 함께 나눌 줄 아는 따뜻한 음악인이기에 그가 이번 내한 연주회에서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더욱 기대된다. 그가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아마도 뒤메이의 연주회가 다가올 때까지 이 가슴 설레는 기대감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