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부천 필하모닉을 처음 알게 된것은 1992년 영국 찰스 황태자와 그 유명한 다이애나비가 우리나라를 방문하던 해랍니다. 당시에 영국의 '스코티시발레단'의 '코펠리아'공연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거든요. 물론 공연을 관람한 황태자와 그 비운의 다이애나비도 봤지요. 정말 아름다웠던 다이애나비를...그 공연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더우기 그렇게 가버렸으니까요.
하여튼 시집살이하에서 그렇게 엄청난 공연을 갔는데...정말 가슴설레였겠죠? 그때 발레 음악을 맡은 것이 바로 부천 필하모닉였었어요. 결혼해서 처음으로 갔던 공연이었기 때문에 더우기 제겐 잊을 수가 없죠. 그 후에도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강동석' 연주회가 부천 필과 LG아트센터 개관기념 공연으로 있었구요. 하여튼 부천필과는 인연이 많고, 음악에 대한 전문지식보다는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부천필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사실 '말러'음악을 그리 즐겨 듣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부천필의 말러 대장정에 한번쯤은 참여를 해 보고 싶었고,때마침 그라모폰잡지 5월호 부록 CD에 실린 말러 교향곡 3번에 매료된터라 가기로 맘을 먹었답니다. 더우기 기숙학교에 있는 딸이 마침 귀가를 해서 근사한 데이트도 할겸 출발을 했습니다. 우선 인터넷을 검색해서 '천인교향곡을 비롯한 말러에 대한 것을 프린터로 상당량을 뽑고, 말러 CD도 챙겨 전철을 탔습니다. '천인 교향곡'의 뮌헨 초연에서 솔로를 포함해 858명의 성악가와 171명의 연주자가 동원되 홀안의 총 인원의 25%가 연주자였다는 이 엄청남이 상상이 되자 맘이 설레여 왔습니다. 더우기 그렇게 어렵다는 이 8번 교향곡을 어떻게 연주를 해 낼 수 있을 지도~~~ 한편으론 고 3인 딸이 이 난해한 말러 음악회에 따라 온것을 후회하면 어쩌나 신경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좀 일찍 예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카프치노를 마시며 분수대 앞에서 근사한 여유도 부렸답니다. 정말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청중이 꽉 차는 걸 보고 부천필과 임헌정 지휘자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보편적인 교향곡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성악과 합창이 마치 악기의 일부처럼 편성되어 다뤄지는 것도 생소하고, 오히려 규모가 너무 거대해서 일까~~마음에 확 와닿지는 않았는데~~~ 2부 '파우스트'공연에서는 마음이 짜~안 하면서 뭔가 감동이 마~악 일더라구요. 아마 그 어려운. 그 기인 교향곡을 연주해 냈다는, 그 엄청난 연습량과 땀이 느껴져서 였을까요?
처음 접하는 말러 음악인데도 딸도 전혀 지루해 하지 않고 같이 얘기를 나누며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 얘 대단하지? 음악가들은 다 천재인것 같아~ 엄만 항상 그렇게 느껴져. 특히 지휘자는 완벽하게 음악을 알고 있어야 하거든. 와~~대단해!" " 싸이코야!" " 어떻게 너는 그렇게 표현을 하니?" " 엄만~~ 미쳐야만 해낼 수 있다는 뜻이야."
그렇겠죠? 음악에 미쳐야만 저 자리까지 갈 수 있겠죠?
저는 훌륭한 연주회든, 부족한 연주회든 그들의 피와 땀이 느껴져서 언제나 감동을 받습니다. 그래서 손바닥이 아프도록, 공연장에 불이 환하게 들어오고 사람들이 웅성 웅성 일어설 때까지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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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부천 필하모닉의 공연을 한번도 못적이 없었는데,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보통 느껴지기는..오케스트라 단독 공연에는 관객이 많이 찾지 않는 것 같아요. 유명한 협연자가 나오지 않으면 보통의 경우에는 오케스트라 단독만으로는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주위에서 이번 부천 필의 말러 공연을 예매했다는 사람을 꽤 본것 같았어요.
나현희님의 글만으로도 이번 공연이 얼마나 장대하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는지 조금이나마 느껴집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클래식 공연의 묘미란 이런 것 같아요.
그것은 위대한 연주가들이 만들어내는 역사의 한부분을 공유하게 된다는 자부심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감사합니다. - 클럽 발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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