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첫공연...[돈주앙과 몰리에르]
년초에 패키지로 묶어서 예매를 하고는 언제나 보나...했는데, 벌써 5월 말이 되어 드디어 오늘 10개의 공연중에 처음으로 테잎을 끊었다.
몇년전에도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그때 보지 못한 아쉬움에
이번엔 3개의 공연을 몽땅 예매를 했다.
그러고 보니 lg아트센터에 참으로 오랫만에 가게 되는거 같다.
아마 뮤지컬 '아이다' 로 장기공연을 하는 바람에 여타 공연이 많지 않았던 이유도 한몫한다.
특히 현대무용 공연이 많은 lg에 이처럼 오랫만에 간다는 것은 무용공연도 그만큼 오랫만에 본다는 뜻이니, 설레임이 여늬 다른 공연보다 더욱 컸다.
그래서 였을까...화,수요일의 공연은 레슨땜에 시간이 촉박해서 달음질 쳐서 가야하는데, 순간 아무 생각없이 전철을 교대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을지로에서 잘못 갈아타서 정말 초를 다투며 겨우 시간에 도착했다.
세상에...온몸이 땀으로 범벅....
공연 시간이 1부 40분, 인터미션 20분,2부 40분 이었는데...
난 공연시간이 이렇게 짧게 늦겨지기는 근래에 처음이었던거 같다.
무대에 장식이라곤 뒷배경으로 잠깐씩 변하는 것밖에 없었던거 같은데...
현란한 무용수들의 몸짓에 홀려서 그외 다른것들은 전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냥 멈춰 서있기만 해도 너무나 아름다울 무용수들.
8등신의 깍아놓은 듯한 그들의 몸....내게 그들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찌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그들이 표현해 내는 몸짓과 표정에 나는 혼이 나갔었던거 같다.
군무보다 나는 솔리스트들의 솔로, 2인무,또는 3인무가 하나의 조각작품을 보는 것만 같아 몸에 전율이 일었었는데....
서로의 동작이 어울어져서 만들어진 그 창조물은 의상의 흐름과도 이어져서 정말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이 어울어진 아름다움의 결정체를 보는 것만 같았다.
진정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천재인거 같다.
음악가든 무용가든 ....
우리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심미안과 보이지 않는 것을 그들은 환히 보고 그것을 기막히게 창조해 내고 있으니...
사람들의 감정을 꿰뚫어 보면서....우리들의 내면에 폭풍을 일으키는거 같다.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수 있다는 것만큼 큰 행복이 있을까...
나는 오늘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과는 또다른 신의 아름다움속에 푹 빠졌다가 왔다.
특히 돈 주앙..Alexei Turko 의 몸과 춤...표정 연기까지 거의 완벽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돈나안나와 아르망드역을 맡았던 Vera Arbuzova.
마드렌, 엘비라 역의 ErenaKuzmina
이들 역시
너무나 아름다운 몸과 환상적 춤을 추었다.
그들의 표정연기도 볼만했다.
앞으로 6월 2일과 4일에 있을 남은 공연이 더욱 기대가 된다.
팬사인회가 있었는데...팜플릿이 너무 빈약해서 민망스러웠다.
아니, 정말 근사한 사진이 많이 실린 팜플릿을 기대했었는데..
내 스스로가 너무 안타까웠다.
홈페이지에도 사진도 없고..
2006.5.30.
둘째공연...[차이코프스키]
공연 후기....
LG아트 센터 설문조사에서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작품 1위로 뽑힌 걸작이라더니...
홀에 들어가니, 아무리 매진이라고 하더라도 몇 자리쯤은 빈좌석이 있기 마련인데, 단 한자리도 빈좌석이 없다.
첫번째 작품 [돈주앙과 몰리에르] 도 기가 턱 하고 막힐지경이었는데....
설레임이 증폭되었다.
막이 오르고 무대에 불이 밝혀졌다.
침대에 고뇌하는 그...차이콥스키가 누워있고 주변에 사람들로 둘러싸여있다.
그리고 뒤에서 위로 치솟듯 여인이 나타났다.
연기같은것이 피어 오르고, 베일에 쌓인 듯 마스크를 쓴... 보라색 의상을 입은 이 여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환상이었다.
시작부터가 가슴에 전율이 인다.
위대한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고뇌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침대에서 어느 한 순간...
그의 분신이 솟아 올랐다.
아~~이 장면.....
나는 숨이 턱 하고 막힘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아니, 자신과의 내면의 갈등 묘사가 어찌나 아름답고 처절하게 묘사되는 지
지난번 돈주앙으로 나왔던 Alexe Turko 의 깍아놓은 듯한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연기와 그의 춤은 또한번...아니, 지난번 보다 더욱 내가슴에서 요동을 치게 만들었다.
그의 고뇌가 얼마나 처절한 지....
그 고뇌를 표현하는 그들의 몸짓이 차라리 너무나 아름다워 전율했고,
때론 마치 동성애에 휘둘린 듯 서로에게 몰입되어 사랑하는 모습에 또한 전율했다.
어쩌면 남자의 육체로 표현되는 이 사랑의 모습이 이다지도 전율케 할수 있을까....
여자와 남자가 함께 표현하는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깊어서 차라리 아팠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 말유코바의 연기와 춤도 대단했다.
나는 고통이....
차이콥스키로 하여금 이렇듯 위대한 음악을 만들게 했고, 그 아름다움과 위대함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또다른 천재로 하여금 또다른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낳게 만들었음에 감동했다.
어느 장면 하나 놓칠 수 없었다.
특히 솔로나 2인무에선 한순간도 망원경에서 시선을 뗄수가 없었다.
그들의 표정연기를 놓쳐서는 안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재공연이 될만큼....아니, 재공연에 사람들이 목말라 할만큼...정말 대단한 무대였다.
그들의 천부적 연기, 타고난 육체의 아름다움, 화려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세련된 의상...
그들의 몸과 의상으로 만들어 내는 또 다른 형상의 아름다움...
환상적 조명,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무대셑트- 반볼록 거울처럼 원형거울을 무대 천정까지 닿게 액자처럼 해서 무대위에서 춤추는 장면이 또 다른 모습으로 비추이게 만든 -
나는 그들의 춤도 기가 막혔지만 그들의 몸이 너무나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서 우리나라의 꿈나무들이 아예 좌절할까봐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지난번 [돈주앙과 몰리에르] 보다도 작품성이나 예술성에 더 완성도가 있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커튼콜을 연신해대고 환호했다.
보리스 에이프만이 나왔을때 사람들은 거의 대다수가 기립하여 답례했다.
나는 생각했다.
고통이 수반되어야만 아름다움이 탄생할 수 있다는것을...
세상에 수많은 아름다움과 감동을 남기고 간 수많은 천재들의 삶이 대부분 고통과 좌절속에서 살았음을....
그들의 보석같은 작품들이 그들의 천재성만으로 쉽게 이루어 낸것이 아니란것을....
얼마나 많은것을 포기하고...
얼마나 힘든 자기와의 고뇌속에서 탄생된것들임을...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음악가들의 삶의 무게와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읽었기에 더욱 이작품이 가슴을 에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에밀레 종이 어린 생명의 죽음속에서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었던 것 처럼...
세상에 남아 우리들의 영혼을 맑게 해주고 아름다움이 뭔가를 깨닫게 해주는 것들은
어쩌면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 태어난것인 지도 모를일이다.
셋째날...[WHO'S WHO]
공연 후기...
연이어 이 천재 무용가 보리스 에이프먼의 두 작품을 보고나니,
Who's Who 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다는게 ...시작전부터 아쉬움을
갖게 했다.
더우기 팜플릿을 보니, 앞의 두 작품과는 성격이 좀 다른것 같아, 도대체 이 천재가 오늘은 어떤 작품으로 또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것인가 설레임을 한껏 부풀게도 했다.
오늘은 좀 일찍가서 LG타워 지하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진한 커피향에도 취해보고,
책과 함께 그 맛있는 바닐라 시럽이 첨가된 오늘의 커피와 스콘 한개를 먹으며 즐기는 여유를 가지려고 1시간여를 일찍 출발했다.
공연 시작 1시간 15분전.
자연속에 어우러져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예술의 전당과는 달리 도심 빌딩안에 있어서, 혹시 너무 일찍 와서 티켓부스가 아직 오픈을 안한건 아닐까...문득 생각들었는데,
벌써 로비엔 사람들로 북적 거렸다.
부스에 가서 티켓을 찾고, 앞으로 있을 6월의 예매공연 티켓까지 찾은 뒤,
재빨리 다시 지하 스타벅스로 가서 미리 계획한 커피향유를 즐겼다.
생각보다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공연장에 들어가니...여지없이 늦는 사람들의 좌석을 감안하면 오늘도 좌석이 만석이겠구나 싶었다.
드디어 객석의 불은 꺼지고.....
눈앞에 다가선 무대...
철재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무대셋트가 시선을 확 제압했다.
더우기 그 철재빔이 서서이 옆으로 ....앞으로 벌어지면서 무용수들과 함께 이동해 나오는데....
이 세련됨과 함께 너무나 멋져서 작은 탄성이 나올 지경이었다.
앞의 두공연에 비하면 벌써부터 이 공연이 확연히 다른 성격일거란 느낌도 들었다.
어두운 카키 색톤의 코트, 목에 두른 목도리, 모자, 큰 가방 ....영락없는 이주민들의 모습..
그 거추장스런 의상을 입고도 어쩌면 그렇게도 춤을 거침없이 출 수 있을까...
두 주인공의 남자....
갱단원들의 등장...
그들에게 쫓겨 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코믹하고 익살스러웠는 지..객석엔 연신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팜플릿에서도 소개되었듯이 언제 그렇게도 빨리 의상을 갈아 입는 지...
때론 무대 뒤에서 우리가 모르게, 어떤땐 무대위 관객이 보는 앞에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옷 갈아 입는것 또한 예술이었다.
어느 순간은 광대극을 보는 것 같아 웃지 않을 수 없었고,
어느 순간은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가슴속이 얼얼했고,
또 어느 순간은 나이트 클럽의 쇼를 보듯 발랄했고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두 남자 주인공 알렉스와 맥스의 2인무가 너무나 아름답고 유쾌하게 펼쳐졌고,
마지막에 맥스가 힘든 이민생활을 접고 떠나기 전 알렉스와 추는 2인무...
'각기 다른 운명'은 너무나 아름답고 슬펐다.
몸으로 더우기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렇게 슬픔을 표현할 수 있다는게,,,,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린과 서로 사랑을 하게 되면서 추는 '행복'은
이 공연중 가장 아름답고 멋진 장면으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복받쳐 올랐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의 멜로디는 이들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했고,
이들의 몸짓 또한 꿈결에 젖게 만들었다.
이 사랑은 알렉스로 하여금 힘든 이민자의 생활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게 했다.
사랑의 힘!!
그것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하다.
아니,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근원일것이다.
그리고...
춤 역시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이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드디어 막은 내려졌다.
이번 세 작품중에서 마지막 작품인 Who's Who 엔 뮤지컬 적인 요소가 많아 재미를 더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래도 예술성이 가장 깊었던 차이코프스키 작품이 가장 감동이 컸었다.
반면 오늘 작품이 여장을 한 남성무용수라는 컨셉에서 부터 풍겨나오는 코믹적 요소가 많아 재미있었던 반면 작품에로의 몰입에는 그 맛이 좀 덜했던거 같다.
무용수들에게서 풍겨나오는 아름다움도 전작보다는 좀 덜느껴졌다.
나이트 클럽 무용수 들의 의상의 흐름이 그들의 마르고 큰 키에 오히려 부담이 느껴져서 였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들은 전작이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했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이번 내한해서 공연한 3작품을 다 본 사람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나처럼 아쉬워서 쉽게 공연장을 떠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모두가 그랬다.
아무도 떠나지 않고 우린 수없이 박수를 쳤고 커튼콜은 이어졌다.
그들도 아쉬웠을 것이다.
다음에 또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이 온다면, 제일 먼저 티켓팅을 하리라....
또 맘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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