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황사폭풍'이라고 기사가 날정도로...
지하철에서도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을정도로,
심지어 예술의 전당 로비에서도 흙냄새를 맡을 수 있을정도로
황사가 그렇게도 심했던 4월 8일 토요일.....
작년에 예매를 해놓고 조바심으로 기다렸던....
남편의 여행제안에도 단번에 'NO'했던...
러시아가 낳은 천재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 (Yevgeny Kissin) 연주회가 있었다.
그날의 감동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람이 너무 피곤해도 잠이 안오고,
너무 슬퍼도 울다가 웃음이 나오고,
너무 웃겨도 웃다가 눈물이 나온다고...
나는 그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서 이제까지 아무것도 적을 수가 없었다.
그저 잠자는 시간을 빼놓곤 그에게 빠져서 살고 있을뿐이다.
가냘픈 몸매에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에 나왔던 모짜르트의 머리마냥 부풀린 듯한 머리,
우수에 찬듯한 눈빛,
함뿍 웃을 듯.. 말듯한 한 미소.
건반위를 거침없이 내달리던 그의 현란한 손..
아니, 피아노를 어루만지며 사랑을 나누고 있는것만 같았다.
그런 그에게서 나는 하나의 연주자를 보는것이 아니라
뭔지 모를 '신비로움' 같은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래, 맞아...
4월 8일 그날의 연주는 '신비로움' 이었어~"
이제까지 전무 후무할 관객들의 열광에 이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폭발직전의 위험수위에까지 올라있었다.
앵콜곡 4곡을 듣고...'설마' 하는 맘으로 싸인을 받기로 나는 혼란속에 결정을 내리고 홀을 나왔건만...
표를 못구해서 로비의 모니터로 보고 있던 관객들인 지, 아님 일찍나온걸 가슴치며 보고 있는 관객들인 지 ..로비 가득한 사람들과 이미 출입문 가까이까지 서있는 줄을 보고는 가위가 '턱' 하고 막혔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앵콜은 5곡을 지나 여섯 일곱 계속이어지고...
함성은 터질듯했고, 밖에서 줄을 서서 애간장을 태우고 있던 관객들은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안돼...모두 미쳤어..
주최측에서도 잘못하는거야, 막을 내려야 해...
연주자 쓰러지겠어..아무래도 '싸인회"는 취소될것만 같아~~"
"그럼 난리 나죠~ 여기서 앵콜곡 포기하고 나와있는 사람들 폭동일으킬걸요~"
밖에 나와 있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했다.
시간은 벌써 11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나는 또한번 선택을 해야만 하는 혼란속에 휘둘렸다.
주말이라 평소보다 1시간이 일찍 끊기는 지하철은 이미 끝났고,
양재에서 타는 버스도 12시가 끝이니, 택시를 탄다고 해도 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택시를 탄다면 4만원이상 나올테고....
어짜피 싸인은 포기를 해야만 할것 같았다.
나는 다시 홀안으로 들어갔다.
홀안은 모두 기립....팜플릿을 흔들며 열광의 도가니였다.
웬지 멋쩍어 함성을 지른다는게 쉽지 않았던 나도 합세한건 당연한 일이었다.
앵콜곡은 계속 이어져 무려 10곡이나 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예술의 전당을 재빨리 빠져 나와 택시를 타고 양재에서 버스를 탔다.
'싸인회를 할까'하는 안타까움에 일숙언니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직도 핸드폰을 꺼놓은 상태였다.
잠시뒤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팬싸인회 중이라고....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나는 오늘의 내선택이 모두 잘못되었음에 수없이 질책을 하며 집에 왔다.
집안식구가 모두 잠이 들고...
나는 벅참과 안타까움에 잠을 잘수가 없어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예술의 전당 로비에서 산 키신 DVD를 틀었다.
감동은 주체할 수 없이 배가 되었다.
새벽에 잠깐 잤는데, 주일 이어서 늦잠을 자도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떠졌다.
그의 음반을 CD플래이어에 올려놓으니 영롱함이 집안을 가득 메웠다.
황사가 걷히고 밤사이 비가 먼지들을 쓸어내버려 거실창에 가득한 연두빛과 흰색목련의 조화로움은 햇살에 부딫혀 그 어느때보다도 더없이 찬란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커피를 마시며 나는 감정을 추스리지도 못한 채 어제의 공연얘기를 하다가 급기야 키신 DVD 틀었다.
밖에 나가지 않으면 주말엔 TV를 끼고 사는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감탄을 연발하며 밖에 담배피러도 못나가고 끝까지 보고 있었다.
이 역시 전무 후무한 일이었다.
밤이라서 소리를 작게 틀을 수 밖에 없다가 볼륨도 맘껏 높여놓고
보고 있자니, 벅참이 가슴을 차고 올라 눈물이 쏟아질듯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데 목이 메어왔다.
DVD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천진난만한 그의 표정과 대화.
피아노에 매달려 있는 듯 ..천사같은 그의 어릴적(애기) 모습.
천재의 느낌을 확연히 느낄수 있는듯한 그의 눈빛.
영국 로열 알버트홀에서 있었던 연주회....
땀으로 얼룩진 옷이 흠뻑 젖을때까지 계속되었던 앵콜.
중앙에 설치했던 무대위의 피아노가 흔들릴 정도로 발을 구르며
환호하던 관중들의 모습....
하얀 양복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활짝 웃으며 알버트홀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천사같이 아름다워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렇게 나는 ...
연일 그의 음반에 빠져 살고 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벅참이 소멸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그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들어가는것만 같다.
언제나 또다시 그를 볼 수 있을까....
벌써부터 안타까움에 사로잡혀 애끓고 있다.
안달하는 내 모습에 딸이 한마디 한다.
"엄마, 한국에 안오면 외국에 가서 보면 되잖아~~"
그러나 나는 믿는다.
조만간에 그가 또 올것이라고....
그땐 정말 실수하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할것이라고....
앵콜곡...
1. 시마노프스키 에튜드 b-flat minor
2. 쇼팽 에튜드 Op. 10-4
3.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 No. 10
4. 쇼팽 왈츠 c-sharp minor
5. 쇼팽 왈츠 D-flat Major
6. 브람스 왈츠 A-flat Major
7. 베토벤 contra dances
8. 쇼팽 마주르카 No. 14
9. 베토벤 eccossaises
10. 거쉰 kicking the clou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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