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무용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2001년 공연

나베가 2006. 5. 15. 11:58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 내한공연
2001년 5월27일(일) ~ 6월2일(토)
보리스 에이프만의 대표작 세편을 동시에 만난다. 전설적인 발레리나 스페시프체바의 비운의 삶을 그린 <레드 지젤>, 차이코프스키의 열정의 삶과 의문의 죽음을 그린 <차이코프스키 - 미스테리한 삶과 죽음> 그리고 러시아의 위대한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열정적이고 강렬한 에너지와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깊이로 러시아 문화예술의 거대한 힘을 보여주는 에이프만 발레단의 대표작 세편을 동시에 만난다.

러시아 대 문호의 작품을 발레로 만나는 즐거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가 인류에게 던지는 철학적, 종교적 물음을 2시간 동안 몸 동작과 음악으로 생생하게 전달해 내는 에이프만의 안무와 해석력은 실로 놀랍다. 1막은 카라마조프가의 가족사 이야기이다. 아버지 표도르에 대한 증오와 열정이 문학적 향기를 간직한채 극적으로 표현된다. 2막은 이념과 사상에 대한 토론장이다. 이반의 무신론과 알료사의 그리스도적 인류애가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선배 예술가에게 받치는 감동과 찬미의 진혼곡 <레드지젤>,
<차이코프스키 - 미스테리한 삶과 죽음>

차이코프스키와 쉬니트케 그리고 비제의 음악이 아름답고 격정적으로 흐르는 <레드 지젤>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올가 스페시브체바가 러시아의 정치적 격동기 속에서 예술가로서 살아가야 했던 비극적인 삶의 드라마이다. 그녀는 디아길레프 무용단원으로 마린스키 극장 무대를 누비다 미국으로 건너가 짧은 활동 끝에 신경쇠약증으로 20년을 병원에서 보내다 1991년 보호소에서 사망했다.

<차이코프스키>는 그저 한 천재 예술가의 삶을 다루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음악과 동성애라는 비극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개인적인 시련이 어떻게 예술 창조의 원천이 되었는지에 대해 그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격정적으로 표현한다. 에이프만은 <차이코프스키>와 <카라마조프>로 러시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황금 마스크상과 트라이엄프상을 수상했다.

현대무용의 다양한 레퍼토리와 표현력에 고전 발레의 화려한 테크닉을 조화시키고, 음악적 소양과 문학적 깊이로 단단히 무장한 에이프만의 현대 발레는 그야말로 발레가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며, 더불어 예술적 깊이가 충만한 러시아 문학과 철학을 음미하는 놓칠 수 없는 기쁨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