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피나 바우쉬 무용단이 '한국'을 소재로 제작한 신작이 지난 4월15일, 독일 부퍼탈(Wuppertal)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작품은 앞으로 계속 수정 작업을 거친 후, 이번 6월, LG아트센터에서 공식 세계 초연될 예정입니다. 현지에서 작품을 관람한 국내 기자들이 전해온 리뷰를 통해 본 작품을 먼저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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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월20일자]
부퍼탈=강경희특파원 [ kh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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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바우슈가 만든 한국 소재 무용극 보니…한국을 고스란히 녹여
세계 도시·국가 시리즈... 6월 서울 공연뒤 세계순회
눈과 얼음으로 하얗게 뒤덮인 암벽. 그 앞으로 검은 옷의 두 남자가 나타났다. 관객을 끌어당기듯 나지막이 휘파람을 불며….
그렇게 첫 장면이 시작된 피나 바우슈의 신작(新作)은 폭풍처럼 강렬했고, 때론 전율이 느껴질 만큼 처절하고 외로웠다. 폭소가 터져나오는 일상의 즐거움이 있었고, 에로틱한 열정도 깔렸다. 그 속에 군데군데 한국이 담겨 있었다.
17일 저녁 독일 서부의 소도시 부퍼탈의 샤우스필하우스 공연장. 독일 태생의 세계적 안무가 피나 바우슈(Pina Bausch·65)의 2005년 신작을 보기 위해 800여 객석이 꽉 찼다. 무대 위 16명 무용단원들이 한국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온몸으로 뿜어낼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폭소, 그리고 숨죽인 몰입이 물결치듯 반복됐다.
피나 바우슈는 무용에 연극적 요소를 도입한 ‘탄츠테아터’를 개척한 현대 무용의 거장. 1986년부터 한 국가나 도시를 소재로 한 ‘세계 도시·국가 시리즈’를 창작해 왔다. LG아트센터의 위촉으로 이번 13번째 작품은 한국을 소재로 했다. 작년 가을 피나 바우슈와 무용단원들은 2주간 한국을 방문해 경복궁과 청계산, 남대문시장과 압구정동, 북촌 한옥마을과 찜질방을 둘러봤다. 전남 곡성 여성농악단의 김장독굿과 경남 통영의 수륙새남굿 등도 경험했다. 이번 작품에는 그때 받은 영감들이 녹아 있었다.
온 동네 사람이 모여 김장 담그듯, 10여명 무용수들이 빨간 팬티 입고 무대에 누운 반라의 남자 무용수 몸 위로 배춧잎을 덮어주는 장면이 있었다. 걸레질하고 이부자리 펴는 모습, 엄마가 아기 배 쓰다듬으며 자장가 불러주는 모습 같은 한국의 일상도 있었다. 배경음악으로는 가요 ‘가을편지’를 비롯, 거문고와 북 같은 전통 악기의 가락과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등의 음악도 깔렸다. 한국인 단원 김나영(41)씨도 출연했다. 1, 2부로 나눠진 2시간30분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다섯 차례의 뜨거운 커튼콜과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피나 바우슈 공연을 40여차례 봤다는 노부부 게오르게·크리스 윈클만씨는 “지금까지 본 어떤 공연보다 다이내믹하고 탁월하며, 음악과 의상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부퍼탈의 총 9회 공연 입장권은 판매 3일 만에 동났다.
한국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의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작비가 10억원 들었고, 피나 바우슈 부퍼탈 탄츠테아터와 LG아트센터, 주한독일문화원이 공동 제작했다. 부퍼탈(4월 15~25일)에서의 프리뷰가 끝나면 수정 작업을 거쳐 서울 LG아트센터(6월 22~26일)에서 초연한다. 세계 순회 공연도 이어진다. 피나 바우슈를 통해 한국의 한 모습이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공연 후 피나 바우슈와의 인터뷰
바우슈 "한국은 강한 힘이 느껴지는 나라"
피나 바우슈는 공연 직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힘이 느껴지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어떤 부분을 표현하려 했나?
“한국은 너무나 상반된 대조가 있어 부드럽고 세밀하면서도, 강하고 열정적이다. 현대적이고 전통적이다.”
===한국만의 특성이 있다면?
“강한 힘, 힘이 느껴진다. 2000년 두 번째로 한국에 왔을 때 20여년 만에 본 서울은 무척 변해 있었다. 그 변화에는 한국인의 힘과 노력이 숨어 있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지친 모습도 봤다.”
===작품에서 한국을 별로 느끼지 못한 독일 관객도 있었다.
“무용은 여행안내 책자나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영감을 얻긴 했어도 그것이 곧 한국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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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월19일자]
부퍼탈(독일)=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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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안무가 바우쉬‘세계도시-국가’13번째 프리뷰
독일의 세계적 안무가 피나 바우쉬(65)가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었다.
17일(현지 시간) 독일 부퍼탈에서 프리뷰로 선보인 ‘신작(新作) 2005’에서 무용과 연극을 넘나드는 특유의 연출 솜씨를 맘껏 뽐낸 것. 부퍼탈 시 샤우슈필하우스의 740여 석에 꽉 찬 관객들이 전원 기립박수로 호응한 이 작품은 한국을 소재로 해 한국 팬들의 관심이 남다른 작품이다.
막이 오르면 두 남자 무용수가 얼굴을 맞대고 돌림노래를 하듯 휘파람을 주거니 받거니 불기 시작한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소통’이 주요 테마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1, 2부 각 1시간 10분씩 소요된 이 공연은 오늘날의 한국을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가득 찼다. 복잡한 도시에 매몰된 현대인, 바쁜 일상에 지친 샐러리맨 등을 형상화한 몸짓은 우울 권태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켰다. 그런가 하면 앞치마를 두른 여자 무용수들이 남자 무용수들에게 실제로 물을 뿌려가며 등목을 해주는 모습은 정겨운 한국의 옛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장면이었다. 빨간 팬티만 입고 누워있는 남자 무용수를 출연진이 무수한 배춧잎으로 뒤덮어버리는 모습으로 김장을 표현한 대목에선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한 이 작품은 피나 바우쉬가 1986년부터 시작한 ‘세계 도시-국가 시리즈’의 13번째 작품. 바우쉬와 단원들은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해 도시와 시골, 고궁, 비무장지대 등을 돌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이번에 춤으로 옮겼다.
가야금 산조, 사물놀이 등을 모티브로 한 배경음악이 전편에 흐르는 가운데 김민기의 ‘가을 편지’, 김대현의 ‘자장가’ 등 한국 노래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춤과 어우러졌다. 바우쉬의 공연을 44번째 본다는 조지 빈켈만 씨는 “지금까지 본 바우쉬 공연 중 최고”라며 “특히 음악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16명의 무용수들은 격렬한 몸짓이나 무대를 종횡으로 휘젓는 달리기에서 정적인 움직임으로 곧장 넘어가는 대목에서도 호흡을 잃지 않았다. 이 무용단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 김나영 씨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LG아트센터,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 주한 독일문화원이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수정 보완을 거쳐 6월22∼2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 뒤 세계 순회 공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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