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디바-체칠리아 바르톨리&정명훈 콘서트
그녀는 내가 평생 처음으로 성악반주를 하고 싶도록 만든 성악가였다…훌륭한 성악가는 많지만 파바로티나 칼라스처럼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성악가는 제한되어 있다. 바르톨리의 타고난 음악성과 테크닉 그리고 개성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바르톨리는 당당히 음악사의 한 장을 차지하는 성악가이다. – 마에스트로 정명훈 -
오페라의 대명사라고 할 만한 칼라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팬들은 그녀와 같은 시대에 살았었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삼는다.
우리에게도 그런 예술가가 있을까? 만일 우리 시대에 그럴만한 오페라 가수를 찾는다면, 파바로티 아니면 바르톨리 정도일 것이다.
체칠리아 바르톨리는 혜성처럼 나타난, 오페라계의 축복이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탄성과 행복을 주었으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얼마나 많은 작품들의 매력을 다시 일깨워 주었던가?....바르톨리의 음성은 탁월하고 독특하다.
음역은 세 옥타브 반을 오르내리며, 레가토는 유연하고 장식음은 탄복할 정도다. 트릴은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의
그것처럼 분명하고 정확하다. … 바르톨리는 위대하다. 예술의 가장 큰 미덕이 모방이 아닌 창의성이라면, 다른 성악가가
갔던 길을 마다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진정한 창조의 예술가인 것이다. – 박종호(음악칼럼니스트, 정신과전문의) -
젊은날 찍은 이 사진의 모습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면
이 사진의 아름다움쯤이야 전혀 그리워 할 거리가 못된다.
아~~
정말 세계 최고의 성악가라고...
감히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공연 후기..]
공연을 보기도 전부터 ...아니, 바르톨리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접한 그 순간부터... 그 흥분과 설렘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티켓팅 오픈날을 고대하며 9시 '땡' 하자 마자 예매를 한...
너무나 비싼 공연료 땜에 그나마도 가장 싼 좌석을 조금이나마 앞 좌석을 구입하려면 이정도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작년에 예매를 해두었는데...세월이 얼마나 빠른 지 어느새 해가 바뀌고 3월 말...오늘 공연이라니...
분주하게 티켓 교환을 하고, 팜플릿을 사고....
이 모든 일상적인 일들 조차 시간의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흥분된 맘때문이었는 지 분주하게 움직여졌다.
여늬때 보다 훨씬 빠른 알림 종이 울렸다.
아니....커피 마실 시간도 없는거야???
시계를 보니 아직 충분했다.
일숙언니와 나는 빠른 몸짓으로 커피숍으로 갔다.
광장에는 차들이 지나갈 틈만 남겨둔 채 가득 세워져 있었다.
오늘은 고관들이 많이 왔나~~~
지난 베를린 필하모닉이 왔을때도 이랬었다.
여늬때 같으면 티켓이 매진이 되어도 광장까지 차가 세워지는 일은 없다.
콘서트홀 맞은편 커피숍은 스타벅스 커피맛 만큼 향이 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커피 맛이 좋아서 공연에 앞서 항상 행복감을 더해주는 시간이다.
내자리는 지난번 사이먼 래틀을 봤던 그자리....
3층 A열 젤 앞자리.
사이드라서 싼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횡재하는 자리다.
이번에도 망원경을 제쳐 놓고서라도 바르톨리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 좋은 자리다.
더우기 망원경까지 있으니까..
표정까지 놓칠리 없다.후훗^^
아래를 내려다 보니 항상 그 자리에 앙드레 김이 앉아 있다.
문득 '저 자리는 앙드레 김이 세놨나?' 아님 '주최측에서 항상 배려를 해주는건가' 아냐...
음악을 사랑하고 로비도 콘서트 티켓으로 한다고 들었는데...
그래, 돈도 많고 뭐...VIP고객이니까...
근데 저 맨 앞 자리가 가장 좋은 자리는 아닌데...
별 쓸데없는 분심이 다 든다. 후훗^^
드디어 그녀가 정명훈과 함께 등장했다.
웨딩드레스 만큼이나 치마 자락이 길게 끌리는...무슨 색이라 표현할까...
에매랄드 색이라 해야하나??
드레스 색깔 만큼이나 올백으로 묶은 머리 때문인 지 인상도 너무나 강렬했다.
어느새 40세가 넘어 팜플릿이나 디스크 쟈켓에서 느껴졌던 그런 모습은 많이 상쇄되었지만, 목소리만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어쩌면 그렇게도 청아하고 맑은 소리인 지...
조그마한 티끌 하나도 느낄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의 단점인 작은 성량땜에...더우기 3층에서 들으니 집중이 안되어 안타까움을 줬다.
그러나 너무나 완벽하게 이어지는 노래들...
정명훈의 반주도 그와의 호흡도-같이 디스크 녹음도 했지만...-너무나 완벽하게 느껴졌다.
며칠 전 런던 필하모닉을 지휘했던 열정적인 모습과
지금의 너무나 감미로운 반주를 하고 있는 부드러운 모습의 정명훈.
그래, 음악적으로 뭐라 평할수 없는 아마추어지만, 감히 퍼펙트하다고 말할수 있을거 같았다.
그렇게 느껴졌다.
그저 아무 생각할 틈도 없이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가슴 깊이서 탄성이 나왔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메조이면서 그렇게도 넓은 음역을 자유 자재로 낼수 있음이....
역시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였고, 삶의 에너지를 채워갔던 '안젤라 게오르규 공연...
노래도 노래였지만 무대를 아름다운 미모와 뭔지모를 카리스마로 제압했던 '그녀의'공연이 순간 교차되어 스쳤다.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의 차이는 있지만 ,감히 나는 바르톨리를 최고의 자리에 자리 매김했다.
그렇게 1부가 끝나고, 2부의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들-벨리니,롯시니의 노래들이 끝나고...
우뢰와 같은 함성..
앵콜...
앵콜...
앵콜...
앵콜...
우리는 무려 앵콜을 4곡이나 들었다.
모두 기립 박수로 환호한건 당연한 일이다.
언제까지나 그대로 머물고 싶은 ..감동의 도가니에 모두들 빠져 버린듯 했다.
더우기 합창석에 앉아있는 관객을 배려해서 그들을 바라보고 노래를 불러주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공연장을 나오니 앵콜 곡을 한 두곡쯤 포기하고 사인을 받기 위해 나와 서있는 사람들로 끝도 모르게 늘어서 있다.
뒤늦게 합류가 난 거의 끝자락에 서 있었지만 조금도 지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내 앞뒤에서 공연을 보고 난뒤의 느낌들을 전화로 중계해주는 감동과 흥분의 소리들을 듣고 있자니...
재미도 있고 나 자신의 감동도 배가 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쳤을만도 한데 팬 하나 하나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봐주는 그녀...
사인밑에 하트까지 그려주는 정성...
너무나 늦게 끝나서 예술전당 마을버스까지 끊겨서,
9700번 버스타고 한강 야경을 바라보고 오는 호사도 못누리고, 남부터미널까지 걸어가서 전철을 탔지만.....
지방에서부터 와서 그시간에 고속터미날 어디서 택시타냐고 묻던 사람에 비하면 난 너무 호사스러운 힘듦에 불과하다,
이제 언제나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베를린 필이 21년만에 다시오고,
런던 필이 10년만에 다시 왔던거와 같이 그녀나이 환갑이 넘어서나 다시 보게 되는건 아닐까...
팬싸인회장에서.....
싸인을 받을 사람들로 줄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는데...
바르톨리의 싸인을 보라~
일일이 얼굴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고, 이처럼 싸인밑에 하트까지...
보통 공연후 싸인회의 싸인들을 보면 대충 그어서 쓰듯하는데, 너무나 또렷하게 정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