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6년)

스프링 페스티발-폐막공연/2006.5.7/호암

나베가 2006. 5. 7. 10:24

2006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2006 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2006년 4월 28일 ~ 5월 7일 | 호암아트홀

 

 

*5월 7일 - 100, 150 & 200
: 모차르트, 슈만, 쇼스타코비치 & 안익태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는 모차르트(1756~1791), 탄생 100주년을 맞는 쇼스타코비치(1906~1975)와 안익태(1906~0965), 서거 150주년을 맞는 슈만(1810~1856)의 음악들로 꾸며지는 특별한 무대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으로 시작한 페스티벌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위대한 작곡가들에게 바치는 오마주 무대'입니다.  

 

[공연 후기...]

 

 

  

이제 드디어 5월 7일, 폐막공연..

제목도 특이한 100, 150, & 250 - 모짤트,슈만, 쇼스타코비치& 안익태.

 

휴일이라서 평소보단 교통이 잘 뚫려 빨리 갈것이라고 생각해 여유를 가진것이...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의 축제때문에 도로가 꽉 막혀 평생에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중간에서 내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이변을 속출하면서 달려갔던 공연...

 

이번 공연 내내 유난히 평온함을 주었던 로망귀요의 클라리넷 소리가 모짤트의 곡으로 헐떡였던 내 맘을 가라앉혀 주며 공연은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두번째 곡인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 g단조 작품 57' 에서는 폭풍과도 같은 질주를 느끼게 했다.

일제히 움직이는 연주자들의 현란한 활의 속도가...

우~~그 소리의 웅장함까지 가슴속 깊이 들어와 전율을 일으켰다.

안익태의 '한송이 백합화' 의 첼로 연주를 듣고 있노라니 우리나라의 애끓는 애환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슈만의 아름다운 피아노 5중주 Eb장조 작품 44 를 들으며 연주자들의 모습에 빠져있다가 문득 피아니스트 한동일씨에 시선이 고정 되자 과거로의 여행은 시작됐다.

 

 

피아니스트 '한동일'

 

1976년이니까 정말 까마득한 30년 전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지방엔 공연장 이라는게 거의 없었던거 같다.

대전의 내가 다니던 학교 강당에서  한동일씨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었으니까.

그것도 우리학교에서 리사이틀이 개최된 이유가 우리학교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기 때문인걸로 알고있다.

그때가 고 3이라서 수업이 끝나고 야간 자습을 할 시간이었는데, 친구와 난 공연을 보기위해 줄을 쭈욱 서 있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친구와 둘이서 작심을 하고 선생님 몰래 빠져나가 줄을 섰지만, 티켓이 없으니 당연히 입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강당문 밖으로 울려 퍼지는 그 선율에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공연이 끝날때까지 그렇게 연주를 들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자 마자 제일 먼저 연주자에게 달려가 싸인을 받아왔다. 외국인인 그 부인에게까지도 -

다음날 담임 선생님께 불려나가 된통 혼나고 벌을 섰던 ...아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아름다운  추억이... 뜬금없이 묻어났다. 후후후^^

 

불과 30년전 일인데....최근들어 부쩍 지방에도 공연장들이 많이 들어서고 연주자들도 순회공연을 많이 다니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겐 보고 싶은 공연을 본다는게  꿈같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딴생각에 젖은 사이  드디어 본 공연은 끝이 났다.

우뢰와 같은 환호 소리와 함께 일제히 무대에 나와 선 연주자들은 서로 얼싸안기도 하고, 어깨에 팔을 둘른 채 서로 격려하고 환호하며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관객에게로 금방 전이되어 우리 모두는 행복에 겨워했다.

 

그래도 폐막식인데....앵콜이 없을리 없다.

피아노가 한대 더 드리워지고....그날의 출연진 모두는 무대앞에 섰다.

앵콜곡이....

모�트, 슈만, 쇼스타코비치 100, 150, 250 주년 생일 축하곡이라고.

엄청나지 않은가??

 

 

흥겨운 앙코르 ‘해피 버스 데이’

 

우리 모두는 웃었다.

너무나 경쾌하고 아름다운 생일 축하곡.

김대진씨 곁에 서서 다정한 모습으로 리듬을 타던 한동일씨...급기야 서로 정신없이 자리를 바꾸어 가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땜에 우리 모두는 또 웃었다.

이어진 탱고리듬에  조영창씨가 첼로를 앞뒤로 움직이며 탱고 스텝을 밟아, 이제 모두는 웃음 보따리를 풀어놔야 했다.

 

 

"아~~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 떠올랐다.

이번 페스티발의 주제는

'우정' 과 '행복' 이었어.

 

그들의 우정으로 이번 페스티발을 일구워냈고, 이곳에 참여한 우리 모두는 행복할수 있었다.

 

 

이런 좋은 무대가 일년 내내 계속될 수는 없을까

 

 

커피 한잔과 케� 한조각 값으로 이렇게 풍성한 페스티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흥분했고, 마음의 부자가 된 느낌이었는데...이처럼 큰 행복까지 가지고 가다니.....

비온뒤의 호암아트홀 주변의 청명함 만큼이나 내 마음도 더러움이 말끔히 씻겨나간 그런 맑디 맑은 기분이었다.

 

2006.5.7.

베가.


  

*연주자 프로필

 

바이올린 강동석 

                   

탁월한 예술성과 투철한 음악가 정신, 그리고 대가적 기교로 온갖 찬사를  몸에 받고 있는 강동석은  세계에 걸쳐 열렬한 환호 속에 연주활동을 해오고 있다. 8세에  연주회를 가져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라고 불리며 일찍부터 재능을 드러냈던 그는 미국의 필라델피아, 클리브랜드, 로스앤젤레스, 런던필하모닉, BBC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라디오  수많은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을 비롯해 뒤트와, 오자와, 마주르, 정명훈, 샤이, 얀손스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함께 공연하며 섬세하고 이지적인 연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현재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이올린 타카시 쉬미즈 

 

타카시 쉬미즈는 요코스카에서 태어났다. 6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불과 3  일본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입상하였으며, 같은  천황의 동생인 마사히토 친왕 결혼 축하연에서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로 TV에도 데뷔했다. 17  3개의 국제 콩쿠르에서 상한  남가주 대학에서 야사 하이페츠의 지도를 받을  있는 장학생 자격을 얻었고, 이것을 계기로 일본에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현재 도쿄국립대학 예술음악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이올린 김현아

 

뉴욕 콘서트 리뷰로부터 “정교하고 화려한 테크닉, 맑고 영롱한 소리, 깊고 넒은 음역, 열정적이면서도 담백한 연주 스타일, 바이올리니스트로 최상의 기량과 미덕을 갖춘 연주자라는 찬사를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그녀는 10  서울시향과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으로 음악계의 이슈가 되었고 12세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아론 로잔드 교수를 사사하며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 줄리어드에서 석사학위  전문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뉴욕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녀는 세종 솔로이스츠 창단 멤버를 역임했고, 현재 연세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 그리고 뉴아시아 현악 사중주 멤버로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바이올린 김혜진

 

바이올리니스트 김혜진은 8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하여, 10살에 리사이틀 데뷔를  , 2000년에 14세의 나이로 커티스 음악원에 입한한 이래, 제이미 라레도와 이다 카파비안과 같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음악을 공부했으며, 배익환과 강동석을 사사했다. 그녀는 서울 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러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하노버 챔버 오케스트라, 아스펜 콘서트 오케스트라, 커티스 챔버 오케스트라, 산타페 프로 뮤지카 챔버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 하였으며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의 지휘아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데뷔공연을 마친 , 런던 세인트  스미스 광장에서 BBC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런던 데뷰 공연을 가졌다. 2005, 2006 시즌에 커티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수석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비올라  뉴바우어

 

 뉴바우어는 비범한 음악성과 흔들리지 않는 연주로 많은 평론가들과 음악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솔로 연주자로서의 경력과 링컨센터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멤버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21살의 나이에 뉴욕 필하모닉 역사상 최연소 비올라 악장이 되었다. 뉴욕 필하모닉에 몸담은 6 동안 그는 솔로이스트로서 20회가 넘는 공연을 했는데,   크지스토프 펜데레츠키의 비올라 콘체르토를 펜데레츠키의 지휘아래 뉴욕 초연한 무대가 대표적이다. 그는 현재 줄리어드 음악원과 릿거스 대학의 메이슨 그로스 예술학교의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비올라 김상진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1991 독일 쾰른 음대에 입학 , 같은  동아콩쿠르에서 당당하게 1위에 입상했다. 그는1999 카네기홀에서 성공적인 데뷔 리사이틀을 통해 “인상적이며 호소력 있는 연주”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과거 금호 현악4중주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높인 공헌을 인정받아  2001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문화홍보대사’에 임명되었으며, M.I.K 앙상블 멤버로 활동 하는  독주자와 실내악 연주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음대 기악과 교수로 임용되어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피아노 김대진

 

유연한 테크닉과 개성이 강한 작품해석으로 독자적인 연주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정상급 연주자인 김대진은 유연한 테크닉과 개성이 강한 작품해석으로 독자적인 연주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정상급 연주자로 감성과 논리를 지적으로 조화시켜 단아하면서도 명석한 음색을 창출하는 피아니스트이다. 클리블랜드에서 개최된 6 로베르 카사드쉬 국제 피아노 콩쿠르( 클리블랜드 콩쿠르)에서 영예의 1위에 입상하며 세계음악계의 기대를  몸에 받게 되었다. 199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아노 한동일

 

4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음악 수업을 받으며 피아노를 시작한 피아니스트 한동일은 국내 음악 천재 1라는 칭송을 받으며 음악계의 대부로 군림하고 있다. 카네기 홀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심사위원장이었던 24 국제 레벤트리트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을 함으로써 이미 인상적인 경력을 쌓은 한동일은 이후 세계 등지에서 놀라운 연주로 칭송을 받고 있다. 현재 그는 한동일 피아노 인스티튜트의 예술 감독으로서, 매년 여름 런던, 부다페스트, 보스턴, 하와이, 밴쿠버, 한국, 그리고 페블비치, 캘리포니아 등에서 피아노 페스티벌을 열고 있으며, 2001 여름에는 일본에서  예정이다. 현재 그는 보스턴 대학교 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99 2학기부터는 울산대학교 석좌교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피아노 이경숙

 

한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이경숙은 서울예고 재학  장학생으로 도미, 커티스 음악원에서 호로조프스키와 루돌프 제르킨을 사사하였다. 유학  국내에서 이화·경향 콩쿠르 특상을 수상하였으며 커티스를 졸업하던 해인 1967 제네바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한 것을 비롯하여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콘체르토 오디션에서 우승함으로써 국제적인 음악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녀는 커티스 음악원 졸업  크리스티안 페라스, 피에르 푸르니에, 유디스 샤피로, 아론 로잔드,  토르톨리에  세계의 거장들과 협연하였으며, 스위스 로망드, 홍콩 필하모닉, 로얄 필하모닉, 프라하 심포니, 모스크바 필하모닉, 동경 필하모닉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호평을 받은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음악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첼로 조영창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연주를 계속하고 있는 정상의 첼리스트 조영창은 피바디 음대와 커티스 음악학교를 졸업하였다. 그는 이화콩쿠르  텍사스 콩쿠르 1,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콩쿠르, 나움버그 국제콩쿠르에 입상하였으며, 1982년에는 뮌헨 국제 콩쿠르에서 1 없는 2위로 최고상을 수상하였고, 브란덴부르크 오케스트라, 보스톤 오케스트라, 일본 NHK 교향악단  독일과 이태리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현재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교수생활과 연주활동을 통해  명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

 

첼로 양성원

 

화려한 기술과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따뜻하고도 넘치는 상상력과 감성, 활력으로 충만한 연주로 정평이 나있는 첼리스트 양성원은 20세기의 거장 야노스 슈타커의 애제자로 그의 조교를 거쳐 인디애나 주립대학에서 일찍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또한 국제적인 솔로이스트이자 실내악 주자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그는 뉴욕의 앨리스 툴리홀, 카네기홀, 워싱턴 DC 테라스 극장, 파리의 살레 가보우  세계 굴지의 유명 연주장에서 연주하여 호평을 받았다. 현재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를 거쳐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클라리넷 로망 귀요

 

그는 1969년에 태어나 7 때부터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16세의 나이로 파리 국립 음악 학교에 입학하였으며,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유러피안 유스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주자로 활동하였다. 1991 그는 파리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주자로 입단하였으며   10  활동하고, 런던 필하모니아,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유럽 내의 여러 오케스트라의 객원 주자로서 그의 음악적 재능을 선보였다.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로 브람스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녹음한 그의  음반이 1995년에 출시되었으며  음반은 비평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PROGRAM :
모차르트 : 클라리넷,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3중주 ‘케겔슈타트’ Eb 장조 쾨헬498
('Kegelstatt' in Eb Major KV.498 for Clarinet, Viola and Piano)
/ 로망 귀요(Cla), 이경숙(Pf), 폴 뉴바우어(Va)

쇼스타코비치 : 피아노 5중주 g단조 작품 57 (Piano Quintet in g minor Op.57)
/ 김대진(Pf), 강동석(Vn), 김혜진(Vn), 김상진(Va), 조영창(Vc)

안익태 : 첼로를 위한 "흰 백합화"
/ 조영창(Vc), 김대진(Pf)

슈만 : 피아노 5중주 Eb장조 작품44 (Piano Quintet in Eb Major Op.44)
/ 한동일(Pf), 다카시 쉬미즈(Vn), 김현아(Vn), 폴 뉴바우어(Va), 양성원(Vc)

 

 

폐막공연 ‘100, 150 & 250’ |5월 7일 오후 5시|호암아트홀

**************스케치*********

 

‘동서양의 만남’을 주제로 열흘간 숨가쁘게 달려온 2006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5월 7일 폐막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00, 150 & 250 모차르트, 슈만, 쇼스타코비치 & 안익태’라는 다소 복잡한 공연의 제목은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는 모차르트, 탄생 100주년을 맞는 쇼스타코비치와 우리 작곡가 안익태, 그리고 서거 150주년을 맞는 슈만의 음악들만으로 꾸며지기에 붙은 이름이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서울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음악 페스티벌을 지향하고 있고, 따라서 올해 세계 음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들을 모아 폐막 공연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공연 순서와 상관없이 얘기하자면,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지만 ‘애국가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안익태의 실내악곡을 프로그램에 넣은 것은 참으로 좋은 선택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단편적인 논란을 떠나, 이제는 세계 수준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 서양음악계가 우리 자신의 서양음악 수용의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했다는 점을 환기시켰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선택’안익태의 실내악곡.

 

구한말의 민요와 ‘희망가’ 선율의 단편, 그리고 아리랑 선율의 단편이 녹아들어 있는 단아한 안익태의 ‘한송이 백합화’의 무대는 서양음악의 수용에 있어서 우리도 이제 100년 사를 얘기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의 페스티벌에서도 서양음악 수용 초기의 우리 작곡가들 실내악 곡을 꾸준히 발견하고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한 지점이었다.

 

1962년 발표된 ‘한국의 생활’이라는 제목의 모음곡의 마지막 곡인 ‘흰 백합화’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김성태 작곡의 가곡 ‘한송이 흰 백합화’와는 완전히 다른 곡으로 조영창의 첼로와 김대진의 피아노로 연주되었는데, 우리 민족이 의연하게 일제 강점기를 이겨낸 힘을 주었던 ‘봉선화’에 대한 오마쥬로도 볼 수 있어 안익태에 대한 단편적인 논란보다는 그의 작품 전반에 대한 넓고도 깊은 연구의 필요성 또한 환기시켰다. 이 곡이 속한 ‘한국의 생활’도 전곡이 완벽하게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들은 바가 있다.

실제 공연은 탄생 250주년인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비올라, 피아노를 위한 3중주 ‘케겔슈타트’ 쾨헬 498이 앞장을 섰는데, 로망 귀요의 클라리넷, 폴 뉴바우어의 비올라, 그리고 이경숙의 피아노로 연주되었다. 세 연주가의 앙상블은 수준급이었으며, 이경숙의 피아노와 로망 귀요의 클라리넷연주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부르기에도 손색이 없는 것이었다.

 

 

수준급 모차르트 연주를 들려준 이경숙, 폴 뉴바우어, 로망 귀요

 

이어서 또 한 번 이번 페스티벌의 ‘베스트’를 기록한 연주가 페스티벌 폐막 공연의 이름을 빛나게 했다.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5중주 작품 57의 무대가 그것이었다. 김대진의 피아노, 강동석김혜진의 바이올린, 김상진의 비올라, 조영창의 첼로로 모두 우리 연주가들의 연주였는데, 어째서 전에는 이런 절절한 연주가 우리 실내악 무대에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열띤 모습이었다. 실내악 공연의 경쟁력도 결국은 연주의 수준이 문제라는 점을 절실히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

 

탁월한 연주효과가 돋보인 페스티벌의 피날레, 슈만 피아노 5중주

 

이번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슈만의 피아노 5중주 작품 44였다. 연주 효과가 탁월한 곡을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안목도 출중했고, 연주도 거기에 응답하듯 흔히 듣기 쉽지 않은 빼어난 것이었다. 한동일의 피아노, 일본의 다카시 시미즈와 김현아의 바이올린, 폴 뉴바우어의 비올라, 양성원의 첼로 연주였다.

 

 

앙코르로 공연에 참여한 연주가 모두가 무대에 올라 디너스 아게이의 ‘해피버스데이’ 변주곡의 발췌 편곡을 페스티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리를 지켜준 객석의 실내악 친구들에게 선사했다. 물론 함께 자리하진 않았지만, 이날 연주된 작곡가들을 향한 생년 기념 세리머니이기도 했다.

 

  

탱고 변주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연주한 로망 귀요, 그리고 예술감독 강동석에게 사인해달라 조르는 익살을 연출한 피아니스트 브루노 리구토는 페스티벌의 마지막 커튼 콜을 끝까지 유쾌하게 했다.

 

 

(글 박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