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날....]
전날에 너무 늦어서 순호작품과 몇몇 동창들 작품만 봐서 오늘 다시 일찍 가서 순호와 점심을 먹기로 했었는데.....아무래도 인라인 스케이트 강습이 끝나고 집에와서 씻고 어쩌다 보니 사실 점심시간에 맞추어서 간다는게 무리였다.
메시지로 점심을 먼저 먹으라고 보내고 좀 여유롭게 준비를 하고 나갔다.
원피스에 어제 산 푸릴이 달린 실크 스카프로 벨트를 맺더니, 누가 봐도 한벌로 나온것처럼 질감이나 색감의 흐름이 같은게 새로운 느낌의 원피스로 탈바꿈이 됐다.
거기에 레이스가 달린 올리브색 쟈켓을 입고, 어제 산 모자, 어제 선물받은 목걸이, 반지를 하고 같은 느낌의 팔찌를 했다.
같은 옷인데도 악세사리를 바꾸었더니, 입는 나도 전혀 느낌이 다르게 와 닿았다.
요즘 계속 피곤했지마는 어젠 극에 달해서 아침에 일어나질 못해 그만 남편 출근하는데 챙겨주질 못했다.
너무 미안했는데...오늘 또 나가려니 미안한 마음이 나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엑스포에 출품된 작품을 다 보는데 꼬박 2시간여가 걸렸다.
볼땐 몰랐는데, 다 보고 나니까 종아리가 다 아파왔다.
오늘이 전시 마감일 이어서 작품을 떼느라 순호는 분주했다.
마침 분당에 사는 순호 친구가 와 있어서 그 사이에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같은 학교가 아니어서 난 기억에 없는데 그 친구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상에 난 이름도 기억에 없는데 이 친군 내 얼굴까지 기억을 한다고?
작가들 작품도 살 여력이 있는거 같은데, 애들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자신이 그림을 그릴여력이 없다고 했다.
중학생인 작은애를 미국 유학을 보내려 하고 있는것 같았다.
소시민인 내주변에만 봐도 이렇게 유학생이 많은데, 한국을 떠나 빠듯한 생활에 모든걸 희생한 부모들에게 과연 이들이 얼마만큼 성취감을 줄 수 있을 지........꼭 이렇게 까지 해야만 애들에게 제대로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건 지....
네 힘과 노력으로 유학을 가라고 말하는 내가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혼란스러운 내가 너무나 부모로서 자격미달인 지 잠시 또다른 혼란스러움이 겹쳐왔다.
모두와 헤어지고 난 서둘러서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저녁조차 먹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먹기도 그렇고 해서 제과점에 들러서 빵을 사가지고 갔다.
티켓을 교환하는데, 크레디아 직원이 내 글을 읽었었는 지, 내 이름을 기억한다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티켓과 팜플릿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와서 쥬스를 하나 뽑아서 빵을 먹었다.
그렇게 좋게 보였던 노래하는 분수가 호수공원의 거대한 노래하는 분수를 보고나서 보니,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는 일찌감치 예매를 했기때문에 가장 싼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2층의 가장 사이드 좌석을 예매할 수 있었다.
이럴때의 좋은점은 대체적으로 R석에서 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언제나 R석이 빈좌석이 많기 때문에 특히 나처럼 혼자서 다니는 사람은 거의 그렇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D열 맨 앞자리 R석에서 봤다.
포스터나 쟈켓사진에서 본거와 같이 심플한 모습의 하나의 의상으로 공연을 마쳤다.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달리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서 부르는 독창회는 더욱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오늘처럼 고운 리릭소프라노일 경우는 특히...
모짜르트와 슈트라우스, 리스트, 빈 오페라타의 곡 18곡을 불렀다.
처음 시작보단 후반부로 갈수록 고운 목소리의 결정체를 보여주었든거 같다.
인터미션 시간에 팜플릿에 나온 가사들을 읽어보았다.
가사들 대부분이 연인에 대한 간절한 사랑으로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그중에서 특히 리스트곡중 '그가 말하길' 어떻게?'란 곡 가사가 간결하면서도 인상깊었다.
그가 말하길, 어떻게 우리가 탄 배로 경찰을 따돌리지?
"저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말하길, 어떻게 갈등과 가난과 위험을 잊지?"
"그냥 자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말하길, 어떻게 사랑의 묘약없이 미녀들을 유혹하지?
"사랑해요." 그녀가 말했다.
무척 단순한 내용이지만 우리들의 삶의 진리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한국에서 상당히 인기도가 있어 벌써 한국에서 하는 3번째 공연이었다.
공연후 팬사인회가 있어서 사인을 받아들고 전철에 올랐다.
아직까지 퇴근 안한 남편과 시간을 맞추어서 우린 안국역 전철안에서 합류를 했다.
늦은 시간이라 전철이 만원이라 남편은 꼬박 서서 가게 됐다.
나 혼자서만 앉아서 가는 내가 오늘따라 유난히 미안한 맘이 들었다.
주엽역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비가 어느사이에 왔는 지 주엽역 광장은 비에 젖어있었다.
뜻밖에도 남편은 소주를 한잔 하고 가자고 했다.
" 당신 술 안했어?"
" 응, 당구쳤어."
마침 나도 배가 허전한 터라 그 늦은 시간에 우린 뼈해장국 집에 가서 수육을 시켜먹고
난 밥까지 한공기 시켜서 먹고, 작은녀석 줄 김밥을 몇줄 사가지고 배를 두두리며 집에 왔다.
그리곤 씻고 곧바로 취침!
아~~살이여~
어쩔거나~
2004. 9. 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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