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베버 오이리안테 서곡
Weber Overture from Opera `Euryanthe`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Grieg Piano Concerto A minor, Op.16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Dvorak Symphony No.8 G major, Op.88
[프로필]
About the Concert
‘스위스 재즈의 본향’은 몽트뢰, ‘스위스 클래식의 수도’는 루체른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스위스의 중세도시 루체른(독일어권)이 과거의 영화(榮華)에 안주하지 않고 현재진행형의 도시로 거듭난 건 도시에 면면히 흐르는 클래식 덕분이다. 실내악의 명장 루돌프 바움가르트너가 이끈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주도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루체른의 클래식 문화를 살찌운 ‘스위스 최고(最古 1806년 창단)의 오케스트라’ 루체른 심포니(Luzerner Sinfonieorchester)가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초대 음악감독였던 네덜란드의 명장 빌럼 멩겔베르흐 이후 단 9명만의 음악감독으로 악단의 정통성이 유지됐고 1990년대 중반부터 신진의 연쇄적인 영입으로 스위스 기성 오케스트라 가운데 레퍼토리와 프로그램의 구성에서 신선하고 진보적인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
첫 내한의 지휘봉은 루체른 심포니의 음악감독(2011-) 제임스 개피건이 잡는다. 서울시향과 2011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2012년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지휘하고 4년만의 내한이다. 개피건은 1979년 미국 태생으로 수많은 오케스트라와의 객원 지휘로 갈고 닦은 자신만의 비기를 루체른 심포니과 함께 한국에서 풀어 놓는다. 2011년 빈 슈타츠오퍼 ‘라보엠’ 데뷔로 한참 주가를 날리기 시작한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면모를 짐작할 베버 ‘오이리안테’ 서곡과 발랄한 리듬감과 펑크록 같은 과격함이 기대되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이 준비됐다.
루체른 심포니 협연자에는 ‘조지아의 신성’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함께 한다. 조국 조지아어와 영불독노 5개 국어에 능통한 재원(1987년생)으로 파리에 거주하는 부니아티쉬빌리의 음악성에 대해 영국 클래식FM은 ‘젊은 마르타 아르헤리치’로 리뷰했으며, 독일권 최고의 음악상인 에코(Echo) 클래식상 2012년 신인상을 수상했다. 평단의 리뷰는 간혹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이 시대 유럽이 주목하는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가 누구인지 판단은 공연을 직접 지켜볼 관객의 몫이다. 대중의 선입견에 음악으로 정면 도전하는 부니아티쉬빌리의 승부수는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이다.
About the Orchestra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Luzerner Sinfonieorchester
스위스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 루체른 심포니
전통의 국제 음악제 루체른 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 카카엘(KKL Luzern)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루체른 심포니는 1806년 창단된 스위스 最古의 오케스트라이다. 대외적으로 취리히 톤할레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취리히 오페라 오케스트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도시 정책상으로 클래식 투자에 적극적인 루체른시가 역점을 두어 지원하는 루체른 KKL의 상주 오케스트라이자 루체른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로서 연간 바쁜 콘서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미하엘 길렌, 네메 예르비, 네빌 마리너경, 레너드 슬래트킨, 마티아스 바메르트, 안드레이 보레이코, 크리스티안 예르비, 페테르 외트뵈시, 안드리스 넬손스, 바실리 페트렌코, 투간 소키예프가 근년 동안 루체른 심포니의 프로그램을 책임진 지휘자들이다. 또한 르노 카퓌송, 율리아 피셔, 힐러리 한, 기돈 크레머, 마르타 아르헤리치, 넬손 프레이레, 마리아 주앙 피르스 등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협연 라인업을 채운다
올해로 210년 역사의 루체른 심포니는 고전과 낭만 레퍼토리의 창의적 접근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개별 작곡가의 기념해를 맞아 창조적인 전곡 시리즈를 수행해왔고, 레퍼토리 선정에서는 초심자와 숙련된 관객의 취향을 고려한 세심한 악곡 배치가 두드러진다. 악단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로디온 셰드린, 파질 세이, 미하일 자렐, 파스칼 뒤사팽, 마르크 앙드레 달바비 등의 신작을 연주하며 스위스 내에서 어느 곳보다 진보적인 현대음악 컬러로 입지를 굳혔다.
2010년대 들어 스위스를 벗어난 국외 투어에도 열성을 기울여 유럽 내 주요 도시를 정기적으로 순회 중이고, 2008년 3주간에 거친 일본 투어와 2011년 스페인 투어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루체른 심포니의 최근 활동은 음반과 영상으로 확인 가능한데 셰드린과 드보르자크, 프랑크, 쇼스타코비치 작품집이 악첸투스에서, 파질 세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나이브에서 출반됐다. 또한 슈레커 작품집은 님부스에서, 구바이둘리나는 비스, 쇼팽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집은 소니에서 발매됐다.
역대 음악감독
Willem Mengelberg (1892?1895)
Max Sturzenegger (1939?1960)
Ulrich Meyer-Schoellkopf (1972?1990)
Marcello Viotti (1987?1992)
Olaf Henzold (1992?1997)
Jonathan Nott (1997?2002)
Christian Arming (2002?2004)
John Axelrod (2004-2009)
James Gaffigan (2011-present)
About the Conductor
제임스 개피건 James Gaffigan
유럽을 사로잡은 미국 차세대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
2010년대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최고의 미국 출신 신예 지휘자인 제임스 개피건은 1979년 뉴욕 태생으로 뉴 잉글랜드 음악원을 거쳐 휴스턴 라이스 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했다. 학생 시절부터 아스펜 음악제와 탱글우드 센터에서 지휘 경험을 축적했고, 2009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 마이클 틸슨 토머스 휘하에서 부지휘자로 3년간 활동했다.
음악계에서 개피건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04년 숄티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이다. 수상의 혜택과 탄력으로 뮌헨 필, 런던 심포니, 로테르담 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파리 오케스트라 등 1급 악단들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0년 1월 루체른 심포니 음악감독을 시작, 동시에 네덜란드 방송 필하모닉에서 수석 객원 지휘자를 맡았고,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도 수행 중이다. 북미에서는 역내의 최상위권 오케스트라의 단골 게스트로 자리 잡았으며, 미국 유명 음악제에도 정기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루체른 심포니의 음악감독과 네덜란드 방송 필하모니의 기본적인 공연 이외에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시드니 심포니,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등에도 출연한 개피건은 2005년 취리히 오페라 ‘라 보엠’으로 오페라 지휘에 데뷔했다.
루체른 심포니 감독 부임 후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에서 볼프강 림 앨범을 출시했다. 이어 발표한 희귀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6번의 역시 대서양의 양안 모두 반응이 좋았다. 네덜란드 방송 필하모닉과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전집을 수행하고 있고 미리오스에서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키릴 거슈타인과 러시아 피아노 협주곡집을 발매했다. 루체른 심포니와의 계약기간은 2021-22년까지 연장됐다
Luzerner Sinfonieorchester LSO &James Gaffigan
제임스 개피건 인터뷰
글 벤저민 피카드
뉴요커이면서 지금은 루체른 심포니 수석 지휘자를 맡고 있는 제임스 개피건을 런던 심포니 데뷔 리허설을 앞두고 만났다.
개피건은 국제적 지휘자가 느끼는 흥분과 스릴을 이야기했고 런던 심포니에 대한 인상도 말했다.
–지휘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음악가정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집에 피아노가 있었다. 언제나 피아노에 이끌렸고 선율을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나를 음악학교에 보내겠다고 생각하셨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읽고 여러 악기의 연주를 배웠다. 클라리넷, 바순을 배웠고 한때는 기타리스트였다.
보통 네 살에 시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좀 늦은 시기였지만 클래식을 진정 사랑하기 시작했다.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처음으로 연주하던 게 기억나는데 현악주자들에게 매료됐었다. 어떻게 그들은 함께 움직이고 함께 숨쉴까, 작은 퍼즐을 맞추기보단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었다. 악보가 매력적이었고 마치 비밀을 푸는 일 같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를 빼먹고 도서관에 가기도 했다. 대부분이 학교를 빠지면 센트럴파크를 가든가 친구들과 놀거나 그러는데 나는 도서관에 가서 클래식을 듣고자 했다. 음악에 감동했고 바그너가 특히 좋았다. 나는 스스로가 이상한 녀석은 아니었고 사회성을 갖춘 정상적 인간이라고 보는데, 악보들이 내게는 그렇게 끝내줬다. 그리고 내가 뭘 원하는지 명료해졌다.
데이비드 진먼 외에 많은 분들이 여러 도움을 주셨고 어린 나이에도 아스펜 음악학교나 탱글우드 지휘학교에 초대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여러 일들에 무심할 수 있는 젊은 시기에 그렇게 돼서 다행이란 생각이다. 서른 중반의 지금 나이에 시작한다고 해도 감사할 것이다. 그런 마음씀씀이가 최선을 낳는다.
–특별히 존경하는 지휘자가 있나.
많은 분들을 경외하지만 그들을 닮고 싶은 건 아니다. 다양한 분들의 개성에 탄복한다. 카를로스 클라이버는 판타지와 상상력으로, 카라얀은 사운드에 관한 아름다운 컨셉을 존경한다. 벨저 뫼스트와 틸슨 토머스는 양 극단에 있지만 아주 극도로 나에게 영감을 주는 분들이다. 어릴 적부터 인연을 이어온 진먼은 신체적 조건, 악보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식 같은 것들로 대단한 도움을 주신 분이다.
–지휘자란 게 아주 바쁘면서 외로운 직업이다.
극한의 직업이다. 그런 개성들이 위험하기도 하다. 마치 가족처럼 음악가들과 함께 호흡하고 음악을 만들고 웃고 수천의 관객이 박수를 보내고, 그러다가 호텔에 들어오면 혼자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행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특히 배우들—좋지 않은 것들과 연루되기도 한다. 그것이 술이나 여자, 남자가 될 수 있다. 그런 거를 탐닉하는 건 아주 쉽지만 또한 아주 위험한 세계다. 내가 볼 땐 가족과 친구 사이에 삶의 균형을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뭔가 완전하지 않을 때가 온다면 휴식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안정성이 중요한 열쇠란 말인데, 지휘자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인성은 무엇인가.
리더십 관련 기술을 말하려 한다. 과감한 시도를 할 때, 지휘자는 모든 구성원이 자신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구성원을 잘 납득시키지 않은 상태로 그런 요구를 하면 결국은 오케스트라를 잃게 된다. 최상의 지휘자를 만드는 건 오케스트라이고, 그 오케스트라에 영감을 주는 건 사람이다. 명확성도 요구되는 가치다. 물론 상상력과 판타지도 그렇다. 지휘에 이런 가치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지휘자들이 아주 많은 레퍼토리를 연주해야 한다. 나는 런던 심포니 스케줄을 보면 믿을 수 없다. 무슨 뜻이냐면 평균적인 미국 악단은 ‘미쳤다’고 생각할 수준이다. 그들이 해내는 것에 존경을 갖고 있고 수행하는 레퍼토리의 양에도 그런 마음이다. 바퀴가 빠지는 건 쉬운 일이고 음악 비즈니스는 그런 게 일상이다. 잘 알다시피 사람들을 일깨우고 영감을 주고 무엇보다 음악에 빠지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음악에 입문한 게 상대적으로 늦었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락이나 재즈 기타를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폭넓은 음악 배경이 이득이 있는가.
물론이다. 내가 해온 것 중 최고가 바로 그 일이다. 악보를 독보하지 못한 채 나는 음악에 입문했다. 그게 내 생각엔 조화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일이다. 하모니라는 것은 여느 클래식 연주자들이 하는 것보다는 아주 자유로운 방식으로 얻어진다. 너무 많은 법칙에 의해 클래식 연주자들이 규정되어 있다. 언제나 룰이 존재하고 즉흥은 그만큼 떨어진다. 무엇이 페이지에 적혀있고 연주하는 일로 끝난다. 최고의 뮤지션들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상상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상자 밖에서 생각한다. 악보상의 노트가 많은 걸 말해주지만 요구되는 건 상상력이다. 그래서 재즈 기타가 나에겐 큰 도움이었다. 음악에 관한 자유를 줬다. 물론 재즈를 관둔 건 후회하지 않는다. 재즈조차도 브루크너나 슈베르트가 주는 감동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에서 재즈 경력이 영향을 미치는가.
나는 프로그래밍이 언제나 흥미롭다. 예술 자체로 관객의 흥미를 유지하고 변화시킨다. 예측 가능한 프로그래밍은 지루하다. 그래서 나는 커브볼 같이 변화를 주고 싶다. 가령 BBC 심포니에서 그런 것처럼 쇤베르크와 거슈윈을 섞는다. 두 작곡가는 서로를 존경했지만 음악적으로는 다른 세계에 있었다. 하지만 단지 언어가 다를 뿐이다. 섞으면 재미있다.
관객이 안온함을 느끼는 영역 밖의 곡을 프로그램에 넣을 거면 그에 보답하는 작품 또한 들어가야 한다. 그게 황금률이다. 만약 귀에 낯설거나 어려운 작품이 연주된다면 팔레트를 클린징하면서 청중은 베토벤 교향곡이나 모차르트 작품으로 보상을 받으면 된다. 새로운 음악이 좋지만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래서 컨텍스트가 필요하다. 하나가 다른 걸 일깨우는. 그러면 다른 빛을 보면서 음악을 느낄 수 있다.
–거슈윈과 쇤베르크의 조합 이외에 기대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기대되는 프로젝트는 많다. 프로코피예프 교향곡을 네덜란드 라디오 필과 함께하고 드보르자크 최고 명작인 <루살카>를 암스테르담에서 콘서트 버전으로 한다. 예를 들면, 런던 심포니와 함께하는 프랑스 레퍼토리는 아주 유명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다프니스와 클로에’는 생각만큼 자주 연주되지 않아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아주 무드있는 음악이고 톤이 세팅되어 있다.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은 야만성으로 가득한 작품이지만 역시 정취가 있다. 비르투오시티를 요구하는 작품인데 런던 심포니와 협연하는 유자 왕이 아마도 가장 잘하는 연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볼 수 있다. 유자는 정말 대단한 연주자다. 음표의 개수나 스타일, 자신감에서 요구하는 바를 이행하는 연주가이다.
–런던 심포니와 함께한 인상을 요약한다면?
정말 염려했고 만나는 게 두려웠다. 예전에 런던에 온 적이 있지만 모두 런던 필이나 BBC 심포니,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함께였지 LSO와는 처음이었다. TV로는 많이 본 악단인데 케르기예프와 함께 하는 투어를 인터넷으로 봤다. 그들이 얼굴을 보니 내가 다 아는 사람들이어서 놀랐다. 나를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용한 틸슨 토머스와도 좋은 평판을 이루고 있고 틸슨 토머스도 그의 탁월함을 LSO와 공유했다. 흥분되는 동시에 긴장한 이유이다. 단원들이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이 오케스트라는 무엇이든 해냈다. 이런 분들과 리허설과 연주를 한다는 건 지휘자로서 특권이며 앞으로의 연주도 기대된다.
[출처 2014년 LSO 정기연주회용 매거진]
About the Soloist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Khatia Buniatishvili
아르헤리치가 극찬한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세계 음악팬들이 주시하는 미모의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는 1987년 조지아 티빌리시에서 태어났다. 모친과 언니 그반차의 권유로 네 살에 음악을 시작해 여섯 살에 오케스트라 협연자에 데뷔할 만큼 비범한 재능을 유아 시절부터 인정받은 그녀는 늘 공연에 몽상적인 기운이 가득하고 연주할 때 마다 에너지와 강렬한 감정이 연주자를 에워싼다. 이제 부니아티쉬빌리는 자신의 동년배들을 대표하는 연주자 가운데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성장하며 건반 해석의 새 장을 연 즉흥성과 정신적 깊이로 세계 주요 무대를 매혹시키고 있다.
누군가를 모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밝히면서 스스로를 지금 시대와는 동떨어진 ‘완전한 20세기적 인간’으로 규정한 부니아티쉬빌리의 따뜻하고 때로는 우수에 젖은 터치로 자신의 음악성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밝히는 조지아의 민속 음악을 연상시킨다. 엘레강스한 아우라와 멜랑콜리, 고독의 사색적 표현이야말로 평단이 줄곧 평가한 부니아티쉬빌리의 장점이다.
2003년 키예프에서 열린 호로비츠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레온스카야가 주최한 조지아 영 뮤지션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활동의 영역은 솔로 리사이틀과 협주곡, 실내악으로 골고루 분화되어 있다 2009-11년 BBC 뉴 제너레이션에 선정됐고, 최근에는 파보 예르비, 다니엘레 가티와 여러 악단에서 자주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기돈 크레머와 르노 카퓌송이 단골 실내악 파트너이다.
데뷔 앨범은 리스트 200주년 기념 앨범이었고 영국 클래식 FM은 “젊은 시절의 아르헤리치를 연상시키는 템퍼라멘트와 테크닉의 소유자”로 극찬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시대 가장 흥분되고 기교적으로 축복받은 젊은 건반주자”로 리뷰했다.
아름다운 미모의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연주 듣기
Khatia Buniatishvili plays Grieg's Piano Concerto
건반 위 팜므파탈이 온다
조지아 출신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시빌리
24일 첫 내한공연서 루체른심포니와 협연
미모 덕을 본 피아니스트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쉽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칼에 짙고 선명한 이목구비, 관능미를 부각시킨 과감한 의상으로 무대에 들어서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갖는 게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발휘된다. 최고 난도의 기교를 막힘 없이 풀어내며,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고유의 절절하고 극적인 사운드로 홀을 장악하는 기량에 청중은 매혹된다. 강렬한 음악성이야말로 그를 '치명적인 여인', 즉 진정한 팜므파탈로 만든다.
최근 클래식 본고장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인 조지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시빌리(28)가 오는 24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1806년 창단된 스위스 최고(最古)의 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다.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부니아티시빌리는 첫 내한 소감을 묻자 "저를 제 음악과 홀로 남겨두지 않고 여러분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만의 섬세하고 사색적 내음이 밴 답을 먼저 전했다.
동유럽 조지아에서 태어나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2003년 호로비츠 국제 콩쿠르 특별상, 2008년 루빈스타인 콩쿠르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빈 무지크페라인 '라이징스타', BBC '뉴제너레이션 아티스트'로 선정되며 화려한 신예로 부상했다. 서른이 채 안 됐지만 벌써 4개의 음반을 통해 리스트, 쇼팽, 차이콥스키, 스크랴빈에 이르는 방대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음악은 제 안에 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며, 제가 살아 있다는 걸 일깨워주죠. 연주할 때만큼은 전 제 자아를 놓아버리곤 그 자리에 있는 청중과 한 몸이 되려고 해요." 신들린 듯 무대에서 음악과 하나가 된 듯한 그의 모습을 담은 수많은 연주 영상들은 유튜브 사이트에서 각각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콜드플레이'와 호흡을 맞추고, 유명 피겨스케이터의 아이스쇼나 최고급 샴페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하는 등 화려한 스타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는 내전의 상흔과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겪는 고국 조지아를 늘 생각한다.
"조지아는 다양한 자연환경과 음악이 어우러진 매력 넘치는 곳이죠. 조지아인들은 언제 어디서든 슬픔과 기쁨을 노래로 표현한답니다." 그는 고국의 가난한 젊은 음악가들을 위한 장학금을 마련하고 자선연주회도 벌여왔다.
그리그 협주곡에 대해 부니아티시빌리는 "마치 노르웨이(그리그의 고향)의 풍경처럼 신비롭고도 꾸밈없이 진실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펌/매일경제 & mk.co.kr/오신혜 기자
Khatia Buniatishvili - Chopin Ballade No. 4 In F Minor, Op. 52
Khatia Buniatishvili - Das Waldkonzert
New Pilharmonia Orchestra
1악장 Allegro molto moderato
2악장 Adagio
3악장 Allegro moderato marcato
음악의 배경 및 개요
작곡가 그리그 역시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활약을 했던 바 이 작품역시 자신의 연주 재능을
뽐내기 위해 작곡되었던 곡이라 할 수 있는데 비록 현대에 연주되고 있는 곡은 1907년에 수정을 가한 곡이지만 1868년 아내와 어린 아이와
함께 덴마크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작곡한 곡으로 표현에서 부드러움과 풍요로움이 충만되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되는 주제부는
노르웨이의 민속음악의 인터벌에 기초를 하고 있으며 특히 제2악장인 아다지오에서는 매우 감동적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전해주고 있다. 이 작품은
제3악장에서 중간부에 매우 감미로운 새로운 주제부를 담고 있는 론도형식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곡의 시작에서 끝까지 노르웨이의
민속 축제풍의 다채로움을 지니고 있는 작품으로 소개하면서 특히 제2악장 아다지오를 피아노 협주곡 레파토리에서 가장 서정적인 것 중의 하나로 꼽힐
만큼 대단한 곡으로 칭찬하고 있습니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그리그는 25세였으며 그의 작품활동중 최초로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이용되는 곡을
작곡했었다고 한다.
제1악장 시작부의 떨어지는 옥타브의 아르페지오는 크게 유행을 하게 되어 수많은 곡에서 패러디되고 모방된 유명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는 부분은 당연히 제2악장 아다지오라 할 것입니다. 어떤 비평가는 제2악장의 연주를
따라가다 보면 그 부드러움과 감미로움으로 인해 마치 오랜 허물없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피아노의 명수이기도 했기에 '북구의 쇼팽'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던 그리그(Grieg)의 대표작은 바로 이 곡 "피아노 협주곡 a단조 작품 16"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 민요풍의 청순한 선율, 신선한 화성, 생기발랄한 젊은 정열이 넘치는 곡으로 로마에서 리스트(Rist)를 만났을 때 그리그(Grieg)는 이 피아노협주곡으로 격찬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피아노 협주곡은 그리그(Grieg)가 25세 때의 작품으로 26세 때 초연되었는데 독특한 북구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화려하고 극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많이 연주되는 곡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피아노의 연주 기교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겨 연주되는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내는 그의 순수한 서정미와 신선한 작곡 기교는 북구 노르웨이의 민족적인 정서를 가미한 깊은 맛이 우러나는 것이겠지요. 1865년, 그리그(Grieg)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방문했는데 이탈리아에서는 그 유명한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Ibsen, Henrik)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 뒤 1866년 연주회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가수 니나 하게루프(사촌 누이동생이라는 이야기도 있더군요.)와 다음해에 결혼하게 되는데, 1869년에 두 사람은 로마를 방문하여 리스트(Rist)를 만나게 됩니다. 리스트(Rist)는 그리그(Grieg)의 신작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따뜻한 말로 칭찬했다고 하지요. 나중에 그리그(Grieg)는 리스트(Rist)에게 합창곡 '남쪽의 수도원 문에서'를 헌정하였습니다.
명성을 높인 그는 노르웨이로 돌아와 음악협회의 지휘, 연주회 계획, 작곡 등으로 다망한 생활을 하게 되고 정부의 지원금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작곡에 할애할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휘자, 피아노 주자로서 가수인 아내를 동반하여 장기간에 걸친 연주여행도 가졌는데 그녀가 남편 그리그(Grieg)의 주옥같은 수많은 가곡들을 초연하였다고 합니다.
그의 가곡은 약 150곡이나 된다고 하는데, 초기의 가곡에서는 그는 독일 낭만파 시인의 작품들에 곡을 붙였지만 후에는 노르웨이 극작가인 입센(Ibsen, Henrik)이나 비외른손(Bjørnson Martinius Bjørnstjerne)의 시(詩) 이외에 베르겐(Bergen : 오슬로 서쪽도시)의 젊은 시인들의 시(詩)도 작곡했다고 합니다.
구성 및 해설
그리그 최대 걸작의 하나이다.
노르웨이 민요풍의 청순한 멜로디, 신선한
하모니, 경쾌한 리듬 등 소재가 생생하며 그리그의 독자적인 매력이 넘친다. 이 협주곡은 일반적인 3악장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데, 제 2악장과 제
3악장을 계속하여 연주하게 되어 있다. 제 3악장의 경우 자유로운 전개를 볼 수 있으며 전체적인 기조는 낭만적이다. 악기 편성은 독주 피아노,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4, 트럼펫 2, 트럼본 3, 팀파니, 현 5부로 되어
있다.
1악장 Allegro molto moderato A단조 4/4박자 소나타형식
점점 고조되는 드럼 롤과 함께 피아노가 멋들어지게 등장합니다. 멜로디가 아주 다양하고 풍부한 1악장. 각 부분의 개성이 강한 것 같지만 흐름에는 별 막힘이 없군요...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웅장하고 시원합니다. 단조이긴 하지만 우울하거나 어두운 정서와는 좀 거리가 있죠. '인간'보다는 '자연'을 표현하는 듯한 곡입니다... 울창한 소나무숲이나 눈이 덮인 산 같은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무법자처럼 거칠고 대담하게 등장한 피아노가 폭풍처럼 요동을 치고 나면
조용한 주제가 목관악기에 의해 연주되면서 북구의 아름다운 서정성이 물씬거린다. 첼로에 의해 제시되고 나서 이어서 피아노로 연주되는 제2주제
또한 북구적인 정서가 짙게 깔려있다.
2악장 Adagio Db장조, 3/8박자
차분한 선율의 2악장. 1악장의 웅장한 분위기를 이어받고 있고 막힘없이 흐르는 멜로디는 신선함 그 자체이죠. 도도한 강물 같은... 1악장에서는 피아노가 주도적인 위치에 있었던 데 반해 여기서는 오케스트라와의 대립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2악장 역시 '자연'의 이미지입니다.
고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리그(Grieg)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작품번호 16번 제2악장 아다지오"를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셔서 감상해 보시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실 것입니다. 특히 곡의 중반부에서 조용한 오케스트라의 협연 속에서 우아하게 등장하는 주옥같은 피아노 선율은 마치 눈부신 빙하를 배경으로 은빛 광채를 반짝이며 눈 앞에 나타나는 날개달린 작은 천사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더군요......!
3악장 Allegro moderato marcato A단조 2/4박자 론도형식
가장 변화무쌍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악장입니다. 리듬이 상당히 흥겨워서 무곡 같군요. 금관악기들이 총력으로 연주하여 최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며 피아노와의 격정적인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관악기가 주도하는 애상적인 선율 속으로 빠져드는데 여기의 분위기는 바로 앞의 부분과는 완전히 틀리죠. 점점 조용해지다가 거의 사라져 버리는 듯합니다... 거기서 또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처음의 활기참으로 돌아옵니다. 경의에 찬 듯한 피날레는 장조로 전환하여 이 곡 전체에서 가장 진취적인 느낌으로 끝을 맺습니다.
자유로운 론도형식의 악장. 북구의 분방한 무곡풍의 주제로 시작된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부주제는 애수어린 플룻의 목가적인 선율이 인상적이지만, 다시 피아노가 분방하게 연주되고 나서 전관현악에 의한 장려한 클라이막스를 구축하게
된다.
이 협주곡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네우페르트(Edward Neupert)에게 헌정되었고 1869년 그에 의해 초연되었으나 그리그 자신도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그 후로도 그리그 자신도 이 협주곡을 자주 연주했다.
Dvořák, Symphony No.8 in G major Op.88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Antonín Dvořák
1841-1904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경험하기 이전에는 영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1884년 처음 영국을 방문한 그는 1876년에 작곡한 ‘스타마트 마테르’를 지휘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이 당시의 감격을 한 편지에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놀라지 마시오. 합창단이 무려 800명!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만도 24명! 지휘대에 올라서보니 12000명의 청중이 열광하는 환호를 받았습니다. 나는 수없이 감사의 인사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오.”
이토록 열광적인 환대를 받은 드보르자크는 이후 1891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12회에 걸쳐 영국을 방문했다. 그의 교향곡 8번 G장조가 1892년 런던의 노벨로 출판사에서 출판되며 ‘런던’이라는 부제를 갖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결코 영국과의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고, 그렇다고 ‘신세계 교향곡’처럼 그 나라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영국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다는 것 외에 영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더군다나 출판 당시의 부제 또한 작곡가가 의도한 것 또한 결코 아니다.
A. Dvořák Symphony No. 8 in G major, Op. 88
체코의 민족적ㆍ정서적 배경이 적극 드러난 교향곡
아홉 곡의 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자크에게 특히 교향곡 8번이야말로 작곡가 자신의 민족적ㆍ정서적 배경이 전면으로 드러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영국 방문을 마치고 체코로 돌아온 그는, 프라하 서남쪽 고원지대에 위치한 비소카라는 작은 산간마을에 별장을 지었다. 여름이면 여기에 머물렀던 드보르자크는 이 고장의 자연에서 비롯한 보헤미안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곤 했는데, 바로 여기서 작곡한 교향곡 8번에는 비소카 마을에서 경험한 작곡가의 심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체코 체스키 크롬로브의 보헤미아 전통 건축물
이렇듯 보헤미안적인 풍경과 선율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창작해냈기에 드보르자크에게 주저함이란 없었다. 1889년 여름 독일과 러시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본격적으로 작품 구상에 들어간 드보르자크는 불과 3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8일에 이 교향곡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교향곡은 친구들이나 브람스의 조언을 거의 받지 않고 작곡한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체코인으로서 자신의 유전자가 반응하여 울려낸 악상을 고스란히 오선지 위로 옮겨낸 셈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1890년 2월 프라하에서 작곡가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특유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 때문에 1890년 4월 런던에서 초연을 가진 뒤, 런던 타임스는 이 교향곡을 ‘전원 교향곡’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교향곡을 작곡할 무렵 드보르자크는 작곡가로서 가장 원숙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한 만큼 드보르자크는 지금까지 내려왔던 교향곡 전통과는 조금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이 교향곡에 담아내고자 했다. 첫 악장에서 전개부와 재현부를 연결해주는 형식이나 단조로 시작하는 슈베르트풍의 서주 등은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특히 2악장에서의 브루크너를 연상시키는 특징적인 휴지부와 바이올린 파트의 리드미컬한 상승, 이와 대조적인 장송행진곡을 연상케 하는 장중한 발전부와 금관이 주도하는 스케일 큰 클라이맥스의 긴장감 등은 드보르자크가 바그너적인 극적 전개와 브루크너적인 발전 양식을 결코 간과하지 않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1악장 : 알레그로 콘 브리오
소나타 형식으로서 첼로와 호른에 의해 유도되는 비장한 첫 번째 주제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이어 목관악기에 의해 비소카 마을 풍경을 연상케 하는 전원적인 선율이 흘러나오며 축제 분위기의 주제가 펼쳐진다. 플루트와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주제 역시 행복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악장 : 아다지오
보헤미아 지방의 자연과 그 다채로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악장. 전원풍의 멜로디가 현악기에 의해 전개되고 이어 목관악기 군이 이를 받아 전개시킨다. 특히 새의 소리와 같은 미묘한 음색이 이 신비로운 자연을 묘사한 음악 사이에서 광채를 더한다. 드보르자크는 교향곡의 아다지오 악장에서 우수와 동경을 담아내며 향수를 자극하곤 하는데, 이 8번 교향곡의 아다지오 또한 전형적인 동시에 발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체코 서부 보헤미아 지역에 위치한 카스페르크 성 풍경
3악장 : 알레그로 그라치오소
스케르초 악장으로서, 전통적인 스케르초라기보다는 왈츠 리듬이 물결치듯 넘실거리는 특이한 형태의 트리오라고 말할 수 있다. 바이올린이 주도하는 첫 주제 선율과 중간에 이어서 등장하는 민요적 선율의 리듬이 교차로 엮어내는 우아하면서도 신선한 기운이 인상적이다.
4악장 : 알레그로 논 트로포
변주곡 형식으로서 힘찬 트럼펫이 먼저 등장하고 18마디 뒤에는 타악기가 짧은 마무리를 짓는다. 곧바로 시작되는 첫 번째 주제는 전형적인 보헤미아적인 주제로서 첼로에 의해 제시되고 이어 전체 오케스트라가 이를 모방한다. 다음 주제가 플루트에 의해 나타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반주가 뒤따른다. 이렇게 변주들이 진행된 다음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다시 트럼펫이 팡파르를 울린 뒤 모든 것이 빨라지며 극적인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아홉 개의 교향곡들은 한동안 그 ‘번호’가 혼동되어 사용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드보르자크 생전에는 다섯 개의 교향곡만이 출판되었기 때문에 현재 교향곡 9번이라 불리는 ‘신세계로부터’는 상당히 오랜 동안 5번 교향곡으로 불렸고, 그 순서에 따라 교향곡 8번은 4번 교향곡으로 호칭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앞선 네 개의 교향곡들이 모두 출판, 연주되고 있어 구 번호체계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추천음반 무엇보다도 라파엘 쿠벨릭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녹음한 앨범(DG)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 해석을 대표하는 가장 고전적인 명반이다. 매순간 체코적인 향기와 교향곡으로서의 엄격한 형식미를 잃지 않는 쿠벨릭의 강한 의지가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다. 만년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빈 필하모닉과 녹음한 앨범(DG)은 여유로운 템포와 확장된 스케일이 돋보이며 화려하고 스펙태클한 관현악 효과의 절정을 보여주는 개성적인 연주다. 바츨라프 노이만이 체코 필하모닉을 지휘한 앨범(Supraphon)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리듬에 있어서 가장 체코적인 연주라고 단언할 수 있고, 정명훈이 빈 필하모닉과 함께 한 녹음(DG) 또한 이 교향곡 특유의 목가적인 광채와 넘실거리는 리듬의 향연을 정확하게 읽어낸 보기 드문 명연이다.
글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온 음악 칼럼니스트.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에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이 있다.
해설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 2011.05.1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235
Weber: Euryanthe-Ouvertüre ∙ hr-Sinfonieorchester ∙ Daniel Smith
'공연후기(클래식 2016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셴바흐의 말러 교향곡 1번 (0) | 2016.07.08 |
---|---|
세종솔로이스츠와 길 샤함의 사계/2016.7.2.토 /예술의전당 (0) | 2016.07.01 |
기돈 크레머 & 뤼카 드바르그 리사이틀/2016.6.12.일/예술의 전당 (0) | 2016.06.10 |
아름다운 목요일 위대한 예술가 시리즈] 안드레아스 오텐잠머 Clarinet 호세 가야르도 Piano /2016.6.2..목/금호아트홀 (0) | 2016.05.31 |
막심 벤게로프 바이올린 리사이틀 /2016.5.31.화/예술의 전당 (0) | 2016.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