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3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여행에선 호텔 예약이 3박 이미 되어 있어 혹시라도 바람때문에 배가 뜨지 않을 수도 있는 우도는 일찌감치 포기를 했었다.
작년에 원없이 환상적인 우도 여행을 했었기에 다시 가고픈 미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여행은 일체 삼가하기로 했었기에...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가기로 한 '성산 일출봉' 여행도 일출은 포기하고 여유롭게 호텔에서 조식을 한 다음 체크아웃을 하고
여유롭게 들리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발코니에 나섰다.
어제와 같은 그림같은 일출이 펼쳐지고 있다.
잠깐 포기한 성산 일출봉의 환상적 일출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긴 했지만, 이렇듯 호텔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일출도 좋다.
성산일출봉 일출을 포기했어도 오늘은 여행 마지막 날이니 일찌감치 서둘러 식당으로 내려왔다.
발코니서 내려다 본 일출의 잔향처럼 하늘 빛이 멋지다.
식당에 사람도 북적이지 않고.....
아침마다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제주의 풍경을 보며 먹는 호텔조식도 그러고 보니 오늘로서 끝이다.
사실 여행중 즐거움 중의 하나가
좋은 호텔에서 우아하게 즐기는 호텔 조식인데 여행의 끝이라니 또 병처럼 서운함이 인다.
오늘은 조금 욕심을 내서 맘껏 먹어볼까?? ㅋㅋ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오늘의 첫번째 여정인 '거문오름'을 향해 출발했다.
거문오름은 조천읍 선흘리 및 구좌읍 덕천리 일대에 있는 높이 해발 456m(둘레 4,551m)인 오름으로
2005년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제444호와 2007년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특징으로는 첫번째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형성한 모체로 알려져 있고, 분화구에는 깊게 패인 화구가 있으며, 그 안에 작은 봉우리가 솟아 있으며,
두번째로는 북동쪽 산사면이 터진 말굽형 분석구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다양한 화산지형들이 잘 발달해 있다.
세번째로는 2009년 환경부 선정 생태관광 20선, 2010년 한국형 생태관광 10모델에 뽑힌 바 있으며,
2007년 세계자연유산등재 이후 매년 국제트레킹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거문오름을 탐방하기 위해선 탐방 출발시간(09;00~13:00)이 제한되어 있고 하루 전날 미리 예약을 해야만 투어가 가능하다.
1일 탐방인원은 450명으로(매주 화요일과 설날, 추석은 휴식의 날로 탐방 불가) 기상악화시는 전면 통제된다.
전화예약은 인터넷 예약은 탐방 희망전 달 1일부터 선착순으로 이뤄지고, 당일 예약은 불가하다.(문의 064-710-8981)
시간에 맞춰 거문오름에 도착했다.
곡선미가 멋드러진 초 현대식 건축물이 세계 유네스코에 등재된 귀한 곳임을 입증케 한다.
안내소를 찾아 들어가니 그곳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탐방중에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으니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는 건 잊어서는 안될 사항이다.
시간이 되어 모두들 출입증을 목에 걸고 해설사를 따라 나섰다.
왠지 그냥 오름을 트래킹하는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거문오름의 탐방로는 3개의 코스로 나누어 진다.
정상코스는 약 1.8km(약 1시간 소요) 로 너무 짧고
분화구코스는 약 5.5km(약 2시간 30분 소요)로 대부분 탐방객들은 이 코스를 선택하며, 해설사도 이곳까지는 함께 대동한다.
마지막으로 전체코스는 약 10km(약 3시간 30분 소요)로 힐링하며 걷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선택해야할 코스이다.
거문 오름 탐방로 지도 앞에 서서
해설사의 간략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유연하고도 어여쁜 말씨의 해설사의 간략한 설명은
담박에 우리 탐방객들을 흡입시켰다.
뭐랄까..
절대 한눈팔 수 없음을 예견했다고 할까....
갑자기 수십년 전 말 잘듣는 초등생처럼 맘가짐이 되어 해설사의 뒤를 바짝따라 걸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모범생인 우리딸이 앞장이다.
숲으로 첫발을 내딛은 기분 좋음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쭉 쭉 하늘로 치솟은 나무들 사이로 나 있는 구불 구불한 오솔길은 더없이 낭만적이어서 그곳에 서 있기만 해도 그대로 힐링이 되는 그런 길이다.
역시 해설사는 나무데크위를 걷지 않고 낙엽이 수북이 덮인 길을 걷는다.
맨땅의 기운을 그대로 받으며....
초반 오르막을 내리 올라쳤다.
날씨도 좋고...
겨울이라 해도 사철 푸르른 녹음들이 온전히 우리에게 기를 불어 넣어주니 힘듦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걷는다.
사실 나야 뭐 이 정도의 오르막은 산책길이지만, 기타 우리 딸을 비롯하여 다른 탐방객들도 전혀 힘들어 하지 않고
잘들 걷는다.
그런데 해설사가 문득 발걸음을 멈춰선다.
뒤에 처진 사람들을 위해서 여기서 그들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렇듯 걷는 속도를 조절하여 앞의 탐방객들과 우리 뒤에 또 오르고 있을 탐방객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것...
아~ 역시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 오름은 뭔가 확실히 다르군. ㅎㅎ
전망대에 올랐다.
제주의 한라산이 구름아래로 사알짝 얼굴을 비춘다.
아스라하지만 구름층을 뚫고 솟아 오를것 같아 멋지다.
그러고 보니 제주 어디를 가도 우뚝 솟아 오른 한라산은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있는것 같다.
문득 이 풍광에 감탄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피식 웃음이 터졌다.
그동안 히말라야와 카라코람, 알프스, 안데스까지... 전 세계 고산들을 누비며 7-8000m급의 어메이징한 설산들을 보고 그 속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먼발치서 아스라이 보이는 설산의 풍광에 감탄을 하고 있음에....
그래도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초록 풍광속에서 그나마 설산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니까....
456m 정상에 올랐다.
나즈막한 오름이니 정상이랄것도 사실 없지만
그래도 오름중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정상은 맞는 말이다.
평평한 바닥에 '정상'이란 글귀가 박힌 동판 표지판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전혀 정상임을 알아챌 수 없는 정상...ㅎㅎ
그래도 정상에 올랐으니 모두 모여 해설사의 제주도의 전반적인 설명과 거문 오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기하리 만큼 탐방객들은 해설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어쩌면 그리도 조근 조근 말을 이쁘고 재밌게 하는 지...
그녀가 말하는 대로 제주도의 모습이 훤히 그려지는 것이다.
아니,머릿속에 그려질 뿐만 아니라 금새라도 제주 사랑에 빠져버릴것만 같다.
잠시 그녀의 재미난 해설을 듣고 난 뒤 우린 또 발걸음을 떼었다.
이제부턴 내리막과 가벼운 오르막을 걸으며 비교적 쉬운 코스가 연속된다.
저만치 아래로 커다란 분화구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부턴 저 분화구로 내려가 탐방길을 걸을 것이다.
우리 탐방객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2코스인 분화구 코스를 함께 걸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분출된 많은 양의 현무암질 용암류가 지표를 따라 해안까지 흘러가는 동안 형성된 일련의 용암동굴 무리를 말한다.
거문오름은 만들어진 초기에 용암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화산분출이 일어나 높이 456m의 화산체의 모양을 만들었다.
그러나 화산폭발의 세기가 점차 줄어 많은 양의 용암이 흘러나와 벵뒤굴,김녕굴, 만장굴, 용천동굴 등의 동굴을 만들었다.
해설사의 발걸음이 멈추어 우리 모두는 그자리에 섰다.
자세히 보니, 근처에 있는 작은 동굴에선 연기가 풀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것은 이 오름의 화산활동이 멈추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분화구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자니, 숲 깊은 곳은 푸르른 이끼가 잔뜩 끼어 있어 마치 밀림숲을 걷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한다.
여름에 오면 분화구의 녹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것만 같다.
일본군 갱도진지....
태평양 전쟁당시 일본군은 거문오름 뿐만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수많은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
현재까지 제주도내 370여개 오름(소형 화산체) 가운데 일본군 갱도진지 등 군사시설이 구축된 곳은 약 120여 곳이며,
거문오름에서 확인되는 갱도는 모두 10여곳에 달한다.
원폭투하로 전쟁이 일찍 종료되어서 망정이지 그렇잖았음 오늘날 제주도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해설사의 말을 들으니
전쟁의 끔찍함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잠시 태평양 전쟁의 끔찍함과 일제 강점시기로 우울한 기분이었는데, 해설사의 유쾌 상쾌 재치 만점의 이야기로 또 분위기는 밝아졌다.
다름아닌 아래 사진 속 바위를 뒤 덮고 있는 나무 뿌리를 보고 져낸 이야기때문이었다.
일명 바위와 나무의 사랑이야기.....ㅎㅎ
바위와 뿌리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버팀이 되어주며 잘 살아가다가 그 사랑이 오래가지 않아 깨어졌는데,
착한 바위가 다시 용서로 받아들여 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주변의 나무들을 실례로 들어가며 꾸며낸 이야기....ㅎㅎ
GOTJAWAL'S VEGETATION
이곳을 포함한 제주의 넓은 분포의 곶자왈은 난대림과 온대림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숲을 형성하고 있어 식물종이 다양하다.
곶자왈의 숲은 종가시나무를 중심으로 구실잣밤나무,녹나무,아왜나무, 센달나무,동백나무 등이 섞여 있는 상록활엽수림과 때죽나무를 중심으로
팽나무,단풍나무,곰의 말채나무,산유자나무,이나무,예덕나무,무환자나무 등이 자라는 낙엽활염수림으로 형성되어 있다.
상록수림과 낙엽수림이 함께 섞여 있는 곳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식물종이 자라고 있는 보석같은 제주가 잘 보존되야 할텐데....
거대 중국자본이 들어오고, 올레길이 번창하면서 혹시 많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상업적으로 너무 발전되어 제주가 파괴되는 것은 아닐까....
근심스런 맘도 생긴다.
암튼 우리는 겨울철 쓸쓸한 거문오름의 숲에 와서 해설사의 재치만점 이야기와 너무나 이쁜 모습의 해설로
마냥 제주 사랑에 빠졌었던 감명깊은 거문 오름 탐방을 마쳤다.
해설사와 헤어지고 오름을 나오면서 우리는 한결같은 맘으로 대화를 이었다.
조금은 황량한 겨울에 찾아와서 사람의 말로 이렇게도 아름다운 거문오름과 제주도를 맛볼 수도 있다고....
어여쁜 아가씨는 아니었어도 누구보다 이쁜 모습으로 오늘 이 거문오름의 해설사는 아주 오래토록 기억될 거라고...
다음에 다시 제주에 찾아올때는 숲이 우거졌을때....아니면 해설사의 말처럼 비가 오는 날 이곳에 찾아와 오늘 해설사가 말한 이 숲의 느낌을
온전히 받아 보겠노라고....
Jan Vogler - My Tunes Vol. 2
1,2,3,4......순으로 이어듣기
1. Gluck / Melody From Orphee Et Eurydice 2:42
2. Saint-Saens / Le Cygne From 'Le Carneval Des Animaux' 2:32
3. Faure / Elegie Op. 24 5:17
4. Joachim Raff / Cavatina, Op.85 no. 3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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