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탁발(탁밧, Tak bat) 행렬에 참여하기로 해 5시반에 일어나 화장기 없는 얼굴로 숙소앞을 나섰다.
한 여름인 지라 벌써 날은 훤히 새서 환했으나 아직 거리에 나와 있는 여행자들도 없었고, 탁발을 하기 위해 나와 있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단지 탁발 음식을 여행자 들에게 파는 상인들만이 몇 나와 있다고 할까....
왠지 이 시간에 이곳에 나오면 스님들께 탁발 공양을 해야하는것이 도리인것 같아
우리도 탁발 음식을 사서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스님들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스님들의 행렬이 시작되었다.
일렬로 주욱 줄을 서서 행차하시니, 일일이 음식을 바구니에 담기도 벅차다.
아~
사진 찍어야 하는데~~ㅠㅠ
안타까운 맘이 일기 시작했지만, 스님들 행렬에 음식 담는걸 멈출 수가 없다.
순식간에 산 음식이 동이 나 버렸다.
순간 음식을 조금 더 사서 드렸지만, 이내 자리를 떠서 그때 부터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러나 시간이 좀 지난뒤에 여행객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정작 탁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우리도 그나마 첫 행렬에 다 공양을 하고는 끝내버렸고....
어디까지 저리 행차를 하시고 다시 사원으로 들어가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을 그리 많이 얻지는 못하신것 같다.
저렇게 해서 얻은 공양물은 곧장 사원으로 향하지 않고 가난한 중생에게 다시 베푼다.
그리고 부처님께 바치고, 스님들께서 드신다고 들었는데...
나눌 음식이 풍족할까...싶어 마음이 좀 짜안해 졌다.
몇 그룹의 스님 행렬이 지나간 뒤 우린 다른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 블럭을 지난 골목에서도 탁발 행렬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곳엔 관광객을 비롯해 제법 많은 탁발 공양하는 이들이 있어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루앙프라방은 1353년 라오스 최초의 통일국가인 란산왕조가 도읍으로 정한 이후 700년 가까이 수도로 사용된 고대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정 당시 인구는 2만명에 불과 했지만 대형 사찰이 무려 34개에 달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라오스는 국민 95%가 불교를 믿는 불교국가다.
탁발(탁밧)은 불교에서 말하는 두타행 중 하나로 승려들이 매일 아침 발우를 들고 마을로 나가 음식을 얻는 의식이다.
이는 단순한 구걸이 아닌 무욕과 무소유를 쌓기 위한 하나의 수행방식이자 공양을 하는 이에게는 공덕을 쌓는 길이다.
잠시나마 우리도 무릎을 꿇고 앉아 공양을 하다보니, 이 작은 베품의 향내가 뭔지 모르게 가슴에서 퍼저 오름을 느꼈다고나 할까...
얼핏보면 너무나 작은 공양이지만 매일 이처럼 정성을 바친다는건 대단한 신앙심이 아닐 수 없다.
아니, 늘 깨어서 종교의 깊은 향을 맡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승려들의 무소유 수행을 떠나 신자들 입장에서도 불심이 절로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를 비롯해서 주변의 많은 관광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보면서
문득 이 오랜 전통의 탁발의식이 한낱 여행자들에 의해서 산란해 지면 어쩌나...싶은 생각이 든다.
성수기에는 저 고고한 탁발 행렬 주변으로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이 카메라를 들이밀까...싶어서...
그때 저만치 앞에서 다가오는 작은 승려들이 보인다.
표정이 천상 신나 죽겠는 어린 아이 표정이다.
무엇이 저리 좋고 신날까.....
혹시 오늘 많은 과자와 빵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설까...
그 어느 노 승려보다 이 의식이 아직 아기같은 어린 승려들에겐 신바람 난 일이 아닐 수 없을것 같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스님이란 생각보단 왜케 귀여우신 지....
절에서 자라고 있는 개들인데, 새벽 마다 개들도 이 탁발에 참여하나 보다.ㅎㅎ
이제 탁발을 마치시고 루앙프라방 여행자 거리로 걸어가신다.
그 뒷일이 궁금하여 끝까지 승려들 행렬 뒤를 쫓아본다.
스님들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니,어제 그제 이 길을 연속적으로 다녔어도 발견 못한 사원이 있다.
하얀 외벽에 화려하게 장식되어져 있는 금색의 정문장식 사원이 여전히 눈길을 사로 잡는다.
스님들의 뒤를 쫓아 시선을 따라가보니, 계단 위로는 어린 승려들이 묵으며 수양하는 장소인것 같아 쫓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우리나라의 절터의 대웅전 같은 중심 사원이 한 가운데 있고, 주변으로 승려들이 묵으며 수양하는 많은 방과 대웅전 앞으로 돌탑이 있는 등
사원의 구조는 우리나라의 절터와 큰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사원을 에워싸고 있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바로 쭉 쭉 뻗어 흐느적거리며 쏟아져 내린 야자수 나무와 울창한 숲들이...
회색톤인 우리나라 절터와 달리 화려한 금색 장식과 날아갈듯한 켜켜 지붕의 장식과 승려들의 주황색 옷차림과 맨발...
그리고 도심의 한 가운데 있다는 거....
이른 아침 사원에 머무름이 좋아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그때 어린 승려 두분이 내려와 벤치에 앉은 거다.
햇살이 승려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좋은 지....
우리는 달려가서 스님을 카메라에 담았다.
조금은 어색해 하셨지만 이내 포즈도 살짝 취해주시고....
우리와 함께 사진도 찍어주시고...
지족 자부님 카메라를 스님께 주어 셔터 누르시게도 하고.....
사진을 보내달라며 이메일 주소를 핸폰에 찍고 계시는 모습이다.
시대가 정말 달라지긴 했다.
깊은 산속에서 세속과 인연을 끊고 수양하시는 승려....
내 머릿속에 박힌 사찰의 스님들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찰의 어린 승려들은 요즘은 어떻게 수양을 하고 계실까....
순간 궁금증이 생겨난다.
암튼...
짧은 시간이었지만 탁발에도 참여하고, 또 이른 아침 사찰에 들려 스님과 잠시 소통을 했다는게.....
왠지 기분이 좋다.
아주 아주 쪼끔이지만, 욕심 없는 마음이 생겨나 마음이 맑아지고 순수해진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
그러고 보니, 사람들로 하여금 이런 맘이 늘 들게하기 위해서 탁발 행렬이 멈추어 지지 않고 매일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것 같다.
무소유의 승려들의 수양과 신자들로 하여금 베품의 덕을 갖추게 하는 가장 확실한 신앙심 고양...
라오스 사람들의 욕심없는 순박한 삶과 은은하게 번지는 미소가 바로 이 신앙심에서 배어 나오는 진한 향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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