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클래식 2015년)

서울시향/바그너, 발퀴레(Wagner - Die Walkure, 콘서트 버전)/5.20.수/예술의전당

나베가 2015. 5. 19. 22:17

 

 

[프로그램]

바그너, 발퀴레(콘서트 버전) Wagner, Die Walkure (concert version)

코벤트 가든, 라 스칼라,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에서 발퀴레의 지크문트 역으로 출연해왔으며 바이로이트에서 로엔그린 역 등으로 찬사를 받은 정통 헬덴테너 사이먼 오닐이 지그문트 역으로 서울시향 무대에 오릅니다. 2014년 서울시향 정명훈과 바그너Ⅰ '라인의 황금'에 출연한 베이스 유리 보로비예프와 그밖에 유럽과 미국에서 바그너 싱어로 인정받은 최고의 배역진이 함께합니다. 바그너 ‘반지’ 4부작 중 최고의 인기를 모아온 ‘발퀴레’는 서울시향의 바그너 여정 중 오래 기억에 남을 한 점을 찍을 것입니다.


[프로필]

지휘 콘스탄틴 트링크스 Constantin Trinks, conductor
(장장 4시간에 걸친 대작 첫 선...정명훈 예술감독 건강상 이유로 콘스탄틴 트링크스가 지휘 맡아... )


협연

소프라노 이름가르트 빌스마이어 Irmgard Vilsmaier, soprano/브륀힐데
이름가르트 빌스마이어는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의 오페라 단원을 지냈으며 <신들의 황혼> ‘브륀
힐데’, <발퀴레>의 ‘브륀힐데’와 ‘지글린데’,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졸데’  등  바그너  악극과  리하르트  슈
트라우스 <살로메>의 ‘헤로디아’,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산투차’  등  역할을  맡아  런던  왕립
오페라극장, 빈 국립오페라극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슈투
트가르트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바그너 <신들의 황혼> 중 ‘브륀힐데’ 역을 맡아 큰 성공을 거뒀다. 

셀레스테 시실리아노 Celeste Siciliano, soprano/지글린데

셀레스테  시실리아노는  필라델피아  예술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델라웨어  대학교에서  성악 
연주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10월  독일  코부르크  주립극장에서  롤란드  클러팅이  지휘하는 
베르디의 <가면무도회>에서 ‘아멜리아’ 역으로 유럽 데뷔했다. 그녀의 레퍼토리는 <일트로바토레>
‘레오노라’, <돈 카를로> ‘엘리사베타’, <나비 부인> ‘초초상’과 오페라 <아이다>, <노르마>, <토스카>
등의 주역을 맡았다. 또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젠타’,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졸데’, <발퀴레>
‘지글린데’, ‘브륀힐데’, <신들의 황혼> ‘브륀힐데’ 등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였다.

김라희 Rahee Kim, soprano/헬름비게      박세영 Seyoung Park, soprano/ 게르힐데
홍주영 Juyoung Hong, soprano/오르트린데

 

메조소프라노 엘레나 지드코바 Elena Zhidkova, mezzo soprano/프리카

러시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엘레나 지드코바는 베를린 독일 오페라극장에서 데뷔하였고 바이로이트 페스티
벌에  출연하였으며  라이프치히에서 <리엔치>의 ‘아드리아노’,  드레스덴  젬퍼오퍼극장에서 <탄호이저>의 
‘비너스’  등  배역을  맡았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버르토크 <푸른수염  영주의  성>의 ‘유디트’역으로 
데뷔한 뒤 이 배역으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발레리 게르기에프 지휘 발매 음반에 포함), 마린스키 극장 등 
국제적 무대에 출연해 왔다. 최근 빈 오페라 극장에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부용 공작비‘로 데뷔하였
으며 미셸 플라송이 지휘하는 <베르테르>의 ‘샤를로테’ 역을 맡았다.

김정미 Jungmi Kim, mezzo soprano/ 그림게르데         김지선 Jisun Kim, mezzo soprano/로스바이세

백재은 Jae Eun Paik, mezzo soprano/발트라우테      최종현 JongHyun Choi, mezzo soprano/지그루네
테너 사이먼 오닐 Simon O`Neill, teno/r지그문트

베이스 유리 보로비예프 Yuri Vorobiev, bass/훈딩

유리  보로비예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수석  성악가이다.  글린카  음악원을  졸업하였으며,
림스키코르사코프  예술학교에서  수학하였다. 2004년  림스키코르사코프  영  오페라  싱어  콩쿠르에서  우승
하였다. BBC  프롬스에서 LSO와 <글라골리트  미사>,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푸치니의 <라  보엠>,  캐나다
오페라단,  엑상  프로방스  페스티벌  등에서  스트라빈스키의 <꾀꼬리>를  불렀으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서 <이올란타>와 <꾀꼬리>를,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파르지팔>을 노래하였다.

 

베이스바리톤 에길스 실린스 Egils Silins, bass-baritone/보탄

베이스  바리톤  에길스  실린스는 1988년  라트비아  국립  오페라하우스에서 <메피스토펠레스>로  데뷔했다.
10개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와 바셀 오페라, 빈 국민 오페라극장에 출연
한 뒤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청교도>로 데뷔했으며 <메피스토펠레>의 타이틀 롤, <카르멘>의 ‘에스카미요’ 등
역으로 출연했다. 라 스칼라, 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함부르크 슈타츠오퍼, 젬퍼오퍼, 베를린 독일 오페라
극장 등과 같은 세계의 주요 오페라하우스에서 연주하였으며 탱글우드 음악제,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
글라인드본 음악제 등에 출연했다

 

콘트랄토 양송미 Songmi Yang, contralto /슈베르트라이테

지난해 9월 ‘라인의 황금’에 이어 정명훈의 바그너 시리즈 두 번째 무대가 열린다. ‘니벨룽의 반지’ 두 번째 작품 ‘발퀴레’는
연작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정통 헬덴테노르(영웅적 테너)이자 당대 최고 바그너 음악의 테너로 평가받는 사이먼 오닐이
이번 무대에서 지그문트 역을 맡는다. 지난해 시리즈에도 출연한 베이스 유리 보로비예프를 비롯, 유럽과 미국에서
바그너 싱어로 검증받은 최고의 배역진이 이번 무대에 오른다.
글 유형종(음악 칼럼니스트)


 리하르트 바그너 (1813~1883)
발퀴레(1856) *콘서트 버전

<연주시간: 3시간 50분>
리하르트 바그너의 필생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는 전체 4부작이다. ‘발퀴레’는 그중 두 번째
작품이다. 그런데도 ‘제1야’, 즉 첫 번째 밤이라고 표시된다. 어찌된 일일까? 앞선 ‘라인의 황
금’은 ‘전야(前夜)’이고 ‘발퀴레’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의미다. 이해를 돕기 위
해 본편의 전사(前史)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 줄거리부터 요약한다.

니벨룽(지하세계의 난장이족)의 일원인 알베리히는 라인강 처녀들을 유혹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사랑을 포기하고 처녀들이 지키는 황금을 빼앗는다. 그리고는 황금으로 권력의 상징인
반지와 변신투구를 만들고 그 힘으로 다른 니벨룽을 지배하여 황금을 계속 모은다. 한편 신의
우두머리 보탄은 신들의 새 보금자리 발할라 성을 지어준 거인 형제에게 그 대가로 처제 프라
이아를 주기로 약속한 바람에 아내 프리카의 분노를 산다. 결국 보탄은 거인 형제를 설득하여
프라이아 대신 황금을 잔뜩 주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한다. 황금을 얻기 위해 보탄은 불의 신
로게의 꾀를 빌어 알베리히를 속이고 황금덩이는 물론 투구, 반지까지 빼앗는다. 분하게 보물
을 잃은 알베리히는 반지에 저주를 내리고, 반지를 위시한 보물 일체는 알베리히의 저주로 형
을 때려죽인 거인 파프너의 독차지가 된다.


라인의 황금’부터 한 세대 정도 흐른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발퀴레’다. 그 사이에 벌어진
일들은 ‘발퀴레’ 2막에 긴 대화 형식으로 설명되지만 중요한 것을 미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보탄은 대지의 여신 에르다로부터 모든 것을 원점에 되돌려 놓아야, 즉 황금이 라인 처녀들에
게 돌아가야만 알베리히의 저주를 피하고 신들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예언을 듣는다. 또한
이때 맺은 에르다와의 연분으로 아홉 여전사인 발퀴레를 얻는다. 발퀴레의 임무는 전사한 인
간 영웅들을 데려다가 발할라 성의 수비대 전사로 삼는 일이다. 또한 보탄은 벨제라는 이름으
로 인간 세상에 내려가 한 여인과 관계를 맺고 벨중 족의 쌍둥이 남매를 얻는다. 신의 의지로
부터 독립된 최고 능력의 인간이 계약의 신인 자신이 직접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 즉 거인에
게 정당한 사례로 넘긴 보물을 되찾는 과업을 해주리라 바라는 것이다.

제1막: 훈딩의 집
폭풍우를 묘사하는 전주곡에 이어 어떤 지친 남자가 낯선 집에 들어와 쓰러져 버린다. 지글린데는 외간 남자
를 발견하고 놀라지만 이상한 연민에 끌려 그를 돌본다. 남자는 자신이 베발트(불행)라고 불린다고 말한다.
집주인 훈딩이 귀가하여 어딘가 수상쩍은 남자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남자는 어린 시절 부친과 사냥을 나간
사이에 모친이 살해되고 쌍둥이 누이는 행방불명이 되었으며, 그 후 부친과도 헤어졌다고 말한다. 또한 강제
결혼을 피하려는 어떤 처녀를 도우려다가 오빠들을 죽이고 말았는데, 그 친척들이 추격하기에 도망쳐 온 것
이라고 말한다. 훈딩은 자신이 바로 그 추격자임을 밝히며 손님에 대한 예의로 하룻밤 재워줄 것이지만 내일
아침에는 결투해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 남은 남자는 부친 벨제가 약속한 곤궁할 때의 무기를 찾는다. 훈딩
이 잠든 사이에 지글린데가 나타나 아무도 뽑지 못한 칼이 꼽혀있는 물푸레나무를 가리킨다. 그리고 그 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았으니 그 영웅의 팔에 안기고 싶다고 노래한다. 남자는 지글린데를 껴안는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달빛이 흘러 들어오면서 이들의 사랑은 고조된다. 또한 서로의 외모가 닮았을 뿐 아니라 부친
의 이름이 벨제라는 것을 확인하고 쌍둥이 남매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도 사랑을 나누는데 거리낌이 없다. 
지글린데는 오빠를 지그문트(승리를 지키는 자)라 부르고, 지그문트는 노퉁으로 새로 이름 붙인 칼을 뽑아
낸다. 지그문트는 누이인 동시에 신부가 된 지글린데를 끌어안으며 “벨중의 피여, 영광 있으라!”고 외친다.

1막의 노골적인 근친상간은 무척 불편한 설정이지만 지극히 자극적인 모티브로 관객의 내적
인 욕망을 건드리고자 바그너가 의도한 장치다. 한편으로는 신의 피를 받은 고귀한 후손끼리
결합하여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고자 한 게르만 민족주의의 소산이기도 하다. 바그너는 모든
대본을 직접 썼고 반지 4부작의 복잡한 구도 또한 직접 설계한 것이지만 모티브는 독일과 북
유럽의 여러 신화와 로망스에서 따왔다. 영웅의 근친상간은 뵐숭가 사가를 인용한 것인데 그
관계는 새롭게 변형되었다. 뵐숭가 사가에서 영웅 지구르트의 부친은 뵐숭의 아들 지그문트,
모친은 히오르디스로서 남매지간이 아니다. 지그문트에게는 지그니라는 누이가 있고, 지그
니는 뵐숭과 다른 가족들을 죽인 남편 지게르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그래서 마법의 힘으로 변
신하여 오빠 지그문트와 동침하고 진피오틀리라는 초인적인 아들을 얻는다. 지그니는 이 힘
센 아들을 앞세워 남편을 죽인다. 한편 아무도 뽑지 못한 칼을 뽑는 영웅 이야기는 ‘아서왕 이
야기’와 닮았다는 점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
는 솜씨에서 바그너는 누구보다도 빛난다.

 

제 2막: 거친 바위산

보탄은 발퀴레 중 가장 사랑하는 딸 브륀힐데에게 벨중(지그문트)이 훈딩을 물리치도록 도우라고 명한다.
브륀힐데가 떠나자 보탄의 아내이자 결혼의 신 프리카가 등장한다. 프리카는 간통과 근친상간을 저지른 쌍둥
이 남매를 벌하라고 요구한다. 보탄은 신과 독립적인 자유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영웅으로 지그문트가 필요
하다며 양해를 구하려 하지만 프리카는 그렇다면 보탄이 준 것이나 다름없는 노퉁을 빼앗으라고 요구한다. 
속마음을 완전히 들킨 보탄은 더 이상 버틸 방도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보탄은 브륀힐데를 불러 지나간 옛 일
들을 길게 이야기하며 브륀힐데에게 프리카의 요구대로 하라고 명령한다. 잠시 후 이곳에 지그문트와 지글
린데가 도망쳐 온다. 지글린데가 지쳐 실신한 사이 브륀힐데는 지그문트 앞에 조용히 나타나 곧 죽을 운명과
벨중의 아버지 보탄이 있는 발할라 성을 지키는 책무가 주어질 것임을 알린다. 그러나 지그문트는 지글린데
를 데려갈 수 없다는 말에 그 운명을 거부한다. 이들의 깊은 사랑에 감동한 브륀힐데는 보탄의 명에 반하여
훈딩과의 싸움에서 지그문트를 지키고자 한다. 자신의 명령이 거역될 것을 우려한 보탄의 창이 지그문트의
노퉁을 부러뜨리는 찰나 훈딩의 창이 지그문트의 가슴을 뚫는다. 브륀힐데는 부러진 노퉁을 급히 줍고 실신
한 지글린데를 말에 태워 도망쳐 간다. 보탄은 브륀힐데에게 벌을 내리러 그 뒤를 쫓는다.

앞에 설명한 전사의 이야기가 보탄과 브륀힐데의 긴 대화로 펼쳐지는 것이 흥미롭다. ‘라인
의 황금’을 보지 못했거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관객에게 바그너가 의도한 이야기 구도를 정
확하고 치밀하게 전달하려는 욕심이 반영된 것이지만 지루한 부분인 것은 틀림없다. 대신 과
거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안 바그너가 완성한 ‘무지크드라마(음악극)’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라이트모티브(유도동기)가 종횡으로 구사되고 있으니 그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음악
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 될 수도 있다. 바그너는 ‘발퀴레’ 다음의 ‘지그프리트’와 ‘신
들의 황혼’에도 지난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한편 아무리 근친상간의
장본인이지만 비극적 영웅으로 투사된 지그문트가 보탄의 보호는커녕 사실상 부친의 관여에
따라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또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으로 더 큰 충격을 던지고자 한 바그너의 치밀한 장치인데, 4부작 전체의 주인공인 지그프리
트조차도 ‘신들의 황혼’에서 지그문트의 전철을 밟게 된다.


이들의 깊은 사랑에 감동한 브륀힐데는 보탄의 명에 반하여 훈딩과의 싸움에서
지그문트를 지키고자 한다. 자신의 명령이 거역될 것을 우려한 보탄의 창이
지그문트의 노퉁을 부러뜨리는 찰나 훈딩의 창이 지그문트의 가슴을 뚫는다.

 

제3막: 발퀴레가 모이는 바위산 꼭대기
웅장한 ‘발퀴레의 말 타기’ 음악과 함께 발퀴레들이 소리를 지르며 용사들의 시신을 실은 천마를 타고 모여
든다. 가장 늦게 브륀힐데가 도착하는데 뜻밖에도 용사 대신 여자를 데려왔다. 브륀힐데는 보탄에게 쫓기
고 있다는 사실과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자매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어느 발퀴레도 보탄의 뜻
을 배신할 수는 없다. 의식을 회복한 지글린데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신이 바라는 것은 죽음뿐이라고 말
하지만 브륀힐데가 지그문트의 씨가 잉태되었음을 알려주자 지글린데는 곧 태도를 바꿔 살고 싶다고 호소
한다. 브륀힐데는 거인 파프너가 큰 뱀으로 둔갑하여 보물을 지키고 있는 동쪽 숲으로 도망치라고 한다. 보
탄이 가기 싫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퉁의 파편을 넘겨주며 언젠가 이 칼을 다시 고쳐서 치켜들 아
들의 이름을 지그프리트로 하라고 한다. 지글린데가 도망친 후에 당도한 보탄은 불같이 화를 내며 브륀힐데
에게 “너에게는 이제 발할라의 궁전이 허락되지 않는다. 산 위에 아무도 지켜주지 않은 채 잠들게 하여 어느
지나가는 남자가 너를 겁탈할 때 모든 신성이 사라질 것이다. 너는 그를 주인으로 따르고, 천대받으며 부뚜막
에 앉고 실을 잣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보탄과 둘만 남자 브륀힐데는 자신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속내를 따른 것이라고 하소연하며 벌은 받되 참다운 영웅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바위산 주위에 작열하는 불
꽃이 타오르도록 해달라고 청한다. 속마음은 브륀힐데를 여전히 사랑하는 보탄은 딸의 말에 깊이 감동하여
안타까운 고별의 노래를 부르고 브륀힐데의 소원대로 잠든 딸의 주변에 불꽃이 타오르도록 불의 신 로게를
부른다.

3막을 여는 ‘발퀴레의 말 타기’는 누구나 한번만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인 명
장면이다. 금관악기의 강력한 위용과 소용돌이치는 반주음형이 더해져 마치 포효하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음향이 펼쳐지는 가운데 오로지 여성가수들만으로 남자보다 더 강한
위세를 과시한다. 이 장면의 음악은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과
헨리 폰다 주연의 서부영화 ‘내 이름은 노바디’ 등 여러 영화의 폭력적 장면에 이용되었다. 그
러나 이런 용도로 처음 사용한 장본인은 히틀러의 오른팔 괴벨스였다. 그는 독일 공군이 적
진을  폭격하는  뉴스에 ‘발퀴레의  말  타기’를  삽입했다고  한다.  역시  선동적인  목적이었다. 

 
‘발퀴레’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탄과  브륀힐데의  긴  이중창도 빼어난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바그너 예술의 진면목은 정서적인 감동보다 치밀한 구조에 있는 것으로 평가하곤 하지만 이
장면만큼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만큼이나 바그너의 진실한 감정이 작용한 부분으로 인정할
수 있다. 바그너의 딸 사랑이 반영된 것일까? 이 작품을 구상하던 시기에 바그너에게는 아직
자식이 없었다. 오로지 브륀힐데라는 주인공에 대한 사랑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브륀힐데는
‘지크프리트’와 ‘신들의 황혼’에도 주역 자리를 지키는 전체 극의 진정한 주인공이며 바그너
의 복잡한 여성관이 모조리 투영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브륀힐데를 벌해야 하는 보탄의
무거운 심경은 노래보다 오케스트라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보탄의 입장에서 보
자면 인간 여인에게서 얻은 아들 지그문트를 죽음으로 몰았고, 여신 에르다로부터 얻은 가장
사랑하는 딸과도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그너는 정말 감동이 필요할 때는 가슴
으로 다가갈 줄도 아는 천재였음이 분명하다. 한편 불길이 바위산을 둘러싸서 브륀힐데를 지
킨다는 설정은 차이콥스키의 발레로 유명한 샤를 페로의 동화 ‘잠자는 미녀’에서 덤불숲으로
휩싸인 오로라 공주의 궁전과 비슷하다. 같은 민담에서 가져온 것인데 덩굴을 불길로 바꾸어
한층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테너 사이먼 오닐


뉴질랜드 출신 테너 사이먼 오닐은 세계 무대에서 정교한 헬덴테노르로 입지를 구축해왔다. 메트
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코벤트 가든, 라 스칼라 극장, 바이로이트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주요
아티스트로서 제임스 레바인, 리카르도 무티, 발레리 게르기예프, 다니엘 바렌보임, 피에르 불레즈,
찰스 맥커라스, 콜린 데이비스, 다니엘레 가티, 에도 데 바르트, 파비오 루이지, 사이먼 래틀, 크리스
티안 틸레만 등 저명한 지휘자와 활동하고 있다. 왕립 오페라하우스, 코벤트가든, 라 스칼라 극장 등
에서 파피노, 바렌보임, 래틀 등과 함께한 <발퀴레> ‘지그문트’역 공연으로 찬사를 받았다. 맨해튼
음대와 줄리아드 오페라 센터를 졸업했다.

 

지그문트를 노래할 때
나의 모든 것을 던진다


월 20일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콘체르탄테 두 번째 공연 ‘발퀴레’가 펼쳐진다.
년에 본 첫 공연 ‘라인의 황금’은 어떤 오페라보다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발퀴레’는 관현악과 성악의 에너지가
께 폭발적으로 발산돼 ‘니벨룽의 반지’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혀 전작보다도 더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시간으로 인해 1시간 일찍 시작하지만, 아마 4시간이 금방 지나가지 않을까 한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덴테노르(영웅적 테너) 사이먼 오닐의 노래도 기대된다. 바이로이트와 잘츠부르크 등 세계의 페스티벌과 오페라하우스를 누비며
론가들의 찬사를 받아온 뉴질랜드 출신의 테너.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삶과 화려해 보이는 커리어의 균형을
꾸고 있는 그를 서면 인터뷰했다.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5년  전에  서울에서  성시연이  지휘한  서울시향과  말러 ‘대지의  노
래’를 공연했습니다. 다시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소감을 듣고 싶
군요. 

멋진 도시에 있는 훌륭한 오케스트라에 다시 초대해주셔
서  감사합니다.  마에스트라  성시연과  메조소프라노  예카
테리나 구바노바와 함께했던 말러 공연은 아주 좋은 추억
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지의 노래’는  오케스트라와 성악
진의 완전한 앙상블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연주가 잘 진
행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을  지휘하는 ‘발퀴레’에  참여합니다.
이전에 정명훈 지휘로 노래한 적이 있나요? 그의 지휘에 대해서 어
떻게 생각합니까?
이번이 마에스트로 정명훈과의 첫 무대입니다. 이번 공연
이 몹시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저도 마에스트로처
럼 뉴욕 줄리아드와 맨해튼 음대에서 공부했습니다. 맨해
튼에는 노래를 아주 잘했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국
인이 많았죠. 훌륭한 동료들을 보면서 한국에 대해서 흥미
를 갖게 됐습니다.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닌 헬덴테노르로 알려졌습니다. 누구로부터,
무엇으로부터 주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음악으로부터 성악적인 영감을 받습니다. ‘발퀴레’ 같은 걸
작에 참가하는 건 영예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루치아노 파
바로티와  이탈리아  레퍼토리를,  플라시도  도밍고와  바그
너와 베르디 ‘오텔로’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신사
와 더불어 1930년대를 풍미한 위대한 독일과 스칸디나비
아 테너인 막스 로렌츠와 헬게 로스뱅에, 프란츠 푈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같은 뉴질랜드 출신에 제 멘토였
던 도널드 매킨타이어 경도 빼놓을 수 없죠. 1976년 바이
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보탄을  불렀습니다.  그러나  궁극적
으로 무대 위의 제게 영감을 주는 것은 음악, 음악, 그리고
음악입니다.


영국 로열 오페라에서 파파노 지휘, 라 스칼라와 베를린에서 바렌
보임 지휘, 메트로폴리탄에서 러니클스 지휘  ‘발퀴레’에서 지그문
트로 분해 격찬을 받았습니다. 지그문트라는 배역에 대해 어떤 견
해를 가지고 있나요? 지그문트를 연기할 때 그가 누구라는 생각이
듭니까?

 
지그문트라는 캐릭터는 ‘니벨룽의 반지’에서 바그너의 가
장 진솔한 페르소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반인반신의
지그문트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규율을
거부하고 자유를 사랑하죠. 아들인 지그프리트와 많이 닮
았습니다. 궁극적으로 지그문트의 성격은 휴머니티에 있죠. 
그는  자연과  여인  지클린데의  아름다움에  민감한데요. 
지그프리트 역할을 준비할 때면 그의 아버지가 얼마나 호
감 가는 배역인지를 생각하곤 합니다.

언론에서 “모범적인 지그문트, 탁월한 목소리” “우리 시대의 바그
네리안” “터보차저가 달린 테너”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평소에
체력을 키우는 비법이 있나요?
언론에서 목소리나 공연에 대해 기분 좋은 인용을 해 주는
것은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그문트를  노래할  때  저는  나의  모든  것을  던집니다. 
이 배역은 목소리의 힘과 아름다움을 요하죠. 하지만 결국
스태미너와 욕망의 백열적인 상태를 요구하는 배역입니다.


바그너  오페라와  다른  오페라의  배역을  비교해볼  때  차이점과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바그너는 실제 삶에서는 기이한 사람이었지만, 위대한 천
재 중 하나였음이 분명해요. 특히 ‘링’ 사이클은 서양 고전
음악의 기둥이죠. 작품의 몸체가 너무 거대해서 다른 작품
들을 난쟁이로 만들어버립니다. 제 두 배역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베르디 ‘오텔로’ 중 타이틀 롤 무어인과 바그
너 지그문트 둘 다 제 목소리와 성격 묘사를 확장하게 해
줬습니다. 예전에 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말이죠.


당신의  팬들은  학창시절을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맨해튼 음대에서 공부할 때와 줄리아드에 있을 때 한국의
재능있는 성악가들과 무대에 함께 오르곤 했습니다. 특히
‘이도메네오’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소프라노  최경선,
홀스트  오페라 ‘사비트리’에서  제  친구이기도  한  바리톤
한규원 등이 생각나요. 줄리아드 오페라 센터에서 모차르
트 ‘이도메네오’의 타이틀 롤을 풀랑 ‘카르멜파 수녀들의
대화’ 중 슈발리에, 칼라일 플로이드의 ‘수산나’ 중에서 샘
을 맡으면서 많은 한국인 가수들과 노래했죠

.
뉴질랜드의  클래식  음악계는  어떻습니까?  게오르그  틴트너가  뉴
질랜드 심포니와 연주한 브루크너 교향곡이라든지 크로스오버 가
수 헤일리 웨스튼라는 알고 있습니다만….
뉴질랜드 클래식 음악계는 아주 활발합니다. 작은 나라이
지만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규모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
고 있죠. 낙소스 레이블의 틴트너 브루크너 녹음은 뉴질랜
드 심포니의 가장 뛰어난 녹음 중 하나입니다. 헤일리 웨스
튼라를 비롯해 많은 크로스 오버 아티스트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2010년 저명한 EMI레이블에서
뉴질랜드 심포니와 바그너 아리아 솔로 앨범 ‘아버지와 아
들’을 발매했죠. 핀란드의 거장 피에타리 인키넨이 지휘해
음반상을 받았습니다. 이 음반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후에 음반의 배역을 전세계에서 노래할 수 있게 됐기 때
문이죠.  파르지팔의  아들  로엔그린과  지그프리트의  아버
지 지그문트입니다.


2009년  콜린  데이비스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바비컨  센터에
서 베르디 ‘오텔로’로 데뷔했지요. 악명 높은 주인공을 드라마틱하
게  해석해 “스릴  넘치는” “승리” “엄청난  퍼포먼스” “대단한  데
뷔… 지난 10년 이래 최고의 영웅적 테너” 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당시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하군요. 오텔로를 해석할 때 자신의 관
점은 무엇이었죠? 

제 커리어의 정점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36시
간 남겨놓고 콜린 데이비스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의 ‘오
텔로’에 타이틀 롤을 부를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떠오른  질문은 ‘내가  그 역할을  알고 있는가?’였
어요. 리카르도 무티와 연주하면서 오텔로에 대해서 40퍼
센트를 알게 됐다면 60퍼센트는 그날 데이비스와의 공연
에서 배웠어요. 바비컨 센터에 도착해서 런던 심포니와 콜
린  데이비스경을  만나  극장을  둘러봤죠.  온통  마이크  천
지였어요.  그날  라이브  레코딩으로 CD를  발매하는  연주
회였던  거예요! ‘기뻐하라,  적들은  모두  물속에  잠겼다
(Esultate…)’를 부르고 난 뒤 확실하게 칭찬을 받았죠.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습니까? 그리고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
했나요?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문제가 있을 때 누구랑 얘기합니까?
뉴질랜드 음악학교의 교수로 많은 학생들을 만나서 얘기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언제나 프로페셔널한 음악가를 꿈꿨죠.
오페라에서 커리어를 쌓다 보면 가장 큰 스트레스와 애석한
점은 이따금 찾아오는 외로움이죠. 세계 여러 곳에 연주여행
을 갈 때마다 세 아이와 아름다운 아내가 보고 싶어요.
빈 슈타츠오퍼에서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하는 ‘파르
지팔’ 타이틀 롤로 데뷔한 저녁 때 홀로 호텔로 돌아와서
차 한 잔을 마셨죠. 음악가의 경력은 화려하기만 한 건 아
니랍니다.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무대에서 가장 멋지고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바그너 공연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건 큰 기쁨입니다.
세계 유수의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홀에서 데뷔 무대를
이어가는 것도 멋지죠. 그러나 제게 뭔가 다른 개인적인 기
억을 남기는 것은 함께 공연하는 동료들입니다. 바이로이 
트 페스티벌에서 ‘파르지팔’로 데뷔했을 때 지구상의 가장
훌륭한 가수 중 하나인 연광철의 구르네만츠와 무대를 함
께 나눌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첫 리허설부터 그가 노
래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알찼
던 가창 수업이었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무엇입니까?
파르지팔,  지그문트,  로엔그린,  오텔로,  탄호이저,  트리스
탄 같이 바그너와 베르디 오페라의 주역들을 노래하는 것
이  좋습니다.  지금  저는 43세이고  머지않아  이  배역들을
무대에서 자주 공연할 수 있도록 기교와 목소리의 힘을 계
속 갖추려 합니다.

전문가들은 오페라가 가수들의 시대에서 지휘자의 시대, 연출가의
시대로  바뀌었다  말합니다.  세계  유수의  공연장에서  노래하면서
이 같은 점을 느끼나요?
오늘날 오페라 무대가 연출가들을 중시한다는 데 동의합
니다.  바이로이트의  스테판  헤르하임이나  코벤트  가든의
키스 워너 등 연출가들은 가수들의 에너지를 멋진 프로덕
션을 만드는 데 씁니다. 저는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음악이
라고 봅니다. 따라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무대 위
의  동료  가수들이  무대에서  청중을  위한  걸작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연출이 오페라에서 낭만성이나 꿈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하
세요?
적지 않은 현대 콘셉트의 오페라가 재기 넘칩니다. 저는 아방
가르드와 보수적인 프로덕션 모두 동일한 에너지로 받아들입
니다. 지금은 유명한 한스 노이엔펠스 연출로 바이로이트에
서 ‘로엔그린’ 중의 기사로 데뷔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합창단
원 모두가 쥐처럼 분장한 옷을 입고 있었죠. 환상적이었어요.


많은 성악가들이 노래할 때 ‘발음’을 중요하게 얘기합니다. 외국어
를 발음할 때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정확한 발음은 보컬 라인을 ‘노래하게’ 하는데 매우 중요합
니다. 민요나 리트에서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텍스트와 음
악을 최선을 다해 표현하려 늘 노력해야 합니다. 제 레퍼토
리는 주로 독일과 이탈리아 낭만주의 작품들이죠. 저는 수
년간을  공부하면서  작품들의  텍스트를  발음에  관해서라
면 가능한 한 나무랄 데 없이 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습니다.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작업이지요.

최근 공연이나 투어, 레코딩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일로는 어떤
활동이 있었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난 1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공
연은 저의 아버지 브라이언과 친구들이 함께 소속된 지역
남성 합창단과 ‘대니 보이’를 부른 것이죠. 지난해 아버지
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제게 더욱 소중한 기억입니다.


오늘날 지휘자들도 가수들에게 중요한 예술적인 기여를 한다고 생
각하십니까? 가장 만족스러웠던 협업으로는 어느 지휘자를 들 수
있을까요?

과거 지휘자들처럼 가수들에게 공들이는 지휘자들이 여전
히 많습니다. 다니엘 바렌보임, 안토니오 파파노, 제임스 레
바인같은 지휘자들이 없었다면 제가 현재 수준의 커리어에
도달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 세 분의 명 지휘자는 예전에 꿈
꾸기만 했던 수준으로 올려주셨죠. 고맙게 생각합니다.

연주 외에 시간이 나면 즐기는 일이 있습니까? 취미나 관심사를 알
고 싶군요.

연주여행을 가지 않을 때 저는 한 가정의 가장에 충실하려
합니다. 저는 세  살짜리 예쁜 딸 바이올렛과 여섯 살짜리
사랑스런  쌍둥이  그레이스와  톰의  아빠거든요.  아이들과
아름다운  아내  카르멜(Carmel)과  여느  가족들처럼  시간
을 보내길 좋아합니다. 저는 연주가로서의 커리어 외에는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읽은 책이나 본 영화가 있다면?
뉴질랜드 출신이라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견고합니다. 피
터 잭슨의 호빗 시리즈 ‘다섯 군대의 전투’를 봤는데요, 바
그너적인 규모의 영화더군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향후 6~7년 동안 지그프리트, 탄호이
저, 트리스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나라인 한국
에 1~2년마다 들러서 공연하기를 희망합니다. 꿈이 있다
면 50퍼센트는 환태평양에서,  나머지 50퍼센트는  유럽과
미국에서 공연하는 것입니다.
최고로 놀라운 오케스트라를 지원해주시는 한국과 서울의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위대한  작품을  공연하
게 돼 영예롭게 생각합니다.

 

 

 

바그너, 발퀴레 Wagner,Die Walküre 특성 | [니벨룽의 반지] 네 개의 작품 중 두 번째 작품<br>정보 | 1876년 8월 14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에서 초연

[발퀴레]는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 네 편(라인의 황금-발퀴레-지크프리트-신들의 황혼) 가운데 음악과 스토리 모두 가장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작품입니다. 바그너 오페라, 특히 그의 ‘무지크드라마(Musikdrama. 아리아가 사라지고 극이 강조된 바그너 후기 음악극 형식’는 입문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발퀴레]는 스토리를 따라가며 오케스트라의 변화무쌍한 음악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지루함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감정의 격렬한 폭발과 나직하고 정감 있는 이야기 조가 교차하는 대단히 드라마틱한 극이니까요.

게다가 [발퀴레]에는 귀에 선명하게 꽂히는 멜로디가 비교적 자주 등장합니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 쓰여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발퀴레의 기행(말 달리기)’을 비롯해, ‘지크문트와 지클린데의 이중창’, ‘브륀힐데를 잠재우는 보탄의 이별의 노래’, [불의 마법 음악] 등 극적이고 감동적인 장면마다 인상적인 선율과 관현악부가 나타납니다. 바그너는 이미 1857년 취리히에서 이 작품을 작곡했지만, 초연은 1870년 뮌헨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그리고 [니벨룽의 반지] 전작() 초연 중 [발퀴레] 공연은 1876년 8월 14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남매간의 근친상간과 신검 ‘노퉁’

1막, 폭풍우가 요란하게 휘몰아치는 밤. 훈딩의 집에 웬 전사 하나가 들어와 쓰러집니다. 훈딩의 젊은 아내 지클린데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전사는 하룻밤 자고 가게 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합니다. 마침 집주인인 훈딩이 돌아옵니다. 전사는 훈딩의 질문에 자신의 출신을 밝히죠. 훈딩은 그가 적의 족속임을 알고는, “오늘은 재워주겠지만 내일 날이 밝으면 결투를 하자”고 말하면서 잠자리에 듭니다.

전사는 위급할 때 칼을 보내주겠다고 한 아버지의 약속을 기억합니다. 그때 훈딩의 아내가 남편을 수면제로 재우고 빠져나와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이야기하죠. 납치되어 강제로 훈딩과 결혼식을 치르게 된 날, 갑자기 애꾸눈의 노인(보탄)이 나타나 마당의 큰 물푸레나무 밑둥에 칼을 꽂아놓고 갔는데 누구도 이제까지 그 칼을 뽑지 못했다고 지클린데는 설명합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릴 때 헤어진 벨중족의 쌍둥이 남매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두 사람은 벅찬 기쁨과 격정적인 열정을 느끼며 함께 환희의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겨울 폭풍은 사라지고’와 ‘바로 그대가 봄입니다!’라는 노래죠. 사랑의 감정이 절정에 도달했을 때 지크문트는 벌떡 일어나 나무에 꽂힌 그 칼을 뽑아듭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도망치지요.

 

 

2막에서 남편 보탄의 처신에 잔뜩 화가 난 아내 프리카가 달려 내려오는 것을 보고 보탄의 딸 브륀힐데는 재빨리 도망칩니다. 지클린데는 혼인의 서약을 어기고 남편 훈딩을 배신해가면서 친오빠와 근친상간을 저질렀고 보탄은 인간 여인의 몸에서 얻은 지크문트에게 마법의 칼을 주었기 때문에, 결혼의 신이자 가정의 신인 프리카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 일을 묵인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훈딩이 직접 프리카 여신에게 복수를 청했기 때문에 ‘가정의 수호신’인 프리카는 이 사건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죠.

프리카가 남편의 잘못을 꼼꼼하게 짚어가며 성토하고 나서 사라지자, 모든 발퀴레들 중 보탄이 가장 사랑하는 딸인 총명한 브륀힐데가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의 고민을 들어줍니다. 보탄은 브륀힐데에게, 젊은 시절에 지녔던 사랑의 욕구가 시들어갈 무렵 자신의 영혼은 권력을 갈망해 악의 세력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자책 섞인 고백을 합니다. 알베리히의 절대반지를 라인의 처녀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자신의 욕심을 후회하죠. 당시 보탄은 무력으로 반지를 빼앗아 죄를 지었고, 그로 인해 멸망할 신들의 세계를 구원하려면 이 사건과 무관하고 아무런 죄가 없는 순수한 영웅이 필요합니다. 맹세와 계약의 수호자인 보탄이 거인 파프너가 가져간 반지를 자기 손으로 빼앗을 수는 없으므로, 계약에 속박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이죠. 그래서 바로 그 영웅이 될 아들 지크문트를 살리려 했던 것인데, 그 계획이 좌절을 겪게 되자 보탄은 깊은 체념과 절망에 빠집니다.

결국 보탄은 착잡한 심정으로, 훈딩이 아닌 자기 아들 지크문트를 죽이라고 브륀힐데에게 말하고 떠나버립니다. 최고의 신으로서 선정()을 베풀겠다는 젊은 날의 이상과 꿈을 버리고 권력과 부에 대한 욕망 때문에 현실과 영합한 보탄은 옳은 길을 알면서도 불의를 택했기 때문에 힘을 잃어갑니다.

한편 훈딩의 집에서 도망쳐 나온 지클린데와 지크문트는 훈딩의 추격을 받게 됩니다. 달리다가 지친 지클린데는 탈진해 쓰러지고, 브륀힐데는 아버지 보탄의 명대로 지크문트를 죽게 해 신들의 세계로 데려가려고 나타납니다. 그러나 결코 지클린데와 떨어질 수 없다는 지크문트의 단호한 사랑을 본 브륀힐데는 지크문트를 지클린데와 함께 지켜주기로 마음먹지요. 그래서 지크문트가 훈딩과 결전을 벌일 때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고 지크문트의 편을 듭니다. 그러자 갑자기 보탄이 나타나 자기가 지크문트에게 주었던 마법의 검 노퉁(Notung)을 동강내고 훈딩을 승리하게 해 줍니다. 지크문트가 쓰러지자 브륀힐데는 부러진 칼을 챙겨들고 지클린데를 말에 태워 달아납니다, 프리카에게 가서 약속을 지켰다고 전하라고 보탄이 호령하자 훈딩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보탄은 달아나는 딸 브륀힐데에게 벌을 내리겠다고 외칩니다.

 

발퀴레의 기행과 불의 장벽

3막. 가파른 바위산 꼭대기에서 발퀴레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용맹한 전사들의 주검을 신들의 궁전 ‘발할’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발퀴레는 바로 이런 사명을 띤 여전사들입니다. ‘호요토효! 하야하!’ 하는 발퀴레들의 외침과 함께 저 유명한 ‘발퀴레의 기행’이 연주됩니다. 그때 여덟 명의 발퀴레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브륀힐데가 지클린데를 데리고 날아옵니다. 이들은 모두 보탄이 대지의 여신 에르다와 정을 통해 낳은 딸들이죠.

 

 

 

 

브륀힐데는 보탄이 추격하고 있으니 제발 지클린데를 숨겨달라고 발퀴레들에게 간청하지만, 아버지 보탄이 두려워서 누구도 선뜻 도와주려 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죽고 싶다고 외치는 지클린데에게 브륀힐데는, 지클린데의 뱃속에 지크문트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면서, 거인 파프너가 반지를 지키고 있는 동굴에 가서 숨으라고 일러줍니다. 그리고 아기를 낳으면 이름을 ‘지크프리트’라고 지으라고 알려주지요. 이 말에 희망을 얻은 지클린데는 용기를 내어 파프너의 동굴로 숨으러 갑니다.

명령을 어겼다고 추궁하는 보탄에게 브륀힐데는 아들 지크문트를 살리고 싶은 아버지의 속뜻을 읽어 그 뜻을 대신 실현한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다른 신들을 다스리는 신으로서 대의명분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보탄은 눈물을 머금고 가장 총명한 딸을 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발퀴레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게 해달라는 브륀힐데의 청을 받아들여 보탄은 브륀힐데를 영원한 잠에 빠져들게 한 뒤 불의 장벽 안에 가둡니다. 무적의 전사가 나타나 용감하게 불의 장벽을 뚫고 들어가 브륀힐데를 깨울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이죠.

 

이 불의 장벽은 오만한 브륀힐데에 대한 벌인 동시에 가장 사랑하는 딸에 대한 애정의 보호장치입니다. 그리고 보탄 자신의 힘의 한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내건 대의명분 때문에 자승자박의 형국에 처한 보탄은 스스로의 과오를 깨닫고도 그 점을 개선하지 못하죠. 그리고 젊은 시절의 자신처럼 바른 의지와 혈기를 지닌 브륀힐데, 그러니까 자신의 또 하나의 자아를 가둬버린 셈입니다.

 

가장 총명하고 자신을 닮은 딸 브륀힐데를 기약없는 잠의 세계로 보내는 아버지 보탄의 마음은 괴롭고 착잡합니다. 보탄이 불의 신 로게를 불러 잠든 브륀힐데 주위에 불의 장벽을 쌓게 하는 장면은 [발퀴레] 전체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면으로, 관객의 기대가 가장 고조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영롱한 음악 역시 초지상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보탄이 마지막으로 브륀힐데와 포옹하는 장면에서 불꽃처럼 타오르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는 관객에게 최고의 예술적 쾌락을 선사하죠. 그리고 멸망해 가는 신들의 세계에 기다림과 희망으로 출발하는 인간의 세계를 대비시킵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발퀴레]는 소프라노 데보라 보이트의 브륀힐데,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의 지크문트 그리고 소프라노 에파 마리아 베스트브뢰크의 지클린데 등 최고의 배역진과 놀라운 스케일로 세계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글/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6.27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511

 

 

 Wagner - Die Walkure (The Valkyrie) Full

 

 Wagner: "Die Walküre", Act 1 - Thielemann (Bayreuth 2007)

 

 

Wagner: "Die Walküre", Act 2 - Thielemann (Bayreuth 2007)

 

 Wagner: "Die Walküre", Act 3 - Thielemann (Bayreuth 2007)

 

 

 Wagner - Die Walküre, Bayreuth 1992 (Barenboim, Tomlinson, Elming, Secunde)

 

 Die Walküre (Met) - Wehwalt heisst du fürwahr? (Westbroek, Kaufmann)

 

 The Ride of the Valkyries from Wagner's Ring Cycle at the M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