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려 라이콧 브리지에 도착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한 밤중에 도착해서 공항 짐 무게때문에 무거운건 배낭에 다 넣었던 짐을 다시 카고백으로 옮기는 등
밤을 새고 1시간 남짓 그냥 누워있다가 새벽 4시... 첫 일정을 시작....
그 설레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곳에서 산사태로 12시간을 묶여 있었던....
지독한 곳...라이콧 브리지다.
우린 이곳 차고에다 큰 짐은 차에 둔 채 차를 주차한 다음 이곳 마을에서 운영하는 짚차로 갈아타고 페어리 메도우까지 왕복 하는 거다.
페어리 메도우에서의 일정은 3박4일이다.
한참 페어리 메도우에 가져갈 짐을 꾸리느라 정신없는데, 누군가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온다.
아악!!
이곳 경찰의 보스...
지독히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건 지,아님 외국인 여자에게 관심이 많은건 지...
지난번 이곳에 묶여있을 때에 우리 주변을 멤돌며 끊임없이 은근 슬쩍 포즈잡고...
또 우리와 함께 사진 찍기를 원하고...
자신의 핸폰에도 수없이 우릴 찍어댄 절대 잊을 수 없는 지독한 보스다.
왠지 반가움 보다는 비명이 질러진다.
그런데 오늘 옷차림은 경찰 정복이 아닌 사복 차림이다.
근엄한 경찰 보스 이미지는 어디가고 그냥 아저씨 같다. ㅋ~
으이구~~우리가 자기를 몰라볼까...
보스는 반갑다고...자신의 핸폰에 찍혀있는 우리들 사진을 보여주고 난리다.
우리도 할수없이 반가운 척하며 또 끌려가다시피해 사진을 찍었다는...ㅠㅠ
라이콧 브리지 언덕에 있는 샹그릴라 호텔을 끼고 오르는 길이 바로 페어리메도우로 가는 길이었다.
세상에~
12시간을 이곳에 묶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몰랐다니....ㅠㅠ
우리를 싣고 갈 작은 짚차가 저만치서 들어왔다.
이 차에 우리의 짐을 다 싣고, 임티아스에 우리의 기사까지 5명...아니 짚기사까지 6명이 타야하는 거다.
과연 다 싣고 탈 수 있을까...싶었는데...귀신같이 짐을 싣고 우리를 요소 요소에 태운다.
하긴 이곳에 정원이 있었던가~
차고 흘러 넘쳐도 사람이 있으면 다 타는것이 이곳의 자동차 정원이다.ㅋ
워낙에 가파른 오르막이라 이내 우리의 입에선 탄성이 터진다.
한눈에 훤히 내려다 보이는 험준하고도 기막힌 산군들이...그리고 그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는 강줄기가....
그러고 보니 아까 오면서 보았던 뷰포인트가 저기 어디쯤이 아닐 지....
이곳 페어리 메도우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에 있으니, 저 아래로 까마득하게 보이는 산군은 카라코람 산군과 힌두쿠시 산군일까...
그 가운데 흐르는 강은 길기트 강이고...??
아~~ 모르겠다~
암튼 기절한 만한 환상적 풍광이다.
짚은 거침없이 하늘로 솟구치듯 나있는 험악하고도 실같은 아찔한 길을 차고 올랐다.
계곡쪽 창가에 앉은 난 그 스릴감이 극점에 닿았다고나 할까.....
누군가는 이 길을 오르면서 오줌을 지렸다고 하는데....
아놔~ 난 신바람이 나 주체할 수 없으니 이런 날 누가 말려준담~
참으로 인간의 힘은 대단하달밖에....
창으로 얼굴을 내밀어 우리가 오르는 길을 바라보니, 깍아지른 수백 미터의 높이에 길을 내고 그 길섶을 돌로 예술처럼 쌓아 올렸다.
그야말로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되는 축대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 아래 흘러내리고 있는 돌 흙더미를 보면 정말 악 소리가 안 날수가 없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다쳐!!
그냥 멀찌감치 환타스틱한 뷰만 즐기는 거야~
까마득한 낭떠러지 절벽 길을 갈땐 절대 아래를 내려다 보면 안되는것 처럼...
앞,뒤 어디를 바라봐도 그저 '악' 소리나는 풍광의 연속이었다.
그 비명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어마 어마하게 펼쳐지는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시의 환타스틱한 파노라마와 그 곳 중턱에 한 줄 믿을 수 없는 길이
예술 처럼 나 있다는 것에 대한 자연과 인간의 힘과 열망에 대한 경이로움 이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버럭이 또 난리났다.
저 길을 걸어서 내려가고 싶다고....
글쎄...
그러고 보니 걸어 내려갈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나도 그렇게 걸어 내려가 보고 싶다.
짚차를 타고 달리는 아찔한 스릴감은 덜 하겠지만, 이 치명적인 위험과 스릴 구간을 맘껏 아날로그적으로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서다.
세상에~
라카포시도 디란도 라토보도 해발 4,000m가 넘는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고, 빙하를 건너 그리 야생화 만발한 환타스틱한 푸른 초원이
있을 줄이야 상상을 했을까....
도대체 이곳 페어리 메도우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를 또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릴까....
이렇게도 질리도록 험준하고 황량한 곳 어디에 그런 천국이 또 숨어 있다는 걸까...
길은 점점 더 험준한 미궁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러다가 이곳도 어느 순간 하얀 빙하가 나타나고...그 빙하를 건너야 푸르른 초원이 나오는거 아닐까...??
험준한 구간이 점점 더 심해질 수록 페어리 메도우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빙하대신 마을이 나타났다.
이곳에 터를 잡고 농지를 만들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이가 있다는게 놀랍다.
그러고 보니, 이곳 세찬 계곡물도 낭가파르밧의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려오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장장 8,126m 로 세계에서 9번째, 파키스탄에선 K2다음으로 높은 산인 낭가파르밧이다.
라토보BC 가던 중 낭가파르밧 루팔벽을 보던 그 위용 만큼 대단할까....??
짚차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 이다.
이제부턴 걸어서 페어리 메도우까지 가야한다.
아~~
그런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어쩔거나~
우리야 우비도 있고 방수 쟈켓도 있다만...
이풀의 카메라 포터겸 우리의 기사와 임티아스는 패딩을 입었는데....
아니지~ 우리의 카고백 젖으면 심란한데...
물론 안에 다 방수팩을 사용해 이중으로 패킹을 했긴 했다만....
조금만 참아주지~ㅠㅠ
계곡을 건너 조금 오르막을 오르니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가게가 있다.
들어가서 따끈한 짜이를 한 잔 마시며 짐을 다시 정리하고, 나는 우비가 있으니 고어쟈켓으로 임티아스 배낭을 씌어 주었다.
배낭이 젖어 그 안의 내용물이 다 젖으면 심란해지니...
비가 잦아들면 좋으련만....
빗줄기가 점점 더 세어진다.
페어리 메도우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역시 그만한 댓가를 치르고 신의 퍼밋을 받아야만 볼 수가 있는 곳인것 같다.
Joaquin Rodrigo
Fantasia para un Gentilhombre for guitar & orchestra
어느 귀인을위한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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