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르두 시내를 조금 벗어나 K2모텔에 도착했다.
등급은 마셔브룸 호텔보다 떨어지겠지만 내부 시설이나 뷰는 오히려 마셔브룸 호텔보다 더 좋아 보인다.
그러고 보니, 마셔브룸 호텔도 뷰가 아주 좋았는데, 왜 이곳이 훨씬 더 좋다고 느꼈을까...생각해 보니,
우리 방 위치가 일단 시내쪽을 보고 있었던 마셔브룸 호텔과는 달리 이곳은 전체 방이 강을 향해 창이 나 있을뿐만 아니라 2층 방의 천정 높이가 얼마나 높은 지...
일단 방의 크기도 엄청나게 크고 복도나 중간에 나 있는 문으로 나가면 또 넓다란 테라스가 있어 강을 바라보고 있기도 그만이다.
어디 그뿐인가~
밖의 조경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가꾸어 놓았는 지....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예쁜 꽃들과 나무들 사이 하얀 탁자와 의자에 앉아 강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입에서 '좋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왠만한 호텔방의 2배 크기에 한배 반은 높은 천정...
그리고 예쁜 시트.....
멋진 밖의 조경....
벌써 성수기가 지난것인 지, 호텔에 손님도 많지 않아 더욱 자유로와 방에 있어도 좋고...밖에 있어도 좋고....
발코니에 나가 있어도 좋고...
호텔 어디를 쏘다녀도 자유롭고 편안해 좋았다.
저녁때 시장통에 나가 닭꼬치 바베큐를 먹으려고 했던것을 포기하고 우린 그냥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대신 샤키와 임티아스가 나가서 로스트 치킨과 닭꼬치 바베큐등 푸짐한 저녁거리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어두워진 정원뜰 가로등불 아래 앉아 만찬을 벌이는 일도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조금은 늦은 저녁이기도 했지만 분위기 때문에도 정말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다.
새벽 3시반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어제 출발해서 라이콧 브리지에서 자고, 오늘 페어리 메도우에 가는 일정이었었는데....
산사태로 길이 끊겨 어제 스카르두에 머물었으므로 오늘 하루에 페어리 메도우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우리야 이제까지 하루도 어김없이 시간 엄수에 철저했으므로 4시반에 여지없이 준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식당도 어두컴컴하고, 임티아스와 샤키도 보이지 않는다.
뭔일이 또 있는건가...
혹시 아직도 길이 복구되지 않은건가....
약간의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샤키와 임티아스는 우리 방으로 올라왔고, 그 사이 식당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아메리칸 조식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제 파키스탄의 마지막 여정인 페어리 메도우를 향해 출발이다.
한동안은 동이 트기 전 어둠속을 달렸다.
차라리 익숙한 움직임에 달콤한 나른함이 온 몸을 덮는다.
살짝 쏟아지는 졸음에 오수를 즐기듯 몸을 편히 맡긴다.
어느 순간 동이 트더니, 이내 우리 시야에 들어온 풍광은 이제까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여전히 거대한 암산에...위험 천만인 낙석구간....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리는 기분이 또 아찔하게 한다.
이 기인 여정...
어디선가 하루를 묵고 우리 처럼 꼭두새벽에 일어나 출발했을 법한 트럭들이 줄지어 달려온다.
이제는 트럭을 얼마 만큼 멋드러지게 장식을 했는가....
얼마나 돈이 들어갔을까...
스쳐 지나는 짧은 순간에 휘익 훑어보는 재미까지 터득했다.
상상도 못할 그 이상인 화려한 장식에 웃음과 함께 놀라운 맘까지 인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리다 보면 고독감에 나도 모르게 휩쌓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독감이 치명적일 만큼 매혹적이기도 하지만....
또 반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내 입가에 미소가 함박만하게 번지는 나를 발견한다.
저만치서 사람이 흘러 넘칠것 같은 짚차가 달려오고 있다.
이곳에서 '위험' 이란 단어가 존재는 하고 있는걸까....
자연이 그렇고....
그 자연속에 곡예 처럼 길을 낸 인간이 그렇고....
그 험로를 또 저렇듯 사람이 흘러 넘칠 만큼 타고 달리고 있으니....
지그 재그 험준한 길을 끝없이 달린다.
오늘 하루 종일 이런 길을...아니, 이보다 훨씬 더 ....상상을 뛰어 넘는 길을 달릴 지도 모른다.
아니, 우린 온 몸에 긴장의 끈을 휘두른 채 그런 길을 학수 고대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곳을 다녀간 지인의 말이...'오줌을 질근 질근 지릴정도 였다..'고 그랬었으니까.....
우리 모두는 그런 위험과 익사이팅함을 즐기고자 이곳을 찾아 왔는 지도 모른다.
분명 그 댓가는 또 우리의 기대이상을 훌쩍 뛰어넘기며 감동으로 대신해 준다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그래서 일까....
길이 점 점 더 아찔할 정도로 험준해지고....
험악한 암산이 시야를 가득 메워 올때 마다 차라리 우린 그곳에서 기막힌 아름다움과 전율을 느꼈다.
어제도 그랬는데....
파아란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한바탕 쇼를 벌이듯
흩날리고...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갖가지 모양새와 농담으로 우리 맘을 완전히 홀렸었는데...
오늘도 역시 거친 암산을 배경삼아 파아란 하늘에서의 구름들은 한바탕 우주쇼를 벌이듯 혼줄을 뺏어갔다.
그러는 사이 일종의 휴계소 같은곳엘 들렸다.
차라리 이 험준함속에 집이 있다는게 낫설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반 지하로 내려가니 허름한 숙소다.
아마 대부분 트럭 기사들이 머물다 가는곳일게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바로 코앞에 거친 계곡물이 흘러간다.
언제 굴러 떨어진 바위들인 지, 집채만한 돌덩이들이 계곡 가에 널부러져 있다.
우기가 되어 산사태가 일어나면 어느순간 흔적도 없이 마을이...집들이...사람들이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짜이를 한 잔 마시고는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갈 길이 멀다.
기막힌 풍광이 또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누르게 한다.
하긴...하루 종일 이런 길을 달리는데...
어느 한 순간이라도 기막힌 풍광이 아닌곳이 있었던가~
단지 내가 앉은 쪽이 산 쪽이면 사진을 못찍고, 내가 앉은 쪽이 강쪽이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거지.
거대한 암산은 암산대로...
꼭대기서 들어 부은것 같이 돌과 자갈, 고운 모래가 물 흐르듯 흘러내리는 곳은 또 그대로...
이 처럼 또 기막힌 나무숲과 계단식 농지와 마을이 나오면 또 그대로...
파아란 하늘색과 하얀 구름들까지 한몫 하며
하루 종일 매 순간 흥분의 도가니였지.
어제의 기억에서 채 헤어나오기도 전에 오늘도 파아란 하늘에서 우주쇼가 또 펼쳐졌다.
마치 누군가가 화약을 놓아 불꽃을 쏘아 올리 듯 수많은 형태의 구름들이 향연을 펼쳤다.
신나게 달리던 짚이 섰다.
화장실을 가게 하기 위해선가...했더니, 이곳이 뷰포인트란다.
바로
인더스 강줄기를 중심으로
히말라야 산군과
힌두쿠시 산군..
그리고 카라코람 산군이 이곳에서 만나고, 이곳에서 부터 갈라지는 것이다.
표지판을 보면서 주위를 훑어본다.
어느 산군 하나 대단한 위용을 품어내지 않는 산군이 없다.
감탄사가 절로 난다.
Andrew Lloyd Webber (1948 - )
Phantom of the Opera
All I Ask of You
Michael Crawford, vocal
Barbara Bonney, 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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