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94.파키스탄3부/ 올드칸데에서 만난 사비나...절대적 아름다움...카네마을...그리고...

나베가 2015. 4. 16. 03:53

 

 

우리 스텝들이 당한 올드 칸데의 산사태 지역을 지나며 잠시 울컥해졌던 맘을 다스리고

마을로 들어섰다.

산사태로 집과 터를 잃고 뉴 칸데로 이주한 사람들과는 달리

여전히 이곳에 터를 두고 살고 있는 대다수 칸데 사람들의 삶은 평온해 보인다.

잘 자라 노오랗게 익은 풍성한 밀밭의 들녘 풍광 때문일까....

 

 

 

한 참을 내려가다가 세 여자 아이를 만났다.

카메라를 든 우리를 보자 이들은 잽싸게 몸을 돌려 얼굴을 가렸다.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이 이들에게 카메라를 드리밀었으면 지레 겁을 먹고 저리 할까...

그런 맘이 들면서도 이들의 이런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이런 모습이 되려 귀엽기도 하고...

어쩌면 이런 모습이야말로 이들의 진면목인것 같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어린 꼬마 아가씨는 더욱 심하게 카메라를 거부한다.

뒤돌아선것도 모자라 얼굴까지 손으로 가렸다.

그런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 지...

옷 입은것도 넘 귀엽다.ㅎㅎ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이 아가씨들은 우리를 앞서서 재빠른 걸음으로 걸어내려 간다.

 

 

 

 

 

 

얼만큼을 아이들의 뒤를 따라 걸어간 걸까....

갑자기 아이들이 파란 대문앞에 서성이며 우리를 흘끗 바라본다.

 

아~

세상에~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질 만큼 검은 자수 히잡을 쓴 여자아이는 매력적이고도 이뻤다.

어쩌면 우리 말고도 수도없이 많은 여행객들이 이 꼬마 아가씨를 카메라에 담고 싶어 안달을 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들었다.

우리 맘이 그리도 간절했으니까...

절대미를 발견한 흥분이랄까...뭐 그런 느낌...

 

그런데....

이 아이도 그걸 아는거 같다.

처음 우리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렇게도 잽싸게 뒤로 돌아섰던것과는 달리 집에 들어가지 않고 계속 문앞에 서 있는 모습이...

 

우리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쁘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꼭 사진을 찍고 싶다고 간청했다.

 

 

 

 

 

 

우리의 이 간절한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아니면 아이도 못내 사진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예쁘다'는 소리에 그만 마음이 동한걸까...

 

뜻밖에도 아이는 얼굴을 우리에게 향한 채로 카메라 샷 날리는걸 허락했다.

조금은 어색한 듯...

조금은 쑥스러운 듯...

저 나이이에 지을 수 없는 오묘한 그 무엇을 얼굴 가득 풍기면서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다.

우린 어느 순간 무안해서 들어가 버릴 지 모를 이 아이를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가 큰아이에게 정신이 팔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 사이 꼬마 아가씨는 이런 우리를 뚫어져라고 쳐다보고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이쁜 지....그 순간 난 재빨리 셔터를 꼬마에게 날렸다.

 

세상에~

저 눈망울 좀 봐~

 

 

 

 

 

 

 

 

우리는 아이들이 찍힌 액정을 보여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름을 물어보니, '사비나' 란다.

이름도 얼굴 만큼 이쁘다,

 

 

 

아이와 헤어지고 우린 흥분상태로 차로 돌아왔다.

오늘은 더 이상 아무데도 안가도 될 만큼 감동지수 100 이다.

파키스탄에서 절대 찍을 수 없는 이 어여쁜 꼬마 아가씨 '사비나'를 카메라에 담았으니 말이다.

 

 

 

 

 

 

우린 칸데 마을에서 더 내려가 카네 마을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길섶에 살구를 막 따는 부녀를 만났다.

살구 먹고 싶다는 말에 임티아스는 차를 세우고 그들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한다.

 

살구 나무 아래로 흥건히 떨어져 있는 살구...

아마 그냥 실컷 먹으라고 했을것 같다는....ㅎ

 

우린 정신없이 살구를 먹으며 봉투에 주어 담았다.

이 순간에도 이 부녀 역시 카메라에 사진 찍힐까....뒤 돌아서 앉아있다.

 

 

 

 

살구를 실컷 먹고 고마움의 표시로 이들에게 약간의 팁(버럭이가 줌)을 쥐어주고는 카네로 다시 향했다.

 

 

 

 

 

 

 

 

스카르두로 나가는 길 한켠으로 또 다른 길이 나있다.

바로 강건너 마을이 카네인 모양이다.

 

 

 

이 마을 역시 노오랗게 익어가는 밀밭과 녹음이 푸르른 비옥한 농경지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그림같은 풍광이고...

 

 

 

 

 

 

강을 건너기 위해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보기에도 위압적인 암산과 낙석절벽의 향연이 또 눈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인것이....절벽 중턱을 가로 지르는 곡예 길과

그 밑으로 쌓은 축대다.

저렇게 손으로 일일이 돌로 축대를 쌓아 후세까지 도로를 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리를 건너 카네마을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또 뭔일이란 말인가~

어디 산사태가 또 났는 지, 차량이 건너 갈 수 없을 정도로 끊어진 길로 물이 흘러 넘쳤다.

이 곳이 이 마을의 상습 산사태 구역인 지, 아님 요 며칠 사이에 무너진 현장인 지,,,,

마을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리고 길 아래로 나무를 이어 만든 다리가 걸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상습 산사태 지역이 맞는 듯하다. 

 

 

 

 

 

이곳 마을도 둘러 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이 우린 발길을 돌렸다.

노오란 밀밭에 나와 추수를 하는건 지, 잡일을 하는건 지....

한 식구가 나와 앉아있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이들 역시 우리를 발견하자 뒤돌아서서는 절대 돌아서지 않는다.

 

 

 

 

 

 

 

 

 

 

 

 

 

 

 

 

 

 

 

 

 

 

 

 

 

카네에 들어섰지만 더이상 마을로 들어서지 못하고

뉴 칸데 숙소로 돌아왔다.

상치가 어제 오늘 비를 맞고는 훌쩍 자란것 같다.

오늘 점심에 이 상치와 각종 야채를 넣고 비빔밥을 해먹을까부다.

 

아닌게 아니라 후세에게 간단히 쿠키와 차를 마시고 카네 가는 길에 살구까지 먹었지만 배가 많이 고프다.

 

주방으로 들어가서 한국음식-비빔밥을 해먹겠다고 말하고 온갖 야채를 씻어 준비토록 했다.

감자,당근,양파,피망,목이버섯등을 채썰어 살짝 볶고, 상치와 양배추, 계란 후라이까지 해서 커다란 양푼에 둘러 담으니 뭔 요리같다.

그리고 목이버섯과 미역을 넣고 미소된장국까지 끓였다.

준비해간 김자반에 깨소금까지 뿌려 먹으니 이건 뭐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커다란 양푼 가득한 엄청난 양을 다 먹어치우다니....

아무래도 우리 먹는거 보고, 한국 여자랑 결혼하면 큰일 나겠다...생각할거 같다며 또 우린 박장대소를 했다.

 

점심을 먹고는 우린 그대로 누워 취침모드로 들어갔다.

이대로 '소'가 되기로 결심했다고나 할까....ㅋㅋ

에라 모르겠다.

K2여정에서 빠진 살...도로아미 타불이 될것만 같다.

 

 

 

 

 

겨우 깨서 헤마옛이 닭 잡는거 보고는 또 내가 저녁을 하겠다고 말해버렸다.

오늘의 저녁 요리는 '닭도리탕'

 

복잡한 한국 요리에 질려서 이젠 나만 찾던 헤마옛이

내가 주방에 들어 올까봐 겁낼것 같다고...

우린 또 깔깔 댔다.

 

닭을 재어놓아야 해서 일찌감치 주방으로 갔다.

헤마옛은 내가 시킨대로 감자와 양파, 마늘까지 깨끗이 까서 씻어놓았다.

커다란 닭의 일부는 스텝들 먹게 남겨두고 나머지를 갖은 양념을 해서 재어놓았다.

그리고

주방 살림살이를 뒤지다 보니, 놀랍게도 김미곤 원정대팀에게서 얻은 갖가지 젖갈류와 김치를 담글 수 있는 멸치액젖까지 있는거다.

냄새가 지독하니, 꽁꽁 싸둔채 펴보지도 않은거다.

그리고, 놀랍게도 파까지 있다. 물어보니,파키스탄 사람들도 파를 먹는단다.

 

아이고~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는 야채더미를 뒤져 이번엔 파,마늘,멸치액젖까지 넣은 양배추 김치를 제대로 담그었다.

 

피망과 당근,양파,컬리 플라워까지 케쳡을 넣어 볶아내니, 닭도리탕 하나도 감지덕지일 판에

김치와 창란,낙지젓갈에 오징어 채와 깻잎까지 있었으니, 한국에 있어도 이 모든게 다 밥도둑인데 파키스탄에 와서 어떠하겠는가~

오늘 저녁은 또 밥까지 살짝 누른게 맛있어서 무려 3공기를 먹었다는....

 

아무래도 이제는 스텝들이 우릴 겁낼것만 같다.

어디 이렇게 많이 먹어서야 뭐가 남아날까 싶어...

아니 뭐...그 보다는 야채만 보면 내가 요리를 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내일 부턴 주방 출입금지 되는거 아닐까...

싶다는...ㅋㅋ

 

낼 아침은 밥만해서 닭도리탕 국물하고 먹을거라 했더니, 금새 헤마옛 얼굴이 환해진다. ㅋㅋ

 

할일도 없고...

기운도 넘쳐나니, 요리할 생각만 한다.

내년엔 어떻게 먹거리를 준비해 와야할 지, 요리 재료들을 나열하면서 웃어재꼈다.

어디서 그리도 우스개 소리들이 터져나오는 지....

이제는 그 우스개 소리마저도 연속극으로 이어져 더 배꼽을 잡게 한다.

그나마 이렇게 먹어재끼고 실컷 웃으니 소가 될것이 송아지 정도에서 그칠라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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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날씨가 좋든 나쁘든 밍글로 블록으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하늘에 별이 총총이다.

낮잠을 실컷 자서 잠이 올것 같지않더니만, 배가 남산만큼 부르니 또 잠이 슬슬 온다.

 

창밖의 바람소리와 나뭇잎 흩날리는 소리가 한없이 평화롭고 편안하게 한다.

 

언제부턴가 여행을 하면서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그냥 적막함이, 고요함이 한없이 좋고, 그러함에 들리는 자연의 소리들이 좋아서다.

건넌방에서 들려오는 조금은 소란스런 이야기 소리 조차 정겹게 들린다.

모든게 시간을 되돌려 까마득한 곳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마치 5일간 열심히 일하고 주말과 휴일이 있듯 여행중 이렇게 푸욱 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든다.

그저 모든게 너무 좋다!

 

세상일이 계획대로 안된다고 안깐힘 쓸 필요도 없다.

다른 무엇인가가 반드시 기다리고 있으니까....

때로는 전혀 예상치도 않은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큼 엄청난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Paganini - Cantabile And Wal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