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괜찮다면 내일은 '밍글로 블록'에 가기로 결정하고
6시에 아침식사, 6시반에 출발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오늘도 여전히 날씨가 잔뜩 흐리다.
왠지 오늘도 종일 비가 쏟아질것만 같다.
벌써 우기가 시작된건가??
이제 3부 여정 시작인데...ㅠㅠ
물어보니, 이곳은 우기라는게 따로 없다고 한다.
그렇지~
주변이 온통 암산과 사막산인데...딱히 우기라는게 있을까....??
일단은 비가 오지않으니, 시간에 맞춰 준비를 시작했다.
아~~
그런데 이내 비가 오기 시작한다.
예견대로 종일 비가 올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려~
익발탑을 포기했으니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오늘도 그냥 이곳에서 쉬는겨~~
6시에 아침식사를 하려했던것을 8시에 먹기로 하고 다시 침낭속으로 잠수했다.
연일 날씨가 나쁜것이 짜증이 나는게 아니라 평안하기까지 하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뭐랄까...
6일동안 새벽같이 출근해 열심히 일하고 일요일날 늦잠을 푸욱 자는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느지막히 드라이브라도 나가려고 맘먹은 날처럼....
시간적 여유도 있고해서 오늘도 주방으로 나가 쿡들과 함께 아침을 준비했다.
건조 육개장에 미역과 말린 표고버섯을 넣고 고추가루도 좀 더 넣어 얼큰하게 육개장을 끓이고,
스팸과 감자등 각종 야채를 채썰어서 케쳡을 넣어 볶음 요리도 하고,
스팸 계란 부침도 하고,
양배추와 컬리 플라워도 데쳐서 쌈장과 함께 내어 놓으니 이건 뭐 아침상이 아니라 저녁 만찬같다.
침낭속에서 잠시 꿈꾸던 일요일 휴일같이 우린 느지막히 드라이브를 나섰다.
마셔브룸과 차라쿠사 가는 길목인 후세마을까지 가는 코스...
오늘도 기사는 우리와 제 3부 여정을 시작한 '샤키'다.
헐!!
그런데 우리 외에 다른 손님들이 차 뒤편에 탄다.
꼬마 아가씨-마리아를 비롯해 다른 녀석들과 마을 사람들 몇...
그려~
함께 드라이브 하는겨~
언제 차를 타고 이 길을 달리는 여유를 누려보겠어.
우린 트럭 뒤에 탄 마리아를 우리 옆으로 불러 태우고 달렸다.
지옥으로 가는 길-아스꼴리 길 못지않은 험악한 길을 달려 들어 칸데에 머물고, 여전히 그 길의 연속인 후세길로 들어섰으니
시작부터 우리 입에서 터지는 괴성과 탄성은 또 차안을 웃음소리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이런 풍광에 익숙해 지기도 하고, 좀 지칠것도 같은데 신기하게도 마치 또 처음 당하고 보고 있는듯
온몸이 반응을 하고 있다는게....ㅎㅎ
뉴 칸데마을에서 한참을 달려 나오니, 놀랍게도 제법 넓다란 농경지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졌다.
차는 그곳에서 잠시 멈추더니, 마리아를 비롯 차 뒤칸에 탄 사람들을 모두 내려주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우리와 함께 드라이브를 나온것이 아니라 바로 이곳 일터로 나온것이었다.
우리 옆에 타 신나하던 마리아가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내린다는 것이 왠지 짜안한~맘을 일으키는 것이 아프다.
이런 마음도 금새 잊고 우린 또 눈앞에 펼쳐지는 기막힌 풍광에 탄성을 질렀다.
거친 암산이 수직 절벽의 기세로 운무속에 위용을 드러내고...
그 아래로 펼쳐지는 노오랗게 익어가는 밀밭 색깔과 녹음이 한데 어우러 지며 펼쳐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우린 또 흥분했다.
오늘 밍글로 블록에 가지않기로 한 선택에 대해서...
어제 학교방문을 해 그리 큰 감동과 자아성찰을 이뤄낸 것 못지않은 이 판타스틱한 드라이빙 에 대해서....
어느새 후세마을에 도착했다.
오래된...진짜 오지마을이라는 느낌이 마을 초입부터 풍긴다.
어쩌면 우리네 신도시 처럼 새로 생긴 마을-뉴 칸데에 며칠을 머물고 있어서 더 그리 느껴졌는 지도 모르겠다.
역시 이곳도 칸데마을 이웃이라서 모든 이가 다 아는 사람들인것 처럼 보인다.
만나는 이 마다 인사하느라 바쁘다.
외국인의 소유이며 운영하는 후세 호텔이 들렀다.
제법 시설도 잘 되어 있고, 전망도 아주 좋다.
하긴 이곳 어디에 호텔이 들어서도 전망 좋지 않은 곳이 있을까...ㅎㅎ
우린 이곳에서 간단한 티-타임을 가졌다.
식당안과 로비를 가득 메우고 있는 등반 사진들이 보기에도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이곳은 우리가 넘고 싶어했던 '곤도고로라'의 길목이기도 하고,
K1의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마셔브룸과 K6,K7의 길목이기도 해서
상당히 관광객이 많은 마을이기도 하다.
호텔 객실 이름이 파티스탄에 있는 7000m 이상의 거대 봉우리들로 되어 있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을 남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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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쿠키를 간식으로 먹고는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버럭이는 익발탑을 포기한 아쉬움이 있어선 지...
그렇게도 가고싶어 했던 '차라쿠사'의 길목이라 그런 지...
헤마옛을 데리고 한참을 더 올라가기로 하고 떠났다.
우린 올람과 함께 마을로 들어섰다.
오래된 낡은 집들이 주는 느낌이 사진을 찍기엔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깨끗하고 정갈한 뉴 칸데 마을에선 느끼지 못했던 진짜 오지마을 이라는 느낌이랄까...
마을을 관통하는 작은 도랑에서는 어린 아이가 나와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물도 흙탕물인데다가 너무 얕으막해서 어찌 빨래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어쩌면 이것마저도 이들에게는 큰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든다.
여행객들이 들이미는 카메라에 익숙한 걸까....
이 여자아이는 카메라를 피하는게 아니라 즐기고 있는 듯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고 보니, 온 가족이 길섶에 나와 있다.
카메라를 들이미니 아빠와 아이들의 표정이 행복한 모습으로 변한다.
아!
이 사진을 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간 생각했다.
놀랍게도 첫번째 여정에서 우리의 짚 기사였고, 이풀의 카메라 포터였던 후세 아저씨를 만났다.
우리가 타고 다녔던 짚이 그의 소유인 지, 여전히 그 노오란 자동차는 그의 옆에 있었다.
여전히 차에 싫은 짐을 패킹 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얼마나 서로가 반가웠는 지....
저 짚이 후세 아저씨의 소유라면 이곳에선 상당히 부유한 삶을 살고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우리와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스텝들은 그래도 이곳에서는 꽤 여유있는 삶을 사는것일 지도 모른다.
아이들 교육면에서도 상당히 깨어있고...
칸데 마을과는 달리 이곳 꼬마들은 많은 트래커들을 만나서 그런 지,
우리를 보자마자 '초콜릿' '캔디'를 외치며 달려든다.
준비해가지고 나가지 않아서 줄 수도 없었지만,
만약 있었다면 칸데에서 구멍가게의 캔디를 싹쓸이 해 학교에 갔다 주었듯이 꼬마들에게 맘껏 주었을 것이다.
이가 썩는다고...거지 근성을 키운다고... 못주게 하지만....
우리나라도 6.25 이후 미국 짚차 뒤를 따라 달리며 '초콜릿'을 달라고 외쳤던 시절이 있었음에...
그래도 지금 세계 그 어느 나라 사람 못지 않은 근면성으로 이렇게 잘 사는 나라가 되었듯이...
그냥 암 생각없이 측은한 맘이 우선하는게 맞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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