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K2bc,낭가파르밧.45일(2014

90.파키스탄 3부/ 칸데마을 사람들의 삶에 들어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나베가 2015. 4. 6. 23:00

 

 

 

아이들과의 감동적인 시간을 보내고

익발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잠깐 '올람'의 집에 들렀다.

어제부터 자꾸 자기 집엘 가자는 폼이

어지간히 자기의 멋진 집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나 보다.ㅎㅎ

 

이들에게 있어서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이

삶은 계란과 비스켓과 따끈한 짜이...또는 코카콜라다.

올람도 아스꼴리에서 사다르 칸의 집에 방문했을때와 똑같이

직전에 삶아 뜨끈 뜨끈한 삶은 계란과 쿠키를 우리에게 대접했다.

이곳에서 쿠키는 매우 비싸 손님에게만 대접하는 귀한 음식인줄 아는 지라 먹는 우리 또한 그만큼 귀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된다.

 

집이 너무 이쁘고 좋다고 칭찬을 한바탕 해준뒤

익발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 식사후

가게에 들러 사탕을 고르고,

문방구에서 학용품을 싹쓸이 하고...

그리고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점심은 익발씨 집 밭에 있는 상추를 뜯어서 쌈을 싸 먹기로 했다.

아직은 여린 순이라 연두빛을 띠고 있는 상추가 얼마나 맛있어 보이는 지...

 

헐!!

그런데 오늘 점심도 또 후라이드 치킨이라니....

우리가 얼마나 게걸스럽게 후라이드 치킨을 잘 먹었으면

어제 저녁부터 매끼가 후라이드 치킨일까....ㅋㅋ

거기다 양파 샐러드에 스팸구이, 모모튀김까지 있다.

 

디저트로 우리가 사가지고 간 망고까지 먹고는

할일없이 또 침낭을 펴서 덮고는 누웠다.

딩굴 딩굴 누워있자니, 이 한가로움이 얼마나 좋은 지....

그동안 머리로는 느끼지 못했어도 몸은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헤마옛과 미르자가 계속 몸이 안좋은것 같다.

우리와 아스꼴리에서 K2여정을 시작하기 전 한국 원정대원 '김미곤'팀의 보조쿡으로 브로드피크의 6000m지점까지 올랐다가 와서 곧바로 다시

우리와 K2여정을 또 했으니, 입으로는 거뜬하다 했어도 무릎상태가 꽤 좋지 않은것 같다.

비상약으로 준비해간 진통소염제 9일분과 압박붕대를 헤마옛에게 주고, 미르자에게는 진경제와 위통, 속쓰림약을 3일치를 주었다. 

 

 

 

 

 

이 집엔 익발은 가끔 손님들을 모시고 들리고, 실지로 익발은 스카르두에 머물며,익발의 누이가 이곳에서 홈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딩굴 딩굴 누워있는데,

익발 누이의 아이들이 우리의 방문을 열고 빼꼼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불러서 쿠키를 주어 보냈다.

그랬더니 이내 나가서는 마리아가 살구를 씻어서 들고 들어온다.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만,이내 또 나가서 살구를 가지고 들어오는 거다.

 

기특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이들에겐 귀한듯 보이는 포도를 주었더니 잘 먹는다.

 

사실, 너무 시어서 우린 못먹겠던데.... 이곳에선 포도가 나지 않는 지, 메론이나 망고보다 훨씬 더 비싼 값이었다는....

 

그러고 보면 사람은 다 똑같은거 같다.

맛의 진가보다는 귀한것이 더 맛있어 보이고 손이 절로 가게 되어 있다는....ㅎㅎ

 

마리아가 나가더니, 이번엔 또  남동생 '살람'을 데리고 들어온다.

그러더니 누나가 동생에게 뭐라 뭐라 말을 하는거다.

 

알고 보니, 영어로 우리에게 말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ㅎㅎ

살람은 쑥스러워 하면서도 용기를 내서  몇 마디 할 줄 아는 영어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ㅎㅎ

 

아휴~~

귀여워.

 

그래. 그 정도 용기가 있으면

앞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아주 잘 살 수 있을것 같다.

 

"살람, 파이팅!!"

 

 

 

 

저녁은 임티아스 집에서 먹는다.

진짜로 이들 말대로 모든 스텝들에게 초대를 받아 이들 집을 돌아보는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익발 집을 나서니, 외국인이 이곳에 머묾을 알아, 혹시라도 구경을 할까...모여든 꼬마 녀석들이 우리와 마주쳤다.

이를 또 놓칠세라 나는 또 얼른 카메라에 담는다.

녀석들...귀엽기도 하지. ㅎㅎ

 

 

 

 

 

 

 

 

그런데 도착한 집은 임티아스 집이 아니라, 친동생인 '미르자'의 집이었다.

이곳에도 역시 부모님부터 임티아스와 미르자 식구들 모두가 한곳에 모여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온 집안 식구가 모여서 살고 있었던게 어느 시절이었는 지, 까마득할 정도로 정말 이색적이고도 신기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미르자의 집도 예쁘기는 매 한가지다.

그도 그럴것이 모두 이제 마악 완성한 새집들이니까....

 

 

 

그런데 뜻밖에도 방에는 온통 임티아스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여 물어보았더니, 이 방은 임티아스 자신의 방이라나~~

그 옆방이 미르자의 방인데, 그곳에 또 미르자의 사진이 도배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린 또 한바탕 웃었다.

 

 

 

이번엔 우리가 부인들이 있는곳으로 간것이 아니라, 부인들이 우리방으로 와 인사를 했다.

가이드인 임티아스의 파워가 그만큼 쎈것인가~ 아님, 그만큼 외국인을 상대로 일을 하다보니 익숙해져서 인 지....

나는 낮에 내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정성스레 준비한 부인들의 선물을 증정했다.

미르자의 아내에겐 수건과 여성용품,털 장갑,아이들에게 줄 노트와 볼펜,에너지 바와 캔디, 립밤과 탈지면을 주었고,

임티아스의 아내에겐 울양말과 B.B크림, 세수 비누와 커피(맥심 봉지 커피), 치솔과 치약을 주었다.

 

 

 

 

 

 

 

익발의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빗방울은 조금씩 떨어져도 마냥 기분이 좋기만 하다.

무엇때문에 이렇듯 흥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들뜬 기분의 연속일까....

 

앞으로 이곳이 아니고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우리의 옛 추억이 그대로 닮아있기도 한 삶속으로 타임머신이라도 탄 양 후딱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이들에게 줄 선물을 찾아내는 일이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양 신바람까지 난다는 일이...

그리고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중 작은 것들이지만 아낌없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그래~

그거였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것을 통통 털어서 지금 나누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이렇게 내게 큰 기쁨과 행복감을 주고 있다는 거....

  

 

 

 

 

 

 

             우리의 숙소인 익발의 집으로 돌아왔다.

딱히 이들의 할일도 없는데,샤키와 임티아스, 헤마옛이 우리 방에 계속 앉아 있는 거다.

알고보니, 우리를 위한 팝싱어를 초대했고 지금 그가 여기로 오고 있다는 거다.

헐!!

팝싱어라고??

 

다름아닌 팝싱어는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날 로비에서 잠깐 만난 쿡이었다.

그는 이동네 칸데에서 가수로 불리며 초대되어 질 정도로 유명세를 하고 있다.

그의 유명세일까...

우리의 흥을 돋구어 주려고 모인걸까....

우리의 스텝인 임티아스와 샤키, 헤마옛, 미르자 외에도 올람과 수학선생님,모신,이 집 꼬마 손님들..이 게스트로 모여들었다.

 

 

우리나라 민요의 선창자와도 같은 싱어의 노래가락이 울려퍼지자 모두들 흥을 돋우며 목청을 돋구었다.

드디어 하나 둘 일어나 댄싱파티로 이어지고...

나는 또 헤마옛과 커플댄스를 추며 이들의 흥분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노랫가락은 점점 격렬해졌고....

우리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이들은 이 단순한 여흥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어느새 시간이 꽤 흘러 밤이 깊어졌다.

댄싱파티는 끝을 맺었고 우린 이 명가수에게 1000루피의 팁을 주었다.

팀원 4명에게 18일 동안 고생한 보답으로 준 팁을 생각하니, 오늘 이 잠깐의 시간에 내어 준 팁이 너무 컸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세상 어디를 가든 음주가무의 팁이 가장 쎄긴 한것 같다. ㅠㅠ 

 

 

 

오늘도 지그 재그로 아무렇게나 편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니, 영화장면 처럼 하루 일과가 돌아간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평생에 어디서 또 이런 대접을 받을까...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싶어 기막히기도 하고....

쉬이 잠이 들것 같지가 않다.

 

왠지 K2의 엄청난 여정이,,,,,

이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에 수십년 전의 우리의 삶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

마치 잃어버린 시간과 관습을 다시 찾은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퇴색되어 버릴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1,3,2,4 순으로 연속듣기
Salvatore Accardo, violin (1941 ~ )